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0/05/05 23:09:20
Name arq.Gstar
Subject [일반] [펌] 나는 68명 중 68등 이었다.
우연히 노래들으려다가 발견한 글인데요..
아, 정말 뭐랄까..
일요일에 있는 기사시험 공부하다가
에잇! 공부안돼! 하고서 노래듣고있는 제 모습이 부끄러워집니다 ㅠㅠ;
저는 다시 공부하러 가야겠네요.

==========================================================================


경북대 총장을 역임하신 박찬석 교수님이 작년에 한국일보에 기고하신 글.




나의 고향은 경남 산천이다.

지금도 비교적 가난한 곳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가정형편도 안되고 머리도 안 되는 나를 대구로 보냈다.



대구중을 다녔는데 공부가 하기 싫었다. 1학년 8반, 석차는 68/68, 꼴찌를 했다.

부끄러운 성적표를 가지고 고향에 가는 어린 마음에도 그 성적을 내밀 자신이 없었다.

당신이 교육을 받지 못한 한(恨)을 자식을 통해 풀자고 했는데 꼴찌라니...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하는 소작농을 하면서도

아들을 중학교에 보낼 생각을 한 아버지를 떠올리면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잉크로 기록된 성적표를 1/68로 고쳐 아버지에게 보여드렸다.



아버지는 보통학교도 다니지 않았으므로 내가 1등으로 고친 성적표를 알아차리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대구로 유학한 아들이 집으로 왔으니 친지들이 몰려와 "찬석이는 공부를 잘 했더냐?"고 물었다.

아버지는 "앞으로 봐야제,,,,,이번에는 어쩌다 1등을 했는가배"  했다.

"명순(아버지)이는 자식 하나 잘 뒀어. 1등을 했으면 책걸이를 해야제"  했다.



당시 우리집은 동네에서 가장 가난한 살림이었다.

이튿날 강에서 멱을 감고 돌아오니, 아버지는 한 마리뿐인  돼지를 잡아 동네 사람들을 모아놓고

잔치를 하고 있었다.



그 돼지는 우리집 재산 목록 1호였다.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아버지~~~"하고 불렀지만 다음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달려 나갔다. 그 뒤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겁이 난 나는 강으로 나가 죽어버리고 싶은 마음에, 물속에서 숨을 안쉬고 버티기도 했고 주먹으로

내 머리를 내리치기도 했다.



충격적인 그 사건 이후 나는 달라졌다.

항상 그 일이 머리에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7년후 나는 대학교수가 되었다.

그리고 나의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 했을 때, 그러니까 내 나이 45세때 되던 어느날,

부모님 앞에 33년 전의 일을 사과하기 위해,

"어무이... 저 중학교 1학년때 1등은요..." 하고 말을 시작 하려고 했는데...



옆에서 담배를 피우시던 아버지께서

"알고 있었다. 그만 해라. 민우(손자)가 듣는다" 고 하셨다.



자식의 위조한 성적을 알고도 재산 목록 1호인 돼지를 잡아 잔치를 하신 부모님 마음을,

박사이고 교수이고 대학총장인 나는 아직도 감히 알 수 없다.



- 전 경북대 총장 박찬석 -

[출처] 아버지의 마음... (전 경북대 총장 박찬석 교수님의 감동스토리)|작성자 짱구천사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어머니의아들
10/05/05 23:12
수정 아이콘
제 자신의 과오 때문일까요.

