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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11/04 20:33:39
Name 마스터충달
Subject [LOL]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
  Gap is closing

  2015년의 헛소리가 '암사자'였다면, 2016년의 헛소리는 '갭 이즈 클로징'이었다. 이전의 갭이 SKT의 독주였다면, 2016년은 한 팀의 독주가 아니라 LCK 자체의 위엄이었다. 해설이 너무 한국 편파적인 게 아니냐는 불평이 나올 정도로 여유가 넘쳤다. 근데 올해는 여유가 없었다. 해설이 한국팀 플레이에 비명을 질러도 불평이 없더라. 갭이 실개천 수준이 되어버렸다. 한 걸음만 뻗으면 갭을 넘을 수 있어보이는 팀이 분명 존재했다. 미스피츠의 전략은 암수처럼 턱 밑까지 닿았고, RNG의 무력은 대륙의 대장군을 연상케 했다. 그래도 LCK는 승리했다. 경기는 압도하지 못하고, 세트 스코어는 오락가락하고, 낭떠러지까지 밀려난 순간도 있었지만, 그래도 끝내 서 있던 것은 LCK였다.

  그렇게 서 있는 것이 얼마나 짜릿하고 감동적인지 오랜만에 느꼈다.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하지만 결과가 뻔하면 각본이 없어 무엇하겠는가. 쉽게 이기든, 쉽게 지든 감흥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올해는 정말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었다. LCK가 언제 패배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었다. 올해는 진실로 갭 이즈 클로징이었다. 이런 형국이 나쁘지 않아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좋다. 이렇게 짜릿한 걸 싫어할 리가 없다. 물론 우리가 이겼으니 재밌었겠지만...

  이제 갭은 줄었다. 어쩌면 내년에는 갭을 넘어도 이상할 게 없을 것 같다.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다. 솔직히 삼성은 무색무미했다. KT를 3:0으로 압살했지만, 삼성의 강력함을 칭찬하는 글보다는 KT의 무력함을 질책하는 글이 더 많았다. 내가 봐도 그랬다. 삼성은 무난하게 버티고 후반을 기대하는데 KT가 혼자 미끄러지면서 삼바, 지루박 스텝 밟고 아싸 조쿠나 광탈하더라.

  그래서 걱정이 앞섰다. 롤드컵에서 삼성이 망신 당하는 거 아닐지. 걱정은 서서히 현실이 되었다. 조별리그 LCK 유일한 2위. 심지어 경기력도 좋지 않았다. 크라운의 폼은 최저였다. 자신감도 없었다. 누구나 느낄 수 있었다. 라인에서 보여주는 크라운의 움직임은 잔뜩 겁을 먹고 있었다. 그렇다고 다른 라인이 훨훨 날아다니는 것도 아니었다. 솔랭 1위라는 룰러 보다 우지와 프레이가 돋보였고, 큐베도 칸만큼 강력하진 않았다. 앰비션은? 솔랭이었으면 정글 뭐하냐고 정치 당할 법한 플레이를 보여줬다.

  그런 삼성의 강력함을 느꼈던 것은 롱주전이었다. 그 누가 롱주가 3:0으로 광탈하리라 예상할 수 있었을까. 롱주는 정말 강력한 팀이었다. 초반 라인전, 중반 합류전, 후반 한타까지 어느 순간에도 항상 괴물같은 실력을 뽐냈다. 뭐 분석이고 나발이고 필요 없이 그냥 잘했다. 그런 롱주로부터 삼성은 살아남았다. 미드는 얻어터졌고, 탑은 솔킬당하고, 정글도 화려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삼성이 살아남았다. 그리고 롱주도 스스로 무너졌다. 이때 깨달았다. KT나 롱주가 약한 게 아니라 삼성이 강하구나. 그들의 플레이가 화려하진 않지만, 승리하는 법을 알고 있구나.

  더는 삼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나아가 그들이 최후까지 살아남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조목조목 따져보면 삼성이 유리한 측면이 많았다. 큐베는 무려 칸을 상대로도 안정성을 과시했고, 룰러는 솔랭 1위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앰비션의 정글링은 팀 차원에서 빛이 난다는 사실을 롱주 전에서 증명했다. 불안불안한 SKT의 탑, 정글, 봇에 비하면 삼성이 나았다. 무색무미하다는 삼성의 스타일은 롤드컵을 거치며 안정적이라는 장점으로 승화했다.

