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2/05/01 02:33:55 |
Name |
주경원 |
Subject |
내 인생의 스타크래프트... |
내가 스타크래프트를 처음 접한건 후배들과 웹진을 만든다고 깝작대던 1년전이다. 물론 게임이야 그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징그러운 벌레같은 것들이 꾸물꾸물 기어다니고 소리도 시끄러운 게임정도로만 알고있었고 어떤 규칙을 가진 게임인지도 몰라(이게 가장 결정적이다 - -;;)그냥 저런걸 뭐가 재미있다고 밤새서 하고 앉았을까 하는 생각만 했었다.
사무실같지도 않은 사무실에서 밤샘작업을 할때 후배가 머리식힌다고 스타를 하는걸 어깨너머로 보다보니 차츰 유닛들을 구분할수 있는 정도가 되었고 어떻게 하는건지 알게되었다.
그리고 그후배가 보는 게임중계(세상에나 게임을 중계하다니...)를 보다보니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는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나도 한번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스타를 실행시키고 컴과 게임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한참 헤매다가 종족을 골라야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어떤걸 할까 고민하다가 벌레같은 애덜빼구 로보트-난 처음에 프로토스가 로보트 종족인줄 알았다-같은 애덜두 싫구해서 사람같은 애들을 택해서 게임을 하게 되었다.
검은 안개속에서 뭐가 튀어나올지 몰라 마린만 엄청 뽑고 있는데 갑자기 개같이 생긴 넘들이 화다닥 뛰어나와 어태껏 만들어 놓은 내 병사들을 다 죽이고 건물도 다 부시고 하더니 '넌 졌다 바보야'란 의미의 창이 뜨더니 경기가 끝나는 것이었다.
이것이 나의 첫번째 게임이었고 그후로 나는 그 개떼들을 죽이기 위해 후배녀석을 잠못자게 괴롭히며 스타에 대해 하나하나 배워갔다.
늦바람이 무섭다고 일안하고 겜만 한다고 야단을 쳤던 후배가 피곤에 지쳐 잘때도 컴과 겜을 하고 게임중계를 보느라 나는 점점 폐인의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었다. 그렇게 지내다보니 프로선수들에 대해서도 하나둘씩 알아가고 나는 열번 죽었다 깨도 도저히 할수 없는 컨트롤을 하는 그들의 모습에 열광하면서 스타는 나에게 단순히 '게임'의 차원을 넘어서는 그 어떤것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어떤 전략을 세워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단몇초의 실수도 없이 진행시켜야 되는 노력과 위기의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침착성, 그리고 자신보다 몇배나 되는 병력을 순간적인 컨트롤로 효과적으로 방어해내는 지혜를 보면서 스타는 나에게 인생의 단면들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수단이 되었다.
암울한 뉴스와 고난만의 연속인것처럼 보이는 한국사회와 그속에 살고있는 나의 삶속에서 자칫 '에이 나도 이럭저럭 살다가면 되지...'라고 대충 타협하고 늘어져만 가는 나의 생활에 스타는 '이봐, 또 지고싶어? 저 어린 선수들을 봐. 너보다 몇배나 더 불리한 상황에서 혈로를 뚫고 승리를 따내잖아. 뭐? 희망이 없다고? 너에겐 아직 얼라이를 해줄수 있는 친구들이 많이 있는데 그런말을 하나? 정신차리고 마우스를 잡아!'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내인생에 있어서 스타는 더이상 게임이 아니다. 그속에 담겨져 있는 사람의 의지와 불굴의 정신, 그리고 패배한 이후에도 멋지게 GG를 칠수있는 여유를 나에게 가르쳐주는 소중한 친구다.
오늘도 베넷에서는 수많은 게임이 벌어질것이고 수많은 승리와 패배가 교차할것이다. 승리에 기뻐하고 패배에 의기소침하고, 노매너의 상대를 만나면 환멸을 느끼기도하고 맵핵이나 미네랄핵을 쓰는 게임에서는 분노를 느끼기도 할것이다. 그러나 그것또한 인생의 한단면임을 스타는 나에게 말해준다.
그런것까지 극복해냈을때의 승리는 얼마나 달콤할것인가? 아직까지 진정한 인생에서의 승리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는 스타가 나에게 말해주는 데로 '삽질'하지 않고 인생의 워포그 속으로 두려움없이 나갈것이다.
그럼 오늘도 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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