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6/12/02 03:39:45
Name 쿨희
Subject [잡담]T.G.I.F.
듀얼의 마지막 경기가 예상외의 장기전까지 이어졌다. 일단은 곰플레이어와 온게임넷 유료VOD창을 둘다 틀어놓은채 시청하고 있었지만, 내 뇌가 일단 한개인지라 집중을 하기 위해 곰플레이어의 음성은 꺼둔채 듀얼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갈수록 초조해 지고 있었다... 게다가 변은종은 서지수를 스트레이트 하게 이겨주었으니 -_-;; 아까 중간에 뮤지컬 비슷한것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병구의 플레이를 볼때면 늘 이런 생각이 든다. '왜 얘는 다~ 할려고 하지?' 오늘의 처절했던 최종진출전 역시 지극히 병구스러운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 다~ 했던 플레이를 너그럽게 받아주는 대인배스러움에... 그는 그만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난 믿는다. 그런 다~ 하는 병구스러움이 완벽한 운영속에서 완성될 수 있다면 가장 강력한 프로토스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을. 병구 화이팅! 하며 입밖으론 튀어나오지 못한채 가슴속에서만 응원이 울렸다. 피씨방이라 쪽팔려서 큰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미안하다 병구야.

다행히 슈파 메인 이벤트가 치뤄질때쯤 온게임넷 유료 VOD창은 화면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아뿔싸! 사람이 몰렸던 걸까? 내 곰플레이어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래... 온겜 창을 열었던게 잘못이었다. 곰덫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_-+

본인은 휴학하고 피씨방 알바중이다. 사장님께는 '저 오늘 퇴근안하고 여기서 슈파 보면 안될까요?'라고 말한 상태! 다시 가서 '사장님 저 20분만 일찍 집에 보내주시면 안될까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ㅜ.ㅜ 집에가면 캐이블 티비가 있다. 무려 3개 채널에서 방송하는 슈퍼파이트를 이내 몸은 곰덫에 걸려 볼 수 없다니!!! 당장 집으로 가고 싶었다.

드디어 10시 퇴근시간이 되었다. 본인은 인사하고 미친듯이 뛰어나와 버스정류장.... 으로 갈려다가 과감하게 택시를 잡았다. 미쳤다. 이 사실을 엄마가 알면 며칠 밥을 굶길게 분명하다. 돈이 썪어나지도 않는 주제에 과분하게도 택시를 잡아탄 나는 도착하는 내내 미터기를 외면하고 있었다. -_- 5000원이 나왔다. 이돈이면 버스를 5번 탄다. ㅜ.ㅜ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은채 집을 향해 달렸다. 사람들이 쳐다볼 정도로 열심히 달렸다. 하지만 무슨 상관 있으랴! 얼마나 고대하던 마재윤vs이윤열의 본좌전인데!

집에 도착하자 이미 2경기가 끝나있었다. 1경기는 문자중계로 그 결과를 알고 있었다.(곰덫 때문에 보진 못했다.) 벙커링 실패 후 쥐쥐. 뭐 이건 놓져도 별거 없을것 같았다. 마재윤 선수는 리플레이도 저장안했다던데 -_-; 하지만 집에 들어오자 마자 동생은 2경기의 칭찬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엄청나게 재밌었다고 한다. ㅜ.ㅜ 아 택시까지 타고 왔는데.... 슬펐다.

3경기부터는 여유롭게 관전할 수 있었다. 블리츠! 이윤열은 무언가 어정쩡해 보이는 빌드를 사용했는데 제대로 통했다.(빌드 얘기는 아래서 좀더 하겠습니다.) 당연히 지나갈 수 없어 보이는 건물 장벽 사이에서 길을 찾아내 난입한 마린메딕. 그 마린메딕의 농성으로 레어 테크유닛들이 늦게 나왔고 그 때문에 제2가스멀티가 견제 당하였고 그때문에 마재윤은 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윤열이 이겼다 라는 결과보다,난입한 마린메딕을 완벽하진 않지만 적절하게 잡아낸 뒤 뮤탈을 포기한 채 러커를 바로 사용하는 판단력을 보여준 마재윤이 더욱 무서워 보였다.

