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12/13 21:08:44
Name 우주전쟁
Subject [일반] 최근에 읽었던 고전 SF소설 세 편...(드니 빌뇌브 감독님 화이팅!) (수정됨)
라마와의 랑데부
rendezvous-with-rama-art.jpg
세계 3대 SF 작가들 가운데 한 사람인 아서 C. 클라크가 1972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 캠벨상 등 방귀 좀 뀐다는 SF상들을 휩쓴 작품입니다. 하드 SF소설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작품으로 인간들이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외계의 존재와 만났을 때 과연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외계인과의 사활을 건 전투 같은 극적인 장면이 등장하지 않기에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소설이지만 곱씹을수록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특히 인류가 우주의 주인공이 아닐뿐더러 더 발달한 문명의 소유자들에게는 보잘것없는 존재일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이 마음에 와닿는 것 같습니다.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tumblr_pbpb9oZa6C1qztcdbo1_1280.jpg
역시 세계 3대 SF 작가 중 한 사람이라는 로버트 A. 하인라인이 1966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이듬해 휴고상을 수상합니다. 서기 2075년 달은 지구의 식민지가 되었고 지구로부터 착취당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지구에 반기를 들고 당당하게 독립을 쟁취하는 이야기입니다. 작가가 미국 독립전쟁과 러시아 혁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만든 작품이라고 합니다. 작품은 유쾌한 소동극 같은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당시 미국 같은 강대국들로부터 억압을 받는 제3세계 국가들에 대한 은유 같기도 하고 아니면 중앙 집권적 국가체계로부터 감시와 탄압을 받는 개인 또는 작은 집단의 이야기로 읽힐 여지도 있는 것 같습니다. 자유와 인간 해방의 메시지가 히피즘을 비롯한 당시 저항 예술 전반에 영향를 끼쳤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어둠의 왼손
p02mfc0r.jpg
어슐러 K. 르 귄이 1969년에 발표한 작품입니다.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수상했습니다. 남성도 여성도 아니지만 원하는 때에 스스로 남성 또는 여성이 될 수 있는 인류가 거주하고 있는 겨울행성 “게센”으로 혈혈단신으로 파견된 우주연합 에큐멘의 사절 겐리 아이가 게센인 에스트라벤의 도움으로 양 세계의 관계의 끈을 형성하는 미션을 성공시키는 이야기입니다. 양성평등의 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어슐러 르 귄의 사고실험이 반영된 작품으로 페미니즘의 영향도 조금은 느껴지고 결국 서로 다른 존재에 대한 이해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의 주위를 돌아보면 여전히 어슐러 르 귄이 꿈꾼 사회는 도래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책알못이 고전 SF명작들이라는 작품을 읽어본 결과 책들이 기대만큼 아주 그렇게 막 말초적(?) 재미를 주지는 않는다는 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은근히 생각할 거리들은 던져줍니다. 그런 의미에서 라마와의 랑데부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결국 SF소설이라는 것도 우리와 동떨어진 현실과 괴리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고 바로 우리의 모습을 우주나 외계라는 거울에 비춰서 다시 우리에게 보여주는 결과물들이 아닌가 싶네요.

(괜히 안 되는 거 억지로 고생(?)하지 말라고 친히 이런 SF소설들을 각색하여 영상물로 만들어 주시는 많은 영화, 드라마 제작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드니 빌뇌브 감독님이 라마와의 랑데부 영화화 작업을 하고 계시다는 데 화이팅! 하시기 바랍니다. 극장 개봉하면 꼭 보러 가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에이치블루
22/12/13 21:17
수정 아이콘
오...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아주 중요한 문장이 나오죠. 탠스타플! There Ain't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공짜 점심은 없다... 가 여기 나오죠. 레일건도 나오고 중국이 강대국이 된 미래 (1960년대에는 정말 아무도 그리 생각하지 않던) 도 나오고... 저는 추가로 "여름으로 가는 문"도 추천드립니다.

