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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11/02 17:42:15
Name 퉤퉤우엑우엑
Subject [E-야기] 첫째 날 <2>
이 이야기는 픽션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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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콥의 말이 끝나고, 수업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대다수의 학생들은 평소의 역사 수업을 받은 모습의 그들이 아니었다. 넋이 나간 듯이 가만히 앉아 있다는 점에서라면 어느 정도 비슷한 점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어떤 매혹적인 수면에서 벗어났다는 느낌이 아닌 이야기가 여기서 끝난 데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었다.
제이콥이 나가며 닫은 미닫이 문의 소리에 무슨 신호라도 담긴 듯, 그제서야 학생들은 의자에서 일어나고 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부분 한두명씩 모여서 최연성에 대한 얘기로 떠들어 댔고, 가끔 대여섯명씩 몰려 있는 무리도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모여 있는 사람들 중에, 날라와 우브, 나다도 있었다.

"야, 좀 일어나봐."
날라가 아직도 엎어져 있는 나다를 밀며 말했다. 나다는 힘없이 몸을 일으켜 세운다.
"아...음...끝났어...?"
정말 피곤한 듯이, 그리고 정말 수업은 하나도 듣지 않은 듯이 나다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날라는 그가 이내 다시 엎어지려는 것을 간신히 막으며 말했다.
"지금 잠이나 자고 있을 때가 아냐. 이 자식 좀 보라고."
날라가 목으로 가리킨 곳은 황홀한 듯이 생각에 빠져 있는 한 거대한 형체였다. 그것은 우브.
"저거 뭐 어쩌라고...?"
"지금 심각해. 아까부터 계속 저렇게 창문만──"
그 때, 우브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래, 결심했어."
"어...뭐......"
앉아 있어도 작은 키가 아닌 우브가 벌떡 일어나자, 바로 옆에 앉아 있다가 놀라서 조금 움츠러든 날라가 버벅거렸다.
"나, 말리지마."
우브는 당당하고 단호하게 말하고는 교실 밖으로 뚜벅뚜벅 걸어나갔다.
날라와 나다는 순간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얼이 빠진 듯이 정지했다. 양쪽 모두 '저건 뭐야' 하는 표정으로.
"쟤, 무슨 일 있었어...?"
나다가 조금 떨리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나 자신이 잔 것 때문에 혼나서 저러는 건 아닐까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게, 나도 잘 모르겠지만..."
우브가 열고 나간 문을 초점없이 쳐다보던 날라가 말했다.
"아마, 어디가서 싸움 걸고서는 모래 위에 물 뿌리고 뒹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
나다는 이번엔 정말 어이없다는 듯이 입을 헤 벌리고 날라는 쳐다 보았다. 그리고는, 이번 역사 수업의 최면 정도는 수위를 넘어선 것이 아닐까, 하고 중얼거렸다.



날라는 제이콥이라는 어느 젊은 선생님과의 수업이 끝나고 그 뒤의 수업은 아마 아예 하지 않은 게 아닌지 생각했다.
그 후에 빗변이 어떻고 중점에서는 어떻고 하는 소리를 들은 것도 같았고, 이 글의 주제라든가 하는 것을 어떤 학생이 대답하는 것도 같았지만 정확하게 기억나는 건 없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날라만이 아닌 것 같아서, 조금 다른 이유로 수업을 기억하지 못하는 나다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얼이 빠져 있는 듯 했다. 특히 우브는 갑자기 나갔다가 아무런 변화도 없이 다시 교실로 들어 온 뒤로 수업을 듣지 않는 것에 더욱 열중하는 것 같았다. 그가 종종 혼자서 뭐라고 중얼거릴 때마다 날라는 흠칫흠칫 놀라야 했다.

