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06/07 10:11:52
Name Its_all_light
Subject [일반] [역사] 헬창의 계보학 / 보디빌딩의 역사
#1. 근육의 멋짐을 모르는 당신은 불쌍해요

헬창의 아버지, 유진 샌도

피트니스 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사람이 유진 샌도(Eugene Sandow, 1867~1925)인데요. 서커스 차력사만의 전유물 같은 근육을 보디빌딩으로 체계화하고 하나의 문화로 만든 인물이죠.

1867년 프러시아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 동네를 지나던 서커스단을 따라 가출하면서 괴력사로서 활동을 시작하게 돼요. 샌도의 본명은 프리드리히 뮐러였는데요. 서커스 활동을 위해 그리고 프러시아 군대 징집을 피하기 위해 예명을 사용했죠.

그가 일하던 서커스단은 경영 부실로 벨기에 브뤼셀에서 파산하게 되고, 당시 브뤼셀에 있던 체육 교수인 루이 아틸라(Louis Attila)와 함께 투어를 하기 시작하죠. 당시 사람들은 5~10 파운드 이상의 무게를 들어 올리면 근육 손실이 온다고 믿었는데요. 이들이 이러한 편견을 깨고 고중량 운동으로 패러다임을 바꿉니다.

당시 런던에서 '삼손과 키클롭스'라는 예명의 두 괴력사가 자신들을 이기면 500파운드를 주겠다고 했는데요. 샌도는 이들을 이겨 명성을 얻게 됩니다. 1893년에는 미국에 진출하게 되고, 이듬해 세계 박람회가 열리는 시카고에서 공연을 하게 됩니다. 이 공연에서 샌도는 기존의 괴력을 자랑하던 차력쇼 형태가 아닌, 현재의 보디빌딩처럼 균형 잡힌 근육미를 과시하는데요. 주로 그리스 조각상처럼 포즈를 취했죠. 이는 당시 센세이션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고 합니다.

샌도는 시기도 잘 타고 났는데, 때 마침 발전한 사진술로 인해 엽서로 자신의 몸(?)과 명성을 널리 알릴 수 있었어요. 사진뿐만 아니라 에디슨 스튜디오에서 영상도 찍죠.

그는 1898년에는 보디빌딩 관련 잡지를 발행하고, 여러 운동기구를 직접 고안해 상품화하기도 했으며, 문화 연구소를 열어 일종의 PT(퍼스널 트레이닝)를 했어요. 1901년에는 런던에서 세계 최초의 보디빌딩 대회를 개최하기도 합니다. 1904년에 그가 출판한 책에서 보디빌딩이라는 명칭도 처음으로 등장하죠. 샌도는 명성에 힘입어 남아프리카, 인도, 일본, 호주 등 여러 나라를 방문해 보디빌딩 문화를 전파하고, 1911년에는 영국 국왕의 체육 특별코치로 임명되기도 했어요.

오늘날 세계 최고 권위의 프로 보디빌딩대회인 '미스터 올림피아'의 수상 트로피에는 보디빌딩의 창립자인 유진 샌도의 공로를 기려 그의 모습이 있죠.



#2. 어린시절 내가 멸치였던 건에 대하여 - 찰스 아틀라스

찰스 아틀라스의 광고 캠페인

보디 빌딩 초창기, 또 다른 아이콘 중 한명은 찰스 아틀라스(Charles Atlas, 1893–1972)입니다. 그의 본명은 안젤로 시칠리아노로 유진 샌도를 롤모델로 삼아 운동을 시작했죠.

그는 1921년과 1922년 보디빌딩 대회에 참가하여 "미국에서 가장 잘생긴 남성", "미국에서 가장 완벽하게 발달한 남성(Americas Most Perfectly Developed Man)"으로 선정되었는데요. 이듬해에 자신의 운동법인 "다이나믹 텐션(Dynamic-tention)"을 담은 책을 출판해요. 이 다이나믹 텐션에는 총 12개의 수업으로 이루어진 맨몸 운동법이 담겨있었죠.

찰스 아틀라스가 유명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광고 캠페인 때문인데요. 그는 자신이 어린 시절 44kg의 약골이었고, 깡패가 모래를 걷어차서 그의 얼굴에 뿌려 괴롭힘 당했던 경험을 가지고 만화 형태의 광고 캠페인을 제작하죠. 세계 2차 세계 대전 중에는 "100% 미국인이 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100% 남자여야 합니다." 라는 식의 캐치 프레이즈를 통해 대중에게 알리기도 했죠.



