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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8/15 16:12:04
Name blue wave
File #1 빙화.txt (0 Byte), Download : 49
Subject [픽션]빙화 1~13편 모음(연재 중) 빙화 서지훈, 몽상가 강민 무협소설
빙화(氷花)
*edelweis_s님이 그동안 연재하신 것을 정리해서 올립니다.^^
*edelweis_s님의 글 쓴 후기는 분량의 압박으로 포함하지는 않았습니다.(양해 부탁)
*좋은 글 올려주시는 edelweis_s 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제 1화

-그저 저 것이 어린 나이에 사고나 치지 않을지, 그 것이 걱정입니다.



능비강(能飛强) 조규남은 조심히 대문을 닫았다. 그는 뒤를 돌아 멀뚱히 서 있는 청년을 바라보았다. 본래 문가(文家)로 이름을 떨치던 서(徐)씨 가문의 독자. 그 청년에게 보내는 조규남의 눈길은 다정했다. 별 것 아닌 붉은색 명주옷이 유난히 빛나 보이는 것은, 그 옷을 입고 있는 청년의 외모가 워낙 뛰어난 탓이겠다.

“이제부턴 나와 함께 지내자꾸나.”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믿음직스럽다. 조규남은 입가에 웃음을 띠며 말을 이었다.

“너에게는 패도적인 검법(劍法)이나, 강맹한 권법(拳法)보다는 견고한 도법(刀法)이 어울리겠구나.”

조규남은 말을 마치고 길을 걸어갔다. 청년도 그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서(徐)가네 대문 앞거리에는 금가루가 휘날리듯 햇빛이 쏟아져 내렸다.

“아, 이름이 뭐라고 했지? 늙어서인지 모든 게 예전 같지 않구나.”

“소인 성 씨는 서(徐)이옵고, 이름은 지훈(智訓)이라 합니다.”

******

지오장(志悟壯)에 들어서자마자, 몽상가(夢想家) 강민이 둘을 맞는다.

“오셨습니까, 스승님.”

강민의 반김에 조규남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강민도 따라 빙긋 미소를 짓는다. 조규남은 자애로운 눈길로 강민과 서지훈을 쳐다보았다.

“오늘부터 함께 할 아이다. 민이 네가 잘 보살피거라.”

“예, 스승님.”

예로부터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고 했다. 혜휘(暳暉) 이재훈과 마찬가지로 강민 또한 어릴 때부터 수련을 해 승천만을 기다리는 복룡(伏龍). 훌륭하게 자라 줄 제자들이 곁에 있으니 어찌 행복하지 않겠는가. 조규남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안채로 걸음을 옮겼다. 조규남이 방으로 들어가고 대문 앞에는 강민과 서지훈 뿐이다. 강민이 짐짓 인상을 굳히며 서지훈에게 물었다.

“본장(本壯)에서의 수련은 꽤나 힘이 들 터인데. 괜찮겠는가?”

강민의 물음에 서지훈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다.

“괜찮습니다.”

짧은 한 마디였지만 대답하는 그의 모습에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열의가 가득 차 있었다.

“따라오게. 자네의 사형 될 분들께 인사 올려야 하지 않겠나.”

강민이 뒤돌아 걸고 서지훈도 그를 따라 걷는다. 지금까지는 생판 모르던 사이였으나, 능비강의 제자로 들어온 이상 사형의 명령은 곧 아버지의 명령과 같았다. 서지훈은 강민의 등 뒤를 묵묵히 따랐다. 지오장의 마당이 붉은 석양에 물들었다.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어느 여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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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화

-훈아 그 애가 재훈이가 없으니 마음이 빈 듯 하이. 민이 네가 더욱 신경 써 주거라.


“훈아. 무릇 모든 병기(兵器)는 손아귀로 잡는 것이 아니라고 했잖느냐. 아직 집병(執柄)의 자세도 완벽하지 못해서야 쓰겠니.”

매서운 눈보라가 지오장을 뒤덮고 있는 겨울이었다. 흰 눈이 땅을 내리덮어 몽상가(夢想家-강민)의 붉은 창영(槍影-창날 바로 밑에 달아놓는 일종의 장식. 자신에게 피가 쏟아지는 것을 막는 기능도 있다.)이 유난히도 튀었다. 혜휘(暳暉-이재훈)가 출호(出湖)한지도 막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수련에 열중하는 듯 했지만, 대사형인 이재훈이 없으니 그를 잘 따르던 서지훈의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당연했다. 아무래도 나이가 어리니 마음 또한 유약 한 것은 당연할터. 그런 서지훈을 보는 능비강(能飛强-조규남)과 강민의 마음 또한 살갑지만은 않았다.

