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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6/27 17:06:08
Name 제로로꾸
Subject [일반] 헬스장에서 알바 한 썰
제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구직 활동 중에 약 6개월 간 아는 사장형님의 헬스장에서 알바를 했었습니다.
운동도 배우고 몸도 좀 만들면서 나름 최저시급 이지만 짭짭한 용돈 벌이도 됐고
그간 직장 생활에서 받았던 스트레스와 정신적 충격들이 자연스레 치유 되면서
육체적, 정신적 힐링을 함께 할수 있었던 좋은 시간 이었습니다.
물론 전문 트레이너를 하시는 분들에게는 취미가 아닌 일이라 스트레스를 받으시겠지만요...
모 커뮤니티에서 고추 드라이 건이 이슈 되면서 그 때 추억이 떠올라 몇가지 적어 봅니다.

1. 역시나 여자 탈의실 샤워실은 헬

풍문으로 듣기는 했지만 그 정도 일 줄은 몰랐습니다.
피크 타임 지나고 들어가 보면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습니다.
바닥과 화장대, 평상, 그리고 구석 구석에 수건들이 내팽개쳐져 있고
바닥에는 머리 카락이 카펫트 깔리듯 떨어져 있고
쓰레기 통은 분명 피크 타임 이전에 비워 두었건만 넘처나다 못해 산을 이루고 분리 수거 같은건 완전 무시 됩니다.
샤워실에는 다쓴 샴푸통, 린스통, 그외 여성 용품의 빈통, 기본 제공되는 비누타월, 수건 등이
머리카락에 막혀 물이 고인 하수구쪽에서 둥둥 떠 있거나 엉켜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남자 탈의실 샤워실은청소 할게 별로 없습니다.
물론 여혐이 아니라 남녀의 차이 입니다. 남자는 목욕할때 비누 하나면 끝이죠...

2. 더 넓은 여자 탈의실과 샤워실

보통 여자분들은 운동 1시간 하면 샤워를 1시간 합니다.
이 역시 여자라는 신체 특성이나 샤워 방식 그리고 긴 머리도 한 몫 합니다.
그래서 샤워실 탈의실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 질수 밖에 없고 그것은 회전률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사장형님이 여자용 시설은 더 크게 지으셨다고 하더군요.
남자는? 운동 1시간 하면 샤워는 20분 이면 끝입니다. 머리도 잘 안 말리고 갑니다.

3. 세탁물과의 전쟁

1시간 세탁물 모으기 - 30분  세탁 - 20분 건조기
이 사이클이 피크타임인 아침 9시 ~ 오후 1시 그리고 저녁 6시 ~ 10시 까지 돌아 갑니다.
수건 같이 물 많이 먹고 잘 빨아야 할것들은 따로 세탁소에 외주를 줍니다만 대여용 헬스복은 자체 세탁을 했습니다.
한가한 시간에 나오는 세탁물은 수건 까지도 같이 세탁 하긴 합니다.
방금 건조기에서 꺼낸 세탁물에서 나는 섬유 린스 냄새는 세탁의 즐거움을 느끼게 합니다.
처음에는 속옷이 나와 놀라기도 하지만 좀 지나면 그러려니 합니다.

4. 쉴틈 없는 청소 ...청소 또 청소...

사람이 마니 드나드니 먼지와 머리카락 그리고 땀이나 채액이 장난 아닙니다.
1시간 마다 무선 청소기를 사용해 바닥에 먼지나 머리카락들을 빨아들여줘야 하고
마른 걸레를 항시 들고 다니며 기구의 좌석이나 등받이, 손잡이에 뭍은 땀이나 침, 또는 화장품 뭍은것 등을 닦아 줍니다.
바닥에 흘린 물이나 보충제 액 등등도 수시로 닦아야 합니다.
주말에 대청소를 하는데 먼지나 이물질이 제일 많이 떨어지는 런닝머신이 주요 청소 대상이고
사방에 붙어있는 전신 거울도 닦아 줘야 하고 탈의실에 있는 캐비넷 정리, 샤워실 벽이랑 바닥 청소를 합니다.

5. 안면인식장애... 같은거 없다

총회원 300여명에 매일 150여명이 드나드는 헬스장 이었습니다.
평소에 안면인식장애가 있다고 생각 했는데 6개월 정도 일해보니 그런거 없습니다.
6개월을 매일 같이 마주치다 보니 기본 신상은 물론 취향이나 성격까지 다 파악하게 됩니다.
좀 친해진 회원은 가족관계나 대소사를 다 알게 됩니다.
시간대 별로 누가 왔다가 가는지도 파악이 되고 나중엔 들어올때 숨소리나 뒷통수만 봐도 누군지 알게 됩니다.
물론 그만 둔 지금 그분들 이름도 다 가물가물 합니다.

