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브리지에서 공부했습니다. 물론 90년대 중후반이니 오래전이죠. 제가 그 학교에서 공부하면서 영국에 대해 느낀것 기억나는 대로 써보겠습니다. 영국과 미국의 차이점이라면 영국랩은 일대일의 도제식의 가내 수공업분위기라면 미국렙은 뭔가 현대적인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공장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박사과정내내 필요한것 알아야할것들을 묻고 찾고 그렇게 배워나가서 실험하고 논문쓰고 그러다 스승님(?)이 이제 그만 밥짓고 하산 준비해라고하면 그때부터 졸업준비하는것이죠, 랩 로테이션 제때는 없고 랩에서 누군가 나가야 그 랩애 들어가는 시스템이었습니다. 미국의 랩 로테이션, 조교, 그리고 논문 커미티, 승인 이런것과는 많이 다른 시스템이죠. 학부생들은 튜터링이라고 교수랑 1대1로 공부합니다, 옥스브리지 대학자체는 그냥 행정 본부라고 보면되고 그 대학내의 각 컬리지가 알맹이라 보면 됩니다. 그래서 이곳 출신들은 어디 컬리지 출신이라고 소개를 하고 그거 들으면 아 옥스포드냐 캠브리지냐하고 알아듣게되죠. 물론 컬리지도 빈부격차 많이 있고 웃기게도 디파트먼트도 부자와 빈자가 있습니다. 제가ㅡ공부했던 디파트먼트는 페니실린을 최초로 만든(발견은 플레밍이고) 곳이며 그거 만든분은 후에 플레밍과 공동으로 노벨상을 받았죠. 그리고 그 분 랩에서 연구원하던분이 페니실린 구조를 살짝 바꿔서 세팔로스포린을 만들었고 여기서 나온 로열티를 전부 학과에 기부하셔서 재정 대박이었습니다. 그에반해 옆에 생화학과는 좀 안습이었죠. 하필 공부할때 한국에 경제위기가 와서 그분 이름붙은 그랜트 받기도 했습니다.
가끔 컬리지에 미국대학에서 교환학생들이 오는데 이 친구들이 제일 벙쪄하는게 식당에서 해리포터 가운 입고 식탁에 앉아서 대기하다 교수단 입장하면 기립하는겁니다. 그리고 교수단이 헤드테이블에 라틴어로 주기도문 읽고 아멘하면 착석하는 것이죠. 군대 갔다온분들은 알겠지만 장교단 입장시 사병들 기립하는거랑 같다고 보면 됩니다, 대학원생은 교수단이랑 같은 테이블에서 밥을 먹을 기회를 선측순으로 주는데 가서 앉으면 왠만한 레스토랑 뺨치는 서비스를 합니다. 식전술-전채-메인-후식-술...
영국은 신분제가 확고한 사회라서 예전에 귀족, 젠트리 계층에서만 대학에 오던 전통때문인지 학교내에서ㅜ학생들은 항상 존칭으로 불립니다. 이건 제 개인 경험이니 아닐수도 있지만..예로 식당에서 디너시에는 서번트라 불리는 분들이 학생들의 식사를 서브합니다. 물론 컬리지 레이블이 붙은 포도주도 오더할수 있죠.해리포터 식당 분위기랑 거의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노동계층의 스포츠는 축구, 상류층의 스포츠는 크리켓, 럭비, 귀족들의 스포츠는 폴로 이런식으로 구분되어있고, 옥스브리지엔 당연히 학과마다 크리켓 팀이 있죠. 그리고 맥주는 노동계층, 와인은 상류층의 음료, 노동계층은 차를 마실때 우유를 먼저넣고 차를 따르고 상류층은 차를 먼저 붓고 우유를 따르고 등등...세세하게 계층을 나누는 것들이 있죠. 학벌 존중은 아마 한국은 저리가라 일겁니다. 영국 의원들, 수상들, 회사의 고위직, 학계의 옥스브리지 파워는 상상을 초월하죠.
