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2/05/24 17:12:00 |
Name |
Apatheia |
Subject |
[잡담] Reset. |
원래 쓰던 아이디가 있었습니다.
겁모르고 공방 몇번 다녔더니,
허접한 솜씨에 주제파악도 못하고 겜하자고 청하는 분들을 다 받아줬더니
전적관리가 너무 안 돼서
차마 로그인하기가 민망할 만큼 패가 늘어나 버렸습니다.
베틀넷이란 어디까지나 전쟁터이고
그 안에선 역시, 몇승 몇패라는 전적으로
사람이 평가될 수밖엔 없을 텝니다...
몇 번인가 짜증을 내다가, 결국은 아이디를 버렸습니다.
아이디 리셋이 조금만 더 자유로왔다면
다 털어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죠.
5월이 끝나갑니다.
Nate배도 4강의 윤곽이 얼추 가려졌고
KPGA 2차리그는 이제 준결승을 앞두고 있으며
겜티비 스타리그는 이제 결승전만 남았습니다.
아, 챌린지 리그 또한 대강의 성적이 나왔군요.
하나의 리그야
언제나 시작하고 끝나고를 반복하는 것이지만
이 많은 대회들이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 시간에 막을 내리고
또 비슷한 시간에 다시 시작하게 되겠군요.
거의 한 주 걸러 예선이 있었던 지난 3월처럼
이제... 6월이 오면
또 여기저기서 굵직굵직한 예선들이 치루어지겠고
누구누구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본선, 누구누구는 아쉽게 탈락...
팬들은 이런 말들을 주고받느라 바쁠 것이고
선수들은 조금씩 다른 맵들을 준비해 가며
베틀넷에서, 모니터 앞에서
또 그렇게 꼬박 밤을 지새워 게임에 매달리겠지요.
올린 전과(戰果)는 모두가 다르리라 생각합니다.
좋은 성적을 거둔 사람도,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분명한 건, 다시 시작될 새로운 전투에선
이번 전쟁에서의 성적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 것입니다.
자만도 교만도, 쓸데없는 위축감도, 그 무엇도.
만 하루가 걸리는 그 치열한 예선장에서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는 건
오직 내 마우스와 내 눈과 내 판단력 뿐이니까요.
시드의 특권을 받지도 못하는 이상은
누구나 똑같이, 저 먼 바닥으로 내려가
다시 처음처럼, 처음으로 마린을 뽑고 질럿을 뽑고 저글링을 뽑던 그 때처럼
마주앉은 상대의 게임에 경이로워하며
이를 악물고 마우스를 쥐어야만 할 테니까요.
지나간 나날에 높이 계셨던 분들에게는 진심어린 축하를...
그러나 자만하지는 마시라고 말씀드리려 합니다.
이제 끝나가는 저 전투들에서 별다른 성과가 없으셨던 분들에게는
이제 막, 새로운 게임이 당신들을 위해 시작된다고
나아가 싸우고 승리하라는 격려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Reset하세요.
당신의 승리와 패배와, 물러남과 나아감 모두를.
조금은 어색하고 낯설어진 기분으로
방금 만든 새 아이디를 가지고 베틀넷에 접속해
승률 100%에 도전한다는 기분으로 첫 공방을 할 때처럼...
조금은 날이 선 기상으로 당신의 전투에 임하시기를.
...그간 수고하셨습니다.
-Apatheia, the Stable Spirit.
PS. 모든 이의 건승을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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