  그러나 상대가 무려 SKT였다. KT와 롱주가 상대를 압박하며 초반부터 찍어누르는 타입이라면, 17년 SKT는 삼성과 가까웠다. 멀리보고, 견디고, 역전했다. 삼성의 늪 같은 플레이가 SKT에게도 통할 것 같지는 않았다. 거기다 페이커. 감히 팀보다 소중한 한 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선수. 그 페이커가 8강부터 폼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거기다 크라운의 폼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미드가 터지고, 게임이 터지고, 어우슼이 펼쳐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존재했다.

  그런 SKT를 상대로 삼성은 살아남았다. 생존의 비결은 유연한 변화. 고품격 늪롤의 주인공이었던 삼성이 이번 결승에서는 브레이크 한 번 없이 스노우볼을 굴리며 1, 2세트를 거머쥐었다. 싸우지 않아도 이기는 운영의 마술사. 그런 삼성도 3세트에서는 고난을 맞이한다. 중반까지 상황은 어렵게 흘러갔다. SKT가 8강, 4강에서 보여준 기적의 한타를 삼성이 해내야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해냈다. 한타 압승을 보여주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마치 SKT의 장점마저 흡수해 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3:0의 완승을 거두었다.

  삼성은 강한자라고 평가받은 적이 없었다. "우리가 작년 준우승 팀이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 같다."라는 인터뷰에서 드러나듯 타인의 평가 뿐만 아니라 자신들도 그리 생각한 듯하다. 그러나 살아남은 것은 삼성이었다. "삼성은 어떻게 강팀이 되었나?" 같은 흰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 삼성은 강팀이었던 적이 없다. 단지 살아남았을 뿐이다. 그게 강한 것이다.

  묘하게도 이 말은 앰비션의 경력과도 이어진다. 한때는 퇴물 소리도 들었고, 미드에서 쫓겨나고, 세체정 소리를 들은 적도 없다. 그러나 앰비션은 살아남았다. 그리고 전설이 되었다.





  삼성 갤럭시의 우승과 앰비션의 레전드 등극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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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이
17/11/04 20:39
수정 아이콘
강한 자가 살아남을 확률이 높지만
살아남지 못하면 의미가 없죠

그리고 오늘 삼성은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정도의 강자라는 걸 제대로 보여주었죠
엠비션도 멋졌지만
개인적으론 큐베와 룰러도 정말 장난아니었고
크라운과 코어장전도 조용하지만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코장은 오늘 룰러가 그정도의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었던 건 코어장전이 있었기떄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17/11/04 20:40
수정 아이콘
글 너무 좋네요 잘 읽었습니다.
17/11/04 20:40
수정 아이콘
kt 3:0
롱주 3:0
SKT 3:0
그러고보니 선발전막겜부터 대LCK전적 미쳤네요.

한 3주전?까지만해도 그저 재미없고 눕기만하는 무색무취팀으로 평가 받았고 kt전도 살짝 뽀록터진 소위 '되는날'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물론 제생각은 완전히 틀렸고 삼성 너무너무 탄탄하고 강력한 팀이네요.
염력 천만
17/11/04 20:42
수정 아이콘
KT 롱주 SKT 3:0 으로 전부 자근자근 밟고 롤드컵 우승이라니
이런 전례가 있었나 싶을정도로 뒷말없을 확실한 우승이네요
강동원
17/11/04 20:42
수정 아이콘
승자에게 찬사를. 패자에게 관용을.

