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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에 나가서 사진과 실물이 달라서 실망한 경험이 있으신지요?
전 소개팅 경험이 많지도 않거니와 연애에 있어서 외모를 크게 따지지 않아서 그런 경험이 많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내심 불안했습니다. 인스타그램 속 그녀는 너무나 제 이상형에 가까운데(무쌍에 귀여운 웃음), 실제 모습은 다르면 어쩌지...
더군다나 공대녀를 태어나서 친구로도 만나 본 적 없던 저에게는 약간의 편견(?)이 있었습니다.
공대녀는 옷도 투박하게 입고 성격도 남자답고 욕도 잘하고...같은 그런? 지극히 영문과스러운 생각이었죠 하하
한 칸 한 칸, 그녀를 실은 에스컬레이터는 조금씩 그녀의 모습을 제 눈에 가득 채웠고,
제 눈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인스타그램 속 그녀였습니다. 조금도 다르지 않고 그대로여서 오히려 놀라웠습니다.
하늘색 원피스에 하얀 가디건을 입고 수줍은 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하는 그녀의 모습은 그동안 제 머릿속에 막연하게 자리 잡았던
공대녀에 대한 편견을 깨부수기에 충분히 아름다웠고 여성스러웠습니다.
"아...안녕하세요?"
"뭐야 오빠 왜 존댓말해 어색하게..."
"아...아니 너무 예뻐서 하하..."
"뭐야...크크 밥이나 먹으러 가자 배고파"
음...말투는 그래도 카톡처럼 시원시원하고 당당했습니다.
잠실에 좋아하는 초밥집에 들어가니 자리가 가득차 있었는데, 마침맞게 꼭 한 자리가 비어있었습니다.
웨이팅을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싶어서 자리 잡았습니다.
사실 꽤 오래 전 일이라(벌써 8개월도 넘게 지났네요)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꽤나 쑥스러웠고 그럼에도 꽤나 즐거웠고 많은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납니다.
식사를 마치고 가을바람이 따뜻해서 함께 석촌호수를 걷자고 제안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갈까 하다가 그녀의 신발굽이 낮은 것을 보고, 어색함도 없앨겸 불쑥 제안한 것인데 다행히 그녀는 수락하였습니다.
초밥집에서 석촌호수를 가기 위해 횡단보도 앞에 서서, 문득 아까 나눈 장난 같은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나 아까 한 번에 알아봤는데 칭찬 안해줘?"
"아 맞다 신기하네 사진만 보던 사이인데 어떻게 한 번에 딱 알아봤어?"
"뭐 사진이랑 별 차이 없던데 크크 칭찬 해줘 안해줘 그래서?"
"칭찬 뭐 어떻게 오구오구 잘했어 이렇게? 크크"
"아니 손 잡기로 했잖아 크크 잡는다?"
"어...어...? 어..."
전 덥썩 그녀의 손을 잡았습니다.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지만 젓가락을 집던 그녀의 손이 유독 하얗던 기억이 나더라고요.
살짝 머뭇거리는 그녀의 손을 꽉 잡고 횡단보도를 건넜고, 롯데월드 타워를 지나 석촌호수로 들어섰습니다.
그녀는 많이 당황했을겁니다. 어쩌면 불쾌했을 수도 있고요. 살짝 뗐던 그녀의 손에서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전 너무나 좋았습니다. 차갑지만 부드러운 그녀의 손을 잡고 석촌호수 동호를 반바퀴 돌아서 적당한 벤치에 앉았습니다.
우린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역시나 오래 전이라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다만 그녀의 한마디는 떠오릅니다.
"난 힘들거나 슬픈 일이 있을수록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아. 그래서 친구들이나 가까운 사람들이 서운해하더라고.
오빠도 나랑 가깝게 지내다 보면 그런 점들이 서운할 수도 있어.."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으로는 우린 처음 만남치고는 꽤나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벤치에서 일어섰을때 그대로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공유했던 것 같습니다. 커피 한 잔 마시자는 제 제안에 그녀도 꽤나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흔쾌히 응했습니다.
석촌호수 근처 바와 카페를 겸하는 곳에 들어가서 상큼한 에이드를 마시다 보니 뒤늦은 수줍음이 몰려오더군요.
무슨 용기로 그녀의 손을 잡았을까요 크크...지금도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렇게 우린 카페에서 나왔고, 잠실역까지는 생각보다 짧은 거리여서 곧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저를 조급하게 했습니다.
전 그녀가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카톡과는 달랐던 그녀의 여성스러움과 수줍음이 저를 매료시켰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의 목소리가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라디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 같은 목소리였습니다.
가장 중요한건, 그냥 예뻤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봤던 그 모습 그대로 제 이상형이었습니다.
어떻게든 그녀를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었습니다...
"오빠는 집에 어떻게 가? 난 잠실역에서 지하철 타면 될 것 같아"
"난 버스로 한 번에 집까지 갈 수 있어 크크"
"아 뭐야 불공평해 크크 그럼 조심히 가!"
"아 저기, 이번주 토요일날 인사동 안 갈래?"
-5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