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6/07/30 18:26:30
Name Roman_Plto
Subject <결승전후기>수년만에 조심스레 "WRITE" 버튼을 눌러봅니다
제가 PGR을 알게된지도 언 몇년..

전 어느새 "사회 6년차" 와 "30대" 라는 양대리거에 못지 않은 무거운 숫자를 양어깨에 훈장처럼 달고 있습니다.
(모, 둘다 달갑지만은 않고 몹시도 무거울 때도 많지만요)

그간의 세월의 무게와 수많은 스타 경기로 이미 저의 감수성은 무디어져가고 있었지만

게임방송의 요란스러운 홍보와 분위기 조성으로 정말 이번 결승전은 내심 기대가 되었습니다.
(전, KTF 팬이지만 0:4 패배에도 미동하지 않았습니다)

염보성선수의 멋진 한방 러쉬..
(와.. 정말 MBC 사고 치는거 아냐?)

그때부터 저의 무감정은 "MBC응원" 이란 감정으로 바뀌었습니다.

혼자 독주하는, KTF를 때려잡았던, T1이 은근히 얄밉고 부러웠거든요.
(젠장, 나도 T1팬 할걸..)

하지만 너무나 단단한 전상욱선수는 가볍게 분위기를 T1으로 넘어오게 만듭니다.
(괜찮아, 이제 1:1인데 몰)

이윽고 승부의 축이었던 3경기 팀플.. 압도적인 저글링에 허무하게 밀린 정영철선수..
더불어 저그전에나 볼 수 있는 마린+메딕+드랍쉽에 큰 피해를 받은 박지호선수..

이때부터 저에게 MBC 패배의 그림자는 드리워지기 시작합니다.
(이런.. 또 T1인가)

가장 극적인 순간에 등장한 문준희vs박태민의 매치업.

이 매치업은 정말 역대 어떤 프로리그 결승에서의 매치업보다 아스트랄함이 더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느낌의 매치업은 아마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해설진들의 일방적인 박태민 우세, 1:2로 역전당해 한번 더 지면 벼랑끝, 방송경기 울렁증 환자.. 하지만 "만에 하나" 이기면 新 플토 영웅의 탄생!

게다가 쓰리게이트에 포지-로보틱스-서포트베이로 이루어지는 그의 묘한 테크트리는 MBC 해설진의 흥분된 해설과 더불어 저에게 정말 간만에 "전율" 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박태민 선수 본진앞에서의 마지막 전투.. 패배.. gg..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박성준선수와 고인규선수의 일전도 있었지만, 이미 여기서 승부의 축은 기울어졌다고 봅니다.

워낙 아마추어에 눈팅만 하는 회원이다 보니 단순한 감상문 정도밖에 쓸 수 없는 실력입니다만 왠지 이번 결승전은 묘한 감정으로 저에게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어느쪽 팬도 아니었지만.. 염보성선수의 올인러쉬, 전상욱선수의 단단함, 스포어와 바이오닉의 오묘한 조화, 프로리그 결승전 역사상 최악이 예상되는 매치업, 마무리 스타탄생 까지..

마치 "슬램덩크" 같은 스포츠 만화를 떠올리게 되는건 저뿐인가요?

선수들 나이가 어려선지, 종목이 게임이라서 그런지 스타크래프트 팀리그는 묘하게 단체스포츠 만화같은 느낌을 줍니다.

후기리그는 어떻게 될것인가.

또 T1의 독주인가. MBC의 성장인가, CJ의 재발견이냐, KTF의 분노모드냐, 타팀의 분발이냐..

그래서 역시 스포츠의 백미는 "단체전" 이 아닌가 합니다. 개인의 기량도 중요하지만 팀으로서의 포스가 중요한..

즐거운 경험과 흥분을 준 프로리그 관계자 모든분께 감사의 말을 전하며 수년만에 조심스레 "WRITE" 버튼을 눌러봤습니다.. ^^


p.s.1) 앞으로도 당분간 "WRITE" 버튼을 누르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2) 의견이 안맞더라도 너무 다투지 말고 그냥 즐겨봅시다. 게임이, 스포츠가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ㅡ^
      3) 참, 진정한 챔피언은 바로 당신, "PGR회원님" 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TicTacToe
06/07/30 18:28
수정 아이콘
무거웠던 WRITE 버튼답게.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괄호안의 내용이 특히 저의 마음과 와닿았던것 같아서 더 잘 읽었습니다.
Roman_Plto
06/07/30 18:30
수정 아이콘
모, 댓글 달릴 정도의 글도 아니지만 너무 댓글이 없으면 좀 쑥스러우니 저라도 하나 댓글 달게요. 아량을.. ^^;
나야돌돌이
06/07/30 18:37
수정 아이콘
티원팬이어서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그래도 티원팬이길 잘 했다는 생각은 듭니다...^^

암튼...^^
만두동자
06/07/30 18:37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아우구스투스
06/07/30 18:47
수정 아이콘
멋진 글이시네요.