“훈아. 도(刀)가 그리는 동선(動線)이 너무 길다. 끊음을 정확히 해야 허점을 감출 수 있다고 몇 번이나 말해주었니.”

“…….”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것이 알았다는 긍정의 뜻이면 좋으련만. 강민의 마음은 심란했다.

******

강민의 창술(槍術)은 매끄러웠다. 군더더기가 보이지 않는 날렵한 동작. 공기를 뚫고 전해지는 기백. 창끝의 매서움이 살아있는 날카로운 예기(銳氣). 창이 휘둘러져 허공을 가를 때마다 창영은 춤을 추듯이 흔들렸다. 조규남은 강민의 연무를 보고 빙그레 웃었다.

“음, 많이 늘었구나.”

“아닙니다.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스승님.”

칭찬에 기쁨을 애써 감추려 고개를 숙이지만 강민의 얼굴에는 밝다 못해 해맑은 웃음이 가득했다. 조규남은 강민의 어깨를 토닥이며 안채로 들였다.

“그러고 보니 내 문하(門下)에서 수련한 세월도 꽤 되었구나.”

조르륵. 뜨듯한 차가 잘 만들어진 도기(陶器)에 담겨 뜨거운 김을 내뿜는다. 무도(武道)에는 끝이 없다. 무(武)의 오묘함은 알 길이 없다. 평생 수련을 해도 완벽한 무예(武藝)를 탄생 시킬 수 없다. 그런 길에서 이제 고작 20년. 그 시간이 감히 아깝다고 할 수 없을터였다. 손을 휘저으며 부정하는 강민의 모습을 보고 조규남이 말을 이었다.

“허나…….”

“…….”

조규남이 찻잔을 내려놓고 강민을 그윽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자애(慈愛)하기가 친아비의 그 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으니, 강민은 그저 스승의 하늘같은 사랑애 감읍할 뿐이다.

“민아. 넌 천재적 기질을 타고 났으면서도 유난히 느렸다. 너 스스로도 알고 있을게다. 너의 주창영(朱槍影-강민이 직접 창제한 창술)은 이미 예전에 완성 되어 있음에도, 넌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어.”

“…….”

“그렇지만 이제 되었다. 이제 너도 출호하거라. 민아 너라면 중원 무림에서 이름 떨치는 것은 수이 할 수 있을게다..”

“예? 아직 부족합니다. 스승님께서 더 가르침을 주셔야지요.”

“아니야. 그만하면 되었어. 내일 지오장을 떠나거라.”

말을 끝내고 목이 탔는지, 조규남은 차 한 잔을 한 번에 들이켰다. 어찌 태연하랴. 어찌 담담하랴. 20년을 함께 해 온 자식 같은 아이를 보내는데 마음이 편할 길이 있으랴. 그런 스승의 모습을 바라보는 강민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도대체 무슨 까닭인가, 스승님의 불거진 손이 오늘따라 슬퍼 보이는 이유는.

“스승님…….”

그 때 안채의 문이 벌컥 열리며 한 사람이 문지방을 급히 넘어 왔다. 무슨 일인가 하는 의문이 조규남과 강민의 눈가에 걸렸다. 하아. 하아. 무슨 일인지 문지방을 넘어 온 자는 숨을 급히 들이쉬고 있었다. 바닥에 무릎을 꿇은 그의 입에서 확고한 결의가 담긴 요청이 튀어나왔다.

“스승님! 사형이 떠날 때, 저도 함께 갈 수 있게 허락해 주십시오!”

******

강민은 짐짓 고개를 숙여보였다. 옆에는 서지훈이 손을 모은 단정한 자세로 앉아 있다. 한숨이 푹 나온다. 아직 집병(執柄)도 익숙치 아니한 녀석이 자기를 따라 출호하겠다고 하다니. 평생에 이렇게 당혹하기는 처음이었다.

“훈아. 넌 아직 이르다. 스승님 곁에서 배울 것이 많아.”

침중한 목소리가 눈을 밟고 허공에 울렸다. 한 때는 자신도 저런 적이 있었다. 혈기를 이기지 못하고 지오장을 뛰쳐나가 철난 후 처음으로 눈물을 흘려보았다. 자신이 과오를 저지른 적이 있기에, 그 일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알기에 이 귀여운 사제(師弟)와 동행 할 수 없었다.

