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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5/21 06:27:38
Name 바보왕
Subject [기타] [스포]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 2 감상평 (수정됨)
★★★☆

RPG 팬이라면 충분히 플레이할 가치가 있습니다.
RPG 입문자라면 첫 작품으로서도 괜찮습니다.
다만 단점이 좀 뼈아프니 고티급 갓겜은 기대하지 마세요.

(*추가정정 : 출시 후 패치를 통해 IME 문제를 비롯한 버그 및 문제를 수정했다고 합니다.)



중요한 건 다 말했습니다. 성격이 게을러 도무지 스포일러 검열을 하질 못했으니 스포일러를 피하려는 분은 글쓴이의 못남을 용서해주시고 빠르게 글을 닫아주세요.

다른 영화 스포일러도 좀 들어갔을지 모릅니다. 특히 마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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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게임이 뭐냐고 저한테 물으면, 컴퓨터 프로그램이라고 대답합니다. 무슨 소리냐면, 내용이고 뭣이고간에 일단 실행은 제대로 되고 봐야 한다는 소립니다. 당연한 것 같은데 의외로 제작자 중에는 잊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이 게임은 실행에 문제가 많습니다. 발적화나 가끔 나오는 CTD는 애교로 넘어간다지만 비영어권 OS에서 생기는 IME 문제, 인벤토리 UI의 엉터리 같은 설계미흡, 심지어 실행 시간이 길어지거나 화면 이동이 잦을 경우 마우스 밀림 현상까지 일어나는 건 어떻게 봐줘야 하는지 감도 안 옵니다.

외국어 번역도 해준다고 동네방네 떠벌여 놓곤 막상 실제 작업은 각 나라 유통사에서 다 해줬던데 (물론 유통계약 문제가 얽힌 거니 어쩔 수 없긴 했습니다만) 킥스타팅으로 돈 받아먹고 하다못해 IME 호환처리 한줄 넣을 생각도 안 한 걸까요? 이런 사소한 조치 하나가 있고 없고가 플레이어한테는 게임 시작 직후에 새로 시작하기 버튼을 누를 수 있느냐 없느냐의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는데 말이죠.

프로그램의 만든 모양새만 보자면 이 게임 제작자 성의는 완전히 한국 대기업 온라인 게임 수준입니다. 런칭하는 날마다 서버를 터뜨리는 그런 졸부 취향 게임들 말이죠. 게임을 첫인상으로만 평가하는 게 지론인 분들이라면 정신 자린 패치 뜰 때까지 필라스2는 보류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렇잖아도 프롤로그 스킵도 안 되는 게 시작할 때마다 느릿느릿 걸어가서 속터져 죽을 것 같더만.

딱 여기까지가, 필라스2 플레이의 가장 큰 진입장벽입니다. 마의 구간을 견뎌내고 마제 항구에 도착한 분께, 축하드립니다.



이제부터 여러분은 참 좋은 RPG를 플레이하시게 됐습니다.



필라스2는 여러 의미로 옵시디언의 집대성이라고 할 만합니다.

먼저 지역 이동 방식이 1탄에서 바뀌었습니다. 발더스 게이트와 유사했던 필라스1의 지역간 이동 방식을 폐지하고, 필라스2는 어디든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지도를 통째로 제공합니다. 완전 3D는 아니고 2D 지도에서 아이콘을 움직이는 방식인데, 제히르의 폭풍이나 폴아웃 클래식, 혹은 웨이스트랜드 시리즈나 오리건 트레일 같은 게임을 전에 해본 분이라면 아마 친숙하게 느끼실 겁니다. 당장 제히르와 웨이스트랜드가 정도 차이는 있어도 옵시디언과 연이 깊은 작품들이니, 옛 영광의 귀환이라고 불러도 되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정말 이 게임은 여행이 자유롭습니다. 시작 직후에도 플레이어는 섬 안에서 가고 싶은 곳이면 어디든 언제든 어떻게든 마음대로 갈 수 있고, 배를 타고 항해를 시작하고 나서는 우카이조를 제외한 나머지 거의 모든 곳을 역시 어디든 언제든 어떻게든 마음대로 갈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스토리 진행도 전작에 비해서 매우 자유롭게 변했습니다. 퀘스트 때문에 못 간다 막혔다 나중에 와라 하는 곳도 없으니 매 순간이 곧 플레이의 과정이고 이야기의 한 장면이 되는 거거든요. 메인퀘스트야 아무래도 서사 위주의 게임 시스템과 에오타스한테 발목 잡히는 이야기 구조가 조금 안 좋은 방향으로 시너지가 나서 선형적으로 짜여 있긴 합니다만, 나머지의 경우는 서사 순서부터 과정까지 대부분이 느슨하고 자유롭습니다.

연계된 퀘스트가 있으면 뒤쪽 퀘스트를 먼저 깨도 되고, 하나의 퀘스트에서도 대체로 그냥 목적지부터 가서 사고부터 쳐놓고 나중에 와서 사후보고를 해도 됩니다. 그러니 공략에 의존할 필요도 없고, 마음대로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내가 주인공이 되는 플레이를 즐길 수 있습니다.

오픈월드의 구성에서 야숨하고 비빌 정도는 못 되지만, 그 외에는 어지간한 자칭 오픈월드와 비교를 하더라도 필라스2가 훨씬 장르의 기본 정의에 충실합니다.

단지 게임을 속성으로 플레이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이런 높은 자유로움이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하는데요, 필라스2는 오랜만에 플레이어를 퀘스트로 아주 뺑뺑이를 돌리는 게임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수도에 가서 퀘스트를 줄줄이 받아 줄줄이 깨려고 하면, 동서남북 중구난방으로 동선이 흩어지는 걸 보고 정신이 1차로 나갑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퀘스트를 다 깨고 와서 완료를 하면.........

갔던 데를 또 보내죠.



블레이드 앤 소울 이후로 이렇게 오픈월드 배경에서 사람 똥개처럼 굴려먹는 엿 같은 뺑뺑이는 또 참 오랜만에 해봤습니다. 필라스1처럼 지역 한번 들어가면 아주 그냥 탈탈 털어서 한 세트로 퀘스트를 싹 다 깰 수 있는 설계가 아니기 때문에, 필라스2는 미리 어느 정도 멘탈을 느긋하게 잡고 플레이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안 그러면 사람이 속 터져서 못 합니다.

대신 이 게임을 여행이 컨셉인 게임이다 미리 생각을 깔고 플레이하면, 컨셉에 따른 재미 면에서는 보상을 확실하게 챙겨줍니다. 오랜만에 대항해시대 분위기가 잘 묻어나는 게임이 나왔네요.

배가 그냥 바다 위에 떠 있는 게 아니라, 배를 띄워줄 사람들을 직접 모아야 합니다. 갑판장부터 갑판원 포수에 조타수 항해사 요리사 선원까지. 평범한 인간부터 약쟁이나 임프 오우거까지 세상천지 미치광이가 플레이어 배에 다 모입니다.

식량과 물과 각종 소모품도 날짜에 맞춰서 챙겨 놓아야 하지요. 전투 한 번 하면 포탄만 나가나요. 다치는 사람 챙길 약품과 배 터진 거 고칠 예비용 부품까지 쑥쑥 빠지지요. 그리고 선원들이 또 보통 입맛인가요. 하나같이 배때지가 불러서 건빵 먹고 생수 먹으라 하면 안 넘어간다고 또 데모하고 난리가 납니다.

막상 육지 나가면 플레이어 파티는 다들 건빵 먹고 버티는데! 선원이 선장 간부보다 잘 먹고 잘 사는 본격 인권 복지 게임 그게 필라스2입니다.

물자를 아낀다고 전투를 무작정 피하면 어느 순간에는 밥과 물과 돈이 없어서 고생하는 순간이 옵니다. 그러면 선원들은 반란을 일으키고, 그거 다 때려잡을 게 아니라면 뭔가로 달래는 줘야 하는데, 마침 그럴 때 바로 옆을 지나가는 순진한 상선이......

그 외에도 지도 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스크립트 이벤트가 여행을 돕거나 망치기도 하는 등, (뭐 그래도 여행 잘 하다 말고 피똥 싸서 죽었다 그런 이벤트는 안 나옵니다. 하긴 시대가 어느 시댄데 그런 이벤트로 게이머 엿먹이겠어요......) 배 타고 수평선을 바라보는 멋만 있는 게임이 아니라 정말로 고립무원의 바다 위에서 여행을 하고 선원들을 챙겨주며 배의 자원을 계산해야 하는 선장의 기분을 필라스2를 하면서 듬뿍 느낄 수 있습니다. 항해하면서 뱃노래까지 듣고 있으면 웬만한 유사 게임보다 오히려 이게 진짜 대항해시대 같아요. 아니면 블랙 플래그나.



