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가 보수단체 대표들을 피신청인으로 하는 시위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국가도 아니고 일반 사인이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게 가능할 수 있는가 의문이 들 수 있는데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모두 그게 가능하고, 이런 가처분이 헌법이 금하는 사전검열이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대법원 2006. 5. 26. 선고 2004다62597 판결, 헌법재판소 2001. 8. 30. 자 2000헌바36 결정)
실제로 우리 집(회사건물 등 포함) 앞에서 시위하는 걸 막아달라는 가처분은 굉장히 빈번히 있었습니다.
그 명칭이야 업무방해금지, 접근금지, 출입금지, 시위금지 등등 다양했지만 다 마찬가지입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알수 있듯 이 제도는 대체로 소위 '갑'이 '을'을 상대로 이용하는 물건입니다.
가장 전형적인 예가 회사가 노조의 시위를 막아달라는 경우니까요.
종래에도 집회의 자유에 관하여는 많은 논의가 있었으나
주로 공법인 헌법 21조나 집시법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주된 대립구도도 '국가권력 vs 개인의 자유'라고 이해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결과 금지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 허용해야 한다는 식의 논변이 우위를 점하는 경향이 강했지요.
그런데 시위금지가처분은 기본적으로 민사법 상의 권리행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고
주된 대립구도는 '개인의 자유 vs 개인의 자유'라는 점에서 약간은 관점을 달리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즉 여기서 문제는 자유의 충돌이고, 되도록 양자를 조화시키는 방향의 결론을 끌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이건 결국 양쪽 당사자가 어느 정도씩은 양보를 해야 한다는 것도 암시합니다.
아래에서는 민사절차의 일종인 시위금지 가처분에 관하여 주마간산 격으로 알아보겠습니다.
1. 가처분의 기본 개념
민사상 권리를 만족할 수 있도록 공권력의 힘을 빌려 선제적으로 취하는 법적 조치를 보전처분이라고 합니다.
보전처분에는 어떤 권리를 보전하느냐에 따라 가압류와 가처분이 있는데
전자는 금전채권을 보전하기 위한 보전처분이고 후자는 비금전채권(물권적 청구권도 포함)을 보전하기 위한 보전처분입니다.
보전처분에는 다시 다툼의 대상에 가처분(이하 '계쟁물 가처분')과 임시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이하 '임시지위 가처분')이 있습니다.
가압류와 계쟁물 가처분이 대체로 나중에 강제집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목적의 것이라면
임시지위 가처분은 지금 당장 권리 실현을 보기 위한 목적이 좀더 강하다는 특색이 있습니다.
보전처분의 요건은 공통적으로 1) 피보전채권의 존재, 2) 보전필요성의 존재입니다.
이 때 가압류나 계쟁물 가처분은 피보전채권의 존재만으로 보전필요성의 존재가 거의 추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임시지위 가처분의 경우 보전필요성 요건의 독자적 의의가 높고 보다 엄격한 심사를 하는 편입니다.
(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 대법원 1993. 2. 12. 선고 92다40563 판결 참조)
이에 피보전채권의 존재가 인정되도 보전필요성이 없다는 이유로 신청이 기각되는 예가 적지 않습니다.
2. 시위금지가처분의 신청 요건
가. 피보전권리: 인격권 침해에 기한 금지청구권
(1) 인격권의 개념
소위 '인격권'의 개념에 관하여는 언론중재법 제5조 제1항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은 장기적으로는 민법으로의 이동이 필요하다는 데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생명, 자유, 신체, 건강, 명예,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초상(肖像), 성명, 음성, 대화, 저작물 및 사적(私的) 문서,
그리고 그 밖의 인격적 가치 등에 관한 권리입니다.
사실 생명, 자유, 신체, 건강에 관한 권리는 굳이 인격권에 포괄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보임을 고려하면
결국 명예, 사생활(초상, 성명 등 포괄), 지식재산권과 이와 유사한 권리를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그 밖의 인격적 가치'에 주거권 내지 주거의 평온이 포함되는지가 문제될 수 있는데
(참고로 주거침입죄 관련으로 대법원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주거의 평온이지 주거권이 아니란 입장입니다.)
하급심 법원들은 주거의 평온 또는 사생활의 평온 침해에 근거하여 피보전권리 존재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서울고등법원 2014. 12. 18. 선고 2014나21948 판결 등)
(2) 금지청구권
법원은 오래전부터 인격권 침해에 근거해서 단순 손해배상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격권 침해의 금지(현재의 침해의 정지, 장래의 침해의 방지 포함)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해왔습니다.