아무리 넋이 나갔다지만 인간은 어쩔 수 없는 것인지, 점심시간에는 모두의 혼이 다시 빙의한 듯 작은 소리로라도 식당은 어느 정도 소란스러웠다. 사실, 인원이 마흔명 정도에 불과기에 소란스럽다고 해 봐야 별로 시끄럽지도 않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날라는 우브가 아직까지도 정신이 나간 상태가 아니라면 이보다 조금은 더 시장 같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나다는 밥을 먹는지 잠을 자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꾸벅여서, 날라는 나다에게 젓가락은 코를 파는 용도가 아니라고 말해줘야만 했다. 그러자 나다는 그것을 그만 가자는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아니면 더 이상의 식사는 불가능하다고 인정했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날라 역시 여러가지 이유로 식욕이 없었기에(중얼거리는 소리에 꾸준히 놀라면서 밥을 먹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날라는 우브가 알아서 따라오리라고 생각하며 걸어가다가, 따라오지 않는 것을 보고는 다시 돌아가서 의식을 살려 줘야 했다.

"정말이지, 이래서는 앞으로 학교는 다닐 수 있을런지."

날라가 걸어가면서 중얼거렸다. 왼쪽의 낮은 나다는 여전히 조금 졸고 있었고, 오른쪽의 높은 우브는 왠지 무섭게 보였다. 날라는 그 사이를 뚫고 앞서서 빠르게 걸어 갔다.
날라는 포기한 듯이 가만히 한숨을 쉬며 그들의 앞에서 걸어갔다. 문득, 날라는 저들이 지금 엄청난 연기를 하고 있고, 자신이 이렇게 그들을 보고 있지 않을 때면 둘이서 킬킬대고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 보았다.

확실히, 뭔가 이상한 점이 있었다.
날라는 잠시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가, 잠시 후에서야 뒤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자각했다.

'어......뭐지...?'
날라는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서서 무슨 일인지 생각해 보았다. 한명은 계속 졸고 있었고, 한명은 계속 넋이 나가 있었다. 공통적으로, 둘 모두 일반적인 사람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들이 사라져 있다. 그는 순간 당황해서 우브와 똑같은 상태가 되었다가, 정신이 들고는 머리를 흔들어 버렸다.
그들이 왜 갑자기 사라졌는지 알아내기 위해서, 날라는 앞으로 어떤 특별한 일이 예정되어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다음 수업이 러프킨의 역사 수업이 있기로 했었나...? 아니면, 뭐 다른 과목이라든가...'
순간, 무엇인가를 깨달은 날라는 가슴이 철렁했다.
다음 수업은, 그 사이의 쉬는 시간이라고는 없는 2시간 동안의 자기개발 시간이었다. 날라는 늦었다, 라고 중얼거리며 복도를 달려 갔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자신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버린 나다와 우브에 대한 욕을 퍼부었다.

자기개발(PP). 블리자드에서 가장 중요한 수업. 자신이 블리자드에 들어 온 이유인 '가장 잘하는 것' 을 연습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각 사람마다 하나의 정해진 방이 주어지고, 그 방은 주인이 '가장 잘하는 것' 에 따라 내부 구조를 달리 만든다. 그것이 어떤 운동이라면 그 운동을 할 수 있는 적절한 공간으로, 그것이 미래를 보는 것이라면,

날라는 복도를 달리고 계단으로 한 층을 올라가서야 자신의 방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조심스레 손잡이를 돌려 보았다. 다행히 아직 문이 잠겨 있지는 않아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조용히 손잡이를 돌렸다. 그리고, 머릿 속으로는 이번엔 자신의 방이 어떻게 되어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특별한 능력(날라 본인은 좋지 않다고 표현하는)때문에, 날라의 방은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꾸준히 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날라는 지금까지 한번도 자신의 방의 구조를 고쳐주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매번 그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몰래 왔다갔다 하겠지라고 간단히 생각해 버린다.
날라는 방이 꼭 변해야 내가 이 능력을 연습할 수 있는 걸까, 하고 벌써 수십번째 생각하며 문을 열었다.

───지금, 날라가 보고 있는 방처럼 변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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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가 늦어진 점, 그리고 내용이 짧은 점 사과 드립니다.
다음 회는 이번주 금요일에 연재됩니다. 이번엔 쌍기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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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kHigh-Kebee
06/11/02 17:53
수정 아이콘
잘 보고있습니다 하하;
퉤퉤우엑우엑
06/11/03 21:03
수정 아이콘
EpikHigh-Kebee//잘 봐주시는 분이 한 분이라도 계시다니, 기쁘네요.
앞으로도 꾸준히 연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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