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런 내 말은 언제나 공허한 메아리가 될 뿐이다.
음식들이 가득 담긴 가방과 캐리어까지 끌고 기차를 타고 동대구역에서 서울역까지 거기서 지하철을 타고 다시 집으로 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피로감이 밀려오지만 어차피 더 말해봤자 짐은 줄어들지 않고 서로의 감정만 상할걸 아니까 오늘도 먼저 내가 입을 닫는다.
와이프는 그런 내 옆에서 말없이 살포시 한숨을 내쉴 뿐이고..
대구에서 서울에 올라와서 산지 10년차..
아마 그 정도가 된 듯 하다. 서울에 처음 올라온게 2010년이었으니까..
그때부터 한 번씩 집에 내려갔다 올때마다 엄마와의 실랑이가 벌어졌지만 언제나 나의 완패다.
나는 늘 무거운 짐들을 한가득 가지고 서울로 올라와야만 했다.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게 엄마의 마음이고 그런 마음을 모르는건 아니지만..
무거운 것도 문제지만 더욱더 문제인건 엄마와 나의 입맛이 맞지 않다는 것이었다.
엄마는 전형적인 경상도식 입맛을 가지고 있으신 분이라 모든 요리에 음식 간을 강하게 그리고 맵게 하는 것에 반해
나는 매운 음식을 싫어하고 음식 간을 조금 심심하게 하는 편이니 말이다.
이러니 음식을 들고 올라오는게 스트레스라 내려갈 때마다 엄마랑 자주 티격태격했는데 그걸 그만둔건 아마도 작년 설이었던가..추석이었던가..작은 누나가 했던 말 때문이었다.
"나도 시댁에서 명절마다 잔뜩 받아와도 집에 가면 엄마가 또 바리바리 싸서 준다. 그게 엄마 마음 아니겄나. 나도 엄마 음식 입에
안 맞아서 가지고 가면 절반 이상 냉장고에 있다가 버린다. 니도 그러니까 군말 하지 말고 그냥 들고 가서 못 먹겠으면 버리더라도 들고
가라. 그게 엄마 마음이다"
그 말을 듣고 난 후 난 어느 정도 체념을 하고 주는데로 받아서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냉장고를 열어서 보이는 음식을 보니 그저 한숨이 나오는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저 음식들을 어찌 처리할꼬.. 일주일 내로 처리 못 하면 또 다시 음식물 쓰레기가 될 걸 잘 알기에 냉장고 문을 닫으며 저것들을 먹을 방법을
잘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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