여행의 재미 중에 경치 감상이 빠질 수도 없을 텐데, 필라스2의 그래픽은 훌륭하다기보다는 “적절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뭐 대단한 눈뽕이 있는 건 아닌데, 어차피 RPG가 CG 보려고 하는 게임이 아니죠. 그리고 필라스2의 그래픽은 게임에 몰입하기 위해 필요한 만큼, 아니 그 이상의 분위기를 만들어줍니다. 가산점 후하게 쳐줘도 괜찮으리라 생각합니다.

세계지도는 항해지도 채색본이나 모형 항해지도 같은 느낌으로 만들어져 항해하는 분위기를 북돋워줍니다. 스크립트 이벤트에서도 필라스1에서 더 멋있게 바뀐 스케치 일러스트가 적절하게 느낌을 살려주죠. 다만 지역 인카운터에서는 그냥 텍스트로 전개를 때우고 별다른 시각 묘사가 없었던 게 아쉽고, 그나마 전투가 벌어지는 곳에서도 배경을 돌려쓴 곳이 많아 옥의 티가 되었습니다.

대신 거기서 아낀 개발자원을 플레이 주요 경로의 묘사에 쏟아부어 꽤 좋은 선택과 집중을 보여줬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을마다 특색 있게 이쁜 묘사가 눈에 띄고, 특히 배경이 태평양 군도 같은 곳으로 확장된 만큼 원주민과 개척정부의 다양한 문화양식이 드러난 것도 좋습니다. 최고급 기술이 떡칠된 게임 그래픽도 좋아는 하는데, 이쪽이 봤을 때 더 아름답다고 느낄 사람도 있을 것 같네요.

캐릭터 아트도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습니다. 일러스트와 3D 모형 사이의 위화감이 이제 거의 없어졌네요. 특히 주요 NPC들은, 그 중에서도 특히 플레이어 동료들이 장족의 발전을 이뤘는데, 에데어나 마이아 같은 경우 거의 초상화를 찢고 나온 듯한 싱크로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아이들 애니메이션 같은 깨알 같은 곳까지 이번작에서는 세심하게 공을 들여서, 게임하는 내내 게임 속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라는 느낌이 드는 점이 좋습니다. 에데어는 가만히 있으면 라이터를 땡겨서 파이프에 불을 붙이고, 알로스나 이드윈은 예의바르면서도 어딘지 능청스러운 몸짓이 묻어나며, 테케후는 피터 파커 좌우 가로버전.......아니, 이 친구는 그냥 직접 봅시다. 직접 봐야 테케후의 매력을 피부로 느끼할, 아니 느낄 수 있습니다.



UI는 다소 평이 복잡한데, 훌륭한 시각 인터페이스와 수준 이하의 조작이 어울려 참 미묘한 느낌을 만듭니다. 일단 정보 전달이 매우 좋습니다. 보는 순간 뭐가 뭐고 어떤 게 어떻게 되는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소지품 관리 화면에서는 전작처럼 창고를 열었다가 닫았다가 하면서 삽질을 할 필요도 없이 한 방에 인물과 창고의 아이템을 관리할 수 있게 해놨어요.

그래놓고 엉터리 같은 조작을 끼얹었다니까요. 아니 왜 창고 중간에 아이템 드랍이 안 되는가 말이야! 무조건 첫 칸에 아이템을 놔야지, 안 그러면 창고에 옷을 넣으니 캐릭터가 옷을 갈아입고, 창고에 음식을 넣으니 캐릭터가 음식을 주워먹는 기가 막히는 꼴을 보게 됩니다. 이게 세상을 구하는 주시자여 아니면 석 달 굶다 온 품바여?

아이템 정리도 전작과 비교해서 오히려 퇴보했습니다. 인챈트 등급별, 혹은 아이템 종류별로 아이템을 정리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가게를 가서 아이템을 처분할 때도 필요한 것만 남기고 잽싸게 아이템을 팔아먹을 수가 없고, 일일이 비교를 하면서 내가 이걸 앞으로 쓸지 안 쓸지를 재고 클릭을 해야 합니다. 그 좋던 기능 다 어디 가고 이런 되다 만 조작이 나온 건지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개발자가 남김없이 바뀌었는데 인수인계가 제대로 안 됐나 하는 황당한 생각까지 들 지경입니다.



스토리와 세계관 묘사 면에서는 결론부터 말하면 무난했다는 평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필요한 것도 얻었고 원하던 바도 이루었지만 그 이상의 발전을 이루지는 못했다는 게 제 감상입니다.

필라스 1은 신의 본질이라는 게임의 핵심 설정이자 이야기의 전체 주제, 더 나아가 현실과도 연결되는 문제의식을 제시했고, 게임에 나오는 온갖 세계관과 부속 이야기도 핵심 컨텐츠를 뒷받침하는 용도로 쓰였습니다.

한편 필라스 2의 경우는 1의 내용을 심화하기보다는 1에서 말로만 언급되고 소홀하게 다뤄진 세계관의 다양한 세부 설정을 좀 더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군요.

흔한 판타지 즉 중세유럽과 숲을 거점으로 하는 부족사회의 갈등이란 테두리 안에 안주했던 1과는 달리 데드파이어는 앞서 말했듯 해적시대 직후의 태평양 군도 사회를 주 모티프로 삼습니다. 시대로 보든 문화로 모든 그리 쉽게 볼 만한 배경이 아니다 보니 이 배경이 얼마나 게임에 녹아드는지도 문제가 될 텐데, 생각보다 잘 녹아 있어요.

RPG라면 친숙하게 느낄 유럽풍 건물과 독자적인 석조양식을 쓰는 원주민의 건물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도시에서, 역시 다양한 유형의 외지인과 원주민이 서로 바라는 것을 부딪치거나 숨겨 가면서 하나의 집합을 만듭니다. 나쁜 침략자와 착한 원주민 같은 친절한 구도가 아니라, 원주민과 외지인 사이의 정치 싸움, 그로 인해 때로 싸우고 때로는 서로 협력을 구하는 모습이 지나가는 주민A의 대사부터 이야기 내용까지 곳곳에 스며들어 있어요.

그리고 이런 인간군상의 다양한 움직임을 조명하기 위한 부속 이야기들이 플레이의 빈 곳을 채웁니다. 채집 경제에 의존하는 원주민의 문제, 원주민을 ‘침략’한 외지인, 그 외지인의 ‘확장’을 교활하게 수용하여 더욱 번성한 원주민 사회, 그런 사회를 보며 화가 나는 보수주의자, 그리고 번영 속에서 오히려 버림받아 가는 하층민의 삶, 1탄보다 오히려 다양하고 풍부하게 다뤄지는 심혼술에 대한 각종 설정들, 그리고 이드윈 오구이뻐 아 아니 이게 아니고요. 구 제국의 잔재를 이어가는 베일리아 공화국과 프린치피, 다시 그 프린치피 센 파트레나 사이에서도 세대에 따라 결속이 분열되어 가는 모습이 다시 스토리의 한 축이 되고, 뭣보다 세라펜이 간지나거든요 아니 이거는 빼고요.

이렇게 풍부하고, 1탄에 비해 독립적인 이야기들이 바다를 누비며 여행을 하는 기분을 더더욱 살려줍니다. 더구나 이게 또 완전히 따로 노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다른 에피소드로 퀘스트를 시작했다가도 플레이를 하다 보면 서서히 데드파이어 군도의 역사, 혹은 그 역사의 이면에 숨어있는 핵심 키워드인 우카이조를 둘러싼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로 수렴합니다. 모로윈드의 길드 퀘스트나 웨이스트랜드 1탄의 마을 퀘스트 해본 분이 혹 계시면 이 감각을 좀 더 빠르게 알아보시지 않을까 싶네요.

그러니까, 필라스 2를 플레이하는 느낌은 잘 쓴 이야기책을 읽는 듯한 1탄과는 또 다른데...... 비교하자면 마스터를 앞에 앉혀놓고 치밀하게 설계한 TRPG를 플레이한다든가, 왓슨이 되어 셜록 홈스의 뒤를 따라다니는데 처음에는 상관없어 보이던 사실들이 모이고 모여 하나의 진상으로 완성되는 걸 옆에서 보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그래서 필라스2의 스토리가 그렇게 좋으냐 하면 약간 결론을 서두르기는 망설여집니다.