“훈아. 너 스스로도 수행의 부족함을 알고 있지 않더냐. 어찌 출호를 서두르는 것이냐.”

“강 사형. 부족한 것 압니다. 그 것 때문에 더욱 이러는 겁니다. 이 사형도 없는데 강 사형도 떠나버리면 전 어떻게…….”

“스승님이 있잖느냐. 네 수련에 대해 무엇이 걱정이더냐.”

엄한 표정의 강민을 보고 서지훈은 고개를 푹 숙였다. 얼굴 밑으로 늘어진 머리카락이 처량했다. 그 것을 보고도 차갑게 말을 잇는 사형이 미운 건 역시 수행이 부족해서인가.

“훈아. 넌 노수성(弩手星)의 재능을 타고 났다.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고, 너 혼자만의 수련으로도 큰 공부가 될 수 있어. 언제까지 사형의 그늘에 묻혀 살 것이냐. 또한, 내가 떠나면 스승님이 더욱 한가하시니 네 사형 역할까지 톡톡히 해주실 것이다.”

“정말 그럴 수 있을까요? 아직 한 없이 부족한데, 혼자서 스승님을 보필하고 가르침을 받는 게 두려울 뿐입니다.”

힘없는 목소리. 사제의 고심(苦心)은 곧 사형의 마음을 사정없이 찔러댔다. 아직 이렇게 어린 것을 두고 떠나야만 한다니. 무림에 나가서도 이 가여운 것이 생각날 것만 같아, 다시 한번 목이 메었다.

“훈아, 너…….”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고 강민이 마당으로 내려갔다. 눈이 밟히며 뽀드득거리는 소리가 구슬프다. 또한 구슬프기는 강민의 입에서 흘러나온 목소리 또한 마찬가지였다.

“정 나와 같이 가고 싶다면, 날 이겨라.”

자신의 주창영(朱槍影-강민이 애용하는 창. 강민이 창제한 창술과 동명.)을 힘껏 움켜쥐며 강민이 말했다. 영문을 모르는 서지훈을 붉은 창영이 재촉하듯이 휘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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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화

-예로부터 창(槍)은 만병지왕(萬兵之王)이라 했으나, 그렇다고 창이 무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어느 것이든 그 것을 완벽히 수련한다면 그것이 차라리 무적이지.


보기만 해도 폭신해 보이는 하얀 눈으로 둘러싸인 지오장에, 어이한 일인지 메마른 삭풍(朔風)이 불어 닥쳤다. 본래 무공(武功)이란 수련을 쌓은 세월에 비례하는 법. 자신과 비교해 그 연륜(年輪)이 이미 압도하는 몽상가(夢想家-강민)를 마주보고 서있기만 해도 평소에 느끼기 힘든 위압감이 몸을 짓눌러온다.

“내 오늘 너의 사형(師兄)으로서.”

긴장한 서지훈의 뒤통수를 때리는 듯 저조한 음성이 튀어나왔다.

“네가 얼마나 부족한지 깨달음을 주겠다.”

강민은 주창영을 높이 고쳐 잡았다. 한껏 날카로움이 선 날, 형형한 붉은색으로 물들인 창영은 굳이 얼굴을 보지 않아도 그가 지오장의 몽상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무인으로서 겨뤄보기도 전에 허망하게 무너질 수는 없는 법. 서지훈은 도를 뽑아 들었다. 도를 굳게 쥔 손이, 그의 확고한 투기(鬪氣)를 대변하는 듯하다.

“시작하기로 할까.”

듣기만 해도 뜨끔한 음성이 서지훈의 마음을 다시 한 번 뒤흔든다. 그리고 곧 주창영의 날 끝이 제가 노릴 곳을 점찍어 가리킨다. 그저 그 것뿐이다. 그 것 뿐인데도 조규남이 어이해 강민을 두고 천재라고 상찬(賞讚) 하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선수(先手)…….”

첫째라 강민의 말이 비수(匕首) 되어 박히고, 둘째라 주창영이 포효하듯 짓쳐들어온다. 주창영은 사냥감의 숨통을 노리는 맹수의 이빨처럼 서지훈의 미간을 물어뜯을 듯 다가왔다. 그 기세에 오금이 저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다.

“크윽, 수(守)…….”