6. 운동과 수다

운동을 진짜 잘하시는 분들은 혼자 1시간 정도 하면서 쉴틈이 없습니다.
자기만의 루틴을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분들만 오면 편합니다.
근데 운동 하시러 오는 분들 중에 그룹이 만들어져 있으면 운동 보다는 썰을 더 마니 합니다.
루틴 하나 하면 한 썰 풀고 루틴 하나 하고 담배 피러 갔다 오고 루틴 하나 하고 또 다시 썰 풀고
그리고 다같이 런닝머신 가서 같은 티비 채널 보면서 낄낄 거리며 걷습니다.
간혹 그런 그룹에 있던 분들이 시간이 안 맞아 혼자 오시면 썰 대상이 그룹원에서 저로 바뀝니다.
카운터 지키며 그 수다를 다 들어줘야 합니다.
아줌마들은 운동 보다는 그룹 맴버들을 만나러 옵니다. 그녀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사우나에서 보냅니다.

7. 눈 호강
헬스장 이다 보니 몸 좋은 분들이 많아서 눈 호강은 확실히 할수 있습니다.
물론 망가진 몸으로 오신분들이 더 많은 지라 안본 눈 사야 할때가 더 많긴 합니다.
요가 타임과 댄스 타임이 되면 확실히 눈 호강 시간 입니다.
그 시간대에 맞춰서 운동 오시는 남자 분들도 많습니다.
가끔 용감하게 요가나 댄스에 참여 하시는 남자 분들도 계십니다. 그 용기가 부럽습니다.

8. 죽창

가끔 커플들이 와서 운동하는데 정말 눈꼴 시립니다. 헬스장에선 그러시면 안됩니다.


