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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9/14 13:26:29
Name 사부작
Subject [일반] [스포] 귀멸의 칼날 무한성1편 - 아카자에게는 체벌이 필요했나 (수정됨)
[귀멸의 칼날 극장판 무한성 1편까지의 모든 에피소드 결말 포함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시리즈물은 시리즈물의 논리를 세우고 그걸 바탕으로 돌아가는데, 저는 아카자 서사는 이에 어긋남이 있고 신파쪽으로 흐른 아쉬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나름의 평을 해보겠습니다.

귀멸의 칼날의 핵심적 강점은 약한 인간이 강한 혈귀와 칼 한자루에 의지해 싸워 이기는 과정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입니다. 애니판의 엄청나게 화려한 작화와 함께 이를 지탱하는 힘은 단순하지만 집요하게 반복되는 약점 극복의 캐릭터 서사입니다. 인간은 약하지만 약점을 극복하지 못한 혈귀에 비해 약점을 극복하고 영웅이 되는 존재들인 것입니다.

귀칼의 (탄지로를 제외한) 모든 주요 캐릭터들은 핵심적인 약점이 하나씩 있습니다. 귀살대는 약점과 정면으로 맞설 수 밖에 없는 미션을 맞이했을 때 이를 극복하고 영웅 서사를 완성하고요, 혈귀는 약점에 사로잡혀 타락하고 약점과 연관된 악행을 이어가다가 처단당합니다.

매우 단순하지만 보편적으로 강렬한 이야기 구조입니다.
셰익스피어 이후 비극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고귀한 면이 있으나 자신의 성격적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핵심 미션을 실패하고 몰락합니다. 리어왕은 오만했고, 멕베스는 야심으로 총기가 흐려졌으며, 햄릿은 우유부단하고 아마도 우울증이었을 겁니다.

이런 비극들을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에, 고귀한 인물이 위기에서 결국 약점을 극복하고 영웅 서사를 완성하는 것에서 더 큰 고양감을 얻습니다. 반지의 제왕의 아라곤은 자신도 선대 왕처럼 타락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운둔하지만 동료들에게 진짜 용기를 배우고 결정적인 순간 맞서 싸워 영웅적 승리를 거두죠. 루크 스카이워커는 조급함이라는 약점이 있어 여러차레 위기를 겪지만 결정적인 시험에서 인내하여 운명을 이겨냅니다.

귀멸의 칼날은 이 구조를 명확하게 반복합니다.

염주 렌코쿠 서사에서 그의 약점은 '인간이기 때문에 지치고 약해지고 죽는다' 입니다. 그의 미션은 한계에 당당하게 맞서는 것입니다. 렌코쿠의 아버지는 주 였으나, 인간의 필연적 패배라는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폐인이됩니다. 렌코쿠는 그 모습을 보며 자랐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동생이 보고 있죠. 렌코쿠의 한결같은 호탕함은 언젠가 진실의 순간이 왔을 때 아버지처럼 비겁하지 않을 수 있을까에 천착하는 그가 만든 가면일지도 모릅니다. 아카자와의 결투에서 렌코쿠는 결국 인간의 한계로 이길 수 없음에 직면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당당하게 임무를 완수하는 죽음을 맞음으로써 영웅 서사를 완성하죠.

다른 주들도 이런 패턴을 반복합니다. 하주 토키토의 결함은 트라우마로 인한 자아 상실입니다. 귀살대로서 고귀한 일을 하고 있지만 본인은 거기에 어떤 의미를 두지 못합니다. 도공마을 편에서 토키토는 죽음의 위기의 순간 다른 주들과는 다르게 그냥 포기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의지를 보고 각성하고 약점을 극복하여 승리하죠.

같은 편에서 보이는 연주 칸로지의 약점은 남의 평가 기준에 자신을 가두는 것입니다. 사랑받는 여성이 되기 위해서 본인의 모습을 인정하지 싶지 않았지만, 남에게 사랑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구하기 위해 괴력을 발휘해야 했고, 해냅니다.

