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4/11/29 11:48:56
Name 총알이 모자라.
Subject 비관적 시각의 행복
성공을 다룬 거의 모든 성공 지침서에는 긍정적 사고의 중요성을 말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거의 대부분이다. 하지만 인생에서 긍정

적 사고는 행복에 직결되는 건 아니다. 거울을 보고 하루에 몇 번씩이고 나는 할 수 있

다 라는 자기최면을 건다고 인생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솔직히 긍정적인 사람은

피곤하다. 왜냐하면 인생의 대부분은 잘되는 일보다는 안 되는 일이 훨씬 많기 때문이

다. 인생은 꼬이는 게 훨씬 많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

해본다.


머피의 법칙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쁘게 풀릴 가능성이 있는 일은 꼭 나쁘게 풀린다."(If something can go wrong, it

will.)는 머피의 법칙(Murphy's law)에는 여러 가지 구체적인 사례, 또는 변형된 문장

이 있다.

이러한 진술들은 실제로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서 이런 진술들이 나온

것이다, 순전히 우연인데 나쁜 결과가 나왔을 때의 인상만 강하게 남아서 항상 나쁜

결과만 생기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중에는 간단한 과학 상식으로 사실에 가까움을 보일 수 있는 것이 있다.

여기서는 그러한 본보기를 들어 본다.

1. 버터 바른 토스트는 항상 버터 바른 쪽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1995년 영국 물리학자 로버트 매튜즈(Robert Matthews)는 <유럽 물리학 저널>

(European Journal of Physics)에 "떨어지는 토스트, 머피의 법칙과 기본 상

수"(Tumbling toast, Murphy's law and the fundamental constants)라는 논문을 기

고하였다.


여기서 그는 머피의 법칙 중 하나로 알려진 "버터 바른 토스트는 항상 버터 바른 쪽이

바닥으로 떨어진다."는 것이 우연이 아니라 물리적 환경 때문에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것임을 밝혔고, 그 이후 비슷한 사례를 수학, 물리학적으로 다룬 관찰 결과가 계속 나

오게 되었다. 이 논문에서는 다음과 같은 요인 때문에 이런 결과가 생긴다고 밝힌다.


(1) 중력

(2) 식탁의 평균 높이: 사람의 키는 평균 1.5m-2m 사이고 식탁은 사람의 앉은키에 맞

춰 약 1m 안팎으로 만들어진다. 중요한 요인임에도 간과되기 쉽다.

(3) 빵의 크기

(4) 초기 위치에서 떨어지는 각도: 지상과 수평이 되게 양손으로 빵을 들었다 손에서

동시에 빵이 떨어지는 일은 드물고,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진 채로 떨어지므로 반드

시 회전하게 된다.

(1), (2)번은 빵이 떨어지는 시간을 결정하고, (3), (4)번은 빵이 떨어질 때의 회전 운

동을 결정한다. 회전에는 주기가 있는데, 불행히도 식탁에서 바닥까지의 거리는 회전

주기의 반에 해당해서 버터 바른 쪽이 아래로 향할 때 빵이 바닥에 닿게 될 확률은 우

연에 의거한 확률, 즉 1/2보다 크게 나온다(매튜즈의 실험 결과로는 62%가 나왔는데,

확률을 1/2로 가정하고 62%의 결과가 나올 확률을 통계적으로 검정하면 소수점 아래

로 126자리까지가 모두 0인 아주 작은 값이 나와서 우연으로 볼 수 없다고 한다).

식탁이 2배로 높으면 버터 바른 쪽이 위로 가게 떨어질 확률이 커진다. 2배 높이에서

빵을 떨어뜨리는 대신 같은 높이에서 보통 빵 대신 4등분한 빵이나 크래커를 떨어뜨려

도 같은 결과를 얻는다. 크래커는 회전 주기가 빵과 다르므로 바닥에 닿기 전 한 바퀴

를 다 돌기 때문이다.

빵 위에 바른 버터나 잼 같은 끈적끈적한 물질이 고르지 않게 발라져서 이런 현상이

생긴다는 해석도 있었으나, 다른 사람이 시행한 어떤 실험에서는 버터를 바르지 않고

빵 한 쪽에 글씨를 써서 떨어뜨릴 때와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반드시 버터가 원인

이 될 수는 없다고도 밝힌다.

(구체적인 실험 내용은http://www.mathsyear2000.org/thesum/issue8/page5.html에 나온다.)

머피의 법칙이 물리적으로 볼 때 우연이 아님을 확인시켜 준 이 논문에서, 매튜즈

는 "자연 환경은 인간에게 적대적"이라고 결론을 짓는다.

로버트 매튜즈는 머피의 법칙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논문을 썼다. 두 번째 논문은

짝짝이 양말을 고르게 되는 것을 조합론으로, 세 번째 논문은 아무렇게나 뭉쳐 놓은

끈이 나중에 보면 완전히 엉켜 있는 것을 위상수학으로 해석한 것이다.



