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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3/20 22:10:00
Name Timeless
Subject [소설]본격 로맨스 '미 소 천 사' #10
- 제 10 화 -


어제 일이 마치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나는 일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평소와 같은 시간에 일어나, 평소와 같은 옷을 입고, 평소와 같은 옥수수향 식빵을 입에 물고는 평소와 같이 출근을 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달라진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부천역에서 그녀를 만났다. 우리는 지금까지 항상 같은 시간 같은 칸을 각각 타고 있었지만 이제는 함께 타게 된 것이다.


“정후씨, 좋은 아침~”


좋은 아침.


“정후씨한테는 옥수수향이 나요.”


아.. 아침에 항상 옥수수 식빵 먹고 와서 그런가 봐요.


냄새가 나나 옷을 킁킁거려도 보았지만 특별한 냄새가 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정후씨 우리 이제 아침마다 이렇게 출근 데이트 해요. 그리고 정후씨 혼자 사니까 우리 회사 끝나면 저녁도 함께 먹어요.”


소희씨 집에서 저녁 안 먹어도 되요?


“오늘부터 매일 저녁 이후까지 야근이에요.”


네? 그렇게나 회사가 바쁜가요?


“라고 집에 말하고 왔다구요. 우리 오늘은 뭐 먹을까요~”


아.. 그녀가 사랑스럽다.. 라고 느껴버렸다.


영등포역에서 그녀는 내렸다. 지하철을 향해 한참을 손 흔드는 그녀에게 나도 모르게 손을 흔들어준다. 그러다 옆 사람의 머리를 쳤다. 사과를 하고 내 몸이면서 나 조차도 모르게 혼자 움직여버린 내 손을 괜히 나무라듯 쳐다 본다.


회사에 도착해서 내 자리에 앉아서 일을 시작했다.


“이정후씨, 좋은 일 있나봐.”


아.. 김성훈 차장님은 예리한 면이 있다. 굳이 숨기려고는 안 했지만 표가 나나 보다. 확실히 기분이 좋았다.


“혹시, 이정후씨 애인 생긴 것 아니야?”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또 잠시 그녀 생각에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어? 진짠가보네. 우리 회사 마지막 총각 이정후씨가 애인이 생기다니 우리 여사원들 많이 울겠네.”


농담도 참.. 하지만 사실이다. 사무실 마지막 총각은 나고, 그래서인지 여사원들이 조금 더 잘해주기도 했고, 또.. 애인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일부러 일찍 영등포역에 도착했다. 그녀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해주고 싶어서였다. 무엇이 좋을까 고민 하는데 길거리 리어커에서 큐빅이 박힌 예쁜 머리핀이 눈에 띄었다. 첫 선물이라 조금 값이 나가는 것, 조금 큰 선물을 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내 눈 앞에 있는 리어커의 이 머리핀을 낀 그녀를 꼭 보고 싶었다. 그녀가 이것을 하면 너무 예쁠 것 같아서 결국 사버렸다. 대신 포장은 근처 팬시점에 가서 예쁘게 했다.


다시 그녀와 만나기로 한 영등포역으로 돌아왔다. 그녀가 개찰구 쪽을 계속 바라 보고 있었다. 내가 언제 나오나 그녀가 한 시도 눈을 떼지 않고 바라 본다. 조용히 그녀 옆에 다가갔다. 여전히 그녀는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또 누구 기다리세요?


깜짝 놀란 그녀가 나를 돌아봤다. 내가 미소 짓고 있자 그녀가 나에게 덥썩 안긴다. 이번엔 내가 깜짝 놀랐다.


“내가 정후씨 안 놓치려고 계속 앞만 보고 있었는데 한 순간 놓쳤나 봐요. 눈으로 놓쳤으니까 이렇게 라도 잡아야지~”


소.. 소희씨, 사람들이 쳐다 봐요.


“왜요? 우리가 뭐 잘못했어요?”


그..그게..


쩔쩔매는 나를 그녀가 웃으면서 놓아준다. 이번엔 팔짱을 끼고 배고프다며 나를 재촉했다. 그런 그녀를 잠시 멈춰 세웠다.


잠깐 줄 것이 있어요.


“응? 뭐요?”


여기요.


예쁘게 포장된 작은 선물을 내밀었다. 그녀가 의아한 눈빛으로 그것을 받아서 끌러보았다.


머리핀을 보더니 그녀의 눈이 또 커졌다.


“우와~ 감동이다~”


마음에 들었는지 그녀가 활짝 웃는다. 너무 좋아하는 그녀를 보니까 첫 선물로 이런 것을 준 것이 조금 후회가 되었다.


비싼 것 아니에요


그녀는 의아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정후씨, 내가 나중에 정후씨에게 선물을 줬어요. 그럼 정후씨는 그 선물이 비싼가 안 비싼가 볼꺼에요? 아니면 예쁜가 안 예쁜가 볼꺼에요?”


아..


“나는 이 머리핀에서 정후씨 마음을 봐요.”