용케도 도를 휘둘러 주창영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단 한 번의 격검(擊劍)에도 손목이 아릿하고 어깨가 욱신거린다. 하얗게 질린 얼굴을 본체만체, 강민의 손을 따라 주창영이 허공을 어지럽게 선회했다. 덕분에 도를 쥐어 공격을 막아선 오른팔이 어지러이 회전하는 주창영에 뒤로 튕겨졌다. 그 사이 바라본 강민의 눈은 무서우리만치 무심하다.

“참(斬)…….”

창이란 본래 찌르는 무기. 그러나 검과 같이 양쪽에 날이 서있으니 종횡(縱橫)으로 베어 치는 것 또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아래로 내리치는 그 기세가 실로 강맹하여, 그런 일 있겠냐 만은, 진실로 몸이 반쪽이 날 것 같았다.

“피(避)…….”

대련 때 항상 외치는 고언(告言)을 외쳤는지, 외치지 않았는지. 그저 망연한 두려움에 몸이 먼저 반응해, 땅을 구르다시피 하여 겨우 피했다. 허나, 그 와중에도 용케 손에 쥔 도를 놓치지 않은 것이 용했다. 하아. 하아. 몇 합 겨루지 않았는데도 절로 숨이 차온다. 지금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을 짓밟고, 주창영은 다시 움직였다. 군동작이 없는 깔끔한 공격에 비해, 붉은 창영이 휘둘리는 기세는 현란하고 살벌하기까지 하다. 어설프게 맞았다간 그 충격에 어깨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무서운 공격.

-네가 얼마나 부족한지 깨달음을 주겠다.

주창영이 잡아먹을 듯 달려오는 순간에, 강민의 말이 생각난 까닭은 무엇인가. 아니, 이유가 어쨌든 이대로 대련을 끝내는 것은 너무 용렬(庸劣)하지 않은가.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하지 못하고 무너져서야 어찌 훗날 무림을 평정할 최강자가 되랴. 순간 마음속에서 솟은 오기는 급기야 강민의 허리에 허점을 발견한다.

“격(擊)……!”

어떻게 주창영을 피해냈는지. 어떻게 제 몸이 강민의 허리를 향해 돌진하는 것인지. 알수 없는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서지훈의 고언(告言)이 힘차게 울렸다. 대련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진실로 허릴 쳐낼 기세로 도를 휘둘렀다.

-도(刀)가 그리는 동선(動線)이 너무 길다. 끊음을 정확히 해야 허점을 감출 수 있다고 몇 번이나 말해주었니.

아차, 실수다. 강민의 말이 다시 한 번 뇌리를 스쳤다. 어깨에 지나치게 힘을 많이 넣은 탓일까. 한 번에 끝내려는 욕심이 컸던 것일까. 아아, 이리하면 어떻고 저리하면 어떠랴. 어깨에 힘을 넣으매, 욕심이 컸던 탓이매 따져봤자 뭐하는가. 이미 주창영의 날카로운 끝이 제 목을 겨누고 있는 것을.

“훈아. 역시 많이 부족하구나.”

주창영의 창신 너머로 보이는 강민의 얼굴. 부족하다고 말하며 웃는 그의 모습. 아아, 이제야 강 사형이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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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화

-이 곳은 말 그대로 지옥. 지옥 같단다. 스승님, 그리고 훈이 네가 보고 싶구나.


서지훈은 조심스럽게 편지를 내려놓았다. 가슴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이 한숨을 내쉰다. 강민이 지오장을 떠난 지 벌써 40삭(朔-1삭=1개월). 정사대전(正邪大戰)이 일어난 지 8삭(朔)째다. 한동안 계속 되던 무림의 평화는 결국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한 번도 보내지 않던 서신(書信)을 이 난중(亂中)에 보내다니. 다시 한 번 숨을 쓸어내렸다. 강 사형이 떠난 지 이미 오래. 아직도 나의 실력 가지고는 부족한 겁니까. 그런 것입니까 사형들. 내 미약한 손으로 당신들을 도울 순 없는 것입니까.

“…….”

손을 바라보았다. 처음 지오장에 들어 왔을 때와 달리, 이제 제법 거칠고 굳은살이 여기저기 박여 있다. 저도 이제 사형들 손과 같아졌습니다. 사형들 손에서 본 그 것입니다. 아직 부족합니까. 아직 남았습니까. 오늘따라 애병(愛兵)인 빙화(氷花)가 짧아 보인다. 밤인데 불구, 황작(黃雀-참새) 우는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오늘따라 그 소리가 처량하다.

