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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3/12 09:14:40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번역]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떠난 여행 (수정됨)
브루노 마사에스(Bruno Macaes, 전 포르투갈 EU 관료. 베스트셀러 작가)폴리티코(Politico)에 기고한 에세이입니다.
내용이 무척 흥미로워, 일단 급하게 번역하여 공유합니다. 

결론은 유럽인들이 일부 아시아 국가들의 자발적 거리두기를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와 별개로 이란에서 코로나19가 왜 이렇게 확산되었는지에 대한 힌트도 있습니다.  

https://www.politico.eu/blogs/the-coming-wars/2020/03/coronavirus-travels-asia/?utm_source=RSS_Feed&utm_medium=RSS&utm_campaign=RSS_Synd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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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라호르, 

나의 아시아 여행은 파키스탄에서 시작한다. 중국 당국이 우한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터졌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날이다. 
1월 9일, 파키스탄에서 일하던 수많은 중국인들이 춘절을 지내기 위해 고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파키스탄으로서는 다행히도 그들 대다수는 아마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나의 여행은 - 주로 컨퍼런스, 강의, 그리고 북콘서트 등이지만 - 대륙을 가로지르며, 각국이 바이러스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해주었다. 대응의 범위는 넓었다. 무사안일주의에서 패닉과 공포 그리고 실용주의까지. 아시아에서의 이러한 반응은 곧 유럽에서 재현될 것이다. 나는 이곳에서 실패와 행운 그리고 철저한 계획 등의 사례를 보았으며, 나의 유럽동포들이 이를 참고해주었으면 한다. 

1월 20일 , 시진핑이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처음으로 공식발언을 한 날, 나는 파키스탄과 인도의 국경을 넘었다. 나와 같이 국경을 넘은 자는 또 한 명 있었다. 벤키 라바크리쉬난(Venki Ramakrishnan). 그는 생물학자아이며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자이다. 우리는 라호르에서 같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우리의 대화주제에 바이러스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당시까지만 해도 우한에서의 사망사례는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에 국한된 것으로 보되었다. 

하지만 상황이 변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1월 23일, 시진핑은 우한과 3개의 다른 도시를 봉쇄했다. 이틀 후 나는 자이푸르에서 아그라로 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는데, 공항터미널에는 중국인 관광객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한 젊은이는 아주 커더란 검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사이버펑크 느낌도 있었다. 그는 내가 모르는 걸 알고 있는것일까?

공포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델리에서 카트만두로 가기 위해 준비하는 동안 나도 마스크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약국에서는 마스크가 매진되었으니 차라리 비타민을 구매하라고 권유했다. 호텔에 돌아와 직원한테 이 이야기를 전해주었더니, 그는 몇십개의 수술용 마스크가 담겨있는 작은 가방을 건내주었다. 그는 다른 사람한테 절대 비밀로 해달라고 귀뜸해주었다. 

공항에서 보안요완이 나의 티켓을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을 만지려고 하자, 나는 곧 그와 언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글로벌 판데믹이라는 상황에서 그자의 행동이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보안라인에 다다르자, 내 뒤에 있었던 사람은 다름 아닌 라마크리쉬난이었다. 지난주 우리는 파키스탄 국경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우리의 짐을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려놓자, 그는 내게 두려워할 게 없다고 말해주었다. 그는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될 확률은 매우 낮고, 이로 인해 사망할 확률은 훨씬 더 낮다고 말했다. 나는 그를 보안체크 맞은 편에서 기다렸고, 그에게 인도공항에서 파키스탄 국경에서 만난 사람을 10일 이내 다시 만날 확률이 얼마나 높냐고 되물었다. 그는 웃으면서 "아주 낮다"고 대답했다. 

