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09/20 21:02:00
Name Fig.1
Subject [일반] [테크히스토리] 80년 동안 바뀌지 않던 기술을 바꾼 다이슨 / 청소기의 역사
청소기의 역사는 사실 오래전부터 조사하려고 했던 주제인데요. 살짝 조사했을 때도 정보가 없어서 계속 미루고 있었어요. 저의 자료 수집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마일스톤이 될만한 제품이 별로 없다고 느꼈거든요.

그러고 보면 다이슨은 그런 걸 잘하는 것 같아요. 오랫동안 관성처럼 사용하던 제품에서 개선점을 찾아내고 혁신을 만들어내는 일 말이죠. 그러다 보니 오늘은 거의 다이슨 특집이 되어버렸는데요. 그래도 재밌게 봐주시길 바라요????



Fig 1. 첫 고객은 영국 왕과 여왕

oJ255YG.jpg
[Figure.1 마차처럼 보이지만 진공청소기..]

1898년 존 서먼John Thurman 은 ‘공기압 카펫 리노베이터pneumatic carpet renovator ’라는 기계를 발명했는데요. 이 기계는 압축공기를 이용해 먼지를 날리는 기계였죠.

런던에 살던 공학자 허버트 세실 부스Hubert Cecil Booth 는 이 공기압 카펫 리노베이터를 보게 됩니다. 그 기계는 압축 공기를 강하게 내뿜어 가구에 내려앉은 먼지를 날려 버리는 방식이었죠.

이를 본 부스는 먼지를 날려 보내는 방식보다는 빨아들이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자기 생각을 입증하기 위해 손수건을 카펫 위에 깔고 입을 손수건 위에 바짝 붙인 후 숨을 빨아들이는 간단한 실험을 합니다. 그리고 부스의 예상대로 손수건에는 먼지들이 달라붙어 있었죠.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부스는 엔진과 흡입 펌프, 그리고 천을 이용해 진공청소기를 만들고, 1902년 영국 진공청소기 컴퍼니British Vacuum Cleaner Company 라는 회사를 차립니다. 그가 만든 진공청소기는 마차 형태로 5마력의 엔진이 실려있었고 긴 호스를 연결해 먼지를 빨아들이는 것이었죠. 부스의 회사는 청소기를 판매한 것은 아니고, 고객이 부르면 가서 청소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였어요.

vAK8xIR.jpg
[Figure.2 에드워드 7세와 알렉산드리아 왕비]

그러다 청소기를 판매하게 된 일화가 하나 있는데요. 당시 영국에는 에드워드 7세의 대관식이 예정되어있었어요. 그런데 대관식 일정이 거의 다가와서 대관식 장소인 웨스트민스턴 성당의 카펫이 더럽다는 문제를 뒤늦게 알게 됩니다. 하지만 이미 카펫을 빨기에는 늦은 시간이었죠. 이 이야기를 들은 부스가 진공청소기를 가지고 카펫을 청소했고, 무사히 대관식을 치렀다고 합니다. 뒤늦게 사연을 알게 된 에드워드 7세는 부스에게 기계의 시연을 요청하죠. 부스는 버킹업 궁에서 진공청소기를 시연했고, 왕과 여왕은 청소기 두 대를 구입해 한 대는 벅 하우스, 다른 한 대는 윈저궁에 놓도록 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이 계기가 되었는 지 1904년 부스는 판매용 제품을 내놓습니다. 모터와 펌프 먼지통을 작은 트롤리에 올린 제품이었죠. 물론 아직까지는 약 40kg에 가까운 무게였지만요



Fig 2. 호치케스, 포크레인, 후버?

CTmprs7.png
[Figure.3 1908년 출시된 후버 사의 Model O ⓒcabinetmagazine.org]

미국에서는 머리 스팽글러Murray Spangler 가 진공청소기를 발명합니다. 그는 수위로 일하고 있었는데요. 빗질할 때마다 먼지 때문에 고통스러워했죠. 그래서 나무와 깡통, 전기 모터, 빗자루에 붙어있는 베갯잇을 이용해 청소기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그는 이 기계를 상용화하지는 않았고, 기계를 발명한 지 불과 1년 후 사촌이었던 윌리엄 후버William Hoover 에게 특허를 판매합니다.

