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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3/26 14:52:27
Name 카우카우파이넌스
Subject [일반] 게시판 신설 시 검토사항


1. 서론

피지알은 현재 자게, 겜게, 유게, 질게를 중심으로 굴러가면서
필요할 때마다 임시게시판을 신설했다가 폐쇄하는 식으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서 상설게시판을 새로 추가한다면
그 선결문제로 몇가지 점이 우선 논의되어야 할 것입니다.



2. 게시판 별 관할문제 - 무슨 글을 어디에 올려야 하나?

게시판 관할문제가 얼마나 골때리는 문제인지를 검토하기 위해 그리 멀리 갈 필요도 없습니다.
바로 밑에 한 유저가 걸그룹 글은 유머글이 아니라며 연예인게시판을 신설하라고 요청하자
댓글러들이 떼지어 니 글은 건의글이므로 자게가 아니라 건게에 올려야 한다고 난리를 치고 있습니다.
관할문제를 제기한 글이 또다른 관할문제를 일으킨 셈입니다.
저 유저가 부주의한 탓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현 피지알에서 관할문제가 그만큼 골때리고 심각한 문제인 것입니다.
(한 예로 https://cdn.pgr21.com/?b=23&n=5299 참조. 저 다섯개의 글 중 뭐가 자게감이고 뭐가 선게감일까요?)

이런 골때리는 문제가 자주 발생하니만큼 사실 게시판 별 글쓰기 규정에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를 규정했어야 할 것 같은데
놀랍게도 피지알 통합 규정에서는 게임게시판에 '게임에 관련된 자유주제'로 '많은 분들이 보고 함께하기에 적당한 것'을 올려야 한다는 외엔
각 게시판에 어떤 글을 올려야 한다는 정의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각 게시판별 공지사항에 아주 러프한 정의를 두고 있는 경우가 있지만 그게 큰 도움을 준 일도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자게글', '게임글, '유머글', '질문글'의 자세한 정의를 만든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가령 게임에 관한 글을 정의하면서 '프로게이머를 언급하는 글'을 그 정의에 포함시켰는데
자게에서 프로게이머의 뇌를 뇌과학적으로 분석한 글이나 승부조작 사건을 법률적으로 분석한 글이 겜게로 이동됩니다.
이게 부적절하다고 보고 '중심된 내용이 게임과 관련된 글'이라는 단서를 붙이니까
이번에는 유게에 올라온 슈퍼마리오 시리즈를 하면서 겪는 웃긴 상황에 관한 글이 겜게로 이동됩니다.
이게 부적절하다고 보고 고전게임은 뺀다고 하자 갑자기 스1이 고전게임이 아니냐는 논쟁이 터집니다.
스1은 고전게임이 아니라는 공지를 올렸는데 갑자기 디아블로2 글이 유게로 이동됩니다.

이런 식의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갈릴 문제들은 규정만 복잡하게 만든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관련된 문제가 터진 후에 뒤처리를 하면서 처리기준을 축적하는 식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걸 위해선 처리기준이 충분히 축적되기까지의 좌충우돌을 유저들이 참아줘야 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과연 오늘날 피지알 유저들의 일반적인 여론이 운영진의 좌충우돌을 참아줄 수 있는지는 아주 의문스럽습니다.
결국은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회원들의 개입에 의한 불복절차가 구비되어야 할 것입니다.

솔직히 개인적인 의견으론 현재의 피지알의 실정에서 이런저런 게시판을 마구 신설해서
그 결과 연예인 게시판, 동물&귀욤 게시판, 드라마 게시판 등등이 만들어졌다가는
나루토 극장판 보루토를 애니게시판에 올렸다가 영화게시판으로 이동당하거나
중년연예인 모씨가 새누리당 공천을 받았다는 글을 연예인 게시판에 올렸다가 벌점먹은 회원이 자게에서 일갈한 뒤 탈퇴하고
사자 한마리가 하이에나 떼를 쓸어버리는 영상을 동물&귀욤 게시판에 올리는게 맞는지를 놓고 100플짜리 키배가 벌어지는 등
그야말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계속될 것임이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일단은, 관할문제를 대충이라도 해결하기 위해선 다음 세가지 것들이 필요하다는 선에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1) 정의규정
2) 불복절차
3) 신뢰할 수 있는 분쟁해결주체



3. 게시판 별 글쓰기 규칙 - 선게에선 '간철수'라고 써도 되나?