네팔에 도착하니, 이 나라가 전염병에 특히 취약하다는 것을 느꼈다. 인구밀도는 높고, 의료인프라는 부족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여러 종교행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중국인 관광객은 어디에도 있었으며, 내가 머무르던 카트만두의 지구는 화려한 차이나타운이며 본토의 비즈니스맨들이 매일 오고간다. 하지만 현재 확진자 수는 한 명에 불과하다. 사실 이 수치를 나는 믿을 수 없다. 한편 바그마티 강에서 죽은자를 그저 떠내려보내는 것을 보면서, 오래된 전통이 과연 바이러스 이후에도 살아남을지 궁금해졌다. 

싱가포를 향해 텅빈 비행기를 타고 떠났다. 복잡한 글로벌 상황이 보다 뚜렷해진다. 전염병은 이제 두 차원으로 전개되고 있다. 당장 가시적(visible) 차원에서는 비즈니스 네트워크, 관광, 그리고 국제여행 등을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비가시적(invisible) 차원에서는 밀수, 첩보 그리고 비밀 네트워크 등이 있다. 

네팔에서는 나는 이곳이 중국과의 야생동물 밀수의 환적로라는 것을 배웠다. 히말리야를 쉽게 건널 수 있게 해주는 신식도로는 야생동물 밀수꾼들이 더욱 쉽게 이동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들이 밀수하는 동물 중에는 코로나바이러스의 보균체로 알려진 동물도 있다. 중국에서 해당 동물의 거래는 금지되었지만, 인도와 아프리카 등지에서 계속 밀수되고 있다. 

한편 중국과 이란 사이에는 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고리가 있다. 싱가포르의 한 전문가는 내게 이란의 종교단체들이 수니파들을 시아파로 개종시키기 위해 아시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고 전해주었다. 이란의 두 번째로 성스러운 도시 콤(Qom)의 전도사들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제공하면서 이란으로 모집한다. 그들 중 상당수는 중국에서 활동한다고 한다. 비록 은밀하고 조용하게 활동하지만 말이다. 현재 이란에서의 폭발적인 감염자 수 증가에는 이러한 고리가 있다. 

텅빈 싱가포르의 창이공항에 내리는 것은 대단히 묘한 경험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 이 도시가 취한 조치에 적응해야 한다. 
마스크는 충분하지 않지만 - 대부분 의료진을 위해 비축되었다 - 손 소독제는 어디에나 있다. 나의 강의 대부분은 취소되었지만, 작은 미팅은 여전히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었다. 악수라는 문화는 빠르게 사라졌고, 사람들은 서로 안전거리를 두고자 한다. 

바이러스의 여파는 어디에서도 느낄 수 있다. 체온을 계속 측정해야 하고, 새로운 확진자 케이스에 대한 모든 데이터를 통해 잠재적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싱가포르의 한 대학의 학장과 미팅에서 그는 나에게 양해를 구하고 갑자기 체온을 재더니 이를 사진찍어서 이를 위한 웹사이트에 업로드했다. 확진자 수가 많았지만, 이곳에서는 상황이 통제 하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상황이 허용한 최선의 한도로 말이다. 여기서는 바이러스에 대해 잠시 잊을 수 있다. 

한편 전직 관료 피터 호 씨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중국이 과잉대응한 것 같다고 말했을 때 그는 정중히 반대의견을 건내주었다. 그가 말하길 "우리가 SARS 때 배운게 한 가지 있다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는 과잉대응하는 편이 낫다." 

우리는 헤어지면서 악수 대신 서로 거리를 두면서 "나마스테"를 나누었다. 

싱가포르에서 마닐라로 가는 비행편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위험은 다른 곳에 있었다. 나의 여권과 보딩패스를 만지는 요원들, 그리고 출입국장에 있는 지문센서 등 말이다. 한편 승객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새로운 예절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서로 거리를 두고 있으며, 보다 차분하다. 사람들이 서로 접촉하는 걸 꺼려하기 때문에 오버헤드빈에 짐을 실기 위해 실랑이를 벌일 필요가 전혀 없다는 말이다. 