이전까지 후버는 말안장과 가죽을 만들던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1908년 ‘Model O’ 진공청소기를 내놓으며 본격적으로 가전기기를 주력으로 하게 됩니다. 그리고 제 1차 세계대전 중에 공장화를 하여 대량생산을 시작하고 시장을 장악하면서 후버사의 진공청소기는 청소기의 대명사가 되죠.

1920년대 후버사는 청결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광고캠페인을 진행하는데요. ‘d.p.m(dirt per minut)’ 즉 분당 먼지라는 개념을 만들어 자사의 청소기가 더 많은 분당 먼지를 빨아들인다고 광고했죠.

ZHw2KA0.jpg
[Figure.4 최초의 무선이자 핸디형 청소기 ⓒthehenryford.org]

1979년에는 블랙앤데커Black&Decker 에서 최초의 핸디형 진공청소기가 출시됩니다. 이 청소기는 흡입력이 강하지는 않았지만, 무선에 가볍고 편리했으며 저렴했죠. 이러한 장점에 첫 해에만 100만 대 이상 팔리며 큰 성공을 거두었죠.



Fig 3. 먼지봉투를 없앤 다이슨
OgxjtEE.png
[Figure.5 1986년 출시된 제임스 다이슨의 첫 진공 청소기 제품 G-Force ⓒdesignmuseum.org]

1902년 세실 부스가 청소기를 개발한 이후로 청소기는 공기를 빨아들여 먼지봉투에 먼지를 담는다는 기본적인 구조는 변하지 않았죠. 1978년 제임스 다이슨이 구매한 후버 사의 진공청소기도 마찬가지였어요.

다이슨은 이 청소기를 이용하던 중 흡입력이 급속도록 떨어진다는 것을 깨닫고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뼛속까지 엔지니어였던 그는 청소기를 분해하고 몇 번의 실험 끝에 원인을 찾아내죠. 원인은 청소기 먼지봉투에 있는 작은 구멍으로 공기가 빠져나가야 하는데 먼지가 구멍을 막는 것이었어요.

당시 다이슨은 이미 가드닝 용품 제작 회사를 운영 중이었는데요. 비슷한 시기 그의 공장에서 페인트 입자를 빨아들여 공기에서 분리해 떨어트리는 사이클론 타워를 만들었어요. 그는 이 원리를 청소기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죠.

마침(?) 자신이 설립한 Kirk-Dyson 회사에서도 쫒겨나 시간이 많았던 다이슨은 5년간 5,127개의 시제품을 제작하며 청소기 연구에 몰두합니다. 5년간의 연구 기간 동안 수입이 없었기에 자금이 부족했던 다이슨은 원래 판권을 판매하려고 했지만 아무도 그의 아이디어를 사지 않았죠.

뜻밖에 일본의 에이펙스라는 회사에서 손길을 내밀어 주었고, 1986년 지포스G-Force 라는 이름으로 다이슨의 첫 번째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가 출시됩니다. 당시 1,200파운드의 비싼 가격에도 출시 3년 만에 연 매출 1,200만 파운드를 달성하죠.

AC3pFLF.png
[Figure.6 본격 다이슨의 신화가 시작된 DC01 ⓒdysondoctor.co.uk]

G-Force의 성공에 힘입어 1993년 다이슨은 직접 회사를 설립해 DC01을 출시합니다. DC는 듀얼 사이클론의 약자인데요. 듀얼 사이클론인 이유는 작고 빠른 사이클론과 크고 느린 사이클론이 발생하기 때문이죠. 빠른 사이클론으로는 강한 원심력을 일으켜 작은 입자를 가라앉히는 것이고, 깃털이나 실 같은 큰 입자는 빠른 사이클론만 있으면 오히려 튕겨 나가기 때문에 천천히 가라앉히는 용도였죠.

