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도는 잘 모르시죠? 그럼 보길도 는 아시나요? 보길도와 다리로 연결되어있는 또하나의 섬입니다.
여길 어떻게 가느냐.
차를 타고 호남고속도로를 질주하면 광주에서 끝이납니다. 약 2시간반.
광주에서 나주를 거쳐 해남을 지나 땅끝마을 선착장에 도착합니다. 약 2시간
선착장에서는 배를 타는데, 예약이란건 없습니다. 도착한 순서대로 배를탑니다. 세월호 이후 주민등록증본자판기가 생겼습니다. 배에 탄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배를타고 약 40~50분정도 항해를 합니다. 그리고 배에서 내려 다시 차로 약 30분가량을 달립니다.
그러면 우리 할머니와 큰아버지가 살고계시는 마을이 나옵니다. 도착입니다.
여기까지가 일단 안밀릴때, 평소의 여정입니다. 6~7시간 가량을 잡고 출발하죠.
하지만 명절이 출동한다면?
광주까지 4시간에 주파하면 정말 감사할 일이죠.
광주에서 해남까지 3시간이 걸린다면 신께서 도와주신겁니다.
한번은 8시에 출발해서 6시에 도착한 후로는 명절에 대체 어떻게 움직여야 하나 고민을 했습니다.
게다가 결혼 후 아이까지 생긴다면?? 이젠 못내려가겠구나 싶었습니다.
아, 왜 그렇게 기를쓰고 내려가냐구요?
내려가면 온갖 해산물이 있습니다.
생선은 뭐 그냥 종류별로 다있습니다. 이름도 모르는 뭔가있는데, 우럭이니 농어니 민어니..또 뭐라뭐라하는데 생선엔 워낙 관심이 없다보니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바닷바람에 말린놈을 고춧가루 양념 살짝 발라 구워주면 꾸득꾸득한 식감을 가진 생선구이가 완성되죠.
전복이 바다에서 바로 상으로 배달됩니다. 큰아버지께서 전복양식을 크게 하고 계시기때문에 가면 항상 주십니다.
피로회복용으로 약 2개정도 대충 씹어먹는 편입니다(별로 안좋아함 전복)
문어도 옵니다. 전복 양식장에 전복을 잡아먹으려고 문어들이 오는데, 종종 그물에 걸려서(...)잡혀옵니다.
그외 해산물들이 이것저것 옵니다.
그러면 저희 와이프는 여기가 내집이였으면 하죠. 저는 육식, 와이프는 해산물파 입니다.
힘들게 내려와도 와이프가 그렇게 맛있게 잘 먹고 처가집에 자랑을 해댑니다. 전화로도 하고 만나서도 하고, 하도 자랑을 많이하다보니
오죽하면 처제의 소원이 그곳에가서 하룻밤만 자보고싶다 라네요.
와이프가 으쓱하며 자랑하는것도, 처가에서 부러워하는것+처가로 해산물들을 가져다 주면 너무너무 황송해하시면서 좋아하시는데, 이걸보면 어깨도 쫙 펴지는것이 기분이 참 좋습니다.
명절에 노화도에 가본지 벌써 4년이나 지났습니다.
4년전 결혼후 첫 명절인데 이미 뱃속엔 8개월된 첫째가 있었죠.
못내려가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와이프가 말합니다.
"뱃속에 있을때 가자. 나오면 더못가"
그말이 맞겠다 싶었지만 선뜻 운전대를 잡기가 쉽지 않았죠.
그러다가 문뜩 든 생각.
밤에출발을 해보면 어떨까?
결단을 내리고 밤 10시에 청주에서 출발을 합니다. 고속도로는 타지 않습니다. 1번국도만 보며 죽죽 내려갑니다.
기적처럼 차들이 없습니다!! 안보입니다!! 1시에 광주를 통과하는 기염을 토합니다. 오오 이것은...
그리고 땅끝마을까지 가는데 불과 2시간이 조금 더 걸리게됩니다. 새벽 3시
역시 나의 선견지명은..크으.. 찬양해라 내 아들아. 아빠가 이정도다.
이제 땅끝마을에 도착했다는 체크포인트인 땅끝호텔이 저멀리 보입니다.
땅끝호텔은 땅끝 갈두선착장 도착전에있는 언덕 가장 높은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 언덕을 내려가면 이제 바다가 눈에 들어오고 곧이어 선착장이 보입니다.
호텔을 지나서 이제 내리막길인데 차가있습니다???? 아, 시골길에 밤이라서 사고라도 났구나..싶어서 대기합니다.10분이 지나도 별다른 이동이 없습니다. 뭐지...뭐지 싶어 잠시 사이드를 올리고 내려가봅니다.
....................
이거 지금 다 줄선겁니다.
선착장엔 예매시스템이 없으니, 도착한 사람들부터 배를 탈수 있습니다. 그러니 배앞으로부터 그냥 차로 줄이 주욱 서있는겁니다.
적어도 여기서 선착장까지 3km는 넘을거 같은데..
...결국 저희는 오전11시30분에 배를 타는데 성공합니다....타긴탔네요...그리고 1시에 노화도에 도착합니다. 15시간.....
밤을 꼴딱 새고, 7시부터 배가 운행하니 차가 찔끔찔끔 움직이니 손놓고 쉬지도 못한채로 그렇게 땅끝에서 8시간을 보냈습니다.
8시간의 기다림도 힘들었지만 그 새벽, 하늘을 수놓는 별똥별이라는걸 처음 접한날이기도 합니다.
아무생각없이 하늘을 보는데, 수많은 별들사이로 뭔가 쉭 하고 지나가는걸 보고도 그게 별똥별인지 모르고 화장실 가다말고 어!? 방금 그거 별똥별아님?? 하고 다시 하늘로 고개를 돌렸었지요.
별똥별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더라구요, 소원의 소자도 생각 못했는데 없어지더라는....
어쨌거나 기다리는 그 순간들은 정말 힘든 시간들의 연속이였지만, 그때의 그 밤하늘과 별똥별을 생각하면 지금도 뭔지모를 감성과 고요한 그 무엇인가가 떠올라 마음과 머리가 평온해지더라구요.
이번 추석엔 그냥 집에 있었습니다.
아기들이 뱃속에도 하나, 왼손에 하나, 오른손에도 하나 있으니, 어디라도 움직이는게 쉽지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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