싱가포르가 계획과 준비였다면 마닐라의 분위기는 충격과 공포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지만, 좋은 마스크를 구하기란 쉽지 않다. 사람들은 손에 닿는 것부터 먼저 이용한다. 사람들은 입을 가리기 위해 손수건, 또는 더러운 행주 등을 이용한다. 이러한 수단을 강구하는 것은 대부분 빈곤층이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신분의 차이를 드러내는 듯하다. 건강한 이와 안 건강한 이. 강한 자와 약한 자. 마닐라의 부유층이 사는 곳에 가면 사람들은 마스크를 거의 착용하지 않는다. 마닐라만을 향해 운전하면서, 베스파를 짜는 한 젊은이를 보았다. 그 옆에는 작은 아이가 있었고, 그 아이는 얼굴을 가리는 작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이 대도시의 잔혹함과 부조리함을 보여주는 상징처럼 보였다. 

공식적 차원에서 필리핀은 아주 어려운 술수를 부리고자 한다. 필리핀 외무장관과 점심식사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그는 곧 중국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기 위해 마련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라오스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 필리핀은 중국으로부터의 출입을 금지시켰다. 

세계는 내가 지난 달 인도를 떠났을 때와 달라져있었다. 중국인으로 가득했던 도시와 구역들은 조용해졌고, 흡사 버려진 것과 같은 풍경을 하고 있다. 

나의 마지막 여정은 베트남이었다. 표면적으로 보자면, 이 나라는 가장 취약할 터이다. 베트남은 아주 거대한 중국인 커뮤니티를 보유하고 있고, 지금도 다수의 중국인 관광객이 방문한다. 베트남 북부의 국경은 중국의 국경 중에서도 가장 활발하다. 하지만 베트남은 전염병을 효과적으로 막고 있는 듯하다. 지금까지 확진자 수는 적으며, 대부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호치민 시티에서 몇 시간 보내면 상황이 왜 통제되고 있는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고온의 날씨가 일정 부분 도움을 주었을 수 있다. 그런데 베트남의 두번째 무기는 다름 아닌 "공포"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자구책을 구했다. 이곳에서는 자신이 건강하여도 바이러스에 대한 생각이 지배하고 있다. 

식당에 들어가기 전에 손세정제로 손을 씻어야 하며, 체온을 재야 한다. 그럼 마스크를 착용한 웨이터가 나를 인도한다. 모든 택시기사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으며, 어떤 이들은 장갑까지 끼고 있다. 대화주제는 대부분 바이러스에 대한 것이고, 기침하는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 그리고 관광객들은 어디에서 왔는지 질문을 받게 된다. 

싱가포르와 베트남 같은 국가는 사실 전에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SARS 말이다. 이들은 늦기 전에 모든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다른 요인도 있다. 전염병 사태에서는 집단적 행동이 평시보다 많이 요구된다. 사람들은 개인이라기 보다 하나의 사회적 유기체처럼 행동할 필요가 있다. 

결국 전염병 확산을 제한하는 것은 정부의 공식적인 행위 (검역, 집회취소, 폐쇄 등) 보다 수백만명의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 습관의 변화가 중요하다.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악수를 삼가고, 만석 엘리베이터에 타지 않고, 그리고 자주 씻는 것 말이다. 

전염병 상황에서 사회적 유기체는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베트남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상당부분 사적이며 자발적이다. 우리 유럽에서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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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rschach
20/03/12 09:26
수정 아이콘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는 과잉대응하는 편이 낫다]
이 말에 적극 동의합니다. 그리고 사실 어느정도 퍼진 시점 이후에는 차라리 결과적으로 우라나라가 과잉대응한 것이길 바랐었는데 그게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게 참...
FRONTIER SETTER
20/03/12 10:29
수정 아이콘
[호텔에 돌아와 직원한테 이 이야기를 전해주었더니, 그는 몇십개의 수술용 마스크가 담겨있는 작은 가방을 건내주었다. 그는 다른 사람한테 절대 비밀로 해달라고 귀뜸해주었다.]

??? : 비... 비밀로 해달라고 했자나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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