무한성 편에서도 충주 시노부를 통해 이런 서사를 진행시킵니다. 그녀의 약점은 '신체적 약함' 입니다. 그녀의 미션은 가족과 언니의 복수죠. 시노부도 자신보다 언니가 더 강하다는 걸 알고, 이를 극복할 수 없다는 걸 압니다. 그래서 ‘어떤 선택’을 하고 영웅이 되죠. (이 부분은 원작의 뒷부분 스포일러성이 있습니다)

반면 혈귀들은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타락한 존재이며 자신이 굴복한 약점에 기반한 악행을 반복하다가 귀살대를 만나 죽습니다. 도공마을 편의 한텐구의 약점은 '비열한 책임 회피'입니다. 자신을 둘러싼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자신을 더 불쌍한 존재로 만들고 숨어버립니다. 혈귀가 되어서도 계속 다른 존재 뒤에 숨죠.

환락가 편의 규타로와 다키는 훨씬 불쌍한 인물들이지만, 그들의 약점은 극단적으로 본인 둘만을 향해 좁아진 시야 입니다. 인간 세상의 부조리가 응축된 공간인 유곽 생활 너머의 가능성을 상상하며 인내하지 못하고, 우리 대 세상의 구도에 집착하고 결국 대항하다가 허무한 죽임을 당했죠. 그렇게 혈귀가 돼서도 유곽 세계에 집착하며 둘이서 영원히 군림하려 합니다.

무한성 편의 도우마의 약점은 인간의 마음을 깔보는 태도고요. 앞으로 드러날 무잔은 아마도 죽음에 대한 공포, 영생에 대한 집착 아니었을까요?

그리고 이런 대조는 무한성 편의 젠이츠와 사형인 카이가쿠의 대결에서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카이가쿠의 약점은 감사할 줄 모름입니다. 특별한 재능이나 사람들의 인정 같은 긍정적인 것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얻지 못한 것에 집착하며 비뚤어졌죠. 반대로 젠이츠는 겁쟁이라는 약점이 있습니다. 그의 벽력일섬은 기절해서 겁을 잃었을 때만 발휘되었죠. 그러나 무한성에서 젠이츠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그것을 인정해준 사람들에 대한 존경을 기반으로 과거 사형과 맞서고  이겨냅니다.

이런 캐릭터들이 도드라질 수 있도록
탄지로는 너무나 전형적이어서 오히려 눈에 안 띄는 소년만화의 기본 주인공 성격 자체를 갖고 정석적인 피드백을 주는 거울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후에 상황을 정리하는 판관의 맨트를 하죠. 너는 뭘 잘못했고, 뭐는 불쌍했고, 뭐는 너네 장점이니 잘 간직해라. 뒤의 아카자의 최후에서 탄지로가 이런 멘트를 하지 못하고 어버버 했다는 것도 저는 아카자 서사가 기존 틀에서 어긋난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전제가 길었습니다.
그럼 아카자의 서사는 뭘까요?

아카자는 타락한 혈귀였다가 영웅적으로 죽으므로, 약점에 의한 몰락과 그걸 극복하는 영웅 서사를 차례로 겪어야 합니다. 앞서 없던 복합적 서사에요.

플롯에 이런 야심이 있었다면, 약점 때문에 번민하다 결정적 순간에 잘못된 결정을 하여 몰락하고 혈귀가 됐으나, 나중에 탄지로에 자극받아 다시 극복하는 과정의 정합성이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카자 서사는 그렇지 못하고 그냥 재난피해자의 슬픈 이야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잠깐 생각해보죠. 앞서 서술한 관점에서 봤을 때 아카자의 약점은 뭐였을까요?
이건 명확하게 극 중에 나오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함이 아닌 힘에 대한 맹목적 숭배입니다.
대사로 분명하게 여러 번 강조되고, 혈귀가 된 아카자가 그런 모습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그럼 하쿠지 시절의 아카자는 그런 약점을 보여주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이에 실패할까요?

