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te |
2002/05/18 23:11:16 |
Name |
공룡 |
Subject |
남자의 로망 프로토스! |
난 저그유저였다. 초보시절 배넷을 처음 했을때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종족은 저그였다. 무한 히드라러시나 오버로드 폭탄드랍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상대를 암울하게 만드는 멋진 모습이었다. 정말 그당시 테란은 '밥'이었다. 프로토스 역시 무한드래군 러시라는 필살기가 있었지만 저그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2칼라 무한히드라 러시가 들어가면 왠만한 상대는 손을 들어야 했으니까. 상대가 배틀이 나오든 캐리어가 나오든 상관이 없었다. 온니 히드라다... --+ 끝이 없이 쏟아지는 히드라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유쾌 상쾌 통쾌였다. 당연히 나도 저그를 했다. 24마리 러커 폭탄드랍을 좋아했고, 36마리 가디언 러시도 좋아했다.
그러던 차에 유한맵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아..... 유한에서 저그는 그리 유쾌 상쾌 통쾌한 모습을 보일 수가 없었다. 본진에 가스가 겨우(!) 한개였다. 24마리씩이나 러커만 만들고 있을 여유도 없었고, 해처리 20개 이상 늘릴 공간도 부족했으려니와 본진 자원으로 3해처리도 돌리기 버거웠다. 앞마당이라는 곳에 해처리라도 깔라치면 벙커링 들어오고 하드코어 질럿러시 들어왔다. 그나마 벙커링은 괜찮았다. 하지만 이놈의 질럿은 때려도 때려도 죽지를 않는다. --; 더 이상 느긋하게 스포닝풀을 만들수도, 히드라웨이브나 폭탄드랍을 할 여유도 없었다. 꾸역꾸역 들어오는 송강호 쌍칼들에 대한 두려움은 끝내 저그유저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사실 그건 당연한 결과였다. 유한과 무한의 빌드가 달랐고, 처음 하는 래더에서 나같은 이는 고수들에게 더 할수 없는 먹음직스런 초보였다. --
어쨌든 난 프로토스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프로토스가 쉬운 종족이라는 생각은 정말 황당한 생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번호지정 많이 안해도 되고, 일당백이라는 강력함에 빠졌던 난 쪽수 저글링에 허무하게 산화하는 쌍칼들을 망연자실한 눈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보통 첫판은 내가 이기는 경우가 많았다. 질럿만 죽어라고 뽑았기에.... --; 상대는 내가 계속 질럿을 뽑으리라 생각지는 못하고 테크를 올리다가 어이없게 지곤 했다. 하지만 두번째 판부터는 아니었다. 내 본진에는 상대가 캐리어 두부대를 가지고 올때도 질럿만 있었고, 가디언 두부대가 에워싸고 포격을 할때도 질럿만 있었다. --
드래군을 뽑은것은 그보다 한참 뒤였다. 그리고 도저히 질럿이나 드래군만으로 이길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책을 사보게 되었으니 그것이 그 유명한 신주영 선수가 만들었던 스타크래프트 길라잡이이다. 거기에서 빅터마틴의 다크템플러 러시에 관한 내용을 보고, 그리고 신주영 선수의 vod에서 패스트다템 전술을 보고 그때부터 다크템플러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 역시 한번은 먹히는 전술이었다. 심지어 무한에서도 패스트 다템을 했다. --; 상대는 내가 설마 질럿 한마리 뽑지 않고 테크만 계속 올려 다템만 줄창 뽑아서 보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나마 그것도 잠시...... 난 패전만을 거듭했고, 실망감에 스타를 한동안 놓았다.
다시 스타를 잡은 것은 프로리그가 시작되어 새로운 스타붐이 일었을 때였다. 내가 하던 머드게임에서도 아는 사람들끼리 스타를 하게 되었고, 기숙사에서 스타대회를 개최하기도 하면서 난 다시 힘을 내었다. 여전히 종족은 프로토스였다. 드디어 초반빌드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하드코어질럿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게 되었다. 물론 머리로는 이해했어도 행동은 따라주지 않았지만......
1.08이 되었다. 갑자기 '밥'이 프로토스와 저그를 되려 먹기 시작했다. 테란은 이제 더이상 프로토스나 저그의 밥이 아니었다. 임요환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탄생했고, 배넷에서 테란은 급격히 늘어났다. 그래도 초반에는 프로토스가 희망이 있어보였다. 패치 이후 질럿의 체력이 늘면서 생각보다 오래 견뎌주었던 것이다. 미묘한 차이였지만 1.07때를 생각한 많은 이들이(심지어 같은 프로토스 유저조차도) 일정수 질럿에 대응하는 대처유닛을 비교적 적게 잡았기에 질럿은 한동안 깡패가 될 수 있었다. 내 질럿은 갑자기 가림토질럿이라도 된 듯 죽지 않았고, 상대 기지를 초토화시키곤 했다. 난 의기양양하게 말하곤 했다.
