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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3/27 17:43:31
Name Colorful
Subject [일반] 나는 100살이 되면 자살할거야
내가 상대할 여성이 정해졌다

일반적으로 여자는 남자를 상대해야했지만 고등학생을 찾는다는건 대부분 변태들을 의미했고 폭력적인 부분이 많았다.
나는 매니저님앞에서 울었다.

- 여자를 상대하는건 어때?

이후 접대 횟수는 일주일에 한 번에서 삼 주에 한 번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나는 아직 희귀종이었고 기분좋은 두께의 흰 봉투를 받았다. 대부분 기구를 사용하는걸 좋아했지만 남자를 대하는것보단 훨씬 편했다.


내가 상대한 여러 사람들의 인생은 모르지만, 또 물어봐서도 안되지만 대부분 뭔가 독특하다고 할까 이상하다고 할까


기억에 그을린 한 여자가 있다.


30대후반의 그 여성은 피부가 고운게 관리를 해주는 몸이라 생각이 들었다.
침대에 같이 누워있는데 그녀가 말했다.

- 나는 100살이 되면 자살할거야

나는 유머인줄 알고 살짝 웃는 척을 했다. 그녀는 죽기 며칠남았는지 그 날의 날짜가 언제인지 나에게 알려주었다.

- 왜 언니는 그날 자살하시게요?

그녀가 그 날을 정한건 고등학생 때라고 했다.

- 문뜩 사람들은 언젠가는 죽는다는게 나한테 와닿았어. 나도 죽는다는게 느껴지더라고. 근데 만약 지금 죽는다면 너무 하찮고 어이가 없는거야. 그래서 항상 죽음을 생각하기로 했어. 내가 죽을 때가 되면 과연 지금 했던 선택을 후회할지 생각하면서 말이지. 근데 죽음 자체가 굉장히 모호해. 내 손에 잡히지 않으니까. 그래서 자살을 생각했어. 내 인생은 내가 살고 내가 끝내기로. 매일 아침마다 일어나서 드는 생각이 뭔지알아? 첫 번째는 오늘도 내가 살았구나. 두 번째는 내가 살 날이 하루가 줄었구나. 살 날이 줄었다는 생각이 얼마나 슬픈지 몰라. 언제는 그 생각에 하루종일 이불 속에서 우울해져 있어. 60년이나 남았는데도 하루하루 죽음의 날을 세는게 굉장히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나는 죽음이라는 사실을 피하고 싶지 않아. 가끔씩 죽음앞에서 생기는 슬픔자체도 하나의 경험으로 느껴지고 추억처럼 생각나. 나는 그러면서 인생이 무엇인지 느껴. 행복이 무엇이고 지금 내 주변 사람들은 누구이고 너가 누구인지 너의 삶이 어떤지


내가 상대한 사람들은 부자였고 그녀도 부자였으리. 나는 왠지 그녀가 부자인게, 자기관리가 철저해 보이는게 이해가 되었다.

나도 가끔 자살에 대해 생각한다. 교복을 입고 웃고 다니는 애들을 보았던 날 밤에는 더 심했다. 그 날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밤이불 안에서 그 교복들을 부러워하고 혐오하는 감정에 휩싸인다. 나는 여기서 지금 뭘하고 있는건지...
하지만 다음날 아침이면 나는 그 사실을 회피하고선 또다시 뭉게뭉게 살아간다.

죽음에 맞서는 사람이 맞서지 못할 것은 있을까? 처음엔 딴 사람들처럼 무슨 헛소리를 하나 싶었다가 그녀가 내 삶에 대해 생각해 본다고 하면서 나의 이마에 손을 얹였을 때 나는 거의 울뻔했다.

나는 죽음은 커녕 이 순간조차 직시하기 싫었다. 그냥 생각하기 싫었다. 난 그녀가 내 손을 잡고 나의 현실을 같이 헤쳐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같이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곧 룸에서 나갔다. 나는 또다시 찾아온 이 가벼움에 헛구역질이 나왔다.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방바닥에 두루마리 휴지가 누워서 혀를 내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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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타니스를위하여
16/03/27 18:02
수정 아이콘
아니 그런 생각하는 사람이 돈주고 사람사거 기구쓰면서 섹스하다니 ㅠㅠ
역시 삶의 공허함 앞에서도

성욕은 쌔군요
16/03/27 18:11
수정 아이콘
삶이 공허할수록 자극적인 것에 빠지기 쉽지 않나요??
좋아요
16/03/27 18:14
수정 아이콘
굉장히 아무이유없이 하루키가 문득 떠올라버렸습니...
펠릭스
16/03/27 18:18
수정 아이콘
그리고 나는...
절름발이이리
16/03/27 18:17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 더더욱 섹스해야죠.
간디가
16/03/27 18:28
수정 아이콘
전 섹스를 한다는 것보다 어린 여고생이 대상이었다는게 더 흥미롭습니다.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고 있지만 자신의 생각을 보다 확고히하기 위해 저러는 것 같아요.관계에서 주도권을 놓치기 싫어서 굳이 저런 상대를 고른 것 같기도 하고요.
16/03/27 18:22
수정 아이콘
살면서 느끼는 죽음이라는 개념은 책에서나 나오는 그런 물건이지만 가끔씩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잠자리에 누웠을때 문득 그 죽음이 실감나게 느껴지는 때가 있죠.잠잘때 경험하는 의식의 끊김, 그게 무한하게 지속되는 죽음..막연하지만 상상만 해도 싫고 그 일은 언젠가 나에게 닥친다는게 확정되어있는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우울해지죠.

다만 그냥 자고 일어나면 또 사라져있는 개념일 뿐이고요. 본문대로 죽음이란건 모호한 것이니까. 나는 분명 100살까지 살기 어렵겠지만, 100살이상 살수도 있는거고, 어쩌면 과학혁명이 일어나서 저같은 서민들도 불로불사하거나 가상현실에서 영원히 살수있는가능성도 있지 않겠어요? 그런식으로 가능성을 열어두면 죽음이란건 또다시 나와는 거리가 먼 책속의 이야기가 되는것이죠.

본문의 이야기가 진짠지 소설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사람이 죽음의 기한을 정해놓는건 참 대단하다 싶어요. 내 죽음을 책속의 개념이 아니라 가끔씩 잠들면서 느끼는 그 우울한 실체에 스스로 더 다가서는것이니까요. 그게 중2병이나 허세가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나의 사망일 countdown을 한다면, 성공한 사람이 된것도 이상하지는 않은것 같네요.
루키즈
16/03/27 20:41
수정 아이콘
한때엔 머지않은 날에 내가 죽지 않을까 생각하고 살았는데 요즘은 70-80 넘도록 지금처럼 이렇게 계속 살면 어떡하지 하며 살고있네요
닉네임을바꾸다
16/03/27 21:18
수정 아이콘
100살까지 살걸 고려할려면 알츠하이머로 그거 기억 못할걸 걱정해야할판...
티타늄
16/03/28 04:49
수정 아이콘
잘 읽고갑니다. 크게 느낀바가 있네요.
앓아누워
16/03/28 05:34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생각이 많아지네요... 근데 100살까지 살다가 죽겠다는건 살만큼 살다가 가고싶다는 소리같은데....?
육체적고민
16/03/28 09:21
수정 아이콘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하였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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