우선 전작의 주제의식으로 똘똘 뭉친 강렬한 이야기가 너무 임팩트가 크다 보니 그쪽이 더 익숙한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1탄에서는 시작부터 끝까지 영혼과 저승과 신과 무지한 주제에 이해하지도 못하는 권위에 충성만 바칠 줄 아는 그런 신념에 찬 악역들을 주구장창 상대했는데, 2탄에서는 에오타스를 쫓아가다가 말고 갑자기 멈춰서 배 고쳐야지, 심혼학자들 마중 나가러 가야지, 해적 뚝배기 뿌시러 가야지, 울둠 레이드 가야지, 별도 안 주는 아주라 퀘스트 깨러 가야지......

그러다가 한참 뒤에 가면 겨우 다시 기억나거든요. 아 맞다 내가 닥터 맨하탄 1:1 크리스탈 피규어 궁둥이를 쫓아가던 중이었지?

이게 RPG의 고전적인 개념에 굉장히 충실한 것도 맞고, 따라서 원래라면 가산점을 주는 것도 맞다고 생각합니다만, 역시 전작이 너무 스토리를 잘 뽑은 게 발목을 잡아요. 전작 생각하고 이 게임 했다가는 스토리 가지고 또 속 터져서 뒤로 넘어갈 겁니다. 좀 조야하게 표현하면, 만약 필라스2에 다른 시스템 개선이 없었더라면 이 스토리 가지고 그냥 DLC를 하나 더 내는 게 나았을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전작의 스토리를 잘 벗어나 고전적인 RPG의 서사 설계를 잘 계승했으니 무작정 점수를 높이 줘도 되느냐 하면, 솔직히 아니에요.

게임의 스토리가 혼자 존재하는 게 아니잖습니까. 플레이를 해서 플레이어가 주워 먹도록 해줘야지. 더구나 이건 서사를 위주로 한 RPG이며, 장기적이든 단기적이든 퀘스트를 통해서 스토리를 완성해야 하는 게임입니다.

그런데 필라스2가, 스토리가 그렇게 신선하고 참신하고 좋은 걸 정작 퀘스트가 발목을 콱 잡습니다. 퀘스트가 옵시디언, 아니 90년 이후 보이는 많은 RPG가 따랐던 클리셰를 또오옥같이 따라해요. 자기표절도 어느 정도껏이지.

그 좋다고 한 해적 뚝배기 깨는 스토리를 막상 퀘스트로 보면요, 그냥 전작의 레드릭 처단 퀘스트와 판박입니다. 해적 집 정문에서 노크한 다음 열렬한 마중을 받으며 들어가도 되고 히트맨마냥 옷 갈아입고 사원증 내밀면서 들어가도 되며 환풍구를 타넘고 미션 임파서블 찍은 다음 ‘저기요 방금 천장에 폭약 설치하고 나온 사람인데요, 그거 아직 안 터졌어요?’ 작전으로 가도 됩니다. 아니면 뭐 어떻게든 들어가서 암살하면 되죠. 왜 그거 있잖아요. 목격자가 없으면 된다는 그 암살 말입니다.

메인퀘스트의 큰 흐름도 전작보다는 나을 바가 없어요. 뭐 폭풍을 넘으려면 동맹군을 모아라 어째라...... 하는데, 이게 그러니까 브루마 관문 타격전이나 웨스트 하버 방어전, 후버댐 전투하고 비교해서 다른 게 뭐냐고요. 더구나 뒤에 두 개는 다름아닌 옵시디언 댁들이 만든 거잖아...... 그 때도 딱 그거 하나가 노잼이더만 본인들은 해보고 별 생각이 안 들었나 모르겠습니다. 필라스 시리즈 안에서만 비교해도 당장 전작 옌우드 전투 그 자체구만요.

그렇다고 이게 록맨 8보스 잡고 끝판 4번 깨서 엔딩 보는 것처럼 게임의 규칙으로 완전히 정립이 된 거냐 하면 또 미묘한 게, 어떻게든 이걸 스토리로 숨기고 개연성으로 기워서 플레이어가 눈치를 못 채게, 그러니까 자연스러운 것처럼 넘어가게 만들려는 티가 납니다. 이렇게 클리셰를 숨기려고 아등바등 노력하는 걸 보고 “와 이건 그냥 정형성이니까 넘어가도 돼” 하면 그것도 별로 재미있는 광경은 아니겠지요.

필라스 3 때도 또오옥같은 짓을 한다면 그 때는 파크라이급 장르 정형성으로 인정해주겠습니다. 물론 그 전에 개인적인 실망을 담아 욕 한 바가지를 씌운 다음에요.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닙니다.

결국 필라스 2의 스토리와 퀘스트 디자인이 참 뭐라 평하기 착잡한 게, 진부하다고 하기엔 너무나 참신하고 멋지며, 그렇다고 신선하다 해주기엔 클리셰의 게으른 반복이 너무 많습니다. 이것저것 다 합치자면, 아까 처음 했던 “무난하다” 정도가 가장 적당한 평이 아닐는지요.

다행히 필라스 2는 아직 좋은 점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무엇보다 RPG가 고작 저널에 적힌 퀘스트 깨고 남 심부름이나 하는 게 전부인 게임은 아니죠.



필라스 2에서 이뤄낸 또 한 가지 장점이 인물 조형, 캐릭터 빌드입니다. 사실 이 인물 조형이 게임 최고의 장점이자 플레이 의의라고 봐도 돼요.

전투에 관여하는 능력의 기본 뼈대야 필라스 1에서 처음 만들고 티러니에서 검증까지 다 받았으니 더 논할 것도 없겠습니다. 한 직업이 한 능력치에 의존하기보다, 하나의 공통적인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치가 6개 있고 각자 직업마다 선호하는 상황에 따라서 해당되는 능력치에 투자를 해야 하는 균형 있는 스테이터스 설계 역시 이번에도 큰 변화가 없습니다.

거기에 2에서 추가로 개선된 부분은 멀티클래스가 가능해졌다는 점입니다. 한 인물이 두 직업을 공유해서 더 많은 상황에서 유연하게 전투를 이끌어나갈 수 있게 됐어요. 단일클래스보다 능력이 약하고 모자랄 뿐만 아니라 능력 레벨의 한계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더 강력한 빌드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파티 조합이나 전황에 구애받지 않고 두 직업 사이의 능력을 조합하면 큰 시너지를 노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멀티클래스에 따른 각 클래스 핵심능력에 대한 재편이 이루어져, 각 클래스마다 고유한 가치를 가지던 능력들이 대부분 저레벨 능력으로 조정되고, 성전사 오라나 전사 태세 같은 3종1세트 능력의 경우 아예 기본 능력을 하나만 찍어도 3종 능력을 모두 쓸 수 있도록 버프를 받았습니다. (대신 업그레이드 능력 3종이 생겼기 때문에 패시브 위주로 포인트를 몰빵할 경우 오히려 오라에 4포인트가 들어가는 게 함정)

거기에 권능이라는 능력을 통해 저레벨 능력의 명중률(=치확!) 및 효과를 뻥튀기할 수도 있으므로, 전술적인 플레이를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POTD 솔로 빌런이라면) 멀티클래스를 통해 스탯 이상의 힘을 발휘하면서 게임을 입맛에 맞도록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기술, 즉 비전투 능력의 구성과 사용도 전작에 비해 훨씬 합리적으로 바뀌었습니다. 먼저 기술의 종류가 6 가지에서 16가지로 늘어나고, 이들은 다시 활성형 기술과 비활성형 기술로 나뉘었습니다. 이 중 활성형 기술은 탐험, 전투, 여행 중의 행동 선택지 등 플레이어의 비서사적 플레이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치는 기술이고, 비활성형 기술은 서사적 플레이, 즉 대사 지문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치는 기술입니다.

이를 통해 필라스2에 생긴 추가 장점은 먼저 두 가지인데, 하나는 기술을 찍는 순간 내가 어떻게 얼마나 전투에서도, 혹은 탐험에서도 강해지는지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는 거예요. 필라스 1의 경우 지식을 찍었을 때 내가 실제로 탐험 중에 얼마나 도움을 받는지 모릅니다. 생존을 14 넘게 몰빵해서 찍으면 버그가 나서 버프 효과가 적용이 안 된다, 혹은 아예 야영 효과를 선택도 못 한다, 하는 이야기 역시 아무도 안 해주잖아요.