"음하하하! 남자라면 프로토스를 해야쥐! 프로토스는 남자의 로망이야!"
의기양양도 잠시..... 질럿의 늘어난 체력에 대한 대응이 적절해지면서 난 비로소 프로토스가 상당히 암울해졌음을 느꼈다. 테란의 터렛은 값이 싸졌고, 기본 3해처리 배째빌드를 하는 저그가 적어지면서 초반 하드코어 질럿러시나 패스트 다템 위력이 떨어졌다. 덕분에 다른 유닛들을 사용하게 되었고 하이템플러와 캐리어도 선보이게 된다. 물론 캐리어가 나온 적은 거의 없었다. 그 전에 무너지곤 했기에.... --;
최근까지 가장 많이 썼던 전술은 초반 원드라군 투질럿 셔틀게릴라에 이은 리버였다. 리버로 운 좋게 일꾼 많이 죽이면 그 경기는 승리하는 것이었고, 허무하게 터져버리면 끝장인 모 아니면 도식의 전술...... 그 전술로 일년 가까이 지냈다. --;
요즘은 여러가지 빌드를 많이 사용해본다. 주로 티비에서 프로토스 유저들이 쓰는 빌드와 전략들이다. 물론 초반까지는 비슷하게 되지만 딸리는 컨트롤과 상대의 바뀌는 전략에 따른 대처가 늦어서 지기가 일쑤다. 그래도 이제는 적어도 질럿만 믿는 무식한 토스라는 소리는 듣지 않는다. 또한 하이템의 지지기 기술도 상당히 향상되었다. 당연했다. 리버가 실패하면 난 바로 템플러 체제로 전환해서 방어준비(-.-)를 했기에 하이템을 쓸 일이 많았던 것이다. 리버를 실패하고 본진에서 앞마당 멀티도 제대로 못하고 위축된 플레이를 하다보니 멀티 다 먹고 꾸역꾸역 밀려오는 저글링이나 뮤탈, 차근차근 조여오는 탱크들을 상대할만한 유닛은 역시 하이템플러였다. 하이템이 하나라도 살아남아 있으면 난 절대로 GG를 치지 않는다. 셔틀에 태워서 적 앞마당 언덕에 내려 마지막 화려한 스톰샤워를 보여준 후 당당히 GG를 친다.
요즘은 테란 상대로는 사업드라군, 저그 상대로는 질템을 쓰는 등, 제법 유닛 상성에 맞는 전술을 구사하곤 한다. 하지만 리버와 템플러가 없는 승리는 왠지 기분도 나지 않는다. 초반 사업 드라군으로 테란의 입구를 뚫고 승리해도 그리 기쁘지가 않다. 리버아케이드(상당히 어설픈) 이후 전 멀티를 먹고 게이트를 왕창 늘려 어택땅 프로토스를 구사하거나, 적의 앞마당 멀티와 본진의 일꾼을 몽땅 쓸어버리고 그 앞에서 유유히 아콘으로 결합을 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 져도 그리 아쉽지가 않다.
한가지 소원이 있다. 물론 이루어지면 큰일이 날 것이지만....--;
다음 패치에 하이템플러가 날 수 있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마지막 GG를 치기 전에 하이템플러를 셔틀로 날라서 적 앞마당 일꾼이나마 몰살을 시키고 싶은데 셔틀이 하나도 남지 않아서 멍하니 보고만 있어야 할때가 너무나 안타깝다. 날아서 스톰을 쓸 경우 한번만 쓰고 그대로 죽게 될지라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아군들을 위해 죽어가며 하늘에서 적진을 향해 마지막으로 쏟아내는 한방의 스톰!!! 그야말로 멋진 남자의 로망이지 않는가!!! -_-+
ps : 감기 걸려 며칠 골골거리다가 와보니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군요^^ 글들 읽어보는데만 한참이 걸리네요^^ 아직 감기 낫지는 않았지만 문득 생각나는게 있어 적다보니 횡설수설 긴 글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이 글이 불쾌하게 생각되시는 분들도 있을거 같아 걱정되는군요. 게다가 제가 아는 여성 프로토스 유저들도 많은데....--; 더구나 이은경 프로게이머의 팬클럽 회원이기도 한데 남자의 로망만 강조했으니... ^^;;
사실 처음 제목은 저게 아니었답니다. --; 그냥 평범하게 내가 왜 프로토스를 하는가? 머, 그런 것이었는데 쓰다보니...... 흐흐,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 골골거려야 할 듯 하군요. 요즘 이곳저곳에서 프로토스 유저들의 낙방(?) 소식이 들려 울적한 마음에 긁적여 보았습니다. 플토 게이머분들 힘내세요^^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