상당히 씁쓸한 글이네요.
테란의 횡재
10/05/05 23:17
수정 아이콘
이 글 와이고수에서도 봤었던 글이었는데 굉장히 감명깊었습니다...ㅠㅠ
10/05/05 23:18
수정 아이콘
좋은글에 뻘댓글이지만...전 성적표로 혼날꺼보다 위조했다가 혼날게 무서워서 그냥 드렸었는데 ㅡ.ㅡ;;
Lionel Messi
10/05/05 23:29
수정 아이콘
만약 부모님이 성적표 위조한걸 잔치를 벌인 다음날 알아차린 거라면??
10/05/05 23:31
수정 아이콘
좋은 글에 뻘댓글이지만... 이 분 때문에 편하게 지하철 타고 학교 갈 수 있었는데 못가게 된 걸로 알고 있어서 좀 감동이 꺾이네요..;;;
Zodiacor
10/05/05 23:31
수정 아이콘
자식의 심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속였지만 이렇게 하면 정신 차리고 진짜로 열심히 공부하겠지라는걸 부모님이 잘 아신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때 그때 대충 넘기는 성격이었다면 부모님도 저렇게는 안하셨을 거 같습니다.
도달자
10/05/05 23:46
수정 아이콘
음..... 그렇게 자식을 격려한 아버지도 아버지고 그에 보답하듯 꼴지가 대학교수된것도 그 아들이네요.
제가 지금 컴퓨터할때가 아니네요;
10/05/06 00:08
수정 아이콘
아버님이 대단하신 분이라고 생각됩니다. 박찬석 교수님 또한 그런 아버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테구요.
10/05/06 05:19
수정 아이콘
아버지는 위대합니다. 효도합시다.
네이버에 패밀리맨 보시는 분은 알거에요.흑- 재밌게 보던 그 웹툰도 곧 끝난다니..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일반] [공지]자게 운영위 현황 및 정치카테고리 관련 안내 드립니다. + 선거게시판 오픈 안내 [29] jjohny=쿠마 25/03/16 23740 18
공지 [정치]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6] 오호 20/12/30 305132 0
공지 [일반]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58902 10
공지 [일반]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62076 4
104311 [일반] 광무제를 낳은 용릉후 가문 (11) - 뒤늦은 깨달음, 경시제 유현 (3) [4] 계층방정1055 25/06/14 1055 1
104310 [일반] 반도체 특별법(주 52시간제 예외)의 포인트 [18] 라울리스타4168 25/06/14 4168 9
104309 [정치] 새 정부 인사 검증에 대해서.. (오광수, 이한주, 김민석...) [121] 달푸른7457 25/06/14 7457 0
104307 [일반] 숭고와 아름다움 번개맞은씨앗1830 25/06/14 1830 0
104306 [일반] '필러' vs '키퍼': 보호필름으로 알아보는 성격 [9] 오디세우스2304 25/06/14 2304 2
104305 [일반] 장르소설은 문학인가? - 문학성에 대한 소고 [51] meson2161 25/06/14 2161 11
104304 [일반] 맛있게 먹은 파스타 3개 [6] 데갠4524 25/06/14 4524 3
104303 [일반] 악! OpenAI 아쎄이가 해병대에 얼른 입대하고 싶다고 합니다! (해병문학 주의, 민감정보 체크) [8] 모찌피치모찌피치3279 25/06/13 3279 2
104302 [일반] 공리에 대하여 — 선택직관과 생성직관 [4] 번개맞은씨앗3476 25/06/13 3476 0
104301 [일반] 코인 선물 이야기2 [2] rsh243862 25/06/13 3862 12
104300 [일반] 아이를 키운다는것 [8] 어느새3879 25/06/13 3879 36
104299 [일반] 美 연방 법원 "LA에 州 방위군 투입은 헌법 위반" [95] 전기쥐9185 25/06/13 9185 1
104298 [일반] 야구를 잘하는 일본예능인 [10] 無欲則剛5065 25/06/13 5065 8
104296 [일반] 이스라엘 공군, 이란 공습 [100] 혼돈11185 25/06/13 11185 1
104295 [일반] 조금 다른 아이를 키우는 일상 14 [9] Poe2649 25/06/13 2649 39
104294 [일반] 어렸을 적 부모님에 대한 기억 몇가지 [3] 시라노 번스타인2311 25/06/12 2311 10
104293 [일반] [그림 읽는 법] 알고, 사랑하고, 진정으로 보게 되면 [3] 오디세우스1863 25/06/12 1863 7
104292 [일반] 에어 인디아 171편 추락 사고 [17] Croove6454 25/06/12 6454 0
104291 [일반] 코인 선물 이야기1 [22] rsh245763 25/06/12 5763 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