하지만 2탄에서는 다행히 내가 얼마를 찍으면 언제 어떻게 쓴다는 걸 설명으로 가르쳐주고, 실제로 게임이 그렇게 짜여 있습니다.

그리고 대화를 이끄는 기술이 여러 가지로 나뉜 만큼, 퀘스트 중 대화 상황에서도 훨씬 다양한 방법으로 대화를 풀어나갈 수 있고, 반대로 캐릭터의 한계로 인해 풀 수 없는 대화나 퍼즐로 여러 번 맞닥뜨리게 됩니다. 이 때 적절한 동료가 있으면 빛을 발할 거고, 아니면 장애를 우회할 다른 방법을 찾는 재미가 생기겠죠. 그것도 아니면, 다음 플레이를 기약해도 되고요. 그 모두가 RPG의 재미를 만드는 조각이라는 점에서, 필라스2가 드디어 기술 시스템에서도 한 가지 좋은 성과를 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참 좋네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기술을 레벨업 때마다 활성형과 비활성형을 나누어서 찍을 수 있도록 했어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RPG에서는 엄청난 유저 편의 지원입니다. 왜냐면 RPG를 해보면 꼭 이런 사람 나오거든요. 주인공한테는 말빨 몰빵해서 이빨 괴물을 만들고, 반대로 전투원들은 죄 전투용 기술만 몰빵해서 아주 문도를 만드는, 그래서 위소보가 부인들 데리고 천하제패하는 그런 먼치킨 파티를 꿈꾸는 사람. (어째 위소보 부인들이 문도와 동급이 된 것 같지만 넘어갑시다. 다들 그건 아니란 걸 잘 아시잖아요)

아무튼 잘 먹히면 드래곤 에이지나 폴아웃 되고 잘 안 먹히면 웨이스트랜드 돼서, 말빨 하나만 가지고도 끝판왕 넘기고 엔딩 보거나 스타트 10분만에 우리편 하나 죽이고 다음 마을 들어가거나. 이런 괴물 파티를 만들 거 없이, 필라스 2에서는 그냥 전투에도 하나 전투 아닌 거에도 하나씩 나눠서 스킬 찍으면 됩니다.

플레이어 외의 파티원들도 마찬가지로 비활성형 기술을 레벨업 때마다 하나씩 찍는데, 이것들도 버려지지 않고 플레이어 기술 점수에 상황에 따라 합산이 됩니다. 따라서 다양한 지식을 가진 파티원의 ‘조언’을 받아 플레이어 한 명의 한계를 넘는 난관을 넘어서는 재미가 있어요. 그렇다고 무턱대고 점수 합산만 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합산에 페널티가 적용되거나, 아예 기술 점수 합산을 할 수 없고 플레이어 혼자 체크를 해야 하는 등, 기술의 활용에도 많은 변화를 주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전작에서 전투 스탯의 부속물일 뿐이던 기술이란 요소를 서사 컨텐츠의 중심까지 끌어올린 것이 필라스2의 또 한 가지 큰 개선점이자 재미가 되었습니다.



그 다음 두드러지는 개선점으로는 관통력과 갑옷 등급의 대대적인 변화를 들 수 있겠습니다. 종래의 메이저 TRPG나 워게임에 기반한 대미지 우회 혹은 감소 개념을 필라스 2에서 드디어 완전하게 폐기했어요. 모든 캐릭터와 무기에 기본으로 관통력을 부여하고, 갑옷 등급과 비교해서 대미지 보정을 주는 방식으로 바뀌었는데, 이에 따라 갑옷이 관통력보다 좋으면 최대 75%까지 대미지 저항(퍼센트 감소)이 생기고, 반대로 관통력이 높으면 치명타와 별개로 최대 30%의 추가 대미지가 생깁니다. 더하기 빼기 놀이에서 벗어나 현대 컴퓨터 게임에 훨씬 가까워진 거죠.

이 간단해 보이는 변화 하나가 왜 그렇게 대단하냐고요? 이게 필라스 2의 전투 템포를 엄청나게 가속시킨 일등 공신이거든요. 우리편 적 할 것 없이 모두 일정한 대미지를 확정으로 입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전투가 정말 굉장히 빨라집니다.

필라스 1탄의 경우를 떠올려봅시다. 보스다 싶은 놈들은 하나같이 댐감 30씩 40씩 혹은 3속성 면역 같은 재수없는 스탯을 달고 나와서 뒷골을 잡으셨지요? (뭐 그 때쯤 우리편도 밥먹고 버프깔면 댐감 20 25는 우습게 나왔다는 게 함정이지만요)

그러다 보니 저 말도 안 되는 댐감을 어떻게 뚫을까만 자꾸 고민을 하게 되고, 결국 챈사마 같은 3대 치트 클래스와 무식한 양손 근접무기, 고정 대미지를 꾸준히 누적할 수 있는 영매사라는 한정된 수단에만 의존해서 전투를 할 수밖에 없었죠. 하얀 산맥 있는 사람들은 너나없이 시작하자마자 콘셀하우트의 빠따질 먹으러 크래그홀트부터 달려갔고 말이죠.

그런데 필라스 2는 더 이상 안 그렇습니다. 시원하게 싸우고, 시원하게 끝장이 납니다. 가벼운 평타 한 방도 이제는 맞았다 하면 위험해지기 때문에 아예 공격을 받지 않는 완전 방어 스탯에도 전작 이상으로 신경을 써줘야 되고요. 나중에 조금만 더 게임이 개선되면 아마 기동회피나 회복, 더 나아가 완전한 역할 분담의 실현 같은 전술적인 요소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있습니다. (지금 이 부분은 굉장히 아쉬운 점이기도 한데, 조금 있다 따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이에 맞추어 NPC의 스탯 스케일도 상식적인 수준에서 오르내립니다. 무슨 강화도 조약에서 찢어온 듯 치트나 강요하는 불공평 스탯 따위는 적어도 POTD 난이도 미만에선 눈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대신 전작보다 정교한 AI와 강력한 공격 기술이 스탯의 빈자리를 대체합니다. 일반 적은 물론이고 보스까지 전작과 비교하면 훨씬 다양한 종류의 기술을 구사하며, 심지어 상황에 따라 태세를 바꾸거나 버프를 끄고 다른 버프를 뒤집어쓰는 등 멋지게 악랄한 전술로 파티를 압박해줍니다.

대미지가 시원하게 들어가기 때문에 무기군의 활용성도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습니다. 가벼운 무기라도 무기 숙련을 잘 이용하면 양손무기 못지않은 대미지를 줄 수도 있고, 대미지를 조금 더 희생해서 적에게 디버프를 걸어가며 전황을 유리하게 바꿀 수도 있습니다. 특히 적들이 우리한테 주는 대미지도 1탄과는 비교가 안 될 수준인 만큼 디버프 하나를 제대로 걸고 못 걸고가 이번에는 굉장히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근접 양손무기가 완전히 버려지는 것도 아닌 것이, 관통력이나 인챈트 같은 수단으로 대미지에 퍼센트 보정을 넣고 나면 치명타 뽕이 끝내주거든요.

필라스 2는 플레이어 성향이나 캐릭터 스탯, 전투 상황에 따라 적절한 무기를 골라 쓰는 재미가 있습니다. 에데어만 빼고 다들 똑같은 나팔총 아니면 아쿼버스 아니면 양손무기만 들고 다니던 1탄과 비교하면 장비 구성하는 재미, 파밍한 아이템 분배하는 재미도 이루 말할 수가 없네요. 버리는 아이템도 없으니 취향 따라 파티를 아기자기하게 꾸미면 그거만으로도 야금야금 시간이 날아갑니다.



빠르고 치명적인 전투가 필라스 2에서 주류를 이루는 대가로 또 한 가지 개선된 것이 체력의 삭제와 주문 사용자의 능력 상향입니다.

필라스 1이나 티러니에서는 두어 번 싸우면 지구력과는 다른 체력이 같이 깎이면서 캐릭터의 위험을 알렸고, 플레이어는 이 캐릭터의 체력을 야영이나 야전수술 같은 수단으로 계속 관리를 해줘야 했습니다. 체력이 0이 되면 캐릭터가 죽으니까요. 그런데 게임을 해보면 늦건 빠르건 눈치를 채는 게요, 꼭 한 놈이 계속 집중적으로 맞아요. 그게 탱커면 또 괜찮은데, 꼭 보면 마법사나 도적같이 체력 별로 있지도 않은 놈이 계속 맞는 그놈입니다. 따라서 파티 지구력 = 고문관 그놈 체력이라는 재미없는 공식이 생깁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 엿같은 체력 요소가 없어졌습니다.