이런 문제를 어찌저찌 해결한다고 치더라도 문제는 더 남아있습니다.
현재 피지알 통합규정은 1. 방향 2. 회원가입 및 레벨 3. 관리자 4. 게시판별 글쓰기규칙이라는 편제로 구성되어 있고
이 중 핵심인 4.는 다시 4.1. 글쓰기 일반 4.2. 게임게 4.3. 유게 4.4. 자게 4.5. 질게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이 중 총칙에 해당하는 4.1.은 모든 게시판에 적용되는 것임이 명백합니다.
그러나 각 게임게, 유게, 자게, 질게를 위한 특별규정인 4.2. 이하 규정들은 각 게시판에만 적용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때 달리 글쓰기 규정이 정해지지 않은 게시판은 총칙 규정인 4.1. 이외의 규정이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가령 통합규정 4.1.10.엔 이런 규정이 있습니다.

[피지알은 각 게시판 별로 문화가 약간씩 다르고, 따라서 규정 적용도 세부 사항에 있어서 차이가 있습니다. 이하는 각 게시판별 상세 규정입니다. 본 통합 규정집 이외에도 게시판 별 세부 규정이 (예를 들면 비속어 리스트: https://cdn.pgr21.com/?b=8&n=58115) 있을 수 있으며, 그런 경우 하기한 게시판별 규정 항목에 링크를 걸어두겠습니다.]

이 규정의 취지에 의거 현재 피지알 자게의 비속어가이드라인은 일단 '자게'만을 적용대상으로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가이드라인이 규제대상의 하나로 드는 '비하적 합성어'는 피지알 통합규정 상으론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자게 가이드라인이 '비하적 합성어'로 예시하는 '간철수'라는 용어는
자게 가이드라인의 적용이 없음이 원칙인 선게에선 사용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닌가 문제됩니다.

아마 실제로는 자게 가이드라인을 유추하거나, 통합규정의 해석을 통해서 간철수도 비방이라는 식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근데 이 경우의 벌점부과를 어떤 규정에 근거해서 할 것인고 하면
자게에만 적용되는 통합규정 4.4.2.에 의할 수 없고, 모든 게시판에 적용되는 통합규정 2.3.2.에 의한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벌점부과범위는 자게규정에 의한 4점이 아닌, 일반규정에 의한 0~10점이 되는 것입니다.
즉 선게에 작성된 '간철수' 댓글에 운영진이 뜬금없이 10점을 부과해도 적어도 규정위반이라고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런 골치아픈 문제를 전부 유추해석만으로 해결하는 건 일관성 및 안정성의 문제도 있겠지만
결국 모든 게시판이 자게나 유게 같은 대표적인 대형게시판과 별 다를 것 없는 운영기준에 따라 굴러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모든 게시판은 결국 운영진의 유추해석에 의거 비슷비슷한 룰에 의해 운영되게 될 것입니다.
한마디로 게시판을 신설하는 의미가 크게 퇴색됨을 암시합니다.

이런 사태를 막고 게시판을 따로 세우는 의의를 살리고자 한다면
결국 게시판 신설에 앞서 게시판별 규정을 별도로 정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4. 게시판 신설절차

이런 골때리는 문제가 산적한 것이 게시판 신설절차이니만큼 되도록이면 게시판 신설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고
이걸 할 필요가 있는 때에도 장기간의 절차를 거쳐서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잠정적으로 게시판을 신설함에 있어 필요한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신청절차: 신청글 자체는 한명이 써도 되지만 적어도 10~20인 정도는 찬성을 해줘야겠지요. 그렇지 않으면 그냥 각하시키고 끝냅니다.
2) 논의기간: 신청인, 운영진, 운영위원, 그리고 신설논의 참가신청을 한 회원으로 1달 이내의 논의기간을 정해서 관할문제, 글쓰기규정 문제 기타 필요한 사항을 논의하고 결정합니다.
3) 회원투표: 마지막 단계는 결국 회원 다수결을 거쳐야 합니다. 정족수를 어느 정도로 하면 좋을지는 검토가 필요합니다.



5. 결론에 갈음하여 - 근본적으로 게시판을 왜 신설해야 하나?

