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두 시 쯤 되어 정신없이 자란 머리카락을 자르기 위해 미용실에 갔다. 오랜만에 단정하게 머리카락을 자르고 집에 돌아가려는 도중 시간이 많이 남아 헌혈의 집에 들러 41번째 헌혈을 했다. 붉은 선지가 줄줄 수혈 팩에 흘러가는 모습을 보여 평생 민폐로운 삶을 살아가면서 그나마 이렇게라도 세상에 도움을 줄 수 있구나 하며 마음에 빚을 조금 갚는 느낌이 들었다. 헌혈이 끝나고 한참을 쉬고 일어났다. 그래도 몸에 기운이 빠지고 머리가 핑핑 돌았다. 예전엔 안 그랬는데, 이것 또한 나이가 먹었다는 증거인가 보다. 헌혈의 집에서 준 음료와 몽쉘로는 허기가 달래지 않았다. 뭔가 맛있는 걸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뭘 먹을까 고민하다. 간짜장을 먹기로 했다.
근처 중국집에서 먹었던 간짜장은 하나같이 맛탱이가 없었다. 언제나 광고에 속지만 그나마 정보를 얻을 곳은 블로그뿐이라 검색 후 시장 가운에 있다는 간짜장 맛집으로 찾아갔다. 안 그래도 헌혈을 해서 하늘이 노란 가운데 초행이라 한참을 헤매다 블로그가 소개한 중국집에 당도했다. 부푼 기대감을 안고 문을 여는데 아뿔싸!! 하필이면 월요일을 쉬는 날이란다. 어쩌지? 그냥 간짜장을 포기하고 대충 아무거나 먹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뭔가 아쉬웠다. 그래 한군데 더 찾아보자 하는 생각에 또 블로그 검색 후 한참을 걸어 두 번 째 중국집을 찾아갔다.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중국집 문을 열려는 데 열리지 않았다. 응? 왜 안 열리지? 브레이크 타임인가? 고민하는 찰나 문 옆에 작은 글씨로 좌절감을 느끼게 하는 문구가 있었다. `월요일은 휴무` 젠장 거참 간짜장 한번 먹기 힘들구먼. 기왕 이렇게 된 거 오늘 기필코 간짜장을 먹어야 한다는 오기가 들었다.
이번엔 집 근처 중국집에서 간짜장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집 근처를 배회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 번째 중국집을 찾았다. 그런데 왠지 느낌이 싸했다. 그래도 뭐 괜찮겠지 하고 중국집 문을 열었다. 다행히 이 집은 쉬는 날이 아니었다. 자리에 앉아 주문하기 위해 메뉴판을 봤다. 그런데 메뉴판을 차지 하는 것들은 짬뽕, 탕수육뿐이었다. 뭐지?? 간짜장 없느냐고 주인에게 물어보니 여긴 짬뽕 맛집이라 간짜장은 없다는 좌절감이 드는 말을 했다.
솟구치는 허탈감을 뒤로하고 웃으며 주인에게 간짜장이 먹고 싶어서 왔으니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밖으로 나왔다. 정말 허기에 지쳐 주저앉고 싶은 마음을 뒤로하고 마지막 진짜 마지막으로 중국집 하나만 찾아보고 이제 없으면 그냥 집에 가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면서 동네를 들어보니 여기 산 지도 오래됐는데, 매번 같은 길로만 다녀서 모르는 길과 상점, 식당, 학교 등이 많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책한다는 생각이 들어 전의 짜증이 누그러질 무렵 중국집 간판하나가 눈에 띄였다.
한달음에 달려간 중국집은 통유리로 된 가게 안에 보이는 것은 테이블이 아닌 상자들과 옷가지들이었다. 어찌 된 영문이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유리문에 쓰인 문구가 문에 뛰었다.
`택배차가 드나드니 주차를 삼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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