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저는 30년간 연애를 못해본 모태 솔로 남자였습니다.
연애도 못하고 친구도 없이 주말마다 집에서 쉬고 있는 아들이 불만이셨는지
저희 아버지께서는 5년전 1월의 어느날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저를 결혼정보 업체에 등록을 합니다.
저희 집안이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었기 때문에 어디서 아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기독교 결혼정보 업체에 연락을 하셨지요.
가입비는 30만원이었고, 소개 횟수는 무제한 이었습니다.
결혼 성사비는 100만원 이었고요.
당시 시가에 비하면 꽤나 저렴한(?) 거였는데,
아무래도 기독교 결혼정보 업체에서는 여자측 인원에 비해 남자측 인원이 워낙 적다 보니 남자쪽에 많은 혜택을 줍니다.
이 결혼정보업체의 여성 회원은 등록비 50만원, 소개 횟수 3~5회정도, 결혼 성사비 200만원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듀오 같은 곳에 비하면 엄청 저렴하죠. 근데... 저렴한건 저렴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제 겨우 만 30살인데 뭔 벌써 돈 내고 결혼정보업체에 등록을 하냐고 난리를 쳤지만...
이미 돈 내고 등록한거 + 아버지 소원 들어주자는 의미에서
일단 첫 여자와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첫 여자와 만나고... 첫눈에 반했습니다.
그분도 저를 처음 봤을 때부터 좋게 생각했고, 그 뒤로 3~4번 만나면서 계속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는 찰나에...
문제가 생깁니다.
왜 사람들이 결혼정보업체를 통해서 선을 보겠습니까.... 어느 정도 비슷한 급의 사람을 매칭 해주는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저랑 그분이 결혼정보업체를 통해서 받은 정보는 완전 엉터리였습니다.
당시 저는 평범한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었고 대략 세전 월 250만원 정도였습니다.
자가 집은 당연히 없었고, 딱히 모아둔 재산도 없었습니다 (기껏해야 1500만원정도).
그냥 평범한 신앙만 좋은 흙수저였죠.
아 저랑 그분 둘다 부산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분에 애초에 결혼정보업체한테 전달 받은 것은 저의 월급 : 1천만원 입니다.
네, 연봉 1천만원이 아니고 월 1천만원입니다.
만 30세의 군복무한 지방에 사는 남자가 월 1천만원입니다.
따라서 그분은 저를 흙수저가 아니고 굉장한 능력이 있는 남자로 알고 저를 만났던거죠.
어떻게 이런 황당한 오해가 생겼는지는... 의심나는 부분은 하나 있습니다.
업체에 등록을 제가 안했고 저희 아버지께서 하셨는데,
그때 아마 업체에서 저의 연봉을 물어봤을거고 그때 아버지께서 월 1천만원이라고 하셨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왜냐면 당시 제가 매형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고, 매형 회사가 당시 대략 월 1천만원 벌었기 때문에
매형 회사의 수입 = 매형이 사장이니 매형 수입 = 처남의 수입 이런식으로 포장된게 아닐까.... 라고 의심해봅니다.
물론 아버지께서는 회사에서 그렇게 벌었다고만 말했다고 하시는데.. 포장한게 아버지일지? 결혼정보업체 일지? 모르겠습니다
설령 아버지께서 그렇게 말했다 한들.. 당연히 부모는 자기 자식 최대한 좋게 포장할려고 할거고,
그걸 잘 구별해서 팩트만 정리하는게 결혼정보 업체 역할 아니겠습니까?
여튼 이런 대형 거짓정보가 나온 상황에서...
그분의 실제 정보도 꽤나 충격적이었습니다.
장인 : 대형교회 장로
장모 : 대형교회 권사로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장인은 작은교회 집사님이셨고, 장모님은 이미 돌아가신지 10년쯤 되셨습니다!!!!!