부상을 입거나 잠을 하도 안 자서 피로해지지 않은 한, 전투에서 얼마나 피해를 입든 끝나고 한숨 돌리면 회복됩니다. 이전처럼 두 번 싸우고 캠프, 세 번 싸우고 캠프, 네 번 싸우면 야영 장비가 없어서 마을로 귀환하는 노잼 플레이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동시에 녹다운 한 번과 부상 하나가 주는 플레이 방해의 무게도 이전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에, 파티원이 최대한 눕지 않도록 돌봐줘야 할 필요성도 커졌습니다.

더불어 탐험 지속력이 높아지고 야영의 간격이 길어진 만큼, 주문 사용자의 능력도 대부분의 능력이 전투당 능력으로 버프를 받았습니다. 제작자들도 티러니에서 스피드 19짜리 마법사 하다가 필라스 1탄 다시 하니까 이건 아니다 싶었지 않았을까요? 아무튼 알로스가 처음 전투 시작하자마자 브루스 배너처럼 무쌍을 찍고 날뛰더니 다음 전투 내내 헐크가 되어 한구석에 찌그러지는 추한 모습은 이제 더 안 봐도 됩니다.



야영 시스템도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그놈의 야영 장비를 네 개 혹은 두 개 넘게 들고 다닐 수가 없어서 혼자 콜라 1.25리터 빨아먹은 사람마냥 마을을 왔다갔다할 필요가 없어요. 야영 장비 아이템이 없어진 대신, 음식이 휴식 때만 먹을 수 있는 걸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전작의 생존 기술 대신 음식마다 다양한 효과가 있어서, 해당 음식을 먹는 걸로 다음 버프를 받도록 바뀌었네요.

그만큼 게임도 더욱 직관적이면서도 전략적인 사고를 하도록.................. 개선은 됐는데, 뭐 막상 게임을 하면 다양하게 음식을 먹을 기회는 없는 게 좀 아쉽긴 했습니다. 아니 뭐 카파 차가 있으면 뭘 하고 맛난 술이 있으면 뭘 하고 안심 스테이크가 있으면 뭘 합니까? 그거 다 귀한 선원님들 뱃속으로 들어가야지. 선장과 간부 따위 그냥 건빵이나 좀 먹고 버티는 되는 거예요. 간혹 사치가 필요한 날에 과일 좀 먹겠죠, 흑흑흑......



간단히 요약하면, 필라스 2는 인물 조형과, 이에 따른 전투와 야영 등의 모험 부분에 대해서 전작과는 뚜렷이 구분되는, 아니 아이소메트릭 시점을 사용하는 고전 RPG 전체를 통틀어도 앞으로 새로운 기준이 될 엄청난 게임의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그리고 이걸 바탕으로 무지막지한 원형의 재미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요.



딱 한 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이 하나가, 지금까지 구구절절 읊어댄 좋은 점을 모조리 빛을 바래게 만들고 필라스 2를 올해 최고의 걸작에서 그냥 재미있는 수작으로 추락시켰습니다.




전투가 시원시원하게 흐르고 빠르게 끝나는 만큼, 플레이어의 순간적인 판단과 전술의 무게도 전작보다 훨씬 무겁고 의미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게임의 난이도에도 어떤 밸런스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필라스2는 다 좋고, 난이도 밸런스가 완전 시궁창입니다. 플레이어가 어떻게 뭘 해볼 겨를을 안 줍니다.

아까 제가 필라스 2가 웬만한 어떤 게임보다도 오픈월드의 장르 정의에 부합하는 게임이라고 했던가요? 그럼 당연히 플레이어가 마주치는 전투의 분포도 제각각이겠죠. 다시 그럼 당연히 플레이어가 마주하는 난이도도 제각각이어야 말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이 게임은 난이도가 너무 급격하게 변합니다. 어려운 전투는 손도 못 쓸 수준으로 어렵다가, 반대로 쉬운 전투는 조작 따윌 할 필요도 없이 AI가 알아서 다 끝장을 내버립니다. 필라스 2가 AI가 정교해졌다고 했는데, 그게 적들만 그런 게 아니라 플레이어도 AI가 훨씬 치밀해졌거든요. 그냥 적들 보이면 알아서 기술 쓰고 아이템 바르고 난리 부르스를 춥니다.

아무리 그래도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재미는 좀 있어야죠. 왜 롤도 그렇잖아요. 적당히 긴장감 있게 주고받으면서 내가 존재감 있게 싸워서 이기는 판을 해야 한 판을 하는 거지.

더구나 게임에서 난이도 조율을 위한 옵션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제가 그걸 분명히 체크를 하고 플레이를 했거든요? 그런데 게임 끝난 지금까지도 저는 그게 어떻게 적용이 되는 건지, 애초에 적용이 되기는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무슨 마제 항구 바로 옆으로 갔더니 전투 시작하자마자 초갈 여섯 마리가 동그랗게 우리편을 포위하고 절구질을 하는 겁니까? 사방이 막혀서 맞을 때마다 피가 다들 반 넘게 까지는데 무슨 위치를 잡고 무슨 버프를 깔고 무슨 아이템을 써야 되느냐고요. 대가리 하나에 플레이어 하나 치면 히오스 두 팀이구만. 우리편은 다섯 명인데 이건 뭐 숫자도 안 맞잖아요? 다구리도 작작 쳐야지요.

어려운 건 그렇다고 칩시다. 레벨 올리고 장비 갖추고 하면 난이도가 조절이 되겠죠. 그럼 게임이 너무 쉬운 이야기를 해볼까요?

레벨 10을 넘고 나니까 만나는 적들마다 30초를 버티는 경우가 안 나옵니다. 20초도 버티면 잘 버티는 거예요. 30초가 긴 시간인 것 같지만, RPG에서는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에요. 약간 느린 평타 네 방 맞추면 끝이니까요. 그런데 그 시간을 못 버티고 10마리를 훨씬 넘는 괴물 무리가 전멸을 해버리면, 아니 무슨 맛으로 필살기를 쓰고 뭐 컨트롤을 하겠습니까?

쉬움도 아니고 어려움 난이도가 이 모양입니다. 아니 뭐...... 예, 제가 성기사를 했죠. 파티에 사제도 있고 마법사도 있었죠, 오가는 대미지도 전작보다 높은 거 맞습니다. 그래도 레벨이 10을 넘었으면 피아 모두 피통도 넉넉할 텐데 30초 컷은 해도 너무한 거 아닌가요.

나중에는 컨트롤도 그냥 안 했습니다. 그런데 AI가 알아서 징찍고 힐하고 불지르고 하면서 싹싹 정리를 해주더군요. AI가 너무 똑똑한 것도 이렇게 보면 참 얄미울 지경입니다. 그렇다고 꺼버리면 정박아 다섯 명을 일일이 컨트롤하기 귀찮은 게 함정이고요.

최고 난이도인 POTD가 있으니 괜찮지 않느냐고 하실 수도 있을 텐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면 어려움 난이도까지는 괴물의 수, 등급, 등장 위치, 진형, 필라스 2부터 티러니와 같은 AI의 복잡도를 통해 난이도를 조절하지만 POTD가 되면 등장하는 적들의 스탯 기본 수치 자체가 폭발적으로 올라가거든요.

RPG에서 스탯 장난을 치면 게임은 할 만하게 어려워지는 게 아니라, 무작정 매워지기만 할 뿐입니다. 자연히 플레이도 챈사마 같은 사기성 클래스에 스탯 확보를 위한 민맥스 빌드에 치중하게 마련이죠. 일단 숫자가 깡패 아닙니까. 물론 그런 숫자놀이가 재미있는 날도 있기는 하지만, 그런 파워 플레이를 강요하는 게 균형 잡힌 난이도라고는 보기 힘듭니다.

게임이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고, 플레이어가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전투 조작을 안 하니까 초반에 빛나던 인물 조형도 적들의 다양한 AI도 시원시원한 전투의 긴장감도 뒤로 가서는 그냥 무덤덤해져 버립니다. 이럴 거면 난이도 선택은 왜 만들었습니까? 그냥 망자모드 옵션 체크만 넣고 기본 난이도는 이고깽이라고 부르면 딱이겠구만.