아카자(하쿠지)는 병든 아버지 약값을 벌기위해 범죄로 먹고 삽니다. 아버지는 이를 알고 자살을 하죠.
가만, 이건 젠이츠 스승의 자살에서 한 번 본 상황입니다. 둘 다 제자/자식의 타락에 대한 책임감 계도 부끄러움이 얽힌 제스쳐입니다.
스승의 죽음으로 영웅인 젠이츠는 각성하고, 혈귀인 가이카쿠는 반성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아카자는? 에도에서 쫓겨나 막 사는 모습을 보면 아버지의 자살이 아카자의 각성으로 이어지지 못한 걸 알 수 있습니다.

아카자를 계도 시키는 건 스승인 케이조이죠.
그리고 그 계도의 첫 단계는 강한 힘입니다. 좀 심하게 말해 아버지의 자살조차 소용 없었는데, 처음 만난 케이조가 압도적 힘으로 아카자를 때려 눕힌 다음에는 말을 듣기 시작하는 겁니다.

케이조는 아카자에게 딸을 맡겨 누군가를 지키는 것의 의미를 가르치고, 또한 강한 힘을 키워줍니다. 아카자는 아버지처럼 아팠던 스승의 딸에게 희망을 주고 미래를 그리게 되죠.
그러다 갑작스럽게 케이조 부녀가 독살당하고, 이에 격분한 아카자가 대량살상을 하고, 무잔은 아카자의 기억을 지우고 혈귀로 만듭니다.

여기서 아카자가 어떤 선택을 했고 무엇에 실패했느냐가 애매합니다. 사람을 수십명이나 죽인거요? 현실에서라면 엄청난 죄지만, 소년만화 귀칼 세계의 윤리관으로는 절대선인 탄지로도 야 이건 할 상황이었죠. 죄라 하더라도 이게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힘을 망각한 맹목적 힘의 추구 죄가 아니에요. 분노를 참지 못한 죄에 가깝죠. 이건 뒤의 아카자가 혈귀가 된 후에 보여주는 악행과 결이 맞지 않습니다. 혈귀가 되는 것도 그 후에 사람을 잡아먹는 것도 편리하게도 무잔의 의지지 아카자가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게 아니고요.

갑자기 스승과 연인이 독살당하는 과정에서 아카자는 어떻게 그들을 지키는 방향으로 힘을 쓸 수 있었을까요. 무잔이 혈귀로 만들고 기억을 지웠는데 어떻게 무고한 이들에게 잘못된 힘을 쓰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사실상 귀칼은 아카자에게 도덕적 면죄부를 줬습니다. 아카자는 재해의 피해자이지 잘못한게 아니게 됐어요.

저는 이 점이 비극의 깊이를 지우고 이야기를 신파로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귀칼의 서사 구조안에서 아카자를 마지막엔 영웅으로 만들고 싶었다면 약점과 관련한 갈등과 (연민할 수 있더라도) 잘못된 선택이 먼저 있었어야 해요.

그럼 이야기가 어떻게 표현됐으면 좋았을까요? 이건 비평이 아닌 창작의 영역이지만, 단초는 있었다고 생각해요.

아카자의 스승 케이조는 어떤 삶을 살고 있었죠?
아카자와 똑같이 병든 가족이 있고 해결사 같은 폭력 사용으로 돈을 벌고 있었습니다. 딸은 삶의 희망을 놓은 상태고, 주변 인간들의 괴롭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죠. 아내는 이런 삶에서 자살을 했습니다. 어라? 또 자살이네요.

