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04/02 15:10:59
Name
File #1 c3f7a786c9e72471873e921d17851099a10bb0ecfc70f86e0f8746064065be469d410d57103b7dc5f2854162970e5c26a64c.jpg (172.0 KB), Download : 75
Subject [일반] 우리가 사는 세계는 얼마나 위태로운가, 영드 추천『이어즈&이어즈』


이어즈 앤 이어즈는 BBC와 HBO가 공동제작한 드라마로 왓챠플레이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배경은 2019년의 영국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서 출발해 대략 20년 가량의 시간동안 세계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는지를 다룹니다.
이야기는 라이너스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이 가족은 뭐랄까 의도적으로 PC의 집합체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고학력 자산가인 백인 장남과 짧은 머리의 흑인 아내
게이인 차남
레즈비언이며 사회운동가인 장녀
지체장애인이며 미혼모인 차녀

여기에 장남의 딸은 인간의 육체를 버리고 정신을 데이터로 치환하는 트랜스휴먼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차녀의 두 아들 중 1명은 중국인이며 나중에는 트랜스젠더가 됩니다.

이런 장치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2020년의 세계를 아주 최신형으로 보여주기 위함인것 같습니다.



이어즈 앤 이어즈의 이야기는 한마디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는 얼마나 위태롭게 유지되고 있는가?]는 물음으로 정리된다고 봅니다.
모든 사람이 다가오는 위험을 인지하고 두려워 하고 있지만 그에 맞서서 구체적인 실천을 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는 것이지요.
분명 자본주의는 승리하였고 민주주의는 최선의 정치체제이며 역사에서 많은 실패를 경험한 인류는 더 이상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한텐데도 말이에요. 
우리가 사는 세계는 견고하며, 쉬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며, 21세기의 선진 문물이 가져다주는 향락은 오늘도, 내일도, 내년도, 10년 후에도 계속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해보이는데 말이에요.

이어즈 앤 이어즈의 세계에서는 극우정당이 집권하고 기후변화로 인해 홍수가 밀어닥치며 인공지능에게 일자리를 빼았긴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옵니다. 극우정당의 당수가 TV토론에 나와서 중요한 정치현안이지만 생각하기는 골치아픈 문제에 대해서 그딴것 X도 신경안쓴다며 내게 진정으로 중요한 일은 자신이 버린 쓰레기가 매주 재깍재깍 수거되는 일이라고 말하지요.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미친 소리로 치부하며 한번 웃고 말지만 그런 말에 환호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같은 가족안에서도 호불호가 갈리지요. 

이어즈 앤 이어즈는 정말 딱 제 취향의 드라마였습니다.
보고있자면 어떤 느낌이 드나면요. 대략 MBN에서 6시부터 시작하는, 진행자와 여러 진보 보수 패널들이 나와서 현재 정치 현안들에 대하여 이것저것 자신의 생각들을 주워섬기며 떠드는 뉴스와이드를 보는데 정말 이슈가 한창일때, 패널들이 최고조로 흥분해서 PD는 패널들의 얼굴을 서로 교차하여 보여주는데 여념이 없고 진행자는 패널들의 말에서 모순을 찾아 맞불을 놓는데 거기 대답하는 패널이 진정으로 성을 내고 이를 수습하려는 PD는 고작 배경음으로 까마귀 소리를 흘려보내는 식의 느낌입니다.
지난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 아니면 작년 조국 전장관 사태, 이번 코로나 사태, 최근 다가오는 총선 이슈까지 MBN 뉴스와이드가 최고로 불타오를 때의 그런 재미가 이어즈 앤 이어즈에서는 느껴졌어요. 

아니지요. 재미는 더 했습니다. 
단지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현안이 아닌 어떤 모습으로든 망가진 가까운 미래의 뉴스와이드는 이것이 현실이 아니라 드라마의 한 부분이라는 안도감과 함께 여당 지지자로서 야당의 지도자가 본헤드 플레이를 할 때 나도 모르게 탄성에 가까운 비명을 지르는 식으로 제게 기쁨을 안겨주었습니다.
분명 끔찍한 디스토피아인데 오히려 그것보다 더 선과 같은 황색언론의 저질 찌라시를 나도 모르게 탐독하고 있는 느낌으로 즐겁더군요.
코로나 시국으로 세계가 뒤숭숭하며 한국의 총선이 며칠 남지 않은 이때 즐기기에 더 좋은 드라마가 아닌가 싶습니다.