(대법원 1996. 4. 12. 선고 93다40614, 40621 판결)
이러한 청구의 근거가 뭔지도 문제되는데 아무래도 대법원은 인격권 자체의 성질에 비춰
명문의 근거 없이도 당연히 이러한 청구가 가능하다고 이해하는 것으로 봅니다.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0950 판결)
나. 보전필요성: 소음 수준, 시위내용과 장소의 관련성, 사건과 무관한 3자들이 받는 고통 등
임시지위 가처분의 보전필요성 요건이 빡세다는 것은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특히 시위 금지 가처분의 경우 법원이 중시하는 기준이 몇 가지 있습니다.
(1) 과도한 소음
소음이 과도한지 여부에 관해서는 집시법 시행령 별표 2의 소음기준이 주된 참고자료가 됩니다.
특히 주거지역의 경우 주간은 65dB 이하, 야간은 60dB 이하가 요구됩니다.
성남시가 판교 철거민들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방해금지가처분 사건에서 법원이 이러한 기준에 입각하여
72.6~79.3dB의 소음을 야기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2. 1. 10. 자 2011카합672 결정, 이하 '성남시 사건')
고양시청 앞에서 철거민들이 시위를 벌인 사건에서도 마찬가지 기준이 원용됬습니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11. 5. 13. 자 2011카합147 결정, 이하 '고양시 사건')
(2) 시위내용과 장소의 관련성
한편 회사와 노조가 고용승계, 부당해고 등 관련으로 쟁의 중에 있던 중
노조가 회사 대표의 집(아파트) 앞에서 시위를 한 사안에서
법원은 위 아파트는 대표의 거주지일 뿐 회사나 쟁의행위 발생지와 아무 관련 없는 곳이란 점을 고려했습니다.
(제주지방법원 2016. 6. 14. 자 2016카합10019 결정, 이하 '제주 사건')
(3) 사건과 무관한 3자들이 받는 고통
시위장소 근처가 주거구역인 경우 엉뚱한 3자들의 주거, 사생활 평온이 침해받는다는 점이 보전필요성에 참작됩니다.
대표적으로 성남시 사건의 경우 성남시청이 일반주거지역 안에 있다는 점이 참작되었고
제주 사건에선 사건과 전혀 무관한 아파트 주민들의 피해가 참작됬습니다.
한편 시위장소가 공무소 근처라면 해당 장소에서 업무를 보는 공무원들이 받는 고통도 참작됩니다.
시위장소가 회사 근처라면 인근 회사원들의 고통이 참작될 것입니다.
그 밖에 성남시 사건의 경우 시청 안에 열람실, 어린이집이 있다는 사정도 참작됬습니다.
근처에 소음에 더 민감한 주체(어린이)나 시설(도서관 등)이 존재한다면 보전필요성이 더 크다고 인정될 수 있습니다.
3. 시위금지 가처분 재판
가. 의의
서두에서 언급했듯 이러한 가처분은 엄밀히 말하면 개인의 자유 간 충돌의 문제이기 때문에
국가권력 대 개인의 자유의 구도에 비해 집회, 시위의 자유에 대한 제한필요성이 커지는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민사 가처분만으로 집회, 시위를 전면 금지하는데 이른다면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결국은 어떤 구체적인 행위를 금지하느냐가 주된 쟁점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금지명령을 위반한 경우 어떻게 제재하느냐도 문제되는데 이건 실제현실에선 간접강제금 부과로서 이뤄집니다.
나. 구체적 사례
(1) 금지신청 부분
일단 집회, 시위 자체를 아예 금지하는 신청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고양시 사건에서 실제로 인근 100m 이내 집회, 시위 금지신청은 배척되었습니다.
신청인으로선 금지를 구하는 행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할 것이고
경우에 따라선 법원이 직권으로 적당하다고 판단되는 금지행위를 정해줄 수 있습니다.(민사집행법 제305조 제1항)
이러한 행위의 예로는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1) 각종 혐오유발행위
: 전형적으로 집시법 기준치 이상의 소음유발행위는 특정이 편하기 때문에 자주 금지됩니다.
고양시 사건에선 장례용 관, 장례용 오색 끈, 만장등을 시청 근처에 반입하거나 이를 이용해 시위하는 행위가 금지됬습니다.
2) 주장을 현수막, 유인물 등 과격한 수단을 이용해 표현하는 행위
제주 사건의 경우 흥미롭게도 신청인 측 회사의 해고가 부당해고라는 취지의 중노위 및 법원 판결이 있던 상태라
명예훼손에 기한 금지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주장하는 부분은 배척되었음에도
사생활과 주거의 평온 침해에 기한 금지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주장하는 부분이 인정되어
노조 측이 부당해고 운운하는 주장을 현수막, 유인물 등을 이용해 아파트 근처에서 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옳은 주장이라도 엉뚱한 장소에서 현수막, 유인물, 피켓 등을 이용해 표현하는 건 문제라는 취지입니다.