지난 몇년 간 피지알 게시판 운영에 관한 논의는 날로 첨예해져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운영진의 무능, 또는 사악함에 관한 불만도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난 몇년간 피지알에서 발생한 모든 분쟁의 근본 원인은
'회원 대 회원'의 대립이라고 봅니다.
정치게시판을 신설하란 주장은 사실 허구헌날 선거얘기나 하는 누군가가 꼴볼견이기 때문이며
연예인게시판을 신설하란 주장은 사실 허구헌날 프로듀스인지 프로세스인지를 떠드는 누군가가 볼썽사납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건 어떤 회원 대 다른 회원의 문제인 것입니다.
더 간명하게 표현하면 결국 이런 문제입니다.


"나는 니들이 꼴보기 싫으니 니네 동네로 꺼져라"



그런데 현재까지 피지알에서 이런 문제의 해결은 운영진과 피지알 규정에 맡겨져 왔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피지알에서 운영진과 규정은 무능과 사악함의 상징이 되어왔습니다.
사악한 어그로꾼은 수호하면서 착한 유저들에게만 귀신같이 벌점을 부과하는 악의 파수꾼 같은 존재가 된 것입니다.

그러나 저로서는 문제의 본질이 회원들 간의 분쟁인 이상
처음부터 이 문제를 제3자가 개입해서 해결해주는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규정과 절차를 잘 확립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런데 규정과 절차가 유효하게 만들어지고 유효하게 집행되려면
그 근거가 되는 정통성이 먼저 확립되어야 합니다.
그건 왕권의 정통성일 때도 있고, 민주적 정통성일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적어도 현재 피지알에는 그 누구에게도 그런 정통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피지알은 예로부터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경구를 모토로 삼아왔습니다.
그런데 이 경구는 절대로 절이라는 건물이 의식을 가진 주체라서 서까래로 걸어다니고 대문으로 말을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결국 이 경구에서 '절'은 '절의 주인인 어떤 사람들'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절의 주인이 되지 못한 어떤 중이, 절의 주인이 된 어떤 중들을 떠나는 것.
그게 저 경구의 숨은 뜻일 것입니다.

과거 피지알은 개인사이트로서 이 절의 주인이 누군지가 분명했었습니다.
현재 피지알은 개인사이트가 아니므로 이 절의 주인이 누군지가 불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작금의 문제의 본질은 피지알이란 절의 주인이 누군지를 놓고 벌이는 싸움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는 결코,
자게의 게시글의 정의가 뭔지를 놓고 자세한 규정을 만들거나
진정한 유머와 광고글을 나누기 위해 연예인 게시판을 신설한다거나
어그로꾼을 억제하기 위해 어그로 의제규정을 통합공지에 신설한다거나
피지알 헌법 제정위원회를 만들어서 1년동안 토론을 한다고 해결될 성질의 것은 아닙니다.

게시판을 뒤흔드는 큰 싸움을 몇번 더 겪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고 누군가는 새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절의 주인이 누군지 가려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뭐 결국은 이것도 제 의견일 뿐입니다.
혹시 아직도 규정과 절차에 입각해서 피지알의 질서를 확립하는게 가능하다고 믿는 분이 계시면
피지알 운영위원이 되셔서 본인의 지혜와 용기와 능력으로 피지알의 새 질서를 세워보시는건 어떠실지요.
3월 31일까지라니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https://cdn.pgr21.com/?b=8&n=64251)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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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학부생
16/03/26 15:05
수정 아이콘
제 생각에는 글리젠 수준을 보았을때 말머리만 분류하고 게시판 통합하는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아 정치게시판은 제발 따로 두고요.
Judas Pain
16/03/26 15:17
수정 아이콘
역시 찾아서 볼만한 글입니다.

지금의 피지알엔 합의된 가치지향이 없습니다. 정확히는 재규정 중에 있다고 하는 게 맞을 겁니다.



그외 곁가지지만

사례로 나온 선거게시판은 자유게시판의 임시적인 파생 게시판이므로 임시분리 게시판 규정 조항을 신설해서 고유 규정 외엔 본게시판(선게라면 자게) 규칙에 종속되는게 맞다고 봅니다. 확장하면 영구적 파생게시판 신설시 규칙 정의 토대도 끌어올 수 있겠죠.