추신으로 각본이 닥터후로 유명한 러셀 T 데이비스인데 저도 나름 닥터후 시리즈를 즐겼던 사람으로서 러셀이 이 정도로 재밌는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점에 제법 놀랐습니다.
저는 닥터후를 좋아하긴 했지만 그 좀 유치하고 진지한듯 하면서 어이없는 sf적 상상들을 즐겼던 것인데 닥터후의 그늘에서 벗어나 작정하고 단단한 이야기를 쓰니까 이런 결과물이 나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리하면 닥터후와 블랙미러의 중간지점에 있는 드라마입니다. 
드라마는 총 6회이며 호흡이 빨라 금방 몰입하실 수 있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Janzisuka
20/04/02 15:45
수정 아이콘
보고싶은데 넷플렉스만 쓰다보니 ㅠ
20/04/02 15:50
수정 아이콘
러셀님 닥터후 부활좀 유_유
탐이푸르다
20/04/02 17:57
수정 아이콘
블랙미러 최근 시즌보다 더 블랙미러 같은 드라마였어요
coolasice
20/04/03 00:11
수정 아이콘
본문엔 없지만 저기에 난민문제, 중국과 서방국가의 대립까지 끼어넣고 온갖 PC가 난무해서
정치적 피로감이 극대로 달합니다
1화만 보고 좀 마음에 안정이 생기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춘호오빠
20/04/03 16:00
수정 아이콘
이 글 읽고 바로 왓챠 결제해서 정주행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최고의 드라마에요
20/04/03 16:56
수정 아이콘
뿌듯하네용
저는 결말은 좀 아쉽더라고요
결국 인간의 사랑은 위대해 어쩌고 하는 내용이라..
실제상황입니다
20/04/05 13:01
수정 아이콘
이거 수위는 어떻게 되나요?
야한 장면 나오나요? 누구랑 같이 보려고 하는데 그게 걱정되네요.
20/04/05 13:18
수정 아이콘
잔인하거나 폭력적인 장면은 거의 없어요
그런 쪽에 관심을 두는 드라마가 아니거든요
게이섹스장면이 있긴한데 딱히 집중적으로 연출하지는 않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5523 [일반] 오늘자 트럼프 근황 [52] 파랑파랑18388 20/04/03 18388 0
85522 [일반] 미래사회 상상 : AI 공산주의 +게임 매트릭스내 자본주의 [21] i_terran10978 20/04/03 10978 4
85521 [일반] [스연] 에버글로우 소속사가 대형사고를 친 듯합니다. [17] theboys050717827 20/04/02 17827 0
85520 [일반] [스연] KBS 유튜브 채널에서 거북이 노래모음을 올려줬습니다. [20] VictoryFood9095 20/04/02 9095 6
85519 [일반] 촉법소년에 대한 엄중 처벌 요구 청원이 반나절도 되지 않아 59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238] 유즈23794 20/04/02 23794 12
85518 [일반] [보건] 가디언지의 영국 코로나19 검사 대란에 대한 분석 [94] worcester16347 20/04/02 16347 10
85517 [일반] 주식과 짝사랑의 공통점 [18] 아웅이10323 20/04/02 10323 3
85516 [일반] [도서추천] 삼국지 덕후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 [28] 이회영11775 20/04/02 11775 8
85515 [일반] 우리가 사는 세계는 얼마나 위태로운가, 영드 추천『이어즈&이어즈』 [8] 8934 20/04/02 8934 1
85514 [일반] [주식] 미쳐가는 괴리율의 원유 레버리지 상품들 [64] 맥스훼인12631 20/04/02 12631 2
85513 [일반] [스연] 볼빨간사춘기 우지윤양 탈퇴 → 안지영 1인체제로... [59] 산밑의왕16790 20/04/02 16790 0
85511 [일반] [스연] 프리미어리그, 결국 무기한 연기… '시즌 취소' 현실화? [64] 강가딘14245 20/04/02 14245 0
85509 [일반] 이와중에 트럼프는 또 이란에 경고를 날렸네요. [18] 훈수둘팔자13666 20/04/02 13666 1
85508 [일반] [번역] 나이 많은 모쏠을 위한 조언 [20] 데브레첸14084 20/04/02 14084 0
85507 [일반] [스연] 안, 히가시데 마사히로와 이혼 결심 [16] 빨간당근12696 20/04/02 12696 0
85506 [일반] 코로나19 소비쿠폰/ 긴급재난지원금 / 재난긴급생활비 지원 [23] 유랑12396 20/04/02 12396 8
85505 [일반] 성민이 사건을 아십니까? [29] 이쥴레이12823 20/04/02 12823 3
85504 [일반] 스연게를 추억하며 [57] 치열하게9318 20/04/01 9318 1
85503 [일반] 봄날에 간 제주 여행기 - 협재, 가파도, 엉덩물계곡 [5] mumuban7990 20/04/01 7990 5
85502 [일반] 회사에서 자동차를 드디어 받았습니다 [21] 광개토태왕11623 20/04/01 11623 6
85501 [일반] [스연]미스틱스토리의 만우절 농담인가.. [2] 어강됴리8601 20/04/01 8601 0
85499 [일반] [보건] 영국 전체 의사의 25%가 아프거나 자가격리중 [30] 달과별12324 20/04/01 12324 0
85498 [일반] [스연] 마이너리그 190명에게 1100달러씩 도와준 추신수 [25] 신불해11766 20/04/01 11766 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