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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11/24 19:02:14
Name 김홍기
Subject [정치] 2011년 8월 29일, 유시민의 따뜻한 라디오 중에서
여유로운 주말엔 PGR에 글이 잘 안올라와서 쬐금 심심함미다. 그래서 제가 글을 올리기로 했어요. 오늘이 가입 2달째거든요. 뜬금없이 예전 라디오를 찾아서 듣다가 말이 그럴 듯해서 올려봅니다.


(중략)
(게스트) 유행이라는 게, 모든 유행이라는 게, 항상 그 이전에 있었던 유행, 큰 유행에서 부족했거나 결핍됐거나 그걸 메우고 싶어하는 방향으로, 그거를 만회하려는 경향성을 가지고 나가게 되어있다. 그건 뭐 항상 그래왔다. 역사적으로.


(유시민)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짜장면만 한 열흘 계속 먹다 보면 짬뽕이 먹고 싶어지는 거하고 비슷한 거죠.


(게스트) 그렇죠. 그런 거죠. 그건 너무 당연한 것이고. 그것은 국민들이 모여서 다, 전국민이 회의해서 결과로 나오는 게 아니라, 대중의 정서라는 게 당연히 그렇다. 그래서 예를 제가 흔히 드는 것이, 맨 처음에 꽃미남이 몇 년 전에 나왔을 때 다들 환호했죠. 그리고 꽃미남 유행이 한 1, 2년 갔어요. 근데 꽃미남만 보다 보니까 너무 야들야들 하거든요. 그리고 좀 남성성이 부족한 것 같고, 좀 씩씩했으면 좋겠는데, 그런 결핍이 어느 순간 차곡차곡 축적이 되죠. 그러면 갑자기 근육남이 뜹니다. (유시민) 짐승남. (게스트) 그렇죠. 짐승남이 떠가지고, 근육 울끈불끈하고 막, 헬스장가서, 그런 남자들. 막, 인기 끌었죠. 웃통 막 벗어재끼고… (중략) 이거는 국민 투표로 국민들이 모여서 선거해서 뽑은 게 아니거든요. 그런 거대한 트렌드에는 거대한 결핍이 따른다. 모든 걸 만족시키는 유행은 없으니까.
정권이 바뀌는 것도, 대통령을 뽑는 것도 굉장히 거대한 트렌드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람들은 굉장히 논리적인, 합리적인 추론에 혹은 상황판단 끝에 어떤 후보를 선택한 것 같지만, 그게 아니라, 어떤 후보가 마음에 갑니다. 마음에 가고 나서, 그 후보에게 마음이 간 이유를 스스로 생각해낸 거죠.


(유시민) 나중에 찾는 거지 나중에.


(게스트) 순서가 원래 그런 거거든요. 사람들이 원래 생각보다 합리적으로 논리적으로 보다는 정서적으로 감정적으로 먼저 반응하잖아요. 저는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도 노무현 대통령의. 모든 정권은 항상 피로감을 일으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그래서 그 정권이 결핍했거나 결여했거나 부족했거나 혹은 너무 많았거나 하는 것에 반작용이 오기 마련인데, (유시민) 그래서 노무현에 대한 반작용이 이명박이었다? (게스트) 일정 정도, 상당부분 정서적으로는. 예 그러니까 노무현 아닌 것, 노무현 여집합, 노무현과 다른 것. 노무현 아닌 것을 다 모으면 이명박이 됩니다. (중략) 이제 내가 먹고 사는 문제에, (유시민) 나라 걱정은 그만하고 내 걱정? (게스트) 그렇죠. 이제 내 욕망에 투표해도 되는 거 아니냐. 내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 가격 좀 올라가고, 지갑 두둑해지고, 그러면 그 후보가 누구던 간에 상관 없는 거 아니냐? 대충 이제 민주주의가 무너질 일은 없잖아. 그 정도의 마음이 들었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이명박 각하에게 표가 갔고, 이제 우리 각하를 겪다보니까 또 거대한 엄청난 결핍이 생기고 있죠. 이제 그러면 (유시민) 각하의 여집합을 찾게 되는? (게스트) 그렇죠 각하가 아닌 것의 합집합. 이제 안타깝게도, 야당 진영에는 안타깝게도, 각하의 아닌 것, 그러니까 사사롭지 않을 것, 약속을 지킬 것, 말을 바꾸지 않을 것, 꼼수를 부리지 않을 것. 이 이미지를 이미 선점한 사람은 박근혜 전 대표였어요.


(유시민) 네. 그게 여당 후보가 아니고, 이명박 대통령의 아닌 것의 합처럼 그 위치에 가 있다는?


(게스트) 그렇죠. 박근혜 전대표는 굉장히 이때까지 그 스탠스를 잘 지켰어요. 여당인데 야당처럼 보여왔어요.


(유시민) 그래서 (박근혜측에서) 정권교체라고 그러고.


(게스트) 그렇죠. 그 세력도 섞이길 거부했고, 그리고 대중들의 머리 속에 이미지도, 박근혜 전 대표는 약속을 지킬 것 같고, 박근혜 전대표가 말을 많이 하거나 말을 잘해서 지금 인기를 끄는 게 아니거든요. 그 이미지.. 적어도 시대적으로 결핍 되어있고, 사람들이 내가 이런이런 점 때문에 스트레스 받았다고 생각하는, 그래서 정반대의 누군가를 찾는, 그 시대적 경향성에 가장 맞는 인물인 겁니다. 그 분이 개인적으로 호불호, 정책적 호불호 이런 걸 다 떠나서 정서적으로 마음이 그렇게 가게 되있다는 거죠.

(중략) 
유시민 대표의 강점은, 사람들 머리 속에 강점은, 거기에 있지 않은 거에요. 박근혜 전대표가 강한 지점이 있는데, 그리고 시대적 요구가 있는데, 또 시대의 결핍이 있는데, 유시민 대표의 강점은 사실은 그 쪽에 있지 않고, 상대를 논리적으로 합리적으로 제압하고 뭐 여러가지 강점들이 있습니다만은 그게 박근혜 전대표와 그 지점에서 만나면 이기지만, 유시민 대표가 박근혜 전대표가 강한 지점에 가서는 져요 대중들에게.
어... 같은 지점에서 그러면 싸워서 이길 사람이 누가 있느냐 그렇게 찾기 시작한 거죠 저는. 그러니까 사사롭지 않고, 약속을 지킬 것 같고, 그리고 박근혜 전 대표도 슬픈 히스토리에 뒷받침을 받습니다 당연히. 본인이 어떻게 해서가 아니라 이미 드라마의 주인공이죠. 그런 스토리 속에 있는가. 실제 그분의 삶이 누군가 검증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삶 자체로 자격 여부를 어느 누구도 시비 걸지 못할 만큼이 되는가 뭐 등등. 한마디로 사사롭지 않은가 사람들 머리 속에. 저는 문재인 이사장님이라고 봤던 게, 그거를 발견한 날은 영결식 당일이었어요. 

(중략)
그래서 다음 선거가 어떻게 될 것이냐? 어..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박근혜도 사사롭지 않은 이미지가 있고, 실제 사사롭지 않아요. 어떤 의미에서 사사롭지 않냐면