몇가지 에피는 다음에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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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ated
16/06/27 17:11
수정 아이콘
이거 미리보기 없나요? 네이버 웹툰처럼 미리보기 만들어주세요!
제로로꾸
16/06/27 19:14
수정 아이콘
피쟐은 유료 결제 시스템이 없습니다....
쪼아저씨
16/06/27 17:15
수정 아이콘
재밌네요. 이런 류의 알바 썰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
제로로꾸
16/06/27 19:15
수정 아이콘
환영 감사합니다.
16/06/27 17:21
수정 아이콘
저도 헬스장 알바 짧게했는데 이때 처음으로 아주머님들의 화끈 입담을 처음 체험했네요. 당시 한창 박시후 사건때였는데 수위가 후덜덜....
청소는 정말 백번공감합니다. 헬스장 사용하시는분들은 만약 탈의실&샤워실 깨끗하다면 시설관리 그곳 관리자가 엄청 잘하는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제로로꾸
16/06/27 19:16
수정 아이콘
고정줌마님들 입담은 흐흐흐
일하면서 저 오고 나서 헬스장 깨끗해졌다고 칭찬 많이 받아 뿌듯했습니다.
어리버리
16/06/27 17:23
수정 아이콘
운영시간 중 여자 탈의실은 여자 트레이너들이 청소를 하나요? 보통 따로 사람을 뽑지는 않는거 같더군요.
제로로꾸
16/06/27 19:18
수정 아이콘
제 근무 초기에는 여직원이 없어서 여성 회원이나 여자 트레이너에게 탈의실에 있는 수건 같은 것들만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곤 했습니다.
그 당시 피크 타임 전과 끝에만 청소를 할수 있어서 상태가 더 안 좋긴 했습니다.
여름이 가까워지고 회원이 늘어나서 피크 타임 파트 알바 여자분 긴급 채용해서 해결했습니다.
Knights of Pen and Paper
16/06/27 17:29
수정 아이콘
남자가 샤워 20분이라니 너무 기네요. 5분이면 충분하죠!
아스트란맥
16/06/27 17:33
수정 아이콘
들어가서 옷 벗고 속옷 벗고 씻고 나와서 대충 닦고 머리카락 털어주고 속옷 입고 옷 입고 나오고...
여기까지가 20분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크크 (씻는 것 만이라면 평균 5분인듯...)
강동원
16/06/27 17:36
수정 아이콘
이것도 남자와 여자의 의식 차이랄까...?
여자들은 샤워 시간 셀 때 탈의실 입장부터 퇴장까지라면
남자들은 물뿌릴 때부터 마지막 마무리 물뿌리기까지 로 세는 것 같아요 크크
하고싶은대로
16/06/27 17:55
수정 아이콘
저도 그부분에 의아했는데 옷벗고 옷입는 시간 합치면 그정도 맞을것 같습니다 크크
한글날아닌데닉바꿈
16/06/27 18:17
수정 아이콘
요즘같은 여름기준으로 탈의+순수샤워+면봉질+드라이+체중계 확인+거울앞에서 똥폼까지 10분 아닙니까? 크크
하고싶은대로
16/06/27 18:22
수정 아이콘
예전이면 베컴머리 만들어보기도 포함되겠죠 크크
홍승식
16/06/27 17:35
수정 아이콘
추천을 맞았으니 오래 쉬지 못할 것이야.
금세 다음편이 올라오겠지.
제로로꾸
16/06/27 19:19
수정 아이콘
퇴근 하고 집에 와서 할게 없으니 바로 쓰겠습니다.
16/06/27 17:41
수정 아이콘
썸을 기대했...어요 크크
제로로꾸
16/06/27 19:20
수정 아이콘
그런게 있을리가... 기대 하세요...
16/06/27 17:45
수정 아이콘
헬스장 6개월 째인데 저두 아주머님들의 입담때문에 요새 즐겁습니다 크크
사정이 생겨 시간대가 바꼈는데 아주머님들의 친화력과 대화의 수위는 가기 싫어도 헬스장 나가게 만들더군요.
연예 뉴스 안봐도됩니다. 이 분들이 직접 다 보고 오시거든요. 슬슬 갈 시간이네요.
제로로꾸
16/06/27 19:22
수정 아이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에선 꽤 소중한 경험 이었습니다.
동네형
16/06/27 18:01
수정 아이콘
누구보다 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네요. 2번은 진짜 흐흐흐흐. 여자 화장실도 뭐 쩔죠.
제로로꾸
16/06/27 19:24
수정 아이콘
다행이 화장실 청소는 저희가 하는게 아니라서 별일 없었습니다. 화장지 교체 정도만...
2번은 정말...흐흐흐흐
DJ전설
16/06/27 18:14
수정 아이콘
줌바 댄스 강사로 휘트니스 센터를 전전하며 3년 정도 활동 하고 있는데 전 아직도 재미있네요.
회원들의 99%가 여성 회원이고 다 아주머니분들이라서 열정적으로 수업하면 다 알아주셔서 좋은거 같아요.
살사, 바차타 강습 할때는 커플 댄스라서 재미있지만 힘든 점이 많았지만
센터 줌바 수업은 남자 강사로서 재미나고 매력 있는거 같아요.
제로로꾸
16/06/27 19:25
수정 아이콘
헉! 남자 강사세요? 있다고는 들었는데 실존 인물을 이렇게 뵈게 될줄이야...
인기 많으셨겠네요... 부침도 많으셨겠고요...
DJ전설
16/06/27 23:22
수정 아이콘
수업은 지금도 너무 잘 하고 있고요~
수업도 많이 들어와요.
아직 특별히 부침이라고 할만한 일은 없었어요.
워낙 여성분이 많은 곳에서 오래 활동 중이라 그런 쪽으로 관리는 잘 해 왔거든요.
라미레즈
16/06/27 20:07
수정 아이콘
저도 스포츠센터 직원임니다.
5년차 들어가네요.
남자 탈의실이 메인이라서 그다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슴니다.
다만 매일 아침에 여자 탈의실에 전기랑
사우나 불 올리러는 들어감니다.

아주 가끔 수영 강습 하러 오는
여성 회원분중에 첫날에 비키니 입고 오시는
분이 잇슴니다.
물론 저는 듣기만 햇슴니다.
제로로꾸
16/06/27 21:56
수정 아이콘
비키니 라니... 수영장이 있는 대형 스포츠 센터는 그런 일도 있군요...
16/06/27 22:39
수정 아이콘
헬스가서 처음에는 여성분들 몸매에 눈이 자동으로 갔는데

운동 반년정도 하니까 점점 남자들 몸에 눈이가요.....
와....팔뚝...어깨...광배...얼마나해야 저렇게되나...
16/06/28 00:19
수정 아이콘
제가 다니는 헬스장은 여름철에 에어컨을 잘 가동하지 않습니다.

작년에도 (아마 7월말 혹은 8월 초에) 사장님께 제가 너무 덥다고 하니까 그때서야 틀어주시더군요.

할머니 회원이 많아서 춥다는 의견 때문이라는데, 운동 가면 그 열기 때문에 짜증이 확 밀어 올라오는지라

그 상태서 에어컨 이야기하면 웃는 낫으로는 말을 못 건네겠네요.

사장님이 시설관리보다는 본인 운동에 치중하는데, 서로 얼굴 붉히지 않고 시원한 바람 맞을 방법 있을까요?

(이벤트 할인가에 눈이 멀어 여름철에 다른데로 옮기는걸 깜빡깜빡 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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