이제 구조적인 혁신보다는 다이슨은 ‘무게는 줄이고 퍼포먼스는 높인다’라는 목표를 가지고 모터를 개량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2004년 출시된 V1부터 현재의 V15까지 점점 더 작고 가벼우면서도 강력한 모터를 장착해나가고 있죠.



Fig 4. 치열한 경쟁, 로봇 청소기

ObyNUhB.png
[Figure.7 세계 최초의 로봇 청소기 트릴로바이트 ⓒElectrolux]

2001년 일렉트로룩스Electrolux 사에서 세계 최초의 로봇 청소기 ‘트릴로바이트Trilobite’가 출시됩니다. 트릴로바이트라는 이름은 삼엽충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었죠. 트릴로바이트는 9개의 초음파 센서가 부착되어있어 주변 정보를 수집하여 움직이는 당시로는 혁신적인 제품이었죠. 하지만 2,000달러가 넘는 가격과 무자비한 소음(2003년에 나온 신제품 광고에 청소 중 통화가 가능하다고 홍보했죠)과 짧은 배터리 게다가 청소도 잘되지 않아 시장의 외면을 받았죠.

CwaGHXc.png
[Figure.8 I-robot사의 Roomba ⓒdigitaltrends.com]

그로부터 1년 뒤 I-robot사가 트릴로바이트의 1/10에 가까운 200달러에 룸바Roomba 라는 로봇 청소기를 출시합니다. 100만대 이상 판매한 룸바의 성공에 수많은 업체가 로봇 청소기 시장에 뛰어듭니다.

당시까지 로봇청소기의 가장 큰 문제는 가격, 소음, 배터리보다도 정해진 경로에서 장애물만 피하는 형태이다보니 효율적으로 청소를 하지 못한다는 점에 있었는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시도가 있었습니다.

초기 로봇 청소기는 적외선 센서로 물체를 감지하고, 시작 지점부터 움직인 거리와 방향을 계산한 정보로 맵핑을 하는 자이로스코프 센서를 이용해 아무렇게나 가는 랜덤 방식으로 청소했죠.

이후로는 천장을 향해 카메라를 달아 촬영한 정보를 기억해 움직이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2003년 삼성전자에서는 이미 입력된 지형 이미지와 앞으로 비행해야 할 곳의 사진을 비교하는 크루즈미사일의 항법장치 기술을 적용한 로봇 청소기 특허를 내기도 했죠.

bTUAqpm.png
[Figure.9 최초의 라이다 센서를 탑재한 Neato D8 ⓒneatorobotics.com]

2009년에는 니토 로보틱스Neato Robotics 에서 라이다LiDar 기술이 적용된 최초의 로봇청소기를 출시합니다. 라이다를 이용해 주변을 스캔해 공간을 3D 맵핑하여 메모리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훨씬 더 효율적으로 청소할 수 있게 되었죠.

최근에 출시한 로봇청소기에는 AI 기술까지 적용해 카메라로 사물을 인식하고 딥러닝을 통해 공간을 학습하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기도 합니다.

참고로 다이슨에서도 360도 시야각 기술을 탑재한 로봇 청소기를 출시했지만 큰 반응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2022년 상반기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는 중국의 로봇락, 2위는 룸바를 만든 아이 로봇이죠.



Reference.
- 제임스 다이슨. 자일스 코렌. (2017). 제임스 다이슨 자서전. 미래사
- 세탁기의 배신. 김덕호. (2020). 뿌리와 이파리
- 남미경. (2010). 국내외 인공지능형 로봇 개발 및 시장 현황 연구 - 인공지능형 로봇청소기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디자인문화학회.
- 대한전기학회 편집부. (2003). 삼성전자 - 크루즈미사일 항법장치를 도입한 로봇 청소기 등. 대한전기학회. 전기의 세계 제 52권 제3호 pp.60-62