영구적 게시판 신설절차 첫단계 신설요구인원은 1000명 정도가 맞으리라 봅니다.
카우카우파이넌스
16/03/26 15:32
수정 아이콘
근데 제 평생 피지알에서 댓글 1000개가 달리는 것도 본 적이 없는데
(보통 그런 글은 대규모 키배장이라 한명이 수십플씩 다는 경우임에도)
신설요구인원 1000명을 규정한다는 건 너무나 노골적으로 게시판 신설을 막는 취지가 되버리지 않을까요?
Judas Pain
16/03/26 15:42
수정 아이콘
피지알 게시판이 3000~5000 사이에 평균 조회수가 떨어지는 것으로 아는데 천명이 상용하는 주제라야 피지알 형식에서 게시판 영구 분리의 의미와 실질이 있을 거 같습니다. 이 경우엔 안하면 오히려 문제가 있을 거고요.

댓글이 아니라 신청인이 신청을 하고 운영진이 일정기간 동안 버튼을 눌러 게시판 신설 서명을 받는 여론조사 폴을 게시하는 방식이 되면 게시판 신설 의지는 확인 가능할 거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마지막 다수결 투표정족수로도 확인 가능할 거 같긴 하군요.
카우카우파이넌스
16/03/26 16:15
수정 아이콘
아무튼 게시판 신설은 대체로는 엄격한 요건 하에 제한적으로만 이뤄져야 하겠다는 건 분명합니다.
1천명이 표결을 할 수 있는지 같은건 결국 제도를 시범운용하면서 알아봐야 하겠지요.
16/03/26 16:18
수정 아이콘
비회원으로 눈팅하는 사람도 많이 있을꺼고 같은 게시물에 리플 확인하러 다시 보는 사람도 있을껀데 1000명이란 숫자는 게시판 신설을 막기 위한 장치라는 생각이 드네요. pgr이 불타오르는 게시물에 댓글수가 800~1000까지 올라가도 실제 댓글 다는 사람은 끽해야 200명 될까한데 너무 까다로운 조항 같네요.
Judas Pain
16/03/26 16:26
수정 아이콘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건 맞는 말씀 같습니다. 신청 인원보단 다수결 투표 정족수 요건을 엄격하게 하는 방식이 의지를 확인하는 합리성이 높을 거 같습니다.
오바마
16/03/26 15:34
수정 아이콘
피쟐인사이드
구밀복검
16/03/26 16:26
수정 아이콘
일단 회원수 자체가 과거에 비해 너무 많죠. 여기에 스1이라는 공통분모도 유통기한이 끝났고요. 이런 상황에서 과거부터 유지되어 온 PGR의 기조인 '이성과 합리에 근거하여 예의 있게 의견을 개진하는 선비들 간에 가지는 유대감에 기반한 조화로운 꼬뮨'이라는 지향점은 성립 불가능하다 봅니다. 실제로 커뮤니티 개혁과 운영과 보전에 관심 많은 유저도 별로 없다는 것에서 현 상태 그대로는 이러한 모델의 존속이 어렵다는 것이 입증이 되고요. 그런 논의들이 여러 번 시도되었지만 낮은 참여율로 흐지부지된 것이 어언...

이처럼 규모는 커졌습니다만, 반대로 권위와 전통과 공감대는 사라졌으니, 서로가 서로를 죽창으로 찌르고 인민재판을 행하고 단두대에서 모가지를 베는 공간이 되어 버렸죠. 결국 규모를 축소하고 이전으로 돌아가든지, 지금까지의 변화가 불가역적이라고 판단하고 '각자 너네 동네로 꺼지'든지 양단 간에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고 커뮤니티의 규모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PGR 내의 이른바 '자정능력'에 기대는 민주정치적 해결책은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보네요. 더 축소할 것이면 권위가 부활해야하고, 더 확장할 것이면 시장이 되어야겠죠.