어슐러 르귄은 "어스시의 마법사" 연대기가 좋습니다! 특히 1권이요...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를 볼 때마다 이 모티프가 거기서 나왔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또 르귄의 헤인 시리즈(다른 말로는 "앤서블" 시리즈) 중에서는 어둠의 왼손이 가장 춥고 심심하거든요... 다른 헤인 연대기는 정말 훨씬 재밌습니다. 개인적으로 최고는 "빼앗긴 자들" (앤서블의 발명과 혁명에 대한 이야기)이고요. 또 아바타의 나비족은 "세상을 가리키는 말은 숲"의 종족과 유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랜만에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들을 말씀하셔서... 기쁩니다. 좋은 감상 감사드립니다!
No.99 AaronJudge
22/12/13 22:45
수정 아이콘
한창 문혁의 광풍이 휘몰아칠때 나온 강대국 중국을 묘사한 소설이라..와..
쟈샤 하이페츠
22/12/13 21:28
수정 아이콘
소개 감사합니다..! 언젠간 읽어봐야겠어요.. 노인의전쟁을 감명깊게 읽고 요즘엔 후속작인 유령여단을 재밌게 보고있는데.. 아무래도 소개해주신 작품들과는 좀 반대되는 느낌이려나요. 어쨌든 기대됩니다..
22/12/13 21:38
수정 아이콘
하인라인은 스타쉽 트루퍼스죠!
드라고나
22/12/13 21:44
수정 아이콘
하인라인은 스타쉽 트루퍼스죠(2). 이건 좀 싶은 부분도 분명하지만 50년대에 쓴 소설에서 2020년대에도 통할 기계와 조작수단과 전투 묘사 써낸 거 보면 정말 기가 막힙니다. 워해머40000도 스타크래프트도 뿌리는 스티쉽 트루퍼스에 있으니.

스타쉽 트루퍼스 읽은 후 영원한 전쟁 읽으면 더욱 좋습니다
응큼중년
22/12/13 22:34
수정 아이콘
헌책방에 가면 항상 SF 코너에 가서 특템해오곤 합니다
그럴때 pgr 에서 봤던 SF 추천리스트가 큰 도움이 됐어요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도 이미 사 놓구 못 읽고 있었는데
다음 읽을 책은 요 놈으로 해야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쥴레이
22/12/13 22:54
수정 아이콘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은 발랄한(?) 이야기 전개이면서 범지구적으로 협박해서 좋았던 이야기였습니다. 인공지능 로봇이었나.. 분위기를 계속 가볍게 해줬던거 같네요
나혼자만레벨업
22/12/14 08:06
수정 아이콘
저는 '별의 계승자' 좋아해서 절판 되었을 때 헌책방에서 구했거든요. 근데 새로 출판되어 나왔더라고요. 후속작 포함해서요.
천연딸기쨈
22/12/14 22:55
수정 아이콘
저도 올해 1~5권 모두 구매했습니다 후후
카오루
22/12/14 09:33
수정 아이콘
셋 다 봤는데, 읽을 때 가장 재미있었던 건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이었지만 지나고나서 기억에 남는건 '라마와의 랑데부'네요. 제가 에반게리온과 함께 중2시절을 보내서 그런지, 같은 퍼스트컨텍트 류라면 '라마와의 랑데부'보다는 '유년기의 끝'을 더 한수위로 생각합니다.
22/12/14 12:05
수정 아이콘
저는 유년기의 끝만 읽고 지금도 가지고 있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오랫만에 반가운 책 제목을 봐서 댓글달았습니다. 라마와의 랑데부도 읽어보고 싶네요.
사다드
22/12/14 11:18
수정 아이콘
영화화 소식에 라마와의 랑데뷰를 얼마전에 읽었었는데 대체 이런 생각을 어떻게 하는 걸까감탄하게 되고, 이걸 시각화하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지더라구요. 나머지 두권도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2/12/14 12:53
수정 아이콘
오, 예전에 제가 SF 필독 리스트를 올린 적 있었는데 그 안에 있는 작품들이네요.
