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운 선택』
프롤로그 1, 2, 3
1 참패
2 천적과 라이벌(
괴로운 선택 #1)
3 실망
4 지명
5 역린(
괴로운 선택 #2)
6 결심
7 결전
8 새로운 목표(
괴로운 선택 #3)
에필로그 1, 3, 2(
괴로운 선택 #4)
어나더 에필로그 2, 3
후기(
괴로운 선택 #5)
※ 이 글은 선수들의 실제 심정이나 사실과는 아무런 관계 없는
개인적인 재미 위주로 적은 소설임을 밝힙니다
6 결심
운이 좋았던 것일까?
마재윤과 박태민의 시합이 들어있는 B조는
곰TV 2 32강전의 가장 마지막 날로 배정되어있었다
마재윤은 B조의 1, 2위 두자리만을 기다리는
14/16% 완성된 대진표를 바라봤다
(내가 태민이 형을 이기고 조 1위로 통과할 경우.. 우측 그룹
최종전을 밟을 경우.. 좌측 그룹
어느 그룹이나 만만치 않겠지만..
좌측 그룹에는 지훈이 형이나 주영이 형이 있다
게다가.. 연성이 형..!)
마재윤은 최연성이란 이름을 무서워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찾아갈 정도로 좋아하는 이름은 아니었다
마재윤은 우측 그룹을 살펴봤다
이재호 김택용 진영수 박정욱 박성준 강 민 염보성
김택용의 이름을 보는 순간 마재윤은 왼쪽 그룹을 택해야 했다
(만약 내가 태민이 형을 이기고 조 1위로 통과할 경우
나는 김택용 전에 대한 해답을 얻지 못한채 4강에서 그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내가 최종전으로 조 2위가 될 경우 김택용과 붙으려면 결승 뿐이다..
태민이 형이 조 1위로 올라가 주면 김택용 전을 볼 수 있게 된다
문제는 태민이 형의 김택용 전을 보기 위해서는
태민이 형이 무조건 조1위로 통과해야 하는데
허영무 선수가 되든 안상원 선수가 되든 승자전이 만만치 않다는 것
……
어떻게 해야 하나?)
마재윤은 잠시 고민에 빠졌지만 금새 문제를 풀었다
(아니, 어찌 되든 내가 태민이 형을 이기면
좋든 싫든간에 태민이 형에겐 탈락이냐 조2위냐가 기다릴 뿐
태민이 형의 김택용 전을 볼 수 없다
승자전을 통과해서 조 1위를 하느냐 못하느냐는 태민이 형의 능력에 달렸고
패자전에서 살아남아 조 2위를 하느냐 못하느냐는 내 능력에 달렸다
어느 쪽이 되든 최악의 시나리오는 나와 태민이 형이 최종전에서 붙는 것이다
문제는 간단하다
나는 태민이 형과의 첫시합에서 이겨서는 안된다)
이겨서는 안된다..
MSL을 지배해왔던 자신이 이겨서는 안되는 시합이 있다니
마재윤은 실소가 나오는 걸 억지로 참았다
(물론.. 김택용 전을 떠나서
내가 테란으로 태민이 형을 이기게 된다면
예민하고 자존심이 강한 형은 영영 이 스타판에서 끝이다
그리고..
답을 얻지 못한 나도 끝이다)
마재윤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기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봐주진 않아
일부러 대충 져주는 것은 의미가 없고
테란전 수천, 수만번을 치른 태민이 형이 져준다는 걸 눈치 못챌 리도 없다
나는 테란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고
그런 나를 태민이 형이 뛰어넘어주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냥 끝날 뿐이다)
마재윤은 출력한 두자리가 비어있는 대진표에
좌측 그룹 빈자리에는 자신의 이름을
우측 그룹 빈자리에는 박태민의 이름을 적어두었다
(그래.. 이건 내가 테란을 선택한다고 했을 때부터
아니, MSL을 올라온 태민이 형을 지명한 순간부터
아니, 우리가 스타를 잡고 저그를 주종으로 골랐을 때부터
아니, 우리가 같은 시대에 태어난 순간부터..
정해진 숙명이다
그리고..)
펜을 놓은 마재윤의 눈빛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어떻게든 반드시 만들어내야 하는 결말이다!)
7 결전
경기 시작 전 이렇게 떨려본 적이 있을까?