******

“윤아. 집검(執劍)은 손아귀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해 줬니. 검을 휘두를 때는 손목과 어깨, 팔을 사용하란 말이다.”

지오장의 뜰에 새로운 가을바람이 불어 닥쳤건만, 변한 것은 없었다. 굳이 찾자면 수련하는 이가 달라졌다는 정도일까. 강민이 지오장을 떠나고 마재윤이라고 하는 어린 소년이 능비강(能飛强-조규남)의 제자로 들어왔다. 아직도 한참이나 부족하건만 사형 노릇을 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뿐이다. 허나 부담스러움은 마음만 그런 것인지 이미 서지훈의 행동과 말투는 사형으로서의 그 것이었다.

“윤아. 본래 검이란, 날이 양쪽에 서 있어 찌르기가 쉽다. 찌르기는 그 살상력에 있어서 베기를 압도한다. 따라서 검을 사용하는 이에게 찌르기는 일종의 필살기와도 같은데, 찌르기의 위력이 배가되려면 검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허나, 넌 검 끝이 너무 흔들린다. 그 것은 네가 오직 아귀힘으로만 검을 제압하듯 휘두르기 때문이다. 검을 팔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유연하게 휘두르도록 노력해라.”

“네, 사형.”

땀을 흘리며 대답하는 모습이 제법 귀엽다. 부족한 나를 사형으로 믿고 따라주니, 윤아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생각뿐이다. 강해져야 하는 이유는 오히려 늘었는데, 난 어찌 이리 발전이 없는가. 답답했다. 가슴이 터져버릴 것만 같이.

******

“그래, 훈이 네가 늙은 나를 대신해, 윤아를 살펴주니 고맙구나.”

“아닙니다, 스승님. 미약한 제 실력에 윤아를 잘 가르치지 못해 오히려 송구합니다.”

“훈아.”

안채에서 조규남은 언제나 차를 마신다. 조규남과의 생활이 제법 된 까닭에, 차는 물이고 물은 차다. 지오장의 뜰도 마당도 이젠 하나 같이 내 집 같다. 얼마 전 받은 빙화도(氷花刀)도 이제 제법 손에 익어 내 것이 된 기분이다. 얼굴 맞대는 윤아도 친동생 같은데, 어이해 무위(武威)는 내 것 같지 않고 붕 뜨는 느낌인가.

“…….”

“너도 이제 떠나거라.”

휘둥그레, 눈을 동그랗게 뜬 서지훈의 모습이 우스꽝스럽지 않은 것은, 그 분위기가 사뭇 진지했기 때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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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화

-아직 네가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 같은 황작(黃雀-참새)은 너 같은 봉황(鳳凰)을 가르칠 수 없는 법이다.


“가십니까, 사형.”

“…….”

차일 아침에 떠날 채비를 하고 있던 중 무거운 목소리가 목덜미를 짓누르듯 들려왔다. 마재윤이었다. 이 것 익숙한 상황인데.

“그래. 내일 아침에 떠난다.”

“허면.”

“…….”

“전 어찌합니까. 이 넓은 지오장에 혼자서 지내야 합니까?”

침이 꿀꺽 삼켜지고, 식은땀이 목줄기를 타고 흐른다. 뭐라 말할 수 없는 당혹감이 전신을 뒤덮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뭐라고 말해 줘야 하나. 설령 할 말이 생각난다 해도 내가 이 녀석에게 모진 말을 할 수나 있을까.

“가시려면 저도 데려가 주세요, 사형.”

“그…….”

예의 강민처럼 모질게 뿌리치려 해도,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남 말할 처지가 못 되는 실력이지만, 저 귀엽고 앙증한 사제는 아직 수련이 필요하다. 사형으로서 깨우침을 줘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진대, 어찌하여 입술이 떨어지지 않는 건가.

“사형, 왜 아무 말이 없으세요.”

“아… 안 돼. 안 된다.”

마재윤에 재촉에 최대한 짧게 내뱉었다. 나는 왜 이리 부족한 것인가. 왜 이렇게 잘 하는 것이 없는가. 왜 이렇게 약한가. 왜 이렇게 조그마한가. 등 뒤에서 날 붙잡는 사제에게 작은 말이나마 해줄 수 없을 정도로. 봉황이 이런 봉황이 어디 있더냐. 이리도 약한 봉황이 어디 있더냐. 차라리 황작인 것처럼…….