2. 수퍼마켓 계산대에 줄을 서면 옆의 두 줄 중 하나가 더 빨리 빠진다.

계산대에 줄을 선 사람들이 늦게 빠져나가도록 하는 요인이 무작위로 발생하고, 내가

선 줄이 다른 두 줄 사이에 끼어 있을 때, 내가 선 줄이 가장 빨리 빠질 확률은 1/3이

고 다른 두 줄 중 하나가 더 빨리 빠질 확률은 2/3이다. 확률이 2배가 된다.

물론 이런 설명은 맨 가장자리의 줄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이때는 내가 선 줄이 빨

리 빠지느냐 다른 줄이 빨리 빠지느냐 하는 확률은 각각 1/2이다.




이상의 이야기를 통해서 생각해 볼 때 긍정적인 사고 방식은 끊임없는 도전에 맞서는

불굴의 의지를 필요로 하는 피곤한 삶의 방식이다. 그래서 나는 굉장히 비관적인 사고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행복해지는 법을 깨달게 되었다.

샐리의 법칙(머피의 법칙의 반대로 좋은 일만 생기는)이냐고 묻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건 아니다. 비관적인 사고방식이 인생을 즐겁게 한다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다.

살아가며 어떠한 행운도 기대하지 않고 나를 위한 배려나 준비된 길 따위는 없다고 생

각하면 산다는 건 훨씬 즐거운 일이 된다.

구체적으로 설명은 위의 예를 통해 생각해보자. 버터 바른 토스트는 항상 버터 바른

쪽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런 사건을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은 버터를 바른 쪽이 바닥

으로 떨어지면 그것을 먹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솔직히 버터를 바른 쪽이건 안

바른 쪽이건 바닥에 떨어진 빵을 집어 먹는게 즐거운 일은 아니다. 아주 배가 고프다

면 모를까... 어찌 됐든 빵이 바닥에 떨어진 사실이 우리에겐 불편한 감정을 주는 것이

다. 어린아이도 아니고 음식을 흘리는 실수를 하는 것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

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버터가 바닥에 닿았는가 아닌가 하는 게 우리를 괴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떨어트리는 행동이 우리를 괴롭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비관적 시각이 필

요하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인간은 실수를 동반하는 동물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다. 너무 당연시되는 것도 실수라는 요소가 발생하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만일 내가

작은 실수를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다면 빵이 버터를 바른면이 바닥에 떨어지건 아니

건 그것을 통해 받는 스트레스는 상당부분 사라지는 것이다. 두 번째 줄서기에서도 마

찬가지다. 내 줄은 원래 더 천천히 줄어든다 라고 생각해버리면 조금 더 기다린다고

더 열 받지는 않는 것이다. 내 줄이 빨리 줄어들면 고마운 것이고...


살아오면서 진정 행복한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행운이나 타인들의 따뜻한 배려를 받

았을 때였다. 그런데 사람은 언제나 행운과 배려가 자신에게 함께 하기를 기대하기 때

문에 더 많은 실패를 경험하고 더 많은 고통을 받는다.


자신에겐 행운 따위는 없다는 굳은 신념과 타인들의 따스한 배려 따위는 글러 먹었다

고 생각하라. 자신이 준비하는 일의 최악의 상황을 기준으로 준비하고 계획을 세워

라, 둑이 작은 구멍에도 무너지듯 예외란 없다. 아주 비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일

을 추진한다면 결과야 어떻든 더 많은 행복감을 얻게 될 것이다. 이런 비슷한 경험을

우리는 매주 할 수 있다. 바로 복권이다. 복권을 사면서 난 곧 부자가 될 것이다라고

확신하는 이가 얼마나 있겠는가? 되면 좋은 거고 안되면 당연한 것이고 하는 맘이 있

기에 복권을 사는 즐거움이 있는 것이다. 즉, 실패를 인정하고 들어가기 때문에 훨씬

맘 편히 복권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회사의 운명이 걸린 프로젝트 같은 것을

맡아서 일을 할 때, 혹은 자기 사업의 성패가 달린 일을 할 때 실패라는 단어 자체를

떠올리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 성공할 수

는 없는 것이 현실 아닌가? 내가 얼마나 간절하고 절박한지 타인의 배려를 바라지 말

라. 그래야 원하는 일을 얻을 수 있고 실패한다고 해도 금방 일어 날 수 있다. 이런 사

고방식은 너무 매섭고 차갑게 느껴진다면 이 점을 생각하기 바란다. 그런 세상이기에

나는 타인에게 행운이 있기를 바래주고 작은 배려라도 해준다. 상대가 그것을 알아주

건 아니건 그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 것도 바라지 않는 비관주의 자이니까.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안녕하세요
04/11/29 12:46
수정 아이콘
저도 글쓰신 분과 비슷한 생각을 합니다.
'당연히 잘 볼거야'라고 생각했던 작년 수능에선 제 실력의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점수를 받았고, '올해에도 망치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했던 올해 수능에선 제 평소 실력의 점수를 받았습니다.
비관적으로 생각해서 좌절한다면 문제겠지만, 그 약점을 하나하나 보완해서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비관적 시각의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전제일
04/11/29 13:13
수정 아이콘
그런 이야기도 있죠
잘못건 전화는 늘 누군가가 받는다. 라는 얘기.
사실...누가 안받으면 잘못걸었는지 모르는거죠..으하하하

[세상은
너의 공책이다.
그 위에 계산을 할 수 있다.