이러한 '꼰대스러울지언정 강력하게 원칙을 관철하는 선비 공동체 모델'이든, '아무도 다른 이에게 무엇도 기대하지 않은지라 실망할 것도 없는 시장적 모델'이든, 다시말해 도덕과 질서를 강요하던 개인사이트식 운영이든, 사람 냄새 안 나고 회원과 인간적 유대를 맺지 않은 채 비즈니스적으로 모든 사안을 처리하는 대부분의 다른 커뮤니티들* 같은 운영이든 간에, 일관된 원칙을 단호하게 밀고 나가면서 다소 간의 반발은 원칙 밖의 일로 무시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랬으면 불만어린 중들이야 지속적으로 떠나더라도, 아니 오히려 그들이 떠남으로써 절은 번성했겠죠. 전자였다면 공통된 가치관을 갖고 있는 선비들이 정치 운동 단체를 연상시키는 형태를 유지했을 것입니다. 물론 누군가는 꼴불견 커뮤니티라고 생각했을 수 있겠지만 어차피 커뮤니티 밖의 시선일 뿐이죠. 그리고 후자였다면 커뮤니티에서 일어나는 소란과 잡음과 갈등도 다 세상의 생리고 이치고 법칙이며 스스로 알아서 감내할 수밖에 없는 대단찮은 일이라는 식의 인식이 자리잡으면서 다른 누군가에게 불만을 돌리지 않고 스스로 해소하는 시장적인 시스템이 갖춰졌겠죠. 뭐 어느 방향이든 '꺼질 사람은 꺼져'가 되는데, 그게 결국 커뮤니티 아닌가 싶고요.

그러나 현실에서는 원칙과 권위와 가치지향이 확립되지 않으니 모두가 왕이 되어버리고, 모두가 왕이 되어버리니 조금이라도 자신의 의견이 커뮤니티 내에서 무시당한다 싶으면 운영진을 두고 죽음의 굿판이 벌어지고...결국 서로 입장이 다른데다 근시안적인 사공만 늘어나니 배는 산으로 가고, 매일같이 백척간두에서의 정상결전이라는 만만투가 벌어지지요. 리바이어던 없는 자연상태에 놓인 중우정치의 자연스러운 귀결이라고 생각합니다.

* 재미있는 것은, 이런 커뮤니티들의 운영자들은 PGR의 운영자들보다 훨씬 폭력적이고 막무가내고 무맥락적이지만 PGR 운영자보다는 욕을 덜 먹는다는 것이죠. 애초에 운영에 대한 기대를 가지지 못하게 만들어놓으니 어지간히 막장스러운 운영도 사람들이 그러려니 하고 넘기게 됩니다. 아니면 자신이 떠나든가. 그렇게 불만은 그럭저럭 커뮤니티 내에서 흡수가 되지요. 운영진이 개별 회원의 모든 불만에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회원들 사이에서 공유될 때, 역설적으로 불만 자체가 발생하지 않지요.
카우카우파이넌스
16/03/27 03:00
수정 아이콘
이 사이트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저와 거의 완전히 동일한 생각이군요.
무엇보다 사이트 개선이라는 귀찮은 일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 적은게 크지요.
역시 여기는 현실의 국가와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결국 궁극적으론 시장 모델과 자유방임형 운영진이 공존하는 시스템으로 정리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사이트의 도메인을 소유하고 있는 누군가가 이 모든 굿판(?)을 걷어내기로 결심하기 전까지는?
16/03/26 22:33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라 운영 메시지를 달지 않았습니다.

전 여기에 주인이 꼭 필요한 지 잘 모르겠습니다. 법적인 주인이야 아직도 도메인을 소유하신 pgr21 님이겠죠. 저는 pgr21 님을 만난 적도 없으니, 어떻게 보면 전 섭정도 아니고, 그냥 주제 파악 못하고 남의 공간 보수하고 있는 멍청한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아마 그게 사실일 거에요.

근데 저는 그게 별로 중요한 거라고 보지 않습니다. 저는 여기를 주인 vs 손님 혹은 주인 vs 일꾼의 개념으로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피지알은 놀이터고 피지알 운영자는 놀이터 관리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1년 5년 10년 뒤에 언제고 이 자리도 내놓을 거고 더 미래에는 사이트를 떠나겠죠. 제게 뭔가 남는 것은 없을 겁니다. 근데 그게 큰 에러가 아닌 것이, 제가 바라는 것은 '그 기간 동안' 이 공간에서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는 거거든요. 여기서 좋은 글 보고 뭔가 좋은 영향 받는 분들도 계실 거고, 좋은 조언 받아서 인생에서 큰 결정을 좋게 내리는 분들도 계실 거고, 연애(?) 시작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런 일들이 많으면 된 거라고 생각해요.