미원 넣은 음식 먹다보면 질린다더니, 필라스 2의 난이도 밸런싱이 꼭 그거처럼 보입니다. 이게 바로 미디엄 레어 서로인 스테이크에 갖다 부은 미원 한 숟가락이에요.





물론 후반 전투가 재미없다고 해서 필라스 2 전체가 재미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전투가 아니라도 여전히 바다 항해가 있고, 탐험이 있고, 괜찮은 스토리와 무던한 스토리텔링이 있습니다.

풍부한 선택지가 있고 각각의 선택지는 간혹 전혀 다른 과정으로 스토리를 끌어갑니다.

특히 이전부터 이어진 RPG라는 장르의 문법을 대부분 되살리고 물려받아 하나의 게임으로 다시 만들었다는 점과,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TRPG의 문법을 넘어서는, 그러나 여전히 RPG에 맞춰진, 새로운 전투의 기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필라스2는 팬들의 찬사를 들어 마땅한 게임입니다.

야숨이 젤다 1에서 시작된 한 시리즈의 핵심요소 위에서 현대 게임의 감성을 더했다면,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 2는 한 시대의 장르를 공유했던 지난 모든 것의 집대성이자, 옛날 아재 감성이 아직도 세상에 살아 있다고 외치는 생존 신고이자, 그 모두를 한 차례 더 업그레이드한 새로운 희망이에요.

그런 만큼 옥의 티가 더 눈에 밟히고 아쉬운 게임이다, 저는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 2를 종합하자면 이렇게 평가를 내리고 싶습니다. 조금만 더 다듬고 성의를 들여 만들었다면 두고두고 이야기할 최고의 갓겜이 나왔을 텐데.

어쩌면, 혹시 어쩌면 DLC와 패치를 통해 필라스2의 결함이 메워지고 완전한 게임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저 기다릴 뿐입니다.



자기들이 어떤 물건을 만들었는지 옵시디언도 자각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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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21 07:34
수정 아이콘
필라스2는 안 해봤지만, 발더스 게이트랑 DA오리진을 인생겜 수준으로 재미있게 했었는데 필라스1은 하다 지쳐서 클리어도 못 했어요. 그러고 나서 느낀 게, 사실 나는 진-정한 정통 RPG의 철학을 즐길 줄 아는 고-급 게이머 같은 게 아니라는 거였습니다. 알고 보니 그 게임들에서 제가 좋아했던 건 전투, 동료, 선택지였어요. 0.1초 단위로 시간을 멈춰 가며 야비하게 최적화된 전투를 하는 게 재미있었고(이러면 사실 긴장감보다는 세이브로드 노가다에서 재미를 찾게 됩니다), 그냥 민스크랑 알리스터가 너무 유쾌했고 에어리랑 모리건이 너무 매력있었고, 걔네들이랑 대화 선택지 눌러가며 상호작용하고 유사 미연시 플레이하는 게 재미있는 거였습니다. '모리건의 호감도가 올랐습니다 +1' 이런 거요. 아 취향 참 얄팍하다.

반면 필라스1에는 로맨스도 없었고, 에데어와 알로스는 알리스터나 에드윈보단 좀 심심한 친구들이었고, 팔레지나는 별로 안 예뻤어요. 그리고 텍스트는 머리 빠개지게 많고 어려운데, 정작 상호작용할 건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재미가 없던 거더라구요.

필라스2는 이런 부분에서 좀더 신경을 쓴 거 같아서 기대가 되는데, 어떠셨나요?
바보왕
18/05/21 08:01
수정 아이콘
(수정됨) 동료 캐릭터는 전작보다 좀 더 성격이 두드러집니다. 대화 선택에 따라서 자기 할 말을 하면서 호감도가 달라지는 장면도 나옵니다. 특히 에데어의 농촌청년+참전용사+동물덕후 설정이 필라스2에서 포텐을 펑펑 터뜨려 웃기는 장면을 만듭니다. 신캐인 세라펜, 테케후, 마이아도 하나같이 입심이 좋아서 같이 다니면 심심할 일은 없을 겁니다.

다만 이들이 그냥 친구라면 모르겠는데, 연애 대상으로 보기에는 매력이 애매하네요. 제가 남자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여캐를 위주로 보게 되는데, 마이아도 그렇고, 군바리 팔레지나는 더 그렇습니다. 이드윈이 같이 다니면 깨알같이 대화 중에 한 마디 거들거나 반응 보이는 게 이쁘긴 한데, 얘는 전용 스토리가 없는 사이드킥으로 분류되는 NPC네요. 사제 조티라는 캐릭터가 있다던데, 얼굴은 보편적인 기준에서 봐도 평범하게 매력 있는 여캐지만 저는 1회차를 맨땅에 헤딩하느라 성격 면에서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 영입을 못했어요...

그리고......로맨스, 있습니다. 사이드킥을 제외하고, 동료 캐릭터는 대부분 연애 대상이라고 봐도 될 겁니다.

선택지는 발더스나 드에와 비교해도 오히려 더 풍부합니다만, 엉뚱한 대목에서 플레이 선택지가 제한되는 (선택지를 한 세 개쯤 주는데 셋 다 마음에 안 드는 선택지인) 경우가 드물게 있습니다. 한 두어번? 그 외에는 캐릭터 설정 잡고 놀면서도 충분히 재미있게 플레이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부키
18/05/21 09:44
수정 아이콘
조티 이쁘고 귀엽습니다. 가만히 있을 때 등불 흔드는 모습이 귀여워요.
18/05/21 07:48
수정 아이콘
2탄은 이동 시간이라고 해야하나...그 대기화면 나올 때 좀 빨라졌나요?...
1탄은 진짜 너무 답답했는데..컴퓨터 사양이 좋아도 너무 느려터져서..쩝...
바보왕
18/05/21 08:02
수정 아이콘
그렇다면 항암제를 준비합시다. 좋아지긴커녕 더 나빠졌습니다.....
이부키
18/05/21 09:45
수정 아이콘
로딩은 빨라졌습니다. 아직 좀 남아있긴 합니다만 개선은 되었고, 만약 ssd를 쓰신다면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최종병기캐리어
18/05/21 08:39
수정 아이콘
천문대애서 콘셀하우트 어떻게 때려잡아야하나요...

공포 뺑뺑이 당하다 계속 못깨고 지금은 해적 목따는 재미에 현상금만 털고 있네요.

바다 여기저기 다니다보니 내가 에오타스를 쫓는건지 해적왕이 된건지 헷갈리네요.
바보왕
18/05/21 09:06
수정 아이콘
제 경우는 성전사 캐릭+에데어 2탱 파티에 세라펜이 있어서 적당히 두어 명 미끼로 눕히고 살아서 깼습니다.
시작하자마자 고귀한 지구력 + 해방의 격려 + 사제버프 사전떡칠 + 신비의 반사 걸고 버티는 사이에 붕괴로 하나씩 갈아 죽였거든요.
어떻게든 탱커와 마법사가 어그로 끌면서 살아만 있어주면 영매사가 집중도 모을 시간을 벌어줄 수 있습니다.
중간에 세라펜이 눕는 바람에 부활 쓰느라 권능을 날렸는데, 그래도 어떻게든 깨지더군요.
사제는 동료 말고 모험가로 데려갔는데, 그걸로도 무난했습니다. 요점은 저렙버프를 떡칠해서 순삭을 방지하는 거거든요.
최종병기캐리어
18/05/21 09:20
수정 아이콘
스킬 리셋하고 버프계로 바꿔서 트라이해봐야겠네요
배고픈유학생
18/05/21 09:14
수정 아이콘
(수정됨) POE1부터 DLC까지 다깨고 2시작했습니다. 시작할 때 POE1 스토리 생각이 안나서 좀 헤맸습니다. 시작전에 나무위키라도 보심이 좋을 거 같습니다.
세이브파일 연동하면 내가 1편에서 선택한 결과에 따라서 대화가 바뀝니다. (중요한 대화는 아닙니다.)

몇가지 단점 추가하자면

로딩시간입니다. 1에서도 악명높았습니다만. 일단 맵이 바뀌면 무조건 로딩이 걸립니다. 건물 1층에서 2층가도 로딩걸립니다.
저는 HDD를 썼는데 로딩마다 3초~5초 걸렸습니다. 별거 아닌거 같지만 플레이에 엄청 지장을 줍니다.
더불어 프레임 드랍도 심합니다. 1060 쓰는데 중간에 20~30프레임 나옵니다. 최적화 실패한 게임입니다.
이 부분은 패치작업을 해야겠죠.