<테크히스토리 이전글>

[테크히스토리] 애플이 프린터도 만들어? / 프린터의 역사

[테크히스토리] 회오리 오븐 vs 레이더레인지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츠라빈스카야
22/09/20 21:13
수정 아이콘
다이슨 청소기 항상 구매해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닿지 않고, 결국 본가에 삼성으로 한 대 장만했네요. 다이슨이 흡입력 같은 건 좋긴 한데...현재 삼성/엘지 대비 다이슨의 가장 큰 약점은 클린스테이션 유무인 것 같습니다. 자동 먼지통 비우기 넘나 편한것....
22/09/20 21:53
수정 아이콘
사실 이젠 다른 업체들도 잘 나와서 다이슨 청소기의 장점은 거의 없다시피하다고 듣긴했네요흐흐
도투락월드
22/09/20 23:38
수정 아이콘
실제로 영국에서 후버가 청소기의 대명사더군요. 'I should hoover carpets' 같은 식으로..
22/09/21 08:54
수정 아이콘
오 실제로 아직도 쓰이고 있다니 신기하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정치]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6] 오호 20/12/30 275588 0
공지 [일반]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41565 10
공지 [일반] [필독] 성인 정보를 포함하는 글에 대한 공지입니다 [51] OrBef 16/05/03 463494 29
공지 [일반]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37864 3
102732 [일반] 잘 알려진 UAP(구 UFO) 목격담 중 하나 [7] a-ha1770 24/11/23 1770 2
102731 [일반] 지하아이돌 공연을 즐겨보자 [7] 뭉땡쓰1775 24/11/23 1775 1
102730 [일반] 노스볼트의 파산, 파국으로 가는 EU 배터리 내재화 [69] 어강됴리7992 24/11/23 7992 4
102729 [일반] 한나라가 멸망한 이유: 외환(外患) [6] 식별3215 24/11/22 3215 13
102728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52. 윗입술/웃는모습 갹(⿱仌口)에서 파생된 한자들 [3] 계층방정2085 24/11/22 2085 3
102726 [일반] 동덕여대 총학 "래커칠은 우리와 무관" [185] a-ha15844 24/11/22 15844 22
102725 [일반] 조금 다른 아이를 키우는 일상 4 [17] Poe3800 24/11/22 3800 27
102724 [일반] AI 시대에도 수다스러운 인싸가 언어를 더 잘 배우더라 [10] 깃털달린뱀2854 24/11/22 2854 4
102723 [일반] 러시아가 어제 발사했다는 ICBM, 순항미사일과 뭐가 다른가? [30] 겨울삼각형3406 24/11/22 3406 0
102722 [일반] 국제 결혼정보회사 이용 후기 [41] 디에아스타5060 24/11/22 5060 38
102721 [정치] 미래의 감시사회는 유토피아가 될 것인가..? [10] Restar1418 24/11/22 1418 0
102720 [일반] 갈수록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조심하세요 [9] 밥과글1928 24/11/22 1928 6
102718 [일반] 영어 컨텐츠와 ChatGPT 번역의 특이점 그리고 한국의 미래 [15] 번개맞은씨앗2242 24/11/22 2242 7
102717 [정치] 김소연 "이준석 성상납 도와준 수행원 자살" [113] 물러나라Y9433 24/11/22 9433 0
102716 [일반] 요즘 근황 [42] 공기청정기7552 24/11/21 7552 16
102715 [일반] 좋아하는 꽃은 무엇일까요? 출간 이벤트 당첨자 발표와 함께! [16] 망각2246 24/11/21 2246 3
102714 [정치] 한동훈, 당내게시판 윤석열 비방 관련 경찰 요청 거부 [134] 물러나라Y10220 24/11/21 10220 0
102713 [일반] 아니, 국과수도 모르겠다는데... 설마 대법원까지 보내려고 할까요? [37] 烏鳳8479 24/11/21 8479 30
102712 [정치] (채상병 사건) 박정훈 대령이 군검찰로부터 징역3년을 구형받았습니다. [86] 꽃이나까잡숴7837 24/11/21 783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