하여튼, 피지알을 놀이터로 본다는 이야기의 연장에서, 놀이터 이용자는 '여기 이렇게 저렇게 바꾸면 더 재미있을 것 같은데?' 라고 말할 이유가 충분하고, 관리인은 그 이야기를 받아서 놀이터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이유가 충분하죠. 둘 중에 누가 더 위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여기가 놀이터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관리인은 '놀이터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든다' 라는 본분을 너무 놓지 않으면 그걸로 충분하고, 이용자는 '놀이터에서 남들과 재미있게 즐긴다' 라는 본분에 충실하면 그걸로 된 거라고 봅니다. 다만, 운영진 시각에서 한 마디 하자면, 요즘 들어오는 요청은 '남들과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서' 가 아니라 '놀이터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에 가깝게 느껴지는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여기에 왜 그네가 3개고 시소는 2 개냐? 그네는 2개로 시소는 5개로 늘려달라! 라는 요청은 (물론 비유적으로), 저렇게 바꿔달라는 요청이 '여기 줄 서있는 걸 보면 3 vs 2 보다는 2 vs 5 가 효율적이다' 라면 진지하게 고려해보겠지만, '내가 시소를 좋아하니까' 라면 글쎄요 별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저는 피지알이 개념글러(?) 들이 많이 찾아와서 개념글을 많이 쓰는 곳이면 그것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여기 요즘 형편 없어' 라는 푸념을 하는 분들 중에서 10% 정도는 그동안 애정을 쏟은 것에 대한 푸념이셔서 이해도 하고 죄송하게 느낍니다. 하지만 그런 댓글 작성자의 90%는 글 자체를 별로 쓴 적이 없는 분들이라. '제비 눈물만큼도 안 도와줄 거면, 그냥 좀 조용히 계시면 안될 까요?' 라는 생각에 울컥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도와준다는 게 뭐 별 게 아니라, 푸념이 아닌 다른 글도 좀 쓰시라는 거죠.

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지금의 피지알 시스템도 형편없다고 보진 않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시스템 정도에 만족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고 (정도가 아니라 아직도 과반수) 생각하고요. 다만 그런 분들은 이런 저런 파이어가 났을 때 이야기를 하지 않으시기 때문에, '여기 망한다~!!!' 라는 분들의 목소리가 더 커보이는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피지알이 만약 망한다면, 그건 '여기 망한다~!!!' 의 예언이 증폭되어서 자기 성취를 하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제가 정작 책임감을 느끼는 분들은 위에서 언급한 '여기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럭저럭 재미있게 이용하시는 분들' 이거든요.
카우카우파이넌스
16/03/27 02:49
수정 아이콘
사실 과거에 밖에서 피지알을 구경할때는 이곳이 주기적으로 민란을 겪는 왕조국가처럼
이따금 큰 키배가 벌어지면서 사이트가 망할 위기가 터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쌓인 불만을 회복하고 체제가 원상회복되는 것 뿐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피지알은 과거와는 달리 더이상 원상회복될 체제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뭐가 좋은 글인지조차 결정되지 않은 곳이라는 것입니다.
저로서는 그런 문제를 운영진, 또는 소수의 회원들이 나서서 해결하기엔 이미 많이 늦어있다는 생각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힘든 시기에 뭐라도 해보려고 나선 분들의 용기와 의지마저 무의미하다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딱히 하는 일은 없으면서 무슨 묵시록의 예언자마냥 심판의 날이 온다고 떠들고 있는 것이
그나마 노력하려는 분들의 의욕을 떨어뜨리는 것이 되지 않나 싶어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16/03/27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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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물론 제가 묵시록의 예언자라고 지칭한 분들 중에 카우카우파이넌스님은 없습니다. 의견 주시는 것 많이 참고하고 있고, 이번 옴부즈맨 게시판 개설에도 파이넌스님 의견이 일정 부분 반영될 예정입니다.

많이 늦었을 수도 있고, 애초에 불특정 다수가 모여서 99% 가 만족하는 게시판을 만든다는 개념 자체가 불가능한 꿈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그 쪽에 생각이 많이 가있는 편이고요. 그러다보니 지금 운영진 일을 하는 스타일은 일종의 코스프레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했으니 그냥 그렇게 하는) 에 가깝고, 저 본인의 원래 생각은 '일 잘하던 퍼플레인' 시절이 그나마 가장 이상향에 가깝지 않나 생각하는 편입니다. 만약 지금 형태가 더 악화되고 도저히 돌이킬 수가 없다고 판단하면, '제가 자리 내놓으면서 부탁 하나 하겠는데요, 개인 사이트로 돌아갑시다' 라는 읍소글이 아마 마지막 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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