******

스승님께 절을 하는데, 그만 참았던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원망하듯이 바라보는 마재윤에게 작별인사를 할 때도, 마치 강민이 떠날 때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그를 끌어안고 같이 울었다. 진실로 떠나고 싶었던 건 맞더냐. 맞다면 왜 이리 슬픈 것이냐. 맞다면 왜 이리 두려운 것이냐. 맞다면 왜 걸음을 떼지 못하는가. 서지훈은 대문 앞에 서서 큰 한 숨을 내쉬었다. 지금이라도 가지 않겠다 스승님께 고할까. 네 곁에 있겠노라 사제에게 고할까. 고민하는 서지훈의 뒤통수를 향해 일침이 가해졌다. 그 일침은 무서운 호통도 아니요, 근엄한 명령도 아니니 그저 언제나처럼 은근한 말씀이다.

“본래 봉황은.”

“…….”

“제 있던 둥지에 미련두지 않는 법.”

“…….”

“무릇 장부는.”

“…….”
“망설이지 않는 법.”

“…….”

“필시 무인은.”

“…….”

“뒤돌아보지 않는 법.”

******

아주 높고도 맑은 하늘이다. 비록 가을이지만 태양 역시 찬란한 빛을 뽐내고, 가을바람이 산들하니 아주 좋은 날씨였다. 어디론가 놀러라도 가고 싶은. 하지만 이대로 창을 놓고 놀러 가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푸른 하늘은 허공을 뒤덮은 붉은 피 때문이요, 산들한 바람은 콧속으로 스며드는 피비린내 때문이라. 이대로 창을 놓기에는 일단 앞에 달려오는 졸(卒)에게 죽임을 당할 수밖에 없잖은가. 놀고 싶은 마음을 뒤로한 채, 주창영을 휘둘러 공격해 오는 무사의 목을 벤다. 다시 한 번, 허공을 피가 채운다.

“하아. 하아.”

얼마나 베어왔는지 모른다.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른다. 애초부터 정파를 칠 준비가 끝난 사파를 당해낼 수 없다 좌절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허나, 지금은 입술을 깨물고 좌절할 시간도 아깝다. 사파의 공격은 강했다. 숨을 한 번 들이킬 때마다 한 번씩 창을 휘둘렀다. 얼마나 더 베어야 하는지 모른다. 얼마나 더 지나야하는지도 모른다. 수 없이 많이 휘두른 탓에 창 든 오른팔은 이미 예전부터 욱신거려왔다. 전세는 절망적이다. 지금이라도 몸을 돌려 도망이라도 가고 싶다. 살아남아 후일을 도모한다는 핑계 삼아 도망가고 싶다. 허나 그 것은 무인으로서 용서받지 못할 대죄(大罪)이며, 이렇게 포위당했으니 마음이 도망간들 어찌할까.

“이야아아앗!”

달려오는 무사에게 창을 휘둘러 목을 찔렀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불쾌하지만 익숙한 감각이 이젠 지겨울 정도였다. 내일. 내게 과연 내일이란 단어는 존재하는 건가. 붉어지는 석양과, 다시 떠오르는 태양을 내 눈으로 확인 할 수나 있을까.

“무슨 말이냐. 정녕 죽고 싶은 게냐.”

누구에게도 한 말은 아니었다. 자신에게 중얼거렸다. 목숨을 위협받는 중압감에 지쳐 쓰러질 듯한 나에게 중얼거린 말이다. 아직,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켜라.”

“……?”

“비키라고 했잖은가!”

있는 힘을 다해 창을 휘둘러 한 무사의 가슴팍에 꽂아 넣었다. 난 아직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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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화

- 난 정파니 사파니 모두 다 잊고, 이 지오장에서 너희와 함께 지내는 것이 즐겁구나.


“…….”

능비강(能飛强-조규남)의 말을 듣고 나온 마재윤은 마당에 섰다. 그저 상황이 나쁜 정도가 아니다. 사파는 쾌이태풍장(快夷太風壯)의 수많은 고수를 위시하며 규리어수류(叫利御隨流)와 태언장(太彦壯)에 있는 최강의 무장들을 대동해 각지에서 전투를 벌였다. 진심으로 정파의 모든 세력을 제거하고 무림을 독점하겠다는 셈이었다. 정파 무림의 위기에 나는 지금 무엇을 하는 것인가. 지오장의 마당에서 아무리 검을 휘둘러도 텅 빈 허공을 가를 뿐 사파의 무리들을 베지는 못한다. 떠난 서지훈에 대한 걱정도 심히 든다.

