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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4/12/22 01:12:42 |
Name |
The xian |
File #1 |
122014_205727.jpg (306.3 KB), Download : 26 |
Subject |
[기타] [WOW] 2년만의 여행 |
2년 만에 아제로스, 그리고 드레노어를 다시 들여다보기로 한 것은 아무래도 좀 지쳤기 때문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게임 유통 및 개발 분야에서 여러 해 동안 근무해 왔습니다. 회사의 필요 혹은 저의 생각에 따라 여러 가지 역할을 맡아 왔고 지금은 한 모바일 게임 프로젝트의 기획팀장을 맡고 있지요. 시대가 모바일로 바뀌면서 직종과 개발 플랫폼이 PC에서 모바일로 바뀌고, 저를 비롯해 다른 사람들 모두 R&D부터 다시 해야 했습니다. 모바일이니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적은 없지만 각오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은 상상 이상이었고 프로젝트 기간은 몇 개월이 아니라 연 단위를 뛰어넘었지요. 그렇게 정신없고 동네북처럼 깨지는 가운데서도 하나하나 처리를 해 나가고, 개발 수순을 밟아 나갔고, 결국 우여곡절 끝에 12월 초, 담당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정식으로 런칭했습니다. 그런데 런칭 전후로 여러 가지 트러블 및 업무처리를 하던 과정에서 그 이전부터 안 좋다고 느껴졌던 심신상태에 제대로 빨간불이 들어왔지요. 그 이후는 자게에 글을 쓴 대로입니다.
백만아서라거나 퍼즐과 용이라거나, 악마 만들기라거나 안쪽세상이라거나, 커피숍이라거나 파스타집이라거나 등등. 핸드폰 게임 전체는 물론 제가 맡은 프로젝트에서도 한 발 떨어졌던 잠깐의 시간 동안 여흥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WOW였습니다. 사실 회사에는 미리 사 놓은(쓰든 쓰지 않든 당연히 샀을)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소장판이 있었지만 졸도한 이후 아직 회사에 다시 가지 못하다 보니 한 달만 우선 결제했습니다. 그런데 들어가 보니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습니다. 2년 쉬었더니 택틱은 죄다 바뀌어 있고, 문양도 초기화되었습니다. 드레노어에서는 날아다니지 못하는 것을 몰랐다가 비웃음거리도 당하고 심지어 2년 만에 들어간 던전들에서는 센스 없다고 비난도 받았습니다. 왕년의 현자가 민폐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하면서 주 캐릭터는 100레벨이 되었고 얼마 전엔 이벤트로 열린 화산심장부 리뉴얼 공격대에도 공격대 찾기로 가 봤습니다.
물론, 지금은 리치왕을 쓰러뜨리기 위해 누구보다 앞장섰던 그 시기만큼의 실력이나 열의나 체력은 없습니다. 아니. 정말 있는 것 없는 것 다 긁어모으면 다시 '리치왕만 잡고 효도할게요'식으로 덤벼드는 행동도 가능하긴 할 텐데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고 거기에 매달릴 만큼의 여유가 되지 않습니다. 되더라도 제 건강상태를 살펴보면 그렇게 하지 말아야겠지요. 예전에는 게임이 빠르게 변한다 한들 주류 게임 하나만 잡고 열심히 감각을 익히면 어떻게 밥은 먹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고, 실제로 그랬습니다. 10여 년이 지나 나이는 하루하루 먹어가고 한 달 뒤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는 지금. 이제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지는 시기임을 절감하게 되었지만, 절감하고 있음에도 '나에겐 이것밖에 없다' 하는 마음으로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면서 시키는 대로, 아니면 목표하는 대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난감하기도 한 건. 그러다가 저에게 지금 빨간불이 켜진 겁니다.
하나의 목표만 파도 앞길이 열릴 것만 같고 밥벌이가 가능했던 시기에, 하나의 목적에만 집중하던 오래 된 습관을 저는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에서도, 게임에서도, 생활에서도요. 수많은 게임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기 때문에 모든 게임을 몸으로 배울 수 없고, 따라서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을 적절히 섞어야 한다고 말하는 지금에도 저는 직접 경험에 매달리는 경우가 아직 더 많습니다. 그리고 웬만하면 거의 끝장을 보는 수준까지 플레이하고, WOW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몸은 쉬어야 한다고 외치고 있는데. 마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파고들고 싶어집니다. 2년만에 만난 아제로스, 그리고 드레노어는 매우 놀랍고 재미있게 변했지만, 재미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건 말 그대로 습관입니다. 아마도 제가 그려나갈 앞으로의 실생활과 게임생활은, 이 좋게 말하면 올곧고 나쁘게 말하면 외골수인 습관을 제어하고, 이 습관이 내 목을 조르고 내 몸을 병들게 할 정도가 되도록 하는 지금의 제 생활방식을 다스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겠지요.
뭐 실제 제 집이 주둔지 3레벨 정도만 되면 그냥 거기에 죽을 때까지 눌러앉아만 있어도 좋겠습니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게임이니까 그런 거겠죠.
- The xian -
P.S. 자게에 써 놓은 저의 건강상 문제에 대해 간단히 덧붙입니다. 일단 회사에서는 저의 건강상 문제가 반복적으로 있었던 것 때문에 저에게 휴직 제의를 한 상태이고요. 내일 회사에 가게 되면 아마 거기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할 만한 것이 있다면, 또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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