집은 당시 부산의 핫한 곳이였던 명지쪽의 롯데캐슬 아파트를 자가로 가지고 있고, 최소 빚은 크게 없는 가정으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장모님이 돌아가신 후에 살림이 어려워져서 장인은 제대로된 수입도 없으시고 그분 혼자서 개인돈 2천만원 + 대출 6천만원 = 8천만원짜리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분 혼자서 장인을 모시고 사느라 삶이 매우 힘든 상태였죠.
네 총체적 난국입니다.
결혼정보업체를 통해서 가장 확실히 알고자 하는게
남자&여자의 직장, 수입 및 자산상태
남자&여차측 부모의 직장, 수입 및 자산상태 인데, 하나도 맞는게 없고 말도 안되게 뻥튀기만 되어 있습니다.
저와 그분은 서로를 속일 생각은 없었는데 알고 보니 서로를 제대로 속인 꼴이 되었습니다.
뭔놈의 결혼정보업체가 사실 확인도 제대로 안하고 상대방 정보를 저렇게 거짓으로 알려주나요.
하.. 진짜 아마추어입니다.
하지만 당연히 첫 만남부터 다짜고짜 상대방 호구조사를 할 수는 없었고,
처음 만났을 때는 그냥 일상 얘기나 하면서 서로에 대한 호감을 키워갔지요.
그분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너무 반해서 두 번째 만났을 때 바로 결혼을 전제로 진지하게 만나자고 고백했습니다.
그분도 이제야 힘든 인생 끝나고 삶이 넉넉한 남편 만나는가 싶어서 감동하며 저와 만남을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저는 삶이 넉넉한 남편이 아닌 그냥 흙수저 였습니다.
1개월쯤 만나면서 결혼에 대한 진지한 얘기를 하다 보니 서로의 정체가 드러납니다.
저는 그래도 그분이 너무 좋아서 어떻게든 결혼을 하고 싶었지만 그분은 미래를 감당하기 힘든지 결국 헤어지자고 합니다.
그래서 5년전 2월 발렌타인 데이를 앞두고 헤어집니다.
발렌타인데이때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을까? 하면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차였네요...
당시 참 생각이 복잡했습니다.
내가 그분을 일부러 속인 것도 아닌데 왜 내가 속인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미안한건지...
내가 한달에 천만원만 벌면 다 해결 되는건데 왜 나는 고작 이것밖에 못버는건지...
왜 저렇게 예쁜 여자가 첫 만남부터 30년 모태솔로인 나를 좋아해주나 했는데,
알고 보니 나를 돈 많은 남자로 착각했나 보구나... 그래! 그렇지 않고서야 왜 나를 좋아했겠냐....
사람 참 비참해지고 슬프더군요.
저희 아버지께서는 기죽은 아들을 위로하면서
“어차피 장모님도 안계시고 니가 장인 모시고 살아야 할텐데 잘됐다. 더 좋은 사람 만나면 되지...”
하면서 계속 그 결혼정보업체를 통해서 사람을 만나라고 하십니다???
아버지께서는 결혼정보업체한테 단단히 주의를 주셨다더군요... “어디서 그런 엉터리 정보의 여자를 소개 시켜주냐? 제대로 된 여자를 소개시켜줘라!!”
네.. 저희 아버님도 아들이 오랫동안 연애 못하는걸 오랫동안 보셔서 그런지 대책이 없으셨습니다.
여튼 발렌타인 데이가 올 때마다 그때의 충격이 떠오릅니다.
결혼정보업체에 대한 후속 얘기는 다음에 시간 될 때 적어보겠습니다 크크
모두 Happy 발렌타인데이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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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여자가 남자보다 훨씬 많은건 거의 팩트인듯 합니다. 어느 교회를 가봐도 20대후반~30대 여성분들이 압도적으로 더 많죠. 그런데 이렇게 늦게까지 결혼 안하시는 분들은 다들 독실한 기독교인 남자를 만나고 싶어하시는 분들이라 결혼을 위해 무턱대고 개종했다가는 아주 힘든 결혼생활을 할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