사실 아카자의 삶과 다르지 않았던 겁니다. 아카자보다 더 강해서 더 본격적인 일을 하고 있을 뿐, 본인의 문제는 하나도 풀리지 않고 있었어요. 세상이 이들을 못살게 굴 때 아카자보다 더 큰 스케일의 시험을 겪고 있을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귀칼에서 케이조는 탄지로와 비견될 만큼 옳기만 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아카자도 케이조와의 관계에서 어떤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습니다. 콩주머니만 던져요.

만약 케이조와 아카자의 관계가 더 복잡했다면 어땠을까요

가장 정석적인 접근은 케이조의 원칙 추구에 대해 아카자가 코유키를 지키지 못할까봐 조바심을 느끼고 있었다는 식일 겁니다.
전형적으로 아나킨 스카이워커 서사가 그렇죠. 그 언저리에서 비트는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반대로 스승이 힘의 유혹을 받아 생기는 양가적 감정을 부각시킬 수도 있어요

이를테면 딸을 위협하는 주변에 대해 점점 더 인내심을 잃고 한 번만 힘으로 다 쓸어버리자는 생각으로 케이조의 마음이 변하고 있었다면?
그럼 코유키를 통해 삶의 소중함을 배워 변화한 아카자 입장에서, 케이조에게 과거 자신의 잘못을 겹쳐 보고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었겠죠.

요는, 지키기 위한 강함이라는 게 뭐고 왜 어렵고 그래서 어떤 실패를 하게 되는지가 핵심이어야지, 그냥 너무너무 안된일을 겪을 뿐이어선 안됐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아주 옛날 작품이지만 로로우니 켄신 추억편을 보신 분이라면 지킨다는 것과 힘의 추구에서 오는 비극을 잘 표현한다는 게 어떤 건지 아실 거에요.

그래서 두번째 국면, 아카자가 혈귀가 된 이후 이야기도 딱 맞아떨어지지 않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혈귀 아카자는 약한자를 경멸해왔어요. 탄지로는 충분히 그럴 수 있음에도 기습을 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걸고, 이 모습에 아카자는 스승을 떠올립니다.

이 자체만 보면 사리가 맞는데, 이게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강함의 추구라는 맥락과는 좀 다른 이야기 아닐까요? 어찌 생각하면 왕도물 소년만화에서 맨날 나오는 대사가 마모루이고, 탄지로도 네즈코나 누구를 지키기 위한 강함을 보여주는 장면 엄청 많이 나와요. 그런데 막상 아카자와의 결투는 그게 아닌 정정당당함이 강조가 되죠.

왜 그렇게 상황설정을 했을까요. 탄지로가 누군가를 지키는 모습에 대응되는, 케이조가 누군가를 지키는 모습이 없었기 때문 아닐까요. 케이조는 누군가를 지키지 못했어요. 정정당당하기만 했죠.

역시 하쿠지 시절 서사에 갈등이 없었기때문에 그런 겁니다.
만약 귀칼이 계속 해왔고 앞뒤가 맞는 플롯을 진행했다면, 아카자는 인간 시절 지키기 위한 강함 관련해 스승과 어떤 갈등을 겪다가 잘못된 결정을 하고, 나중에 탄지로가 지키기 위함 강함이 뭔지 보여줬겠죠.

예를들어 만약 아카자가 인간시절 스승의 원칙적 모습을 조급해하다 스승을 미워하고 실수한 거라면,이 쯤에서 탄지로를 보고 스승을 이해하는 계기가 나올 수 있는 식으로요.

