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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8 21:42
그냥 이건 판타지구나 하고 지나치면 편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기에 현실적인 작품이나 그 판단이 안 되는 작품만 어떻게 최대한 골라볼 수밖에 없겠죠.
20/09/28 21:44
다른건 모르겠지만 생각이 늙어가는건 아닐 것 같아요
생각이 늙어간다면 보통 반대로 흐른다고 생각하거든요 젊으니까 옳고 그름의 기준에서 양보하기 힘들게 되는 것이고 늙거나 익숙해지면 그냥 그려러니 하면서 무덤덤해지는게 더 보편적이지 않을까 싶어서요 일단 제가 그렇네요. 옳고 그름의 기준, 정의의 기준이 보다 젊을때에 비해 많이 무뎌졌다는걸 느끼겠어서요 자게에서 흔히 불타는 쟁점들...이제는 그게 모 이리 흥분할 일인가...이러고 있어요
20/09/28 21:49
아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네요.
근데 과거보다 지금이 더 예민해 진것은 맞는것 같아요. 이게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건 또 아닌데...
20/09/28 21:51
근데 또 지금 4-50대나 60대 혹은 그 이상 세대 보면 정치적 성향 엄청 뚜렷하고 절대 양보안하죠.... 보기에 따라 다른거라서요.
20/09/28 21:58
저는 정치성향을 드러낸다거나, 특별히 열내며 싸우거나 감정이입을 많이하는 스타일도 아닌데
약간은 될대로 되라 관망하는주의? 헌데 묘한 거부감들이 이상하게 이런 드라마, 영화등을 볼때 불끈 솟아오르네요. 현실도피를 하고는 싶은데... 이런식의 미화?는 또 꼴보기싫다랄까... 뭐 경찰, 검찰, 기업, 변호사, 조폭 등등 어떤 소재든 영상물들 다 미화투성이겠지만요. (또는 쓰레기로 몰거나) 어쩌면 도피처로 영화나 드라마를 택했는데, 거기서도 도피가 안되고, 미화가 보여서 그럴지도.. 그래서 다시 90년대말 판소에 빠져 중이병생활하던 시기가 그리워지네요.
20/09/28 22:26
[어쩌면 도피처로 영화나 드라마를 택했는데, 거기서도 도피가 안되고, 미화가 보여서 그럴지도..] 이게 되게 정확한 표현이네요.
저희 아버지도 정치성향은 확고하시지만 배려도 있으신 분이라 가족들이랑 모이는 자리에선 가급적 뉴스는 안보고 드라마나 예능을 보는데, 무도처럼 예능에서까지 정치성을 띤 얘기가 나오면 성을 내시더라고요. 요새는 미스터 트롯 덕분에 가족이 화목합니다. 크크크크크
20/09/28 23:45
미스터트롯은 본적없는데, 사랑의콜센터 재방 몇번 보고 내 감성과는 멀구나 싶어서 안보게되더라구요. 가족들도 트롯 관심은 없고..
저희는 같이 저녁먹을땐 사극재방송이나 EBS세계여행 방송이나.. 극한직업, 나는자연인이다 이런 프로틀어놓네요. 정치이야기는 잘 안하는데 제가 부모님이 이야기하면 듣기만 합니다.
20/09/28 22:07
영화나 드라마를 공감하려고 보는 건 아니니까요.
그냥 비숲 보면 아 검사하고 싶다, 신세계 보면 아 깡패 되고 싶다, 아저씨 보면 아 나도 특수부대 출신 이었으면 좋겠다, 부부의 세계 보면서 아 나도 한소희랑 바람나고 싶다, 그냥 그리고 끝...
20/09/28 23:47
저는 현실생활의 스트레스를, 문화생활로 풀려하는데 성격이 워낙 삐뚤어져서 뭐든 진지하게 임하다보니, 안받아도 되는 스트레스를 받네요.
이런성격 좀 고쳐야하는데... 요즘엔 더 민감해게 반응하는듯
20/09/29 20:21
저도 충분히 많은 컨텐츠가 나와서 취사선택이 되는데 언제부턴가 욕하면서 보고있는것 같아요. 이젠 진짜 골라서 봐야겠어요. 소비층이 있으니까 만드는건데 소비하면서 나쁘게 볼 필요는 없으니......
20/09/29 11:46
소설(여기에선 드라마)이라는 것 자체가 작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허구'로 꾸민 것이죠.