제 지도교수는 옥스브리지 출신이 아니고 실력으로 학과에서 그랜트로 넘버2까지 이루웠는데, 그분이 속한 컬리지에 교수들 식사모임 갔다가 동문아니라고 동료취급안하고 다른 교수가 저기가서 와인가지고 오랬다고 빡쳐서 나와선 다시는 컬리지일 안하고 제가 졸업할때즘 런던으로컬학장으로 프로모션되서 랩을 옮긴다는 폭탄 선언을 해가지고 저도 미국으로 오게되었지요. 그분 후에 옥스브리지 학장으로 컴백했습니다, 영국대학의 학장은 한국대학의 순환보직과는 엄연히 다른 종신 보직이며 여러가지 혜택도 많습니다.
우리 속담에 부자 만해도 3대 간다고 하는데 영국을 보면 삼대가 아니라 한 십대는 갈것 같습니다. 우리가 쓰는 많은 기술들의 원천이 영국인 경우가 많고 이 사람들은 만들어 놓고 미국사람들이 상용화 시키는게 많이 있습니다. 제국주의 시대 영국은 패권국이었고 식민지에서 돈이 들어오니 과학과 인문학이 발전했다고 봅니다. 그렇게 기초가 탄탄하니 그것을 토대로 상상력 발휘하여 소설도 쓰고 전쟁도 하면서 필요한 무기, 기계, 통신등등 발전한것이죠.
런던은 자주 가는데 항상 느낌이 영국스럽지않고 뉴욕같습니다. 영국의 문화를 느껴보려면 지방의 귀족들의 집을 방문해보길 권합니다. 물론 옥스브리지에 (이거 히스로 공항옆에 억스브리지라는 동네가 있으니 거기 말고)가보셔서 한 이틀정도 머무르며 동네를 걸어보면서 곳곳에 있은 역사를 보는것도 권합니다. 제가 전에 링컨이란 동네의 귀족의 집이 구경을 갔었는데 17세기에 그 당시 귀족들은 이태리로 여행을 갔다고 하더군요. 그외에 최초의 철로 만든 다리가 있는 Ironbridge Gorge 이런곳...참 대단한 느낌이었습니다.
브랙싵후에 영국 출장간김에 전에 공부하던 동네에서 며칠묵으며 오래된 친구와 브랙싵후의 영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웠는데, 그분은 별로 걱정안하더군요. 유럽연합에 돈만 퍼주고 자기네 주권이 침해당한다고 생각해서 자긴 찬성이었다고...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젊은 시절 가정을 이루고 유학하며 정붙히고 산곳이라 반가운 마음에 생각나는데로 두서없이 썼는데 제 개인적인 느낌이니 감안해서 읽어주세요. 언제 시간내서 제대로 영국이란 나라에대해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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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권이라 묶긴 하는데. 영미권이 유럽 대륙과 여러모로 다르긴 하지만, 미국과 영국도 상당히 다르죠. 실제로는 영연방권은 영국 영향이 강하고. 미국은 좀 따로 놀고, 영향이 영미권에만 국하되는 게 아니라 걍 자기들의 지배력이 강한 분야에서는 그런거 안 가리고 생각보다 여러 나라에 영향을 준 편이고. 둘이 은근히 식문화도 다르고.
Mr, Ms, Dr 등 호칭에 대해서도 영국이 더 깐깐하고, 미국은 걍 이름으로 부르는거 더 좋아하고. 영국식과 미국식 영어도 단순히 사용어휘나 발음만 다른 게 아니라 선호하는 표현방식 같은 것도 차이를 보이고. 물론 더 세세하게 들어가면 상술하시는 것처럼 영국 내에서도 문화가 좀 다르고, 미국도 크게 동부와 서부만 봐도 분위기가 꽤 다르긴 하지만요.
일주일 옥스포드 학회간 기억에 따르면 영국의 대학은
우리나라처럼 명확히 울타리내에 캠퍼스가 딱 있는게 아닙니다. 영국이란 나라가 그렇듯 여러 칼리지들이 역사적으로 연합해서 하나의 대학군을 형성하여 우리가 아는 옥스포드, 캠브릿지 등으로 칭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냥 마을 전체가 거리를 따라 대학+기숙사+술집+기타 등등 입니다. 가보면 저건물은 크라이스트처치 칼리지. 저 건물은 킹스칼리지....이런식으로 다 따로놀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