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 전공자로서 아래 글에 솔직히 화를 참지 못하고 글을 싸버렸습니다.
아래 글 포함해서 뭔가 추상화하고 싶으신거 같은데....
안그래도 마침 관심있는 분이 쓴 트윗이고, 제가 생각하는 추상화의 전개는 이런 것이다 보여드리면 좋을거 같아서 쓰기 시작해봤습니다.
용두사미가 된 글인데 새벽에 우다다 쓴게 아까워서 미완성 상태에 가깝지만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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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러닝 프레임워크 Keras 의 창시자로 유명한 프랑수아 숄레가
본인의 X 포스트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더군요.
A student who truly understands F=ma can solve more novel problems than a Transformer that has memorized every physics textbook ever written.
짧은 글이지만, 행간에 있는 의미, 없는 의미, 쓰레드 댓글 다 끌어내서 곱씹다보니 저는 다음과 같이 읽히더라구요.
chatGPT 같은 LLM 모델은 F=ma 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글을 물리학 교과서에 실린 그대로 설명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이 수식이 가지는 의미를 이해하고, 응용하고, 세상에 없던 독창적인 문제를 만들어내고 해결하는 면에서는 (아직...?) 인간이 뛰어나다.
비록 숄레가
후속 X 포스트 에서
['이해하는' 파트가 중요하다기보다, '독창적인'이 포인트다] 라고는 했지만,
물리학을 전공했던 사람이라 'F=ma 를 이해하는' 이라는 문장에 이미 꽂혀버렸습니다...
그리고 'somewhat understand' 정도는 하고 있는 사람이 F=ma 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한번 보여주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글로 써봤습니다.
- F=ma 가 왜 중요한가?
- F=ma 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 F=ma 기본 문제
F=ma 는 왜 중요한가?
딥러닝 개발자인 프랑스아 숄레가 왜 하필이면 F=ma 를 예시로 들었을까요? 숱한 지식 중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는 봤고, 그런만큼 얕게 이해하고 있는 지식 때문인거 같습니다. F=ma 는 물리학 지식 체계에서도 아주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에 대한 얘기를 먼저 하고 싶네요.
수학을 처음 배울 땐 집합부터 배우듯, 물리학을 처음 배울 때는 뉴턴의 운동 법칙부터 배웠을 겁니다.
- 제 1법칙 관성의 법칙
- 제 2법칙 가속도의 법칙 (F=ma)
- 제 3법칙 작용-반작용의 법칙
왜 이것부터 배울까요? 당연히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죠. 학부에서 배우는 물리학의 상당 부분이 결국 이 아이디어에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20세기 물리학의 가장 큰 발전인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도 뉴턴 역학의 확장판입니다. 흔히 상대성 이론이나 양자역학의 발전으로 뉴턴의 이론들이 부정되고 파괴적인 형태로 새로운 이론 체계가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두 이론도 결국 뉴턴이 만들었던 이론에 뿌리를 두고 발전했습니다. 뉴턴 역학에 대한 이해 없이는 현대 물리학의 새로운 이론들도 온전하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숄레도 위 X 포스트에서 언급했듯이, 뛰어난 이론은 온갖 것을 다 설명할 수 있습니다. AI 분야에서는 이걸 일반화(generalization) 성능이 뛰어나다라고 표현하고, 물리학에서는 주로 보편적(universal)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보편적인 이론은 "다양한" 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가치가 높습니다. 뉴턴 역학도 그런 보편성 측면에서 아주 위상이 높은 이론입니다. 사과가 2 m 높이에서 떨어질 때 속도도 예측할 수 있고, 지구에서 달까지 로켓을 쏠 수도 있죠.
F=ma 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F=ma 는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걸까요? 아무리 이론이 대단한들, 현실 세계는 훨씬 복잡하고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하기 위해선 현실의 모든 정보를 담기보다는, 핵심만 함축적으로 요약해서 담을 수 밖에 없습니다. 즉, 물리학은 현실의 추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 나가는 것은 대충 이런 흐름인데, 명확한 경계가 있는 단어들은 아니기 때문에 느낌적인 느낌만 느끼고 넘어가 주세요...
- 모델
- 세상에 존재하지는 않는 개념적인 객체로 실제 물체를 대체합니다. 이때 물체가 가진 속성들의 많은 것들이 무시됩니다.
- 물체 외부의 환경들도 최대한 단순화합니다.
- 규칙
- 모델 내에는 설명하고 싶은 관심 객체가 있습니다.
- 객체 간의 관계 또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재료로, 관심가는 객체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매커니즘을 만들어봅니다.
객체가 뭐냐구요? 별건 아니고 '무언가'를 유식하게 보이게 쓴 말입니다.
다양한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아주 단순한 모델과 규칙부터 시작합니다. 구체적일수록 설명할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들거든요. 이렇게 단순화된 모델은 오차를 감수할 수 있을 범위까지만 적용됩니다. 더 복잡한 사례가 있다면 더 복잡한 모델링이 필요하고, 그만큼 더 복잡한 규칙을 필요로 합니다. 보통은 보편적으로 잘 맞는 이론이 있다면 그 이론과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조건을 계속해서 덧붙입니다. 그게 좀더 효율적이거든요.
F=ma 기본 문제
(여기부터는 물리학을 최소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배워보신 분들 위주로 적혀있습니다. 조금 불친절해요.)
F=ma 도 그렇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규칙에 해당하는데, 어떤 모델을 상정하냐에 따라서 풀이가 달라질 겁니다. 아주아주 기본적인 모델을 가정해보죠.
가속도의 법칙을 통해서 설명하려고 하는 것은 결국 '어떤 물체의 시간에 따른 움직임'입니다.
설명하고자 하는 목표에 집중하기 위해 실제 물체가 가지는 여러 가지 속성을 무시합니다. 크기, 모양, 밀도 분포, 단단함 등... 이 모든 속성을 무시하고 질량 m과 위치 x 만 남겨놓죠. 흔히 질점(mass point)이라고 표현합니다. x 는 1차원으로 제한하고, a 는 가속도니까 x 값을 시간에 대해 2번 미분하는 것으로 구할 수 있죠.
이제 F가 남았습니다. 단순한 문제를 예시로 들기 위해서, 지표면 근처에서 중력만 받는 상황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지구는 둥글지만, 몇 m 수준의 스케일에서는 그 곡률이 무한대(평면)에 가까우므로 지표면을 향하는 방향으로 F=mg 만큼의 힘이 언제나 어디서나 작용하게 될겁니다.
위 문제 조건들을 종합하면 mg=ma, 즉 가속도가 g 만큼 일정한 운동을 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 설정 내에서는 어떤 시점의 속도, 어디까지 이동했을 때의 속도, 이런 것들을 계산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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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했던 양보다 분량이 너무너무 길어져서 여기서 끊겠습니다.
원래 이 이후부터는 F=ma 확장하기를 주제로 설명해보려고 했습니다.
고전역학 책 마지막으로 펼처본 게 10년은 훌쩍 넘어가지고... 쓰다보니 너무 힘드네요.
F=ma 확장하기
- 1: 공간
- 2: 회전
- 3: 연속체
- 4: 케플러 법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