4경기. 마지막 경기. 게임 초반에 김동수 해설이 "또 같은 빌드인가요?"라고 말하길래 동생에게 물었다. 그렇단다.
투배럭>리파>아카데미>3배럭,엔베>멀티
대충 이런 빌드였던것 같다. 멀티가 먼저였는지 3배럭이 먼저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별로 중요하진 않다. 중요한것은 아카데미. 이윤열이 마메 조합으로 재미를 보진 못했다. 심지어 재미는 커녕, 아예 진출을 할 의도 조차 있을까 싶었다. 아카데미를 지었으면 멀티가 좀더 늦춰지더라도 빠르게 압박을 가야할터! 아니라면 아카데미 가지말고 멀티부터 가야 했었다. 결국 이러한 어정쩡한 빌드는 첫 진출병력이 저그의 멀티를 깨러 갔을 때 메딕 숫자 보다 많은 러커에 의해 산산이 파괴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후 진출 병력이 어정쩡한 위치에 있다가 결국 본진에 러커가 난입된다. '망했어요!~' 김양중해설 대신 김창선 해설을 앉혀야 하는 순간이었다.

내가 보지 못한 2경기를 본 내동생은 이렇게 말했다. '순간 반응, 판단력, 멀티태스킹 등 모든 면에서 마재윤이 조금씩 앞선다.' '이윤열이 앞서는 건 그러한 차이를 느낄 만한 2경기를 끝내고 나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마인드 컨트롤 뿐일지도 모르겠다.'
다전제에서 이윤열이 강한 이유. 자신에게 최면을 걸듯 그는 자기 자신을 철저하게 컨트롤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러한 것도 절대적인 경기력의 차이에선 어쩔 수 없을 터. 마재윤과 플레이를 하는 상대는 무언가 못한다는 느낌이 들때가 많았다. 오늘의 이윤열은 동생이 본 2경기에서도 내가 본 4경기에서도 무언가 '못'하는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절대적인 관점이 아닐것 같다. 그의 상대가 마재윤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보였던것 아닐까?

뭐 경기력 자체야 그런 면이 있다손 치더라도... 무언가 어정쩡해 보였던 그 빌드는 어떤 의도였을까? 경기 중에 동생과 나는 둘다 입을 모아서 떠들었다. 이건 이윤열이 잘못한거라고. 하지만 이렇게 글을 쓰는 지금은 마재윤의 플레이가 천재의 의도를 덮어버릴 정도이기 때문일거라 생각된다.

여하튼 듀얼과 슈파를 감상하기 위한 나의 다이나믹했던 금요일은 이제 자정너머로 흘러가 버렸다. 어제의 경기들을 보며 느낀 것들.
1. 마재곰은 역시 본좌구나
2. 투신은 이번에 부활하나? 여름까지 기다려야 하나?
3. 아.. 피곤하다;;

파란만장했던 금요일을 마치며.... 왠지 오늘의 일상을 어딘가 기록으로 남겨야 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피게에 글을 쓴다. 나의 금요일을 박진감 넘치게 만들어 준것이 다름아닌 스타리그였기 때문에....

역시 금요일이야 말로 스타리그 데이 인것 같다. 하루종일 스타리그 하지 않아도 금요일엔 스타가 내 마음을 꽉 채우고 있다. 왠지 다음날이 주말이라서 더욱 그런것 같다. 평안 하고 여유로운 기분과 함께하는 스타리그~
Thanks God It's Friday, Thanks God It's StarLeagueday


ps.높임말을 사용하지 않은점 양해 바랍니다. 중간중간 선수에 대한 호칭도 다소 문제가 있는 점도 죄송합니다. 일기 형식으로 쓴 글이며 그런 느낌을 살리는 것이 좋을것 같아서 그냥 밀고 갈려고 합니다....
절대 중간까지 쓰다가 '헉 그래도pgr인데 높임말 써야 하지 않을까? 근데 너무 귀찮다' 라는 이유로 높임말을 쓰지 않은것이 아닙니다.(<<농담입니다)