이게 아니다보니, 저는 원래 아카자는 압도적 강함에 의해 실신할 정도로 맞으면 정신차리는 유형의 사람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처음 케이조에게 실신할 정도로 맞고 순해진 것처럼
탄지로에게 목이 잘리고 나니, 그 강함을 인정하게 되고, 저런 강함은 어디서 나오나 생각하게 되고, 케이조가 참 강했지, 그 강함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였지 반성하는 거죠.
사실 정정당당하기로나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강함이나 아카자에게는 이미 렌코쿠가 다 보여줬잖아요. 거기서 깨닫지 못하고 탄지로에게 배웠다는 거는, 더 쎄게 맞았다 밖에 모르겠네요

아카자에게만큼은 강한 체벌도 효과적이었다고 결론을 내리며 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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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쥴레이
25/09/14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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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크 결론이 재미있네요.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어느정도 공감되는 부분도 있네요.
사부작
25/09/14 14:07
수정 아이콘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방에발할라
25/09/14 13:55
수정 아이콘
아카자 서사는 과거 회상을 더 길고 자세하게 그리려고 했지만 그러면 그냥 뇌절이라 편집부 선에서 컷했다고 합니다.
사부작
25/09/14 13:57
수정 아이콘
원작 만화책 말씀하시는 거죠?
애니에서는 그런 취지면 아예 정말 짧게 가서 아카자 비중 자체를 줄이거나
원작 이상의 설정을 넣었어야 완성도 면에서는 더 나았을 거라 생각해요
내일은주식왕
25/09/14 14:03
수정 아이콘
오우 재밌네요. 약점과 미극복/극복 구도에서 무릎을 탁 쳤습니다. 이 부분을 현실까지 끌고온다면 나 또한 어떤 부분에선 혈귀 이겠구나 하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사부작
25/09/14 14:07
수정 아이콘
저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지금 뭐를 내가 피하려다 이런 일까지 하고 있는거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탈리스만
25/09/14 14:05
수정 아이콘
글 정말 잘 쓰시네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흐흐
사부작
25/09/14 14:08
수정 아이콘
글이 긴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폰독수리
25/09/1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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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지키기위해서라면 뭐든지한다는 정서와 정정당당이란 정서가 안맞는다 생각했습니다.
아 케이조 서사를 넣으려고 이렇게 됐구나 연출력 문제네 이렇게 이해를 했는데
마지막 결론은 풍자 의미신지 모르겠는데 오히려 전 그 결론이 납득이 되네요 맞아서 정신을 차린다는게 묘하게 현실적이라
무한열차 때는 사실 싸움이 아니었죠 아카자 입장에선 조금이라도 진심이었던건 태양때문에 당황했을때 뿐이니
사부작
25/09/1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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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더 강한 힘에 의해서만 반응하는 게 아카자구나 그렇게 받아들였고, 그건 말은 되지만 그렇게 마음에 드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큐알론
25/09/1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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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힌 분석입니다. 아카자의 회상씬이 별로 였던 이유가 여기 있군요. 그리고 약점을 극복하여 영웅이 되는 시나리오는 매우 정석적인 것이긴 하지만 항상 인간의 내면에 큰 울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귀멸의 칼날은 이 부분이 너무 훌륭한 것 같아요. 작가의 진짜 장점은 액션이 아니라 캐릭터 서사 구축인 것 같다고 생각이 듭니다. 아카자는 좀 별로긴 했지만요 크크
사부작
25/09/1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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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저도 원작 만화는 안 봤는데 듣자하니 편집부랑 애니가 명작을 만든거라죠? 그럼에도 편집부와 애니 프로덕션이 왜 하필 귀칼의 원작 스토리에 꽂혔냐 하면 역시 정석적인 약점 극복 서사의 씨앗이 괜찮았기 때문일 거 같아요
세이밥누님
25/09/14 15:52
수정 아이콘
피지알은 이런 글 보는 맛에 오는거 같아요. 