그녀의 말은 내 마음을 흔든다. 몇 년 째 굳어진 내 마음이 그녀를 만나고, 그녀와 이야기하고, 그녀와 있으면서 마구 흔들린다. 부드럽다 이 기분..


마음에 들면 내일 아침 데이트에 꼭 하고 와요


“yes~ sir~”


그녀가 배고프다며 다시 나의 팔짱을 끼고 나를 이끌었다. 오늘은 점심부터 계속 부대찌개가 먹고 싶었다며 부대찌개를 먹어야 오늘 그녀의 행복함이 완성된다며 나를 재촉한다.


내 숟가락 위에 햄을 놓아주기도 하고, 내가 먹으려고 집은 햄을 이번에는 뺏아가버리는 그녀의 행복한 표정을 느끼며 저녁을 먹었다.


밖으로 나온 우리는 길을 걸다가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산 후 주변 벤치에 앉았다. 캔 뚜껑을 따서 그녀에게 음료수를 건냈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숙여 고마움을 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녀도 목이 탔는지 잘 마신다. 서로 말 없이 잠시 있다가 이번에도 그녀가 먼저 말을 꺼낸다.


“정후씨, 정후씨는 무슨 일 해요?”


아.. 그녀도 이제는 내가 하나씩 궁금한가 보다. 나는 IT 회사의 경영지원실 회계팀에 속해있다. 나의 대학 때 전공도 IT분야여서 내가 IT회사에 있다기 보다는 입사 원서를 여러 곳에 넣었는데 합격 된 곳 중에 이곳이 가장 좋아서이다. 특별히 전공을 살리는 일을 하고 있지는 않고, 그냥 회계팀에서 일반 회계를 담당하고 있다. 지금은 이런 평범한 나지만 대학교 때는 교수님이 주목하던 학생이었다..


코리아 IT의 경영지원실 회계팀에서 근무해요.


“아하~ 회사에 여자들도 많겠네요.”


네. 적은 편은 아니죠.


“그럼~ 정후씨 회사에서 여사원들한테 인기 많아요?”


네.. 가 아니고, 그냥 그렇죠 뭐.


대답하고 조금은 쑥쓰러워서 고개 숙이고 괜히 음료수 캔을 입에 물었다.


“내가 정후씨 회사에 있었다면 예~~전부터 좋아했을 텐데. 헤헤”


나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예전부터 좋아했을 텐데.. 라.. 과거형이다.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나 좋아해요?


그녀가 나를 쳐다보았다.


“네..”


“네.. 좋아해요.”


음료수 말고요.. 나 좋아해요?


“네.. 음료수 말고, 정후씨 좋아해요.”


그녀와 나는 서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 상태로 한참 있다가 이번에는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그럼.. 나도 소희씨 좋아해도 되나요?


그녀가 그제서야 미소 지어 보인다.


“네!”


그녀의 눈 속에는 별이 있었다. 하늘에 떠있어야 할 별이 그녀의 눈 속에 있었다. 그녀의 미소와 별 빛 눈이 나를 감싸 안았다. 그녀의 손을 잡았다. 별을 잃은 하늘이 부러운 듯 우리를 내려다 보았다.


- 제 10 화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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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MT-NTING
05/03/20 22:32
수정 아이콘
-┏.................................
잘 읽었습니다..^^
발걸음
05/03/20 22:34
수정 아이콘
아악, 속이 뒤집어지네요, ^^
흰 코트의 그녀는 언제쯤 등장하려나..
jjangbono
05/03/20 22:53
수정 아이콘
-_______- 이제 본격적인 염장 으로 ^^;;
잘 봤어요~~
05/03/20 22:56
수정 아이콘
return to 염장......염장......
Timeless
05/03/20 23:08
수정 아이콘
글을 쓴 제가 봐다 살살 간지러워요^^; 하지만 어째겠습니까.. 실제로는 저보다 더 간지러운 커플들도 많은 걸 말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여러분의 일이 될 수도 있는거죠~ 다들 화이팅!!
jjangbono
05/03/20 23:18
수정 아이콘
Timeless님도 저런 염장을 많이 지르시나 보네요^^;;

대략 부럽....-_-
마술사
05/03/21 00:43
수정 아이콘
현실은 소설과 틀리다
현실은 소설과 틀리다
현실은 소설과 틀리다
현실은 소설과 틀리다
현실은 소설과 틀리다
.
.
.
제길;;
Timeless
05/03/21 02:08
수정 아이콘
저는 이제 꽤 오래된 사이라 남들이 싫어할만큼은 안 그래요^^;;

둘이만 있을 때라면 모를까-.-v
아케미
05/03/21 07:40
수정 아이콘
미스터리 스릴러에서 로맨스(라 쓰고 염장이라 읽는다)로 돌아오셨군요-_-;
LogicPowerII
05/03/21 12:28
수정 아이콘
후... 탐은 염장쟁이~ ^___^;
Timeless
05/03/21 19:05
수정 아이콘
앗.. 로직햄@.@ 보고 싶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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