ps2.위에서 말한 스타리그는 OSL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닙니다. 참고로 전 MSL도 보고 W3도 챙겨본답니다. W3는 수요일에 OSL과 겹쳐서 역시 창 두개 띄우고 봅니다 허허허
저 개인적으로는 OSL이나 MSL이나 같은 스타리그일 뿐이며 단지 오래전부터 OSL을 보아왔고 위에 쓴데로 다음이 주말이라 평안해지는 기분때문인지 금요일엔 왠지 스타 생각이 더 많이 나서 이런 글을 쓰게 됐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진리탐구자
06/12/02 05:37
수정 아이콘
제목보고서 TGI 프라이데이인 줄 알았습니다. -_-;;;;;;;;;
이승용
06/12/02 05:45
수정 아이콘
와 2개를 띄어놓고 보시다니..
대단하시네요^^
전 한개만 켜놔도 버벅여서...

쿨희님은 택시타가시면서까지 스타를 보시고,
저는 새벽잠을 설처가면서 스타를 보고..

요세 참 대박이긴 대박입니다!!
말로센말로센
06/12/02 15:08
수정 아이콘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도 어쩔땐 스타 챙겨보기가 여간 힘들때가 있는데,,
그때 제 기분이 님의 기분과 같은거 같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7631 워크래프트3 ACB6차대회 결승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8] 사기유닛SCV4363 06/12/02 4363 0
27630 마재윤이 공격하게 만드는건? [21] 64675755659 06/12/02 5659 0
27629 이 느낌 너무나 싫은걸요? [25] 혀니4999 06/12/02 4999 0
27628 팬택 vs 르카프 경기 엔트리발표! [78] 미라클신화4434 06/12/02 4434 0
27627 전상욱과 마재윤 경기는 재미가 없다? [부제:로마군의전술] [29] Tsunami4386 06/12/02 4386 0
27626 스타판.... 다시 활기를 되찾다. [18] 無의미3603 06/12/02 3603 0
27625 [TvsZ] 테란의 해법을 제시하라! [18] 이명제4236 06/12/02 4236 0
27624 [응원글]최강칭호를 받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윤열을 이겨라 [7] 무적뱃살3834 06/12/02 3834 0
27623 비판의 글을 올리는 것은 때와 타이밍이 필요하지 않을까? [5] OPMAN4045 06/12/02 4045 0
27622 이윤열은 단지 최악의 상황에서 마재윤과 붙은 것 뿐이다. [53] G.N.L5998 06/12/02 5998 0
27621 마재윤선수를 분석해보자! [6] 다쿠5471 06/12/02 5471 0
27620 늦은 슈퍼파이트 3회대회 감상평 [19] 아유3920 06/12/02 3920 0
27619 어제 홍진호 선수 경기를 보고난 후.. [14] [NC]...TesTER3931 06/12/02 3931 0
27618 본좌들의 싸움... 그 뒤에 묻힌 사람... [14] 언젠가는4175 06/12/02 4175 0
27617 마에스트로 마재윤, 누가 더 수준이 높은지 여실히 증명했군요. [79] 김광훈7538 06/12/02 7538 0
27616 대세는 묻어가기. [1] nodelay3916 06/12/02 3916 0
27615 홍진호 선수, 잊지 않겠습니다. [11] DeaDBirD4242 06/12/02 4242 0
27614 최강들의 경기였습니다.(슈파감상기) [13] 태엽시계불태3865 06/12/02 3865 0
27613 거기도 사람사는 곳이었다...디시 스갤에 대한 생각... [10] 모짜르트4356 06/12/02 4356 0
27612 프로토스로도 본좌가 가능할까요? [56] 마르키아르5489 06/12/02 5489 0
27611 [잡담]T.G.I.F. [3] 쿨희3854 06/12/02 3854 0
27610 플토로 마재윤을 막을자.. 오영종!! [19] 이승용4563 06/12/02 4563 0
27609 [잡담] 꿈에 마재윤선수가 나오더군요-_- [3] KimuraTakuya4197 06/12/02 419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