두번 째는 바다위 전투입니다. 배를 이용하는 것은 좋은데 전투방식은 대항해시대2 보다 못합니다. 제작비의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너무한 수준아닌가 싶었습니다. 한두번 그렇게 싸우고 무조건 백병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게임이었습니다. 보통난이도로 여유롭게 플레이하니 40시간 정도 나오네요.
최종병기캐리어
18/05/21 09:18
수정 아이콘
해전은 그냥 꼴아박고 칼질이 제일 낫더군요.. 20년전 PC통신 시절에나 보던 머드를 구현해놓을 줄이야..
이부키
18/05/21 09:48
수정 아이콘
ssd를 쓰시면 로딩시간이 많이 빨라집니다. 전작은 ssd도 소용 없었는데 그나마 나아진 부분이죠.

프레임드랍은 그래픽 옵션에서 [기타] 항목을 해제하시면 좀 나아진다고 하더군요.
미숙한 S씨
18/05/21 13:16
수정 아이콘
로딩은... 1 생각하고 2도 애초에 SSD에 깔아서 하는 중인데요. 1과는 비교불가할 정도의 압도적으로 쾌적한 로딩을 보여줍니다. 솔직히, 로딩이 완전 쾌적하다 할 정도는 아니라도, 1에 적응되어 있던 유저라면 훠~~~~얼씬 개선되었다고 볼 수 있을 수준이 됩니다. HDD에는 안깔아봐서 모르겠는데, 혹시 SSD 있으면 그쪽으로 써보세요.
바보왕
18/05/22 06:05
수정 아이콘
세이브 연동이 아니어도 전작 플레이 경험이 있다면 필라스 2에서 유저 역사를 스스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게 또 하면서 대단히 친절하고 좋다고 느꼈는데 제가 본문에서 빠뜨렸네요 헤헤헤...

해상전투는 확실히 요즘 감성은 못 되는 게 맞습니다. 저는 그래서 전투를 피해다녔.....
월드 오브 워십은 바라지 않으니 네이비필드만 됐어도 훨씬 훌륭했을 것 같네요.
18/05/21 09:18
수정 아이콘
그렇잖아도 살까 말까 고민중이었는데 이런 상세한 글 올려주셔서 넘나 감사합니다! 원래 스포일러 같은 건 별로 신경 안 쓰는 성격이라 바로 끝까지 정독했습니다.

필라스1이 우주걸작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명작반열에 올릴 만한 게임이었는데, 그래도 제게는 몇 가지 단점이 있었습니다. 우선 포션과 음식이라는 부차적인 요소에 신경을 쓰는 게 짜증난다는 점(싸우기 전에 밥부터 먹어야 한다니 현실구현인가요?), 발더스2에 비해서 동료들의 매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녀석을 공격해 부!), 방어구나 무기의 효율 계산이 직관적이지 못하고 헷갈린다는 점(공격력 15 -> 공격력 20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더 명확하면 좋겠는데요), 비전투 스킬은 걍 동료별로 한 종류씩 올려주는 구색 맞추기 수준이었다는 점(무조건 애쓸릿 3까지 찍다가 패치되고 나니 걍 동료별로 스킬 하나씩 마스터...) 정도네요. 이런 단점들이 어느 정도 개선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아. 그리고 말씀하신 밸런스는 조만간 개선되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추측이 있습니다. 옵시디언 애들이 또 그런 식으로 사후조처는 잘 해주더라고요.
이부키
18/05/21 10:12
수정 아이콘
음식 신경쓰는건 아마 휴식시스템 말하시는 것 같은데 본문에 나와있듯이 개선되어서 편해졌습니다.

동료매력은 신캐릭터들이 확실히 좋더라구요. 전작보다 낫다고 봅니다.
바보왕
18/05/22 05:5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사전에 정찰하고, 전투 전, 시작 직후에 버프 떡칠을 하는 과정은 이번작에도 있습니다.

음식까지 먹을 필요는 없지만 (음식은 휴식 중에만 먹을 수 있게 바뀌었습니다) 물약 점검이나 버프떡칠은 해둬야 간혹 있는 어려운 싸움에서 돌파구를 기대하실 수 있을 거예요. 대신 게임의 난이도가 다소 극단적인 구석이 있어서 (어려운 건 너무 어렵고, 쉬운 건 너무 쉽습니다) 중요한 보스전 몇 번을 제외하면 전투에서 사전준비를 강요받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공격력의 직관성은, 직관성의 의미에 따라 조금 평가가 달라질 것 같습니다. 만약 직관성이 규칙의 범용성이나 이해하기 쉬움을 뜻한다면 필라스 2의 전투 공식은 요즘 나온 웬만한 RPG 중에서도 최고 수준입니다. 전투 중에 공격력을 가늠할 때는 단순히 공격력 x [관통보정]만 기억하면 돼요. 관통보정은 플레이 중 저널에 있는 백과사전에서 좀 더 정확하게 해설을 해줍니다만, 대략 관통력 수치를 8~12 정도 확보하면 어지간히 힘든 전투에서도 50%~100% 대미지를 박아넣을 수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POTD 미만 기준입니다)

반면 필라스 2의 공격력 계산이 두 개의 다른 공식을 차례로 계산하는 방식이라, 전작보다는 단순함이 떨어지고 조금 더 복잡해지긴 했습니다. 아이템을 두 개 비교하는 상황에서 DPS 외에도 신경써야 되는 게 하나 늘었다는 뜻도 됩니다.

기술은 동료들의 경우 이번에도 컨셉 잡고 한 명씩 몰빵하는 게 단순하지만 효율적입니다. 단지 이번작에선 기술 개수가 16개나 되는 데다 각 기술이 돌아가면서 대화 지문, 이벤트 등에 다양하게 영향을 끼칩니다. 그리고 한 명만 기술에 몰빵하고 다른 사람이 보조를 못 해줄 경우, 종종 손해를 감수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따라서 기술 하나보다는 주전공 부전공을 두어 개 골라서 캐릭터 컨셉을 잡는 편이 가장 효율적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밸런스는 7월 전후로 DLC도 있을 거라고 하니, 일단 그저 기다릴 뿐입니다. 허허허허.....
피카츄백만볼트
18/05/21 09:46
수정 아이콘
(수정됨) 질높은 리뷰 잘 봤습니다~! 근데 보다가 느낀건데 내 취향은 아니겠구나 싶긴 하네요. 스카이림, 야숨을 하다가 느낀건 내가 진짜 오픈월드 자유도를 좋아하는게 아니구나. 걍 오픈된 필드에서 자유롭게 싸우고 장비모으기를 선호하는구나이긴 했습니다. 이 게임은 진짜 모든걸 다하는 '레알' 오픈월드 자유도 느낌인데 요리설득항해 이런것도 즐기는 분들에게 맞겠네요.
바보왕
18/05/21 18:36
수정 아이콘
그냥 게임에 나오는 대부분의 지역을 플레이 무시하고 마음대로 갈 수 있으면 오픈월드입니다. (그걸 못 하는 게임이 많다는 게 함정이지만요)
스카이림과 야숨도 그런 점에서 모범적인 오픈월드 게임입니다.
이부키
18/05/21 10:04
수정 아이콘
ime 버그는 얼마전에 수정되어서 이제 한글 키보드 입력기로도 게임이 잘 됩니다. 그리고 실행문제는 커뮤니티에서 공론화 될정도로 보편적인 문제는 아니고, 일부에게만 나타나는 현상 같습니다. 게임 해보실 분들은 참고하세요.

창고 첫칸 문제는 버그같습니다. 일단 전 이런 문제가 없었거든요. 이 게임이 자잘한 버그가 좀 있는데 얼마전 패치하면서 일부 잡긴 했습니다.

