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미국 텍사스주 코프먼 카운티의 검사보가 백주의 길거리에서 검은 후드와 마스크를 뒤집어쓴 괴한에게 총격을 받고 살해되었습니다.
두달후인 3월에는 살해된 검사보의 상관과 그의 아내가 집에서 마찬가지로 총에 맞은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아무리 총격 사건이 허구헌날 벌어지는 미국이지만 이처럼 명백한 공권력 대상의 연쇄 테러 사건은 드물었고 두 검사는 백인 우월주의 단체 조직원들을 일망타진하여 법정에 세운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보복범죄의 가능성이 더해져 그야말로 전국적인 이목을 끌게 됩니다.
연방과 텍사스주 사법기관이 총동원되어 범인 색출에 나선 결과 체포된 용의자는 바로 에릭 윌리엄스와 그의 부인
그런데 주범이자 남편인 에릭 윌리엄스는 극우민병대원도 KKK 단원도 아닌 바로 코프먼 카운티의 전직 치안판사였습니다.
범인의 정체가 확인되자 주변의 사람들은 충격에 탄식하면서도 그럴만 하였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사건의 시작은 바로 2011년으로 올라갑니다.
코프먼 카운티에서 잘나가던 변호사 에릭은 선거에 나서 카운티의 치안판사로 선출되게 됩니다.
(우리와 달리 미국은 하급심 판사직을 개방형으로 운영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그동안 법정에서 라이벌로서의 원한탓에 에릭이라면 치를 떨던 지방검사가 있었다는 거죠.
판사로 선출되자 마자 이들은 에릭의 주변을 샅샅이 털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에릭의 사무실과 트럭에서 카운티 법원 청사 창고에 있어야할 모니터 세대를 찾아냅니다.
창고 CCTV에 찍힌 에릭의 모습
업무에 필요했다면 그저 아랫층 관리 부서에 찾아가 모니터가 필요하다고 했으면 될일인데? 사람들이 이유를 묻자 에릭은 청사의 IT 담당자가 컴맹인 자신을 계속 무시하는 것 같아서 이런저런 부탁을 하기가 자존심상 너무 싫었을 뿐이라고 항변했습니다.
그럼 트럭에 있는 모니터는? 그것도 집으로 가져갈려는 게 아니라 교도소에서 죄수 면담을 진행할때 쓰려고 잠깐 실었던 것이라고 했지요.
그러나 에릭의 이런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절도죄로 기소되어 결국 집행유예 - 그러나 어쨌든 유죄 - 판결을 받습니다.
1500달러 상당의 모니터 세대 때문에 에릭은 모든 명예를 잃고 판사직에서 쫓겨났고 밥줄인 변호사 자격마저 정지당했습니다.
이후 생활이 어려워진 나머지 둘은 결혼반지를 내다팔 지경에 처하게 됩니다.
에릭의 부인은 중증 류마티스 환자였고 두 부부는 암환자인 장인과 뇌졸중으로 쓰러진 장모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옥죄어온 생활고와 억울함에 잠식되어 미쳐버린 에릭은 결국 있어서는 안될 치명적인 선택을 하고야 만 것이죠.
나중에 결국 텍사스 주 순회법원은 증거부족 및 절차의 불공정성 등을 이유로 에릭의 재판결과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재심을 고려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얄궃게도 너무 늦었던 것이 이것은 에릭이 검사를 살해한 바로 당일에 내려진 결정이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