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에 안 들어서 제 글이 믿기지가 않거나 보고 싶지 않다면 그냥 넘어가주세요
모니터 뒤에 사람 있습니다.
당신은 어그로 끌고 싶어서 타자 치고 낄낄거리고 넘어가지만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어요.
아무 생각 없이 쓴 댓글에 어떤 사람은 상처받습니다.
- Julia

전 인터넷 상에서 유저들이 안 좋은 표현을 하는 이유가 익명성 때문이라 생각했었습니다.
특히나 아이디/닉네임 이라는 가면 뒤에서 자신을 숨기고 현실에서는 하지 못할 말들을 쉽게 한다고요.
그래서 게임 등에서는 다른 닉네임을 썼지만 피지알에서 꽤나 오랜동안 실명을 닉네임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가면 속에서가 아니라 내 원래 모습으로 사람들을 만나자는 마음으로요.

그런데 제가 틀렸습니다.
자기 이름을 닉네임으로 하고 있었어도 저도 똑같이 험한 말 하고 다른 사람을 비하하고 조롱하곤 했습니다.
결국 가면도 내 얼굴이라 익명성이 문제가 아니었던 거죠.

'문명'세계에선 무례하게 굴어도 머리가 쪼개지지 않으니까 문명인들이 야만인보다 더 예의가 없는 것이다.
- 코난 더 바바리안

결국 누리꾼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악플 등을 다는 건 말하는 대상이 저 멀리에 있기 때문인거죠.
악플을 쓰면 고발이 가능하다곤 하지만 사실 그건 일반인들 사이에선 먼 얘기 같잖아요.
모니터 앞에서 대화하다 보면 내가 사람과 대화하는 것인지 NPC나 AI 와 대화하는 것인지 모를 때도 있구요.

그래서 더 쉽게 말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게임 상에서 NPC 마구 공격한다고 문제생기는 거 아니니까요.

사람이 살면서 다른 사람에 대해 뒷담화를 하거나 술자리 안주거리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좋지 못한 행동이지만 안 보이는 곳에선 나랏님 욕도 한다는데요.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이선균 대사처럼 인간 다 뒤에서 욕하고 아무도 모르면 아무 일도 아닌거죠.

그러나 그런 말이 그 사람 귀에 들어가게 되면 안됩니다.
그러면 아무 일이 아닌게 아니에요.
게다가 말이 아닌 인터넷에 글로 남긴 상처는 오래가고 계속 상처가 덧납니다.
하물며 실시간으로 댓글을 주고 받는데 모난 글을 읽게되면 그게 그대로 상처를 후비죠.

관심사에 대해서 말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나와 우리 사회에 관련있는 얘기는 해야죠.
다만 그 얘기를 할 때에도 모니터 속 NPC와 말하는 게 아니라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자는 겁니다.

우리가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건 현실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기 때문이잖아요.
그 사람들이 바로 모니터 뒤에, 휴대폰 액정 너머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