마재윤은 수차례 치른 결승전에서도
고비였던 중요한 시합에서도
심지어는 데뷔 첫시합에서 조차도 긴장해서 떨어본 적이 없었다
물론 조금도 안떨렸다는 건 거짓말이지만
어렵지 않게 마인드 컨트롤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오늘 만큼은
천하의 마재윤도 긴장이 되는 것을 감추지 못했다
(이기고 싶지 않다…)
마재윤은 마우스를 꼽고 설정을 손본 후에
한게임 돌려서 적당히 움직여 보고 조인했다
(태민이 형… 날 막아 줘)
마재윤은 슬그머니 건너편에 앉아서 바쁘게 손을 움직이고 있는 박태민을 훔쳐봤다
화난 표정이 역력한 그의 모습에서 마재윤은 어느 정도 안심을 찾게 되었지만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날 막아 줘
그리고…
예전의 전성기 시절 포스 넘치던 태민이 형으로 돌아와 줘)
마재윤은 눈을 감고 마른 침을 삼켰다
결전의 시간
마재윤의 표정은 언제나처럼 광속 조인 후 침착해보였고
박태민은 누구든 상관없다는 듯한 표정에 껌을 씹듯 자신이 넘쳐나 보였지만
모니터를 교체해가며 셋팅 시간이 끝날 때까지 조인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재윤은 박태민의 조인이 늦어질수록 가시방석에 앉은 것 처럼 불안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눈을 내리깔아 침착하게 기다리는 척했다
마재윤 특유의 마인드 컨트롤, 아니 포커페이스다
박태민이 일생일대의 전환점이 될 시합의 부담감에 눌려 조인을 못하고 있었지만
마재윤은 박태민 이상으로 흥분, 불안, 초조함, 걱정에 시달려야 했다
마재윤에게도 이번 시합은 그의 운명을 정해주는 시합이었기 때문이다
박태민이 셋팅 제한 시간에 걸려 결국 조인했다
마재윤의 마우스는 종족 선택란으로 움직였다
(이번에 잘 안되면..)
마재윤이란 슬롯 옆에 글자가 랜덤에서 테란으로 바뀐다
(형이랑 나랑..)
쓸데없는 긴말은 아무것도 나누지 않았다
마재윤은 경기 시작 전 ㅈㅈ 두글자만 짧게 채팅창에 보냈고
박태민 역시 아무 말 없이 답 ㅈㅈ만을 보내왔다
(형이랑 나랑.. 죽는 거야)
뚜.. 뚜.. 뚜.. 뚜.. 뚜.. 뚜..
경기 시작됩니다!
8 새로운 목표
숙소에 돌아온 마재윤은 짐을 내려놓고 침대에 걸터 앉았다
손가락이 아직도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이 상태로 잘도 통과했구나)
마재윤은 코웃음이 나왔다
컴퓨터를 켜고 바로 완성된 16강 대진표를 출력했다
완성된 16강 대진..
모든 것이 원하던 대로였다
박태민의 조1위 진출도 자신의 조2위 진출도..
우려하던 최악의 시나리오는 커녕
모든 것이 원하는 방향으로 흐른 최상의 시나리오
하지만 원하는 대로 흘러간 시나리오에 대해서
마재윤은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14분 49초의 비교적 짧은 경기 시간
그 시간이 흐르고 남은 것은
박태민이 마재윤에게 남겨준 멧세지 뿐
「너가 이룬 업적은 대단한 것이지만
나는 너가 하는 걸 너보다 더 잘할 수 있다
내가 너보다 더 잘한다」
박태민은 마재윤 특유의 심리전과 배짱에
자신 특유의 치밀한 계산된 운영을 완벽히 섞어 융합해
새로운 스타일로 마재윤을 패배시킨 것이다
아무리 저그의 마에스트로라고 해도
자신의 플레이를 자신보다 더 능숙하게 해내는 상대를 만났으니
타격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었다
이 단 한경기가 주는 멧세지는 마재윤으로 하여금
더이상 지휘를 하지 말라는 박태민의 경고였다
「이제부터 지휘는 내가 한다」
박태민이 마재윤에게 안겨준 패배..
그것은 완패였고 내용도 마재윤에겐 절대로 달갑지 않았다
그러나..
박태민의 경고는 오히려 마재윤의 손가락을 계속 떨게 만들었다
그것은 마재윤이 애타게 찾던 라이벌의 자리가 채워졌다는 기쁨의 증표였다
상대방이 강하면 강할수록 싸울 힘이 솟아나는 흥분은
사이어인 특유의 기질이 아니었다
그것은 최강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본좌의 기질인 것이다
마재윤은 눈을 감았다
히드라 댄스의 악몽은 더이상 펼쳐지지 않았다
마재윤은 펜을 들어 자신이 원하는 결승 상대의 이름에
서슴없이 붉은 동그라미 표시를 했다
김택용은 마재윤에게 있어 더이상 그 무엇도 아니었다
이제부터는 박태민만이 그의 앞에 있을 뿐이다
(돌아와줘서 고마워 형
하지만 우리의 싸움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야)
마재윤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수많은 강자들과 전대 본좌들마저 패배로 몰아넣은
마재윤 특유의 바로 그 악마같은 미소였다
.......................to be continued : 괴로운 선택 #4 - 에필로그 1, 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