좋은 글 감사합니다.
피카츄백만볼트
17/11/04 20:43
수정 아이콘
정말 삼성이 이렇게 센 팀이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17 세체팀이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삼성은 기묘하게 KT 롱주등 기존의 최강급 팀들을 압살했음에도 삼성에게 칭찬이 가기보다는 진 팀들에게 극딜만 가면서 주목을 못받았어요. KT, 롱주, SKT까지 압살하고 우승한 지금 시점에서 보면 오히려 조별라운드에서 RNG의 승리가 특별하고 대단한 것이지 17 후반기 다전제의 삼성은 세계 최강이었습니다.
서린언니
17/11/04 20:47
수정 아이콘
복싱에 우직한 원투밖에 모르는
킥복싱은 로우킥 한길로
유도라면 화려한 메치기보다 지저분하고 지루한 눕기 기술로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이젠 삼성이 최고라는걸 인정해야겠네요
리아드린
17/11/04 20:47
수정 아이콘
"감독님이 롤드컵 우승하자고 그랬는데, 제가 롤드컵 작년에 준우승하고 왔고요. 이번에는 진짜 멤버 더 좋거든요. 작년보다...."
전 코치의 인터뷰를 보고 삼성선수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결국 그 팀에 SKT까지 이기고 우승.. 대단한팀입니다.
레전드 네버 다이는 엠비션의 주제곡이었네요.
탑 스킨은 바나나 던지는 나르로 기대해봅니다.
마스터충달
17/11/04 20:50
수정 아이콘
빠황 나르!!
La La Land
17/11/04 20:59
수정 아이콘
설사 결승전에서 졌어도 엠비션은 레전듭니다
레드 나다...아니 빠따...롤판의 이윤열이 엠비션 아닐까요?
cs만들어서 먹는다는 세계최고의 미드에서 퇴물소리 들었지만
그 암흑기를 견뎌내고 세계 최정상에 다시금 앉았네요

skt가 져서 아쉽긴 하지만 엠비션선수 때문에 기분이 좋네요
그러지말자
17/11/04 21:01
수정 아이콘
LCK의 모든 스폰중에 롤드컵 우승으로 인한 광고효과가 가장 큰건 누가 뭐래도 삼성일터인데..
이 팀은 우승하고도 내년에 로스터가 유지될 수 있을지를 또 걱정해야 한다는게 참 아이러니 하지요.
선수들의 성향이나 게임의 양상이나 대체로 성실하고 안정적이다 보니 실력과 성적에 비해 인기가 크게 못미치는 팀..
그들이 증명해낸 자격에 걸맞는 영광과 인기가 함께 하길 바랍니다.

페이커는.. 해외는 가도 되는데 군대는 가지말자.
마음속의빛
17/11/04 21:16
수정 아이콘
올해 한국팀 최약체 평가를 받기까지 했던 삼성이!! 정말 대단하네요.

전설을 이루어냈습니다. 축하합니다.

그리고 페이커 힘내세요.
정은비
17/11/04 21:16
수정 아이콘
이 멤버보다 섬머 플옵 당시 스크림에서는 좋았을걸로 추정되는 하루의 삼성은 대체...
구름과자
17/11/04 21:59
수정 아이콘
글 정말 잘쓰시네요. 구구절절 공감합니다.

2015년 부터 항상응원하고 있지만, 사실 이팀은 성적이 좋을때에도 "정말 강팀인가?", "정말 잘하고 있는건가?" 란 의문이 끊임없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말씀하신대로 롤드컵 끝까지 살아남았습니다. 강팀인지 아닌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 포함하여 항상 이길때면 상대의 실수가 많이 부각되었고 상대가 자멸했다는 느낌도 강하게 듭니다. 하지만 어쨌든 최후까지 생존했고 이팀이 정말 자랑스럽네요.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좋은 선물 감사합니다 ㅠㅠ. 오랜 삼성의 팬으로써 그동안 살아왔던 그 어떤 순간보다 오늘이 단연코 최고의 날입니다. ㅠㅠ
피카츄백만볼트
17/11/04 23:15
수정 아이콘
상대의 실수가 부각되는건 팬덤의 수 부족이 아닌가? 생각도 가끔 합니다. 사실 원래 기적의 한타, 대역전, 압살 이런거에는 항상 상대의 실수가 필요해요. 그런데 다른 팀이 이길땐 실수를 후벼판 그 팀들의 위엄이지만 유독 삼성이 그 실수를 물면 실수한 상대가 욕먹더라구요. 상식적으로 KT 롱주 SKT까지 다전제에서 모조리 압도했습니다. 이쯤 되면 압도 당한 3팀이 무슨 크게 못한게 아니고, 조별리그에서 선전한 RNG가 특이한것 같습니다. 다전제 세체팀이 맞아요. 실수를 누구보다 잘 물어뜯고, 누구보다 실수가 적어서 우승한거라 봅니다.
마스터충달
17/11/05 07:02
수정 아이콘
예전에 나도현이 '흑마법사'라는 별명이 있었죠. 이상하게 나도현만 만나면 상대방이 자멸하는 모습을 보였거든요. 삼성의 강력함도 그런 '흑마법' 같은 게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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