#3. 가장 성공한 헬창 - 아놀드 슈왈제네거

한창 때의 아놀드 슈왈제네거

보디빌딩의 역사에서 이분을 빼먹을 수 없죠. 아놀드 슈왈제네거(Arnold Schwarzenegger, 1947-)는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10대부터 보디빌딩을 시작했어요. 그는 21세에 첫 아마추어 미스터 유니버스 타이틀을 획득하고, 이후 미스터 유니버스 타이틀을 3번 더 획득했고, 은퇴하기 전에 미스터 올림피아에서 6년 연속 우승하죠. 게다가 1980년에 미스터 올림피아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해 다시 한번 대회에 복귀함으로써 사람들을 놀라게 했어요.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1970년대부터 할리우드에 진출하는데요. 다큐멘터리 1977년 펌핑 아이언(Pumping Iron)을 시작으로 1984년 터미네이터로 월드 스타가 됩니다. 그리고 그를 통해 1980년대 보디 빌딩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죠.

이후로 다들 아시다시피 2003년, 2006년에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당선되죠.



#4. 로이더! 로이더!

샘 푸셀의 책, 로이더의 고백

1984년, 옥스포드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 출판사에 입사한 26세 청년 샘 푸셀(Sam Fussell, 1958-)은 아놀드 주지사 자서전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아 보디빌딩을 시작하게 됩니다.

완벽한 몸을 만들기 위해  그는 점차 흑화하는데요. 보디빌딩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직장도 그만두고, 점차 자신의 삶을 포기하죠. 그는 4년간의 운동, 스테로이드 중독, 그로인한 병적인 분노 등의 부작용을 얻게 되는데요. 결국 환멸을 느낀 푸셀은 보디빌딩을 포기하게 됩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1991년 책으로 출판하게 되는데요. 이 책을 통해 이미 당시 퍼져있던 약물 사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기름을 붓게 되고, 보디 빌딩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는 안 좋게 흘러가죠. 이러한 인식때문에 보디빌딩은 에어로빅을 기반으로 한 피트니스와 점점 분리되게 됩니다.



<참고문헌>
김원곤. (2014). 20대가 부러워하는 중년의 몸만들기. Denstory.
J Andreasson, T Johansson. (2014). The Fitness Revolution: Historical Transformations in the Global Gym and Fitness Culture. Sport science review
Jacqueline Reich. (2010). The World’s Most Perfectly Developed Man: Charles Atlas, Physical Culture, and the Inscription of American Masculinity. CMS FACULTY PUBLICATIONS
Sam Fussell. (1991). Muscle: Confessions of an Unlikely Bodybuilder. 



<이전 글>
[역사] 돈까스는 사실 프랑스에서 온거거든요
[역사] 사람보다 사자가 먼저 탑승한 엘리베이터
[역사] 자주 보는데 이름 모르는 '그것'들
[역사] 내가 신고있는 운동화, 나름 역사와 전통이 있다구! / 스니커즈의 역사
[역사] 첫 보행자 사망사고 낸 자동차는 시속 6km / 자동차 사고의 역사
[역사] 가라오케는 왜 한국에서만 노래방이라고 부를까? / 노래방의 역사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Hammuzzi
21/06/07 10:16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Its_all_light
21/06/07 12:41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醉翁之意不在酒
21/06/07 10:38
수정 아이콘
보디빌딩이 약물논란이 엄청 많은 업계인거 같은데 그럼 탑티어 빌더들은 수입이 어느정도 되나요?
프로 스포츠로 보면 높은 편인가요?
Its_all_light
21/06/07 12:44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탑티어 보디빌더는 헬스장이나 매거진 등 사업을 만들어서 얻는 수익이 클 것같습니다. 더 조사해볼께요!
이민들레
21/06/07 10:38
수정 아이콘
근육을 비정상적인 크기로 키우는게 과연 건강한건지 의문입니다.
어즈버
21/06/07 12:10
수정 아이콘
몸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한 특수식단, 보충제, 영양제 등등... 경제학적으로는 물론 생물학적으로도 자원낭비 같아요.
Its_all_light
21/06/07 12:48
수정 아이콘
일정 크기 이상부터는 건강과는 관련 없겠죠?!
조사하면서 알게된 사실 중 하나는,
20세기 초 미국에서 근육에 대한 인식은 차별받는 이민자들이 미국 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수단같은 개념이라고 하더군요
醉翁之意不在酒
21/06/07 12:59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근데 그런식으로 말하면 모든 스포츠가 필요이상이고 건강이라기보단 오히려 몸을 갉아가며 하는거죠
이민들레
21/06/07 13:05
수정 아이콘
그렇게 생각하면 또 그렇네요.
흐름을잡다
21/06/07 11:20
수정 아이콘
(수정됨) 아놀드는 가장성공한 약쟁이라고 표현해야 되고
성공한 그를 보고 뒤 따른 현대 보디빌딩은 약물판이 되어버렸지요.