분석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사부작
25/09/1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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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핔스핔
25/09/14 16:43
수정 아이콘
간지에 가려져서 그렇지 약간 쫌 똑떨어지지않는 느낌이 잇긴햇는데 구체적인 글로 딱 긁어주니 좋네용
사부작
25/09/14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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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간지는 훌륭했어요
세인트
25/09/14 17:00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대안제시도 좋고 결론?도 재밌네요 크크
사부작
25/09/1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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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5/09/1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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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힘이 없는 자들은 이기기위해선 비겁한 짓을 한다 라는게 아카자의 논리죠. 그래서 힘없는 자들을 극혐하구요.
그런데 본편에서 약자여도 정정당당하게 나아가는 자들도 있구나 라는걸 배우게 된 거구요.
사부작
25/09/14 19:28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냥 제 개인 관점이긴 한데요.
원작도 그런식의 주장을 하지만, 저는 그런 설명은 정합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아카자에게 렌코쿠나 탄지로나 정정당당한 약자의 모습은 충분히 보여줬어요.
아카자가 충격을 받은 건, 렌코쿠가 그냥 인간치고 강했다면 탄지로는 소류 무도가 추구했으나 다다르지 못한 수준의 투명한 세계던가요, 무인의 경지에 이르른 강함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엄청난 강자잖아요

그래서 아카자는 강자한테만 감화받는다는 뜻에서 체벌 농담을 했고요,

저는 이건 귀칼 영웅 서사의 주인공으로서 설득력 있는 모습은 아니라고 봐요, 원작도 그걸 알아서 아카자 과거에 희생자성을 부각시키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좀 신파성이 됐고요.
공염불
25/09/14 20:58
수정 아이콘
상영시간 내내
자기 기술이 왜 이렇고
상대가 왜 저렇고
이런 얘기를 액션씬에서 늘어놓는 영화 본편...
타이의대모험 아방스트랏슈 엑스 교차점 데미지를 흉켈이 설명하던 게 떠올랐던...
게다가 회상씬으로 캐릭터 신파 과거 소개가 나머지 시간 거의 채우고.
그리고 탄지로 각성은 20년 전부터 소년만화 단골 각성 소재로 나온 무아의 경지

이런 내용들 연결 속에서 그나마 마무리가 아카자 서사 신파라 욕 덜하고 나올 수 있었네요. 물론 그마저도 '이러면 슬프지? 이 정도면 공감가지? 이러면 눈물나지 않아?' 이런 느낌이었는데, 같이 보고 나온 중딩아들이 딱 한마디로 '너무 오글거려 짜증나' 이러는 걸 보고는 음...

안 맞는 영화구나 싶었네요. 귀칼 매니아층이 대단하던데, 정말 안 맞는구나 싶어서 다신 볼 일 없을 것 같아요.
사부작
25/09/14 21:26
수정 아이콘
저런.. 그런 게 걸리면 못 보시죠
몇 백만이 관람하고 있지만 근본이 그런 유형의 장르물인걸요
공염불
25/09/14 22:21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그래서 이렇게 혼자 투덜투덜
틀이라 그런가 봅니다 크크.
피우피우
25/09/14 21:30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제가 느끼던 위화감의 정체가 이거였구나 싶어지는 글이네요. 귀칼은 누가 뭐래도 액션씬이 장점인 애니지만 혈귀들 서사도 꽤 괜찮은 작품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얘가 이래서 혈귀가 됐구나 이해는 가면서도 그 감정이 동정이나 연민까지 가진 않아서, 세탁으로 느껴지지 않는 적당히 담백한 서사가 좋았습니다. 이게 잘 드러났던 게 쿄우가이전이랑 규타로전이었다고 생각하고요.

혈귀가 악마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그들도 인간이었던 시절이 있었고 그 시절 가지고 있던 인간성 한 조각은 계속 품고 있었다는 걸 연출로 잘 보여주었고, 특히 탄지로가 최후에 그 인간성 한 조각은 긍정해주면서 (쿄우가이의 혈귀술을 인정해주거나, 다키-규타로 남매의 우애는 진짜였다고 긍정해주거나) 악당을 해치웠다는 카타르시스와 혈귀의 한풀이에서 오는 여운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게 참 좋았거든요.