“…….”

그저 밀어치는 근심과 아무 힘도 없음에 느껴지는 자기혐오를 잊으려 검을 휘둘렀다. 검을 휘둘러 잡념을 베고 걱정을 베었다. 심약한 마음을 베었다.

“…….”

벌써 얼마나 지났나. 마재윤은 그 자리에 털푸덕 주저앉았다. 마당에 앉은 채로 정면으로 보이는 대문을 바라보았다. 지오(志悟)라는 글씨가 크게 새겨진 대문. 처음 이 지오장의 대문을 바라보았을 때 얼마나 설레고 떨렸었는지. 너털웃음을 잘 터뜨리는 조규남과는 달리 아무런 변화가 없는 얼굴의 서지훈에게 질려 한동안은 일부러 그를 피해 다녔었다. 하핫. 옛 날 생각이나 갑자기 웃음이 나온다. 이렇게 사심(邪心) 없이 유쾌히 웃어보기도 오랜만이다.

“응……?”

한가득 웃음을 품고 있던 마재윤의 얼굴에 의문의 표정이 달렸다. 지오장의 대문이 삐걱대며 열리는 것이 아닌가. 더럭 겁이 났다. 설마 사파의 무리들이 벌써……. 마재윤은 검을 쥐어 들었다. 밖에 사파의 무리들이 가득해도 이 지오장은 절대 넘겨 줄 수 없다. 넘겨주지 않는다. 굳은 다짐으로 흐르는 땀과 두근거리는 마음을 애써 모른체하며 열리는 대문으로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긴다. 대문은 어느새 반쯤이나 열려있다. 후우. 마재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문 너머에는 삿갓을 쓰고 장검을 찬 남자가 서 있었다. 그 남자는 태연하게 지오장 안으로 발을 들였다. 삿갓을 써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동작이 우미하고 보기만 해도 기품이 철철 넘치는 듯 했다. 허나 검을 내려놓지는 않고 마재윤이 입을 열었다.

“누구신데, 본장(本壯에) 함부로 발을 들이시는지?”

“그러는 그쪽이야말로……. 본인 혜휘(暳暉)라고 하는 천장이오만.”

혜휘. 그 말을 들은 마재윤의 눈이 커졌다. 혜휘는 대사형(大師兄) 이재훈의 별명이 아닌가.

******

“야압!”

큰 기합성과 함께 강민의 주창영이 사파의 무사 몇 명을 한 번에 꿰었다. 분수처럼 터져 나오는 피를 몸으로 맞으며 창을 빼냈다. 단말마의 비명은 귀를 찢어 놓을 듯이 크게 들려오고 코를 자극하는 피비린내에 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다. 튀어오는 피도 역시 액체이건만 입술이 말라 따갑고 입 안 역시 마찬가지였다. 몸이 휘청거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아 창으로 땅을 짚으며 간신히 버텼다. 눈으로 보이는 광경은 시체 뿐. 도대체 혼자서 몇 명을 베었나. 삼성을 두고 벌인 사투는 압도적인 정파의 패배였다. 끝도 없이 밀려오는 사파의 무사들에 밀려 퇴각한지 오래. 퇴각 해 한비류(翰飛流)를 사수해야 했다. 허나 사파의 추격은 거셌다. 때문에 강민을 비롯한 약간의 무인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떠밀려 추격을 저지해야만 했다. 추격을 막기 위해 선발 된 무인들은 신통하게도 아직까지 많이 살아 있다. 나오지도 않는 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치를 떨었다. 적에게 완전히 둘러싸인 상황에서 도대체 어떻게 살아남은 것인가. 스스로가 생각하기도 용하다. 얼마나 더 버텨야 하는가. 이제 우리도 뒤돌아 퇴각해도 되는 것 아닌가. 허긴, 이미 퇴각할 길도 없어졌다. 적에게 완전히 포위 된 상태에서 도망갈 곳이 어디 있단 말인가. 보내준다던 구조대는 오지 않는가.

“하아. 하아.”

순간 적군 사이에서 극(戟)을 든 무사가 강민 앞에 섰다. 산발한 머리를 흰색 비단 천으로 묶어 정리한 무사에게서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진다. 쳇, 비단천이 하얀 걸 보니 피 한 번 묻히지 않았군. 왠지 모르게 그의 모습에 화가 난다. 이제는 창 휘두를 힘도 없건만, 솟는 오기에 고함을 지른다.