성남시 사건의 경우 아예 철거민들의 주장은 대법원 판결을 통해 확정적으로 배척되었으므로
피신청인들이 입회 중인 모든 집회장소 주변에서 확성기, 현수막 등으로 성남시와 성남시장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가 금지대상이 됬습니다.
그와 달리 피신청인들의 주장에 나름 근거가 있었다면 어느 정도의 표현행위는 허용되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입니다.
3) 그 자체로 불법적인 행위
성남시 사건의 경우 성남시 주최행사를 방해하거나 공무원들 출근을 방해하는 행위가 금지됬습니다.
이렇듯 아예 집회와 시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한 행위라면 금지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신청인 측 소유 건물이나 시설로의 무단진입금지는 자주 받아들여지는 편입니다.
이러한 행위가 형법 상 주거침입죄 등에 포섭되기 때문입니다.
(2) 간접강제금
법원의 금지명령을 위반한 경우 간접강제금을 납부할 의무를 지게 됩니다.
간접강제금 부과는 행위 단위로 이뤄질 경우도 있고 위반기간 단위로 이줘질 경우도 있었습니다.
전자의 예로 제주 사건의 경우 소음유발 등 금지행위를 1번 위반할 때마다 100만원 씩,
성남시 사건의 경우 50만원 씩의 간접강제금을 부과했던 바 있습니다.
후자의 예로 제주 사건의 경우 현수막 철거의무 미이행시 철거할때까지 1일 당 100만원 씩,
고양시 사건의 경우 소음유발 등을 계속한 기간동안 1일 당 5만원 씩의 간접강제금을 부과했습니다.
간접강제금의 인정액수에 다소 편차가 심해보이는데, 그리 적절치는 못한 모습입니다.
4. 결론
이상으로 시위금지 가처분에 관해 주마간산격으로 살펴봤습니다.
이번 박영수 특별검사의 신청은 어떻게 마무리될지가 주목되는 대목인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직접 영상으로 현장의 느낌을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영상으로부터 사건 현장이 아파트 단지 앞인 것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인근 주민들이 뜬금없이 날벼락을 맞고 있는 중임이 능히 짐작되는 상황입니다.
한편 시위현장에선 마이크, 호루라기, 고성의 구호제창 등 전형적 소음유발행위를 두루 관찰할 수 있습니다.
현장의 소음 정도는 아마 집시법 기준을 넘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청서나 소명자료, 피신청인 측의 반박 등을 보지 않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나
아무래도 소음유발행위에 대한 금지명령은 나올 가능성은 제법 있는 편이고
과거 선례에 비춰 아파트 부지로부터 100~200m 정도 거리 이내의 접근금지 정도는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외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들을 금지할 것인지, 간접강제금은 얼마인지등은 현재로선 단언하기 어려워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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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에 의하면 건물 근처에 화단이나 정원, 숲 같은게 둘러싸고 있어
그 안의 땅이 건물 부지로 쓰이는게 눈에 보일 정도면 화단 등 안쪽은 소위 '위요지'가 되서
무단침입하면 주거침입죄에 해당하게 됩니다.
실제 현실에선 뭐 남의 아파트 화단을 좀 걸었다고 주거침입이 되진 않는데
실제적으론 그정도 행위는 아파트 사람들도 묵인을 하니 주거권자 동의가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행위가 문제되는 건 주로 범죄(절도, 강도, 성폭행 등)를 저지르려고 들어온 경우,
그 외에도 아파트 측이 들어오지 말라고 명백한 의사표시를 한 경우입니다.
이 사안의 경우 아파트 측이 저 애국시민들(?)의 출입을 반기지 않았을 것임이 자명해보입니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저분들이 뭐 그런 사소한(?) 문제로 출입을 꺼렸을 것 같지는 않고
그냥 저 많은 사람들이 같이 시위할 자리가 저기밖에 없어서 그랬다는게 더 말이 되는 설명 같네요.
사실 남편 허락 없이 집에 들어와서 부인하고 간통하는 행위가 주거침입이란 판례이론에 따르면
아파트 주민 1000명 중 999명이 아무 신경 안쓰는데 딱 1명 성격 이상한 사람이 주거침입이라고 우기면
그냥 남의 아파트 화단에서 산책 좀 했다가 주거침입으로 잡혀들어가야 됩니다.
아무래도 이건 부자연스러운 일이죠.
예상되는 반응
1. 다른 분들도 이렇게 팩트를 가져오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 갑자기 쿨한 척. 하지만 다른 부분에서 본인이 승리했다는 여지를 남긴다.
2. 경우가 다르다고 궤변 시작 : 속으로는 후달리지만 어그로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못한다.
3. 잠수 : 꽝! 다음 기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