난이도 조율은 레벨 스케일링 옵션 말하시는 것 같은데 그것도 버그가 있어서 얼마전 고쳐졌습니다. 새로 게임 하실 분들 중에 게임이 쉬워지는게 싫다 하시는 분들은 레벨 스케일링 옵션중에 레벨 상승만 허용하는 옵션도 있으니 활용해보세요. 레벨 스케일링 옵션은 게임 시작할 때만 킬 수 있습니다.
바보왕
18/05/22 06:10
수정 아이콘
출시 첫날에 호되게 데이고 나선 게임 시작할 때마다 IME를 강박적으로 바꾸느라 패치가 된 줄도 몰랐네요.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버그 문제는 테스트 중에 간혹 생기는 것도 있고, 아직 초반이라 확신이 안 서는 것도 있고 (일단 창고에 아이템이 쌓여야 조작이 어떻게 됐는지도 알 것 같습니다) 2회차 중에 찬찬히 또 볼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개선이 됐으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올때메로나
18/05/21 11:31
수정 아이콘
디비니티 오리지날신 시리즈의 전투에 익숙해지니까..
예전처럼 발더스같이 실시간으로 조작해서 전투하는 게임 못하겠어요..
바보왕
18/05/22 06:11
수정 아이콘
두 게임이 플레이 감각이 참 다르죠 허허허허.... 옆에서 보는 사람은 똑같다고 하는데 말이에요.
18/05/21 11:38
수정 아이콘
아쉬운데 대체제가 없는 게임
바보왕
18/05/22 06:16
수정 아이콘
저는 웨이스트랜드2 하면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것도 필라스와 다른 형태로 지난 모든 것의 집대성이고 말이죠.
18/05/21 12:43
수정 아이콘
이거 하려고 1편 하고있습니다.
꿀잼인데요 시간이 없어서 못하고 있네요
필라스 시리즈말고 비슷한거 있으면 추천해주세요 세일하면 쟁겨놓게요
늘지금처럼
18/05/21 12:58
수정 아이콘
좀 옛날 게임이지만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 아이스윈드데일 시리즈,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가 있습니다
바보왕
18/05/22 06:19
수정 아이콘
턴제 전투라도 괜찮으시다면 디비니티 시리즈와 웨이스트랜드 2, 섀도우런 시리즈가 있습니다.
더불어 3D 그래픽으로 나온 네버윈터 나이츠 2도 있어요. 약간 옛날 작품이지만 한글패치와 모드를 찾아 깔면 재미있게 할 만합니다.
재입대
18/05/21 13:55
수정 아이콘
poe 1은 진짜 스토리가 취향저격이었는데 볼륨이 아무래도 발더 2에 비하면 약해서 그게 좀...
2는 뭐 게임 특성상 처음 나오면 아무래도 문제가 엄청 많을 것 같아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역시나네요 크크
결국 사긴 사야할 것 같은데 좀 기다렸다가 사야겠네요
대체제가 없다는 말은 확실히 공감이 갑니다
비슷한 게임으로 디비니티 추천해 주시길래 1편 사서 해봣는데 실망이 좀 커서..
바보왕
18/05/22 06:27
수정 아이콘
한글판 유통사가 다이렉트게임즈이다 보니 세일 일정이나 라인업이 스팀과는 약간 다르잖습니까?
지금 사나 나중에 사나 가격에 큰 차이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하하....
DLC 다 나오고 떨이세일 하는 걸 기다리시다간 감질이 날지도 모릅니다. 아마요. 어쩌면 그럴지도 몰라요.
스타듀밸리
18/05/21 14:13
수정 아이콘
본문대로 전투가 너무 노잼입니다. 그 전 게임이 갓오브워4라서 더 대비되는 효과 때문인지...
중간중간 일시정지 해가면서 전투할 수 있는 세미 실시간이라고는 하지만,
AI가 알아서 해버리는 경우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후다다닥닥닥 하다가 전투 끝나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그렇다고 일시정지 조건을 너무 많이 걸어버리면 게임 호흡이 자주 끊겨서 그것도 별로구요.
바보왕
18/05/22 06:22
수정 아이콘
이대로 가면 위험한데 + 뭔가 손을 쓰면 돌파 가능한 = 상황이 잘 안 나오는 게 전투를 지루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 같습니다.
Waldstein
18/05/21 14:17
수정 아이콘
저 본문과는 관계 없는 질문인데 제가 필라스1 사놓곤 초반에 던전빠져나간후 동료 죽는곳 까지 하고 안했는데

우직하게 하면 재미 있을라나요? 발더스 시리즈 아윈데 시리즈 수십번은 했어서 살 당시엔 열정적으로 할 줄 알았는데

어찌저찌 시간지나다 보니 못건드렸네요.
드러나다
18/05/21 14:45
수정 아이콘
정확히 저랑 같은 증상을 겪는 분이 계시네요.
저는 여기저기 대화 다 해보다보니.. 지겨워져 버려서 못했습니당..
무적전설
18/05/21 14:51
수정 아이콘
전 그래서 공략 보면서 하고 있어요..
공략 너무 잘 써준신 분 덕분에.. 오늘 필라스1 본편 엔딩 봤고 이제부터 확장팩 갑니다.
드러나다
18/05/21 19:12
수정 아이콘
어떤 공략인지 공유 부탁드려도 될까요 굽신굽신
무적전설
18/05/21 21:53
수정 아이콘
(수정됨) https://blog.naver.com/cgy02
이분이 한 공략인데 아주 상세해서 너무 좋습니다.
다만 공략이 댓글에 따라 수정되기도 하니깐요. 2는 앞으로도 수정될 여지가 있다면 1은 거의 완료된 공략이라 보시면 됩니다.
바보왕
18/05/21 17:39
수정 아이콘
게임 취향이 바뀔 수도 있고, 무적전설님처럼 플레이 취향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너무 억지로 하려고 하기보다 마음이 안 가면 다른 좋은 게임을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그러다 보면 모르죠. 또 어느 날 필라스 시리즈에 꽂혀서 다시 열정적으로 하실지도요.
18/05/21 19:11
수정 아이콘
저도 여러번 거기서 집어쳤었는데 초반 마을 끝낸뒤로 진행하다보니 그시절 게임 하는 느낌이 나더군요.
Magicien
18/05/21 14:25
수정 아이콘
1은 보통 평가가 어떤가요? 2 하기 전에 1부터 한번 해보고 싶은데
무적전설
18/05/21 14:52
수정 아이콘
1도 이런 게임 취향이신 분들은 찬사합니다..
전 동료 하나하나 컨 하기 귀찮아 솔로잉을 했는데 그를 위해 치트 쓰면서 하네요.
마법사이지만 칼들고 싸우니 마법전사입니다.(방어 및 공격 버프마법 쓰면서 싸웁니다.)
이부키
18/05/21 15:24
수정 아이콘
2가 좀 더 대중적입니다. 1은 2에 비해 매니악하구요.
바보왕
18/05/22 06:39
수정 아이콘
(수정됨) 고전파 RPG 장르 안에서 수작입니다. 재미의 성격이 2탄하고 살짝 다르지만, 굉장히 재미있다는 걸로는 똑같습니다. RPG 팬이시면 필라스 1부터 하시는 걸 추천하고 싶습니다.

단지 RPG란 장르 자체가 하위 장르가 많고, 각 하위 장르끼리도 차이가 두드러지며, 또 하필 고전파 게임들이 친절하곤 별로 연관이 없는 편이에요. 그래서 RPG 입문작을 찾으신다면 2탄을 먼저 하시고, 그 다음에 1탄을 프리퀄로 하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차피 1탄에서 이어지는 중요한 부분들은 2탄에서도 동영상이다 해설이다 스피드왜건 등판이다 해서 다 가르쳐주거든요. 오히려 게임 조작과 규칙에 대한 해설을 튜터리얼로 꼬박꼬박 제공까지 해주는 2탄이 더 쉽고 재미있으실 수도 있습니다.
Lord Be Goja
18/05/21 19:00
수정 아이콘
옵시디언 rpg가 알찬 움식물을 신문지에 둘둘 말아서 짝짝이로 끊어지는 나무젓가락이랑 같이 주는 전통이 있어요.
바보왕
18/05/22 06:51
수정 아이콘
이번 킥스타팅은 완전 대성공이었는데, 번역도 안 하고 개발만 했는데, 거 알루미늄 포일이라도 구해서 싸주면 어디가 덧나나 싶었습니다.
음식이 넘나 맛있는데 나중에 패치로 크린랩도 주니 그거라도 받고 고마워해야 하는 걸까요? 허허허허......
멸천도
18/05/21 23:34
수정 아이콘
한글 번역이 됬나요?
바보왕
18/05/22 00:01
수정 아이콘
다이렉트게임즈에서 정식한글판을 팝니다.
멸천도
18/05/22 06:36
수정 아이콘
사러갑니다!!!!
messmaster
18/05/22 07:45
수정 아이콘
1 편부터 개인적으로 크리스 아벨론의 부재가 느껴지더군요.
바보왕
18/05/22 08:24
수정 아이콘
크레이아의 세심하고 강렬한 대사를 옵시디언 게임에서 한동안 다시 보긴 힘들겠지요.
그런데 반대로 보면 아벨론이 없어도 필라스 시리즈는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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