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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1/22 14:09:17
Name 깃털달린뱀
Subject [정치] 빨갱이, 간첩몰이와 거부권, 정치의 실종


민주주의의 큰 원리는 견제와 균형이지만 그만큼 대화와 타협도 중요합니다. 대립하는 상대를 무력으로 때려죽이지 말고 해결하라는 게 민주주의 체제니까요.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은 '정치'가 실종된 상태고, 그 원인은 이전에도 썼지만 '보수정당의 아젠다 부재'라고 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집권하기 위해선 표를 받아야합니다. 표를 받기 위해선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한 무언가를 해야 합니다. 무언가를 하려는데 행정부와 의회를 다 장악한 게 아니라면, 결국 상대방과 협상을 해야합니다. 내가 하고싶은 걸 하는 대신 상대방의 의견 또한 일부 수용해야하는 것이죠.

그런데 제가 지켜본 결과 현 보수는 그런 [하고싶은 게 없습니다.] 그저 진보의 반대를 할 뿐입니다. 심지어 집권여당임에도요. 하고싶은 게 없으니 협상할 필요도 없습니다. 반대만 하면 됩니다. 내가 하고싶은 게 없는 상황에서의 반대는 매우 쉽죠.

무언가를 하지 않고도 당선되는 이유는 유권자들이 이들에게 바라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상대당, 나랑 의견이 다른 사람은 '빨갱이', '간첩', '친중'이기 때문에 얘기를 들을 필요도 없고 뽑으면 나라가 망하거든요. 그러니까 이들을 막기 위해선 토리가 나와도 뽑아줍니다. 괜히 '아무 것도 안할 것 같아서 뽑았다' 소리가 나왔겠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이런 정당은 도태돼야합니다. 실제로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패배했죠. 그럼 쟤네가 거부를 하든 말든 의석으로 밀어붙이면 그만인데... 여기서 '거부권'이 등장합니다. 원래 거부권은 심사숙고해서 써야 하는 필살기지만 이제는 최상목 따위조차 남발할 정도로 가벼워졌습니다.

이제 보수는 무서울 게 없습니다. 어차피 따로 노력하지 않아도 공천만 받으면 지역구에서 뽑힙니다. 머리 아프고 어렵게 소수의 입장에서 협상하고 매달릴 필요도 없습니다. 거부권 딸깍 하면 그만입니다. 비록 다수당의 협력 없이는 나조차 아무 것도 못하겠지만 상관 없습니다. 하고싶은 게 없거든요. 아니면 그냥 시행령으로 뭉개버리거나, 국회의 발목잡기 운운하면 그만입니다. 국회를 설득해서 국정을 이끌어갈 생각 따윈 애초부터 안했습니다.


민주당은 최소한 의제는 냈습니다. 소득주도성장이나 탈원전, 재난지원금 같은 것들이요. 물론 전 이러한 정책을 지지하지 않고 반대합니다만 최소한 얘네는 뭔갈 하려고 한다는 사실은 높이 평가합니다.

보수도 좀 상대방 친중 빨갱이 몰이 말고 의제로 승부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거 많잖아요. 단순히 탈원전만 공격할 게 아니라 트럼프처럼 원전이고 재생에너지고 닥치고 지어서 에너지 강국을 만들겠다거나, 대기업 재벌 배불리기라는 반발을 무릎쓰고서라도 돈을 푼다거나, 부작용을 감수하고 대폭 규제 완화해서 산업을 키운다든가요. 현실은 소극적인 반대, 내란 옹호 따위나 하고 있을 뿐.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선 보수의 정상화가 필요합니다. 견제와 균형, 대화와 타협이 있어야 국정이 돌아가요. 지금처럼 한 쪽이 망가진 상태로는 죽도 밥도 안됩니다. 여소야대는 곧 국정마비란 뜻이 되겠죠.