원한다면
거기에
실재를 표현할 수도 있지만
그건 실재가 아니다.

또한 너는 거기에 무의미한 말이나
거짓말을 쓸 수도 있고
찢어버릴 수도 있노라.

-리처드바크의 '환상' 中
메시아 입문서-고귀한 영혼을 위한 조언
]
THE LAKE
04/11/29 14:06
수정 아이콘
전 낙천적으로 살기위해 많은 노력을 합니다.
스트레스성 장염을 심하게 앓은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총알이 모자라... 님께서 적으신 것처럼 남의 배려를 바랄때가 많습니다.
그래선지 냉혹한 사회 현실에 마음 상한적이 종종 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봤습니다.
좋은 글이네요.
04/11/29 14:09
수정 아이콘
저도 그렇죠. 거의 모든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서 그런지 머피의 법칙을 실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생각했던 것보다 운이 좋으면 '오호~ 행운!'을 외치게 되는..
비관적 사고에서 행복을 찾으며 사는 것도 괜찮죠?^^
비롱투유
04/11/29 16:36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 ^^
04/11/29 18:20
수정 아이콘
왜 이러십니까? 저는 긍정적 사고방식으로 살기로 마음먹었단 말입니다.ㅡ.ㅜ 사실, 이러나 저러나 사는건 힘드네요...하하하하..(..먼산 '')
아케미
04/11/29 19:19
수정 아이콘
언제나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지만 어느새 머릿속 상상은 최고의 경우로 달려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실망은 안 합니다. ^^ 역시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비오는수요일
04/11/29 21:56
수정 아이콘
lovehis님과는 또다른 느낌의 즐거움을 안겨주시는 총알님....
탕!탕!탕!
^^
Shun Youn
04/11/29 23:52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그리고 펌질 허용해주신 총알님께 감사드립니다.!!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330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8] 비롱투유3417 04/11/29 3417 0
9328 "아빠 과거의 스타는 어떤 모습이었어요" [9] YeaNYa3673 04/11/29 3673 0
9327 비관적 시각의 행복 [9] 총알이 모자라.3275 04/11/29 3275 0
9326 밴드 오브 브라더스.. [11] 하늘 사랑3640 04/11/29 3640 0
9324 훈련소 다녀오신분들 조언좀 해주세요 .. [48] OOv5362 04/11/29 5362 0
9323 악마의 챌리지 리그 두번째 우승을 기원합니다. [23] 메카닉저그 혼4575 04/11/29 4575 0
9322 스타크래프트 삼국 비교 1.아이우의 영광을!프로토스국 [18] legend3701 04/11/28 3701 0
9321 맵탓이라고?? [78] CaPsONe5740 04/11/28 5740 0
9320 밸런스에 관한 소고 [28] Judas Pain5836 04/11/28 5836 0
9319 심심풀이로 써보는 본격E-sport소설 [Who am I?]#6~#7 [4] McBaB3415 04/11/28 3415 0
9318 만들어진 시스템과 그 운영에 대해서. Grateful Days~3258 04/11/28 3258 0
9317 플토...차차기까지 암울할 것인가... [23] BaekGomToss5057 04/11/28 5057 0
9316 듀얼 후 떠오른 한가지 속담 '말이 씨가 된다.....' [11] 청보랏빛 영혼5041 04/11/28 5041 0
9315 머큐리와 플토... [70] Slayers jotang5646 04/11/28 5646 0
9314 [후기] KAMEX 2004 대한민국 게임대전을 다녀와서 [9] Eva0103324 04/11/28 3324 0
9313 이기는 자가 잘하는 것이다. [55] 지나가다말다4808 04/11/28 4808 0
9312 7년 뒤의 스타크래프트는? [19] Ace of Base5333 04/11/28 5333 0
9311 아래에 이은 OSL최근 5시즌간 선수별 종족전 전적입니다. [28] lotte_giants4552 04/11/28 4552 0
9310 변태준과 조진락...그들은 지금 어디에? [18] 사유리5524 04/11/28 5524 0
9308 나를 즐겁게 하는 도구. 나를 죽이다. [5] 단류[丹溜]3237 04/11/27 3237 0
9307 OSL 최근 5시즌간 각 선수들의 성적을 정리해보았습니다. [12] lotte_giants4292 04/11/27 4292 0
9305 간만에 환호성을 터트리면서 본 경기였습니다~(약간의 스포일러주의) [11] 사탕발림꾼7248 04/11/27 7248 0
9304 팀리그의 새로운 형식을 제안합니다. [4] 종합백과3237 04/11/27 323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