우리가 가끔 그 허구라는 걸 상정해두지 않는 게 포인트겠네요.
20/09/29 20:24
그런 소재들의 드라마가 정형화된것도 제가 삐뚤하게 보는 이유중 하나 같습니다. 예를들자면 싸움잘하고 잘생기고 정의로운 북한 요원과, 비주얼이 부족한 한국 요원간의 브로맨스.. 이런... 강철비2는 한국 대통령이 정우성이라 그 공식을 깨긴 했지만 여전히 북조선 대빵은 유연석이었..
20/09/29 12:01
픽션은 현실의 반영이고 모든 리얼리즘 방법론은 창작자 나름의 현실재현이니 세상과 아주 무관한 것이기 힘듭니다. 불편감을 느끼신다는 것은 결국 현실이 누군가의 작품(에 투영된 현실인식)에 영향을 주고, 또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이 누군가의 현실인식에 영향을 줌을 느끼신다는, 즉 픽션이 현실과 어떻게든 연관있음을 느끼신다는 의미이겠지요. 개인적으로는 '드라마를 드라마로, 영화를 영화로' 본다는 말은 현실과 아예 무관한 것으로 여긴다는 의미보다는 각 작품-그리고 작가- 나름의 가치관이나 현실인식을 존중(나와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는 여지를 줌)한다는 방향에 가까운 거라 생각합니다. 일일이 '어떻게 OO를 이렇게 그릴 수 있어!'라고 화내기보다 '음 이 연출자는 OO를 이렇게 보나보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라 생각하는 식이랄까요.
여기서 일반적인 선택지는 크게 둘로 나눠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오락추구입니다. 불편감 적게 볼 수 있는 오락물 위주로 픽션을 즐기는 것이죠. 이창동 감독의 역설적 표현을 빌리자면 '메시지가 강한' 종류의 작품들, 즉 알기 쉬운 권선징악, 모험담, 사랑담 중심의 픽션, 말하자면 굳이 현대적 문제의식과 연결시킬 필요가 없는 작품 위주로 즐기는 것입니다. 픽션과 나의 현실을 결부시킬 필요도 적어지니 정신건강에 이로운 방법이며, 다행히 문화상품의 질이 상향평준화되는 추세라 이 방향으로도 충분히 풍성한 문화생활이 가능합니다. 이 방향을 실제로 추구해보면 장르중심으로 작품을 고르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할리우드식 액션영화나 슈퍼히어로물, 또는 마동석물을 선호하는 식이지요. 본디 장르라는 게 '마음에 든 작품과 유사한 것을 다시 보고싶어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면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모든 작품을 픽션으로서 대등하게 존중하기보다 각 작품이 담고 있는 시선에 차등적인 가치를 매기는 방향입니다. 픽션은 픽션이라 생각하되 '이것은 좋은 픽션이고 저것은 덜 좋은 픽션'이라는 쪽에 조금 더 무게를 싣는 거죠. 가령 북한 소재, 의료인 소재의 픽션 중에도 사람마다 더 납득이 가고 마음에 드는 시선, 재현을 담고 있는 작품도 있겠고 저건 엉터리다, 말도 안되는 미화다, 수요에 굴종하는 왜곡이다 싶은 작품이 있을 것입니다. 이에 대한 평가들을 쌓아 그를 근거로 보다 좋은(마음에 드는 시선을 가진) 작품을 찾아내며, 때로는 훌륭한 작품으로부터 나의 생각이나 가치관도 영향을 받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이 방향은 호불호(넓게 보면 미추)의 선별에 수반되는 스트레스가 있고, 좋은 작품을 찾기 위해 장르를 넘나들며 적극적 독해를 해야하는 수고로움이 들고, 방향을 잘못 잡으면 독선적인 태도로 흘러갈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대신 그렇게 찾아낸 나만의 보석 같은 작품들은 깊은 위안과 기쁨을 줍니다. 뭐, 편의상 위와 같이 구분한 것일 뿐, 두 가지가 서로 완전히 유리된 것은 아닐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두 방향 사이의 어디쯤엔가에서 각자의 즐거움을 찾는 거라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불편함을 오래 갖고 살면서 하게 된 생각이네요.
20/09/29 20:28
좋은 지적과 해석같아요. 비단 영화, 드라마 뿐 아니라 저는 예능에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었는데 머릿속의 생각들을 정리해 주신듯.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같은 고민들을 해온 분들도 꽤 있는것 같고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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