하지만 단기적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될겁니다. 정치 굳이 어렵게 할 필요 있습니까? 상대당 악마화나 하면 더욱 손쉽고 편하게 당선되는데. 결국 이런 상황이 해결되려면 국민들이 바뀌어야하는데... 단기간에 세대교체가 일어나진 않죠.

제대로된 보수, 제3지대라도 제대로 나올 수 있으면 좋으련만 현 양당제, 소선거구제 하에선 답도 없죠. 소선거구제 개편이요? 자기 목에 칼을 들이댈 정치인이 어딨습니까?


참 암담합니다. 나아질 방향이 안보인다는 점에서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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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법조인사당군
25/01/22 14:12
수정 아이콘
"아무것도 안 할거 같아서 지지합니다" 이런 지지이유가 피지알 게시판에서도 유행어가 된 순간
이미 예상되었던 거죠 그 땐 저 문장이 가불기였어요
+ 25/01/22 16:31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25/01/22 14:16
수정 아이콘
각종 정훈교육 글들이 온 커뮤를 돌아다니더라고요
이렇게 까지 이념적,문화적 전쟁이 커지게 될 지 몰랐습니다
계층방정
25/01/22 14:21
수정 아이콘
노동개혁을 보면 어젠다가 있어 보여요.
닉네임을바꾸다
25/01/22 14:23
수정 아이콘
진보의 반대로 한다라는 아젠다 아닙니까 그런 개혁이라 붙인것도 그 범주를 못벗어날거같은데...
깃털달린뱀
25/01/22 14:40
수정 아이콘
노동개혁도 진지하게 추진한 어젠다가 맞는지 개인적으로 좀 의심이 드는 게, 어차피 법을 건드려야하는 거니까 원래부터 국회 다수당을 설득해야하는 일인데 이런 걸 제대로 한 게 맞나 의문이 들거든요. 아니면 국회가 움직이도록 국민을 설득하든가.
그거 하기 싫어서 안할 정도면 사실 제대로 추진할 의제가 아니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데몬헌터
25/01/22 14:24
수정 아이콘
내란 폭동 독재 회귀가 그 당의 의제죠
25/01/22 14:27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바라는 한국 정치지형은

1. 국민의 힘 위헌정당으로 인한 강제 해산 및 관련 국회의원 및 가담자 징역형
2. 1에 따른 재보궐 선거 후 민주당 압승
3. 민주당 내에서 진보와 보수로 분열

을 바라는데 현실은.. 1번이 가장 어렵겠죠?
코라이돈
25/01/22 14:29
수정 아이콘
오히려 1번이 이론적인 가능성은 제일 높은 편이고
2번에서 보궐선거가 기존 보수 텃밭이었던 곳에서 자유통일당 개혁신당 쪽이 많이 뽑힐 것 같습니다
데몬헌터
25/01/22 14:30
수정 아이콘
1이 되도 민주당 볼모지는 구 국힘계 무소속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긴 합니다. 최선은 이준석 등 좀 정상인들을 보고 뭉치는 거고, 최악은 전광훈 같은 극단주의자들을 보고 뭉치는 거라 생각합니다.
이는 진보당이 원내 복귀한 지금상황을 보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조랑말
+ 25/01/22 16:00
수정 아이콘
저와 원하는 바가 일치하네요.