“또 죽고 싶은 녀석이 너냐?”

순간 조용해졌던 전장이 그의 웃음소리로 가득찼다. 강민의 얼굴이 심하게 찡그려졌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오만한 적장의 모습에 새 힘이 솟는 것 같았다. 굳건히 주창영을 쥐는데 그가 입을 열었다.

“네 이름이 뭐냐?”

“민.”

“민이라. 어울리는 이름이군. 네가 지오장의 강민이지? 난 규리어수류의 이병민이라고 한다.”

“네가 무엇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냐. 죽고 싶지 않으면 물러서라.”

의연한 강민이 놀라운지 이병민이 감탄의 표정을 짓었다. 그러나 그 표정은 곧 강민을 조롱하는 비웃음으로 변한다.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지금 그 꼴으로? 창을 쥔 팔이 후들거리는 군. 서 있을 힘도 제대로 없어.”

“그 것이…”

비웃는 이병민에게 강민이 응수한다. 강민은 짐짓 무서운 표정으로 일관하며 이병민의 말을 받았다. 중얼거리듯 소리는 작았지만 그 뜻은 확고했다.

“그 것이 무슨 상관이냐.”

주창영을 들어 허공에서 붕붕 휘둘렀다. 난 아직 살아있다. 앞으로도 살아간다. 반(反)하는 자는 죽인다.

“모두 다 물러서라! 난 지오장의 몽상가, 강민이다!”

******

“그래. 지오장에 돌아온 이유는 무엇이냐?”

안채에 서로를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 조규남과 이재훈이었다. 이재훈은 조규남의 물음에 쉽게 답하지 못하더니 찻잔을 들었다. 차를 한 번 들이키고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대답한다.

“규리어수류의 천재무사 이윤열이. 지금 지오장으로 옵니다.”

대답을 끝내고 다시 한 번 찻잔을 들었다. 스승님 밑에 충분한 수련을 했다고 믿었건만 마음이 진정 되지 않는다. 조규남 역시 그 말을 듣더니 한동안 말을 잇지 않았다. 한참이나 지난 후에 조규남이 입을 열었다.

“으음. 그렇군. 그건 어떻게 알았지?”

“이윤열과 얼마 전 기량을 겨뤘습니다. 전장에서 승부를 끝내지 못했는데 그 것을 아쉬워  하는지 제게 일부러 알려 주더군요.”

이재훈은 몸서리를 치며 또 한 번 찻잔을 들었다.

“그는 너무 강합니다. 아마 막지 못 할 수도 있습니다.”

그 말을 하며 이재훈은 깨달았다. 찻잔이 비었다는 것을.

******

“잠깐, 이쪽으로 가면 지오장 밖에 나오지 않는데.”

이윤열은 약 50명의 무사들과 지오장을 향하다가 뜻밖의 방해물을 만났다. 붉은색 명주 천으로 묶은 긴 머리. 초리가 긴 눈에 허리에 찬 도검(刀劍).

“그 푸른색 깃발. 너…”

“…….”

“규리어수류로군. 지오장에는 무슨 일로 가는 거지?”

“…….”

대답을 하지 않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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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h열혈팬
04/08/15 16:37
수정 아이콘
아, 빙화말입니다. 1화가 두개입니다-_-;; 일종의 프롤로그같은게 하나 더 있는데 그게 없네요..ㅇ_ㅇ;;
blue wave
04/08/15 16:38
수정 아이콘
허걱. 저는 그거 수정된 것인줄 알았는데...ㅜㅜ 찾아보겠습니다.
edelweis_s
04/08/15 16:54
수정 아이콘
bluewave님 쪽지 잘 받았습니다. 뭐 기분 나쁘지 않고 오히려 다행이죠^^;; 대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ChRh열혈팬/그게 1화가 두개가 아니라. 처음 올렸던 1화가 너무 엉망이라 새로 써서 올린겁니다. 그래도 기억해주시는 분이 있다니 좋네요^^
blue wave
04/08/15 16:57
수정 아이콘
너그러히 이해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delweis_s님의 빙화, 정말 잘 보고 있습니다.(팬이예요..^^)
다른 분들도 edelweis_s님의 빙화 많이 사랑해 주세요.^^
ChRh열혈팬
04/08/15 17:23
수정 아이콘
아, 그런건가요? 전 프롤로그인줄 알고..-_-;;(100%수정이라고 써있던게 그것때문이었군요^^)
전 개인적으로 그게 더 낫다고 생각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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