담담하게 혹은 정말 E-스포츠를 즐기는 팬으로서의 마음이 잘 드러난 그런 글이네요.
06/07/30 19:08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어느 팬이든 쉽질 않죠.. 후.. 그래두 각자 좋아하는 팀 때문에 웃기도 하고 그러는거죠...
willbefine..
06/07/30 20:03
수정 아이콘
연배도 비슷하고, 글쓰실때 어떤 맘으로 쓰셨을지 3g 공감해서 댓글 답니다.

전 티원팬이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확실히 게임하는 모든 선수들이 정말 대견하고 훌륭해보이죠.

매시간 매분 매초 긴장의 연속인 삶을 치열하게 이겨내는 선수들을 보면 정말 너무 흥분됩니다.

열정이라는 단어가 바로 우리 프로게이머들을 위한 단어죠..

단연 이번리그에선(결과적으로) 엠비씨겜단의 선수들이 돋보이더군요.

처음 염보성선수를 봤을때 참 밤톨같이 귀엽고 단단해 보이는게, 또 눈빛은 살아있어서 어찌나 귀엽던지...

그렇게 눈여겨 보던 어린 게이머가 열정하나 믿고, 본인의 노력으로 이렇게 대성한걸 보면..

' 치열하게 세상 살아가야지 ' 다시 한번 ,게이머들에게서 열정을 얻어와 하루를 시작할수 있게 되는것 같아서,

여러모로 게이머들에겐 고마운 마음입니다..



댓글이 참...

나름대로 멀리도 갔네요.. 죄송 ( _ _ )
06/07/30 20:03
수정 아이콘
p.s 2) 절대 동감입니다.
다행히(-.-) 아래 글이 삭제되었군요...

나이랑 상관없이 좀 더 성숙하고 여유있게 게임을 즐겨봤으면 하는 바램이 있네요.
나하나로충분
06/07/30 21:54
수정 아이콘
후후.. 후기 리그엔 팬택,씨제이 기대 해봅니다..
06/07/30 22:01
수정 아이콘
눈팅만 즐기세요..씩 웃고~~넘어가는 센스를...
이런글 저런들 댓글다시지마시고...
게임은 게임일뿐입니다..
나두미키
06/07/31 13:10
수정 아이콘
이번 결승전 후기에올라온 글 중에서 가장 좋네요 ㅡ.ㅡ;;;;
Roman_Plto
06/07/31 19:22
수정 아이콘
너무들 좋게 댓글 달아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힘내서 다음 "WRITE"의 텀은 좀 줄여볼게요.. 다들 Good Luck!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4726 상대를 농락하는 플레이, GGplay. [18] naphtaleneJ4833 06/07/31 4833 0
24725 그가 비록.. [27] 백야4614 06/07/31 4614 0
24724 영화 괴물을보고 (* 경고 : 엄청난 스포 포함 *) [32] CrazyFanta4277 06/07/31 4277 0
24722 내가 대신 울어줄 수 있다면. [17] Born_to_run3797 06/07/30 3797 0
24720 "완벽한 연주를 위하여" - 젊은 피아니스트의 인내의 여정 [19] Frank Lampard4102 06/07/30 4102 0
24719 전용준 캐스터님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46] 구김이4746 06/07/30 4746 0
24718 티원의 독주를 막을만한 올스타팀구성 및 선수 [68] 모또모또6479 06/07/30 6479 0
24717 대중성에선 온겜맵을 압도하는 엠겜맵이군요. [80] 김광훈6489 06/07/30 6489 0
24716 말 글 그리고 문맥 [7] 지막이^^3766 06/07/30 3766 0
24715 SkT1 코칭 스탭의 인터뷰에 대한 해석과 궁금점 [73] 캔디바7026 06/07/30 7026 0
24714 <결승전후기>수년만에 조심스레 "WRITE" 버튼을 눌러봅니다 [12] Roman_Plto3961 06/07/30 3961 0
24713 임요환 선수의 군입대? 최연성 선수의 변신? [41] K.DD7169 06/07/30 7169 0
24711 [잡담] 팬심을 자극하지 마세요. [8] My name is J3721 06/07/30 3721 0
24710 후기리그 예상 1강-6중-4약 [46] 마법사소년7727 06/07/30 7727 0
24706 괴물에 대한 주변의 반응,,,,(스포일러 약간,,) [101] genius6257 06/07/30 6257 0
24705 티원의 독주체제를 허용한 원인은 다른 팀들에 있습니다. [92] 거품7960 06/07/30 7960 0
24704 문준희..많이 아쉽군요..영웅이 될 수도 있었는데... [34] 김호철5673 06/07/30 5673 0
24703 고인규 선수의 컨트롤 분석 (vs 박성준 선수 in Arcadia) [143] 체념토스7599 06/07/30 7599 0
24702 대장은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 [27] Timeless4944 06/07/30 4944 0
24701 참 오래간만입니다~^^ [9] Eva0104126 06/07/30 4126 0
24699 포스트시즌의 전상욱 [26] 밍구니5581 06/07/30 5581 0
24697 그녀의 바람이 이뤄지다~ (연이님) [14] 체념토스4282 06/07/30 4282 0
24694 또 다시 가능성만 보여준 아쉬운 게이머...문준희... [135] 쵱녀성5724 06/07/29 5724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