1번은 법적으로는 명확하다고 보지만 정치적인 파장이 너무 클거 같고
2번은 생각보다 초초초압승은 어려울 수 있겠다고 생각하구요
그러므로 3번은 민주당 내 진보 보수뿐만 아니라 잔존한 국힘, 개신, 조국 등등...어지러운 다당제가 될 것 같습니다.
크림샴푸
25/01/22 14:32
수정 아이콘
수백억 꿀꺽할 수 있는 AI 디지털 교과서 있잖아요
교육부장관님의 따님도 열성적으로 연구해서 논문낸!!
아이들의 미래!
마카롱
25/01/22 14:38
수정 아이콘
아젠다는 있었죠.
임기 초기에는 주52시간 노동 개혁 등에서 구체적 실행 계획과 비전도 없어서 국민을 설득하는데 실패했고,
그토록 강조했던 각 분야 전문가 기용은 아니하고 검사로만 채웠으며,
이후에는 야당과의 대화를 거부하면서 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간 것이죠.
깃털달린뱀
25/01/22 14:47
수정 아이콘
현재 보수의 아젠다는 무엇일까요? 윤석열만 갈아치우면 새로운 무언가가 나타날지, 아니면 극우를 키워놓고 내란 옹호하던 스노우볼 때문에 이대로 고착화될지 전 잘 모르겠습니다...
마카롱
25/01/22 14:55
수정 아이콘
현재의 아젠다는 이재명은 안 된다겠죠. 총선도 패배했고, 대통령은 탄핵 위기에 몰렸으니 국민의 삶에는 관심도 없을겁니다. 어떻게든 이재명 막고 다음 총선에 공천 받아 당선되는 것만 생각할 것입니다.
다람쥐룰루
+ 25/01/22 15:12
수정 아이콘
이 아젠다가 무서운건 누구나 쉽게 외칠 수 있다는겁니다. 이재명 가장 잘 막을수 있는 사람 이라는 타이틀을 자기 자신에게 붙이기만 하면 되죠 아무튼 인지도도 높으면 금상첨화구요
정치역량이라든지 지지기반같은게 필요가 없어지죠
수메르인
25/01/22 14:38
수정 아이콘
박근혜 탄핵 이후 시장보수가 살아남았으면 그나마 주고받으면서 정치가 되었을건데 가장 구태적인 반공보수만 남은게 이 지경까지 온 것 같습니다.
25/01/22 14:45
수정 아이콘
아이러니한건 다시보니 역대 보수 정부 중
제일 선녀는 제가 제일 싫어한 MB 정부라는거..

정치적으로야 할 말이 매우 매우 많지만
뭘 하고 싶었는지는 알겠다 느낌..