근데 아카자전은 아카자의 사연에서 오는 안타까움과, 최후에 인간성을 되찾고 나름의 구원을 받는 장면에서 오는 여운만 있고 악당을 해치웠다는 카타르시스는 없어서 뒷맛이 좀 개운하지 않았습니다. 이 글을 보고 나니 그게 아카자는 온전히 피해자였기 때문이란 생각이 드네요. 말씀하신 것과 비슷하게 오로지 지키기 위한 힘을 고집하던 스승과 힘을 드러내서 기선제압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던 하쿠지가 대립하고, 그 과정에서 스승과 아내의 독살까지 겪으며 결국 힘에 대한 집착으로 타락해버린 하쿠지, 뭐 이런 서사였다면 오히려 더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사부작
25/09/14 21:44
수정 아이콘
저도 그런 딱 자른 깔끔함이 귀칼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서, 아카자 서사의 야심은 설명이 좀 부족하다고 느꼈네요.
시린비
25/09/14 23:24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론 아카자가 재난피해자라고만 볼 순 없다고 생각해요.
뭐 어차피 혈귀되기전에 0킬이라도 혈귀되서 킬하면 지옥가는 세계관이었던것 같기도 하지만
아버지의 병때문에 도둑질을 했죠. 도둑질 당하는 사람에겐 가족이 없었을까요? 힘들게 모아서 병든 가족을 위해 약을 사러 가던길이었을지 모르죠
독살당한후에 60여명을 살해했죠. 그 60명이 다같이 손잡고 독을 탔을까요? 한명씩 독탄거 알고있었는지 물어보고 죽였을 거 같지도 않습니다.
그런 도장에 다니고 있었던것만으로 죽을죄라고 볼 순 없죠. 누군가가 선동했을수도 있고 독과는 무관할수도 있으니.
뭐 그래서 아카자 서사가 괜찮다는 건 아닙니다만, 그냥 온전히 피해자라는 건 아니지 않나 싶어서.

약자는 독이나 타는 악이고, 그래서 강자와 힘을 추구한다고 하면서 렌고쿠에게 뭐배웠냐 이런것도 뭐...
어차피 혈귀되면 다들 멀쩡할땐 사람죽이고들 다니는 오니인거고, 죽음으로 가는 찰나에야 이것저것 있는게 아닌가 해서.
사부작
25/09/15 00:1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아카자가 현실 인물이고 죄가 있냐 없냐 하면 당연 엄청난 중범죄자죠.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창작물 세계 캐락터로서 서사적 윤리는 이와 다르게 작동할 때가 많습니다. 현실에선 아무리 악당이라도 죽이면 큰 윤리적 잘못이지만, 어떤 서사 속에서는 사소한 악당을 마구 죽여도 악인이 아니지만 길가는 강아지를 발로 차거나, 어린아이와의 약속을 어기거나 하는 게 더 엄청난 악인일 수가 있어요.

제가 아카자에게 제작자가 면죄부를 줬다, 순수한 피해자의 서사를 줬다 함은, 그가 어떤 악한 결정을 하게 만드는 걸 회피할 수 있게 이야기 구조를 짰음을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이지, 아카자를 변호하는 게 아닙니다.
시린비
25/09/15 00:19
수정 아이콘
소중한 사람들을 독살당했다 하더라도, 독살과 관련없는 사람이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60인을 죽이는 건 악한 결정이라 생각하고
그런 의미에서 순수한 피해자의 서사인가 싶기도 해서...
물론 그냥 아카자 불쌍해 하쿠지 죄없어 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각자 받아들이는게 다르긴 하겠지요
사부작
25/09/15 00:3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애니 서사에선 그걸 잘못되긴 했지만 악이라기보다는 불쌍한 행동, 아카자의 삶 입장에서 당연한 반응의 맥락으로 연출하고 있다고 봤어요.
물론 다르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5/09/15 07:11
수정 아이콘
출근길에 좋은글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생각은 할 수 있어도 이렇게 글 쓴다는게 참 어렵던데 대단하십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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