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사는 사나이 인생 그저 호연지기요 심장터질듯 뛰어도 숨소리 거칠지 않은 것이 마초의 기백이라 생각하던 때였다.
때는 바야흐로 그 흔한 감기몸살조차 없던 때, 병원에 가는 것은 그저 나약한 '정신력'의 자욱이라며 일본 군국주의적 잔재물을 온몸으로 발산하던 시절이다.
아는 형이랑 밥을 먹는데 밥이 안 넘어가는거다. 온몸에 스산한 기운이 퍼지더니 공기밥 2공기 밖에 못먹고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온몸으로 수상함을 보여주니, 형은 얼른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아 잠깐 방에 좀 있다가 이상하면 가볼게요" 라고 방에 와 잠깐 누워서 유튜브를 보다가 온 내장이 뒤틀리는 고통을 느꼈다.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어 형한테 전화를 했다. 허억허억대며 "행님 행님 숨이 안쉬어지고 몸이 하나도 안움직여요 "하자 형은 당장 병원에 가자고했다. 차를 타고 근처 내과를 갔다. 그 와중에 응급실을 가야되는건 가오가 있지 응급실은 못간다고 소리지르던 나는 비밀로한다.
온몸이 뒤틀리고 호흡이 너무 어렵다는 말에 늙은의사는 매우매우 어두운 표정으로 내시경을 해봐야 알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이리저리 청진기를 대보고 음....음... 한참 뜸을 들이더니 췌장쪽 검사도 해봐야될것같다고 이건 대학병원에 가봐야된다고 내일 꼭 금식하고 아침 8시반까지 꼭 병원 오라는 말을 곁들였다.
세상이 무너지고 하늘이 노래진다. 아 얼마나 살았다고 암인가 그 발견이 어려워 검사하면 이미 돌이킬수 없다는 췌장암 4기인가!
병원을 나오며 적은 수면, 술과 담배를 탐닉했던 나의 치기어림을 원망한다.
기다리던 형은 연신 줄담배를 태운다. 보던 나도 하루종일 태운다.
"OO이 우야노 후.... 아 xx 세상 진짜"
엄마한테 전화를 한다
"엄마 나 몸이 안좋아서 병원왔는데 내일 검사해보고 췌장쪽 검사는 대학병원가서 해야될것같아..."
동생한테도 전화를 한다
"오빤 여기까진거 같다 대신 효도해라"
잔뜩 무게를 잡고 뭐지뭐지뭐지 하고 침대에서 하루종일 떼굴떼굴구른다.
밤새 너무 아파서 잠을 못자고 병원을 갔다.
위내시경을 한댄다 수면마취를 간호사는 추천해줬으나 그와중에 후까시를 잡아 생으로 한다고 했다. 의사선생님은 용감하시네요!를 곁들이시며 문제가 있으면 15-20분정도 별일 없으면 5분정도 걸린다고 했다
목에 호스를 꼽고 숨이 안쉬어지자 고통스러워진다. 가오가 있지 아픈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아 이걸 20분 동안 하는건가..후...
8시 40분에 시작된 내시경은 8시 43분에 끝났다(????????) 내시경 전 연신 걱정하시던 의사선생님은 내시경이 끝나고 이미 방으로 가셨단다.
뭐지 볼것도 없이 큰 병이어서 호스를 그냥 넣엇다 뺀건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방에 들어갔다.
의사선생님은 내 위 사진을 보여주셨다.
OOO님 여기 빨간거 보이시죠?
내 위 전체는 엄청 새빨갯다.
"이거 엄청 안좋은건가요?"
"빨갈수록 건강한겁니다"
여기 흰색 보이시죠?
아뇨 안보이는데요
최대로 확대해서 보았다 최대로 확대해보니 좁쌀만한 흰색이 보엿다.
"이거 암인가요....?"
"매우 미약한 염증입니다"
"........"
20여초간의 정적이 진료실을 감돈다.
"이거 일반적으로 흔치 않은 질병인가요??"
"한국인은 고춧가루를 좋아해서 90프론 그냥 내시경하면 나옵니다"
"........"
엄청난 부끄러움을 뒤로하고 병원을 나온다.
병원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형을 짐짓 모른체 1층 약국을 갔다
영문을 모른 형은 큰일났다 싶어 약국으로 뛰어왔다
갤포스 6포 처방을 보고 형은 "니 미친놈이가 세상 엄살쟁이였노"를 연발한다.
엄마한테는 전화를 못했다;;
그 후 병원을 가지 않는 것은 "정신력"의 문제에서 "타고난 건강함"의 문제로 치환되었다. 아파본적이 없어 그 역치값이 낮음은 나와 독자들 간의 비밀로하자.
사나이 그저 호연지기요 마초답게 사는 것이 부산사나이 마도로스의 기백이니까!
(평생 서울 산 것도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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