지가 해먹을 목적이건 어쨋건
출퇴근은 제대로 했고 탄핵도 안당하고..
십자포화
+ 25/01/22 15:32
수정 아이콘
IMF가 그동안 국가 주도 대기업 경제의 쌓여왔던 모순들이 터져서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 김영삼 정부를 가장 선녀로 꼽겠습니다.
이명박은.... 박근혜 윤석열 정부보단 나았지만 솔직히 그 나물에 그 밥....
+ 25/01/22 15:38
수정 아이콘
문민정부를 보수 정부로 보긴 좀 애매하지 않나
싶은 지점이 있습니다. 역사바로세우기나
대일본 외교나 남북정책 뭘로 봐도
상당히 애매한 지점들이 많아서..
심지어 대선에서 DJ를 밀어줬다는게 정설이라..
십자포화
+ 25/01/22 15:48
수정 아이콘
뭐 그건 그렇죠. 민정당 후신이라는 기준으로 잡아서 김영삼 정권도 넣었습니다.
김영삼 본인은 군사정권에 맞서 싸웠던 민주화 투사니 진보 계통으로 보는 게 옳겠습니다만....
다람쥐룰루
25/01/22 14:49
수정 아이콘
뭘 좀 해보겠다고 나온 마지막 보수 대통령이 이명박이었고 보수 내에서도 실패의 기록으로 새겨진 이상 그 뒤에 두명의 보수 대통령을 만들어낸 최고의 메타 아무것도 안할것같아보이기 라는 기술을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졌죠
아이러니하게도 보수지지층이 최고의 대통령으로 뽑는 박정희는 옳든 그르든 대한민국을 다 뜯어고치는 대개조를 실시했던 사람입니다.
수메르인
25/01/22 14:50
수정 아이콘
정작 정책 자체도 진보에서나 할만한게 많았죠. 대표적인게 의료보험이라든가.
+ 25/01/22 14:58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그린벨트와 토지거래허가제를..
도시화, 산업화의 이면까지 보았거나
아니면 아주 훌륭한 참모가 있었거나..
십자포화
+ 25/01/22 15:34
수정 아이콘
아이러니한 게 군부정권들은 본인들의 한계를 잘 알아서였는지는 몰라도 소위 먹물들을 잘 데려다 쓸 줄 알았죠.
거기에 군인 특유의 추진력까지 더해지니 시너지가 잘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흔솔략
+ 25/01/22 15:36
수정 아이콘
박정희가 본인 성향은 생각보다 사회주의적인 면이있었죠.
남로당 출신이기도 하구요. 칼라티비도 한국에 늦게 도입된게, 칼라티비가 도입되면 흑백티비조차없는 사람들이 상대적박탈감 느낀다고 박정희가 도입을 막았다는 일화를 듣기도 했네요(사실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만.)
흔솔략
+ 25/01/22 15:40
수정 아이콘
박정희는 생각보다 사회주의적이었고. 김대중은 생각보다 신자유주의적이었던거 생각하면 뭔가 재밌죠.
시대에 족적을 남긴 사람들은 그래도 어느 특정성향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않고 필요한 일을 하는건가 싶은.
아따따뚜르겐
+ 25/01/22 15:18
수정 아이콘
보통 보수정부 하면 경제정책 아녔나요. 윤석열은 뭐였었나 싶긴 한데
수메르인
+ 25/01/22 15:25
수정 아이콘
보수의 경제정책 들어본게 MB시절이 마지막입니다. 낙수 효과 이야기했지만 다들 아시는 것처럼 실패했구요. 그 뒤 박근혜가 경제민주화 끌고오긴 했는데 이건 김종인의 아젠다지 보수의 아젠다인 거 같진 않구요.
담배상품권
+ 25/01/22 15:27
수정 아이콘
그건 이명박이 끝이죠.
+ 25/01/22 15:57
수정 아이콘
보수의 마케팅이
유능과 부자인데 진짜 이명박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괜히 지나가는 말로 이명박이 성군이었다라는 말이 나오는게 아닙니다 크크
제임스림
+ 25/01/22 15:24
수정 아이콘
기억나는건 의료 개혁 하나만 기억나는데,
그마저도 대화와 타협은 없고, 일방적으로 밀어부치기만 했죠.
결과는 뭐...
안군시대
+ 25/01/22 15:31
수정 아이콘
진보: 이겨야한다 우다다다다
보수: 빨갱이 딸깍

이게 통하는 정치지형이라는 게 더 큰 불행이죠.
삼각형
+ 25/01/22 16:17
수정 아이콘
요새는 빨갱이보다는 친중 딸깍이 유행이던데요
빼사스
+ 25/01/22 15:56
수정 아이콘
윤석열은 정치 경험이 없는 자가 갑자기 반짝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정치가 실종되는지 처절하게 보여준 인물이라 생각됩니다. 앞으론 정치 짬밥 좀 제대로 굴러본 사람만 대통령 후보로 나오길.
젤리곰
+ 25/01/22 16:27
수정 아이콘
그런데 박근혜도 정치경험은 많았지만 별로...
Jedi Woon
+ 25/01/22 16:37
수정 아이콘
그동안 쌓인 정치 혐오가 국민들에게 정치=국회에서 쌈박질 이란 등식을 인식시켰죠.
그러다가 국회선진화 법으로 육탄전이 사라지고 필리버스터가 시행되면서 의회의 효능과 정치의 필요성을 조금씩 체감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계엄 해제 의결을 통해 삼권분립을 실감했고 정치력이 무엇인지 인식하게 되었죠.
아직 갈길이 멀고 정치 혐오가 만연해 있지만 4ᆞ19 이후 27년만에 독재를 종식 시키고 대통령직선제를 이루었습니다. 좀 더 진일보한 민주주의 정치는 시간이 더 지난 뒤에 이룰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반동적 움직임을 경계하고 차단하는 일은 지속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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