재미로만 보면 별점이 높은 작품들은 아니지만 문학성이나 작품가치가 높다고 판단했던 작품들입니다.
https://cdn.pgr21.com/freedom/49251?divpage=19&sn=on&keyword=jerrys
개인적으로는 아서 클라크 작가의 팬이라 라마와의 랑데뷰가 최애작 중의 하나인데 빨리 영화화 되었으면 합니다.
천연딸기쨈
22/12/14 23:01
수정 아이콘
전 라마와의 랑데부를 재밌게 읽긴 했는데 영화화되면 재미있을지에 대해선 확신이 안서네요.
전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을, ‘기초적인 과학지식만 있으면 작품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로 보는데, 거꾸로 이게 영상화가 되면, 장면장면에서 주인공들이 맞닥뜨리고 겪는 현상을 계속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의문입니다. 대사로 처리해야하는데 과연 자연스러울지 의문이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7429 [정치] 요양급여 불법 수급 혐의' 尹대통령 장모 무죄 확정 [134] StayAway20043 22/12/15 20043 0
97428 [일반] 겨울철 노벨상 후보들 / 난방기기들의 역사 [23] Fig.116065 22/12/14 16065 12
97427 [정치] 제가 보수로 전향한 첫번째 계기 [173] antidote20663 22/12/14 20663 0
97426 [일반] 아바타2 보고 왔습니다.(조금 스포) [37] 그때가언제라도11875 22/12/14 11875 3
97425 [일반] 아재 냄새나는 MP3기기 사용기 [43] 단맛10296 22/12/14 10296 6
97424 [정치] 임대차 3법 시행 2년이 지났습니다. [61] 만수르13292 22/12/14 13292 0
97423 [정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새로운 위원장이 임명되었습니다. [147] 네리어드18358 22/12/14 18358 0
97422 [정치] 주 69시간 노동의 시대가 왔습니다. [403] 아이군31660 22/12/14 31660 0
97421 [일반] <아바타: 물의 길> - 놀랍되, 설레진 않은.(최대한 노스포) [85] aDayInTheLife12416 22/12/14 12416 7
97420 [일반] 아르헨티나와 세계지리 [33] 흰둥12470 22/12/14 12470 4
97419 [일반] 빠른속도로 변화되어가고 있는 일본의 이민정책 [33] 흠흠흠17370 22/12/14 17370 23
97418 [일반] 이태원 참사 10대 생존자 숨진 채 발견…극단적 선택 추정 [81] Davi4ever18829 22/12/14 18829 12
97416 [일반] 성 니콜라우스(산타클로스)와 함께 다니는 괴물 Krampus! (중간은 없다! 선물 아니면 벌!) [14] Traumer9752 22/12/13 9752 6
97415 [일반] 적은 비용으로 삶의 질이 달라지는 DIY 인테리어 제품 2가지 [17] Zelazny10841 22/12/13 10841 12
97413 [일반] [풀스포] 사펑: 엣지러너, 친절한 2부짜리 비극 [43] Farce13125 22/12/13 13125 19
97412 [일반] 최근에 읽었던 고전 SF소설 세 편...(드니 빌뇌브 감독님 화이팅!) [14] 우주전쟁8906 22/12/13 8906 12
97411 [일반] 인터넷 트렌드가 한줌인지 그 이상인지 판단하는 기준 [35] 데브레첸14409 22/12/13 14409 14
97410 [정치]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 [60] 덴드로븀16036 22/12/13 16036 0
97409 [일반] 팔굽혀펴기 30개 한달 후기 [38] 잠잘까22349 22/12/13 22349 44
97408 [일반] 두 큰어머니의 장례식,,, 화장문화 [18] 퀘이샤11218 22/12/13 11218 3
97407 [일반] 군생활을 하면서 느낀 이중잣대, 차별의 위험성(수정했습니다.) [75] 오후2시14858 22/12/13 14858 18
97406 [정치] 문재인의 개, 이태원의 사람 [226] 아이군22850 22/12/13 22850 0
97405 [일반] 게시글이 대한민국 인터넷에 퍼지는데 딱 24시간 [24] 오곡물티슈14649 22/12/13 14649 1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