우리나라에서는 보디빌딩에 약쟁이가 너무도 많이 잡혀서 전국체전 정식종목에서 시범종목으로 강등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라디오스타
21/06/07 11:34
수정 아이콘
약쟁이이자 보디빌더니 보디빌더라고 말해도 문제는 없죠.
우리나라는 시장규모가 미미해서 그러든 저러든 아무도 신경을 안쓰는거라고 생각합니다. 빌더들 목표가 되기엔 작은영광이라
Its_all_light
21/06/07 12:51
수정 아이콘
보디빌딩에서 약물은 7080년대 무분별하게 사용되어서 문헌상 제대로된 기록을 찾기 어렵더라구요. 사용자들도 인터뷰에서 잠깐 언급하거나 아예 언급을 피하기도 하구요. 그래도 언젠가 한번쯤 조사해보고 싶은 주제입니다 흐흐
갑자기왜이래
21/06/07 12:53
수정 아이콘
아놀드 이후 보디빌딩계의 판을 뒤집은 도리안 예이츠의 등장으로 보디빌딩은 극한의 사이즈 게임으로 접어들죠 이 게임의 최 정점을 찍은 빌더가 로니 콜먼이구요 과도한 사이즈로 인한 심미성 저하로 대중들에게서 점점 외면받기 시작했고 과도한 사이즈 만큼 과도한 약물로 어린선수들이 일찍이 사망하는 사고들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피지크, 클래식 피지크같은 신설 종목으로 대중적이고 심미성을 추구해 나아가기도 하고 있지만 현재 보디빌딩 업계는 과도기라 할 수 있는 시점인듯 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정치]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6] 오호 20/12/30 275601 0
공지 [일반]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41575 10
공지 [일반] [필독] 성인 정보를 포함하는 글에 대한 공지입니다 [51] OrBef 16/05/03 463500 29
공지 [일반]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37870 3
102735 [일반] 하프 마라톤 거리 뛰기 성공 a-ha165 24/11/23 165 4
102734 [일반] 아케인 시즌2 리뷰 - 스포 다량 [9] Kaestro880 24/11/23 880 0
102733 [일반] DDP 야경을 뒤로 하고 프로미스나인 'DM' 커버 댄스를 촬영하였습니다. [9] 메존일각986 24/11/23 986 7
102732 [일반] 잘 알려진 UAP(구 UFO) 목격담 중 하나 [10] a-ha2648 24/11/23 2648 2
102731 [일반] 지하아이돌 공연을 즐겨보자 [10] 뭉땡쓰2453 24/11/23 2453 1
102730 [일반] 노스볼트의 파산, 파국으로 가는 EU 배터리 내재화 [71] 어강됴리8692 24/11/23 8692 5
102729 [일반] 한나라가 멸망한 이유: 외환(外患) [6] 식별3399 24/11/22 3399 15
102728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52. 윗입술/웃는모습 갹(⿱仌口)에서 파생된 한자들 [3] 계층방정2147 24/11/22 2147 3
102726 [일반] 동덕여대 총학 "래커칠은 우리와 무관" [185] a-ha16158 24/11/22 16158 22
102725 [일반] 조금 다른 아이를 키우는 일상 4 [17] Poe3852 24/11/22 3852 29
102724 [일반] AI 시대에도 수다스러운 인싸가 언어를 더 잘 배우더라 [10] 깃털달린뱀2932 24/11/22 2932 4
102723 [일반] 러시아가 어제 발사했다는 ICBM, 순항미사일과 뭐가 다른가? [30] 겨울삼각형3460 24/11/22 3460 0
102722 [일반] 국제 결혼정보회사 이용 후기 [42] 디에아스타5167 24/11/22 5167 39
102721 [정치] 미래의 감시사회는 유토피아가 될 것인가..? [10] Restar1448 24/11/22 1448 0
102720 [일반] 갈수록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조심하세요 [9] 밥과글1970 24/11/22 1970 6
102718 [일반] 영어 컨텐츠와 ChatGPT 번역의 특이점 그리고 한국의 미래 [15] 번개맞은씨앗2288 24/11/22 2288 8
102717 [정치] 김소연 "이준석 성상납 도와준 수행원 자살" [113] 물러나라Y9541 24/11/22 9541 0
102716 [일반] 요즘 근황 [42] 공기청정기7592 24/11/21 7592 16
102715 [일반] 좋아하는 꽃은 무엇일까요? 출간 이벤트 당첨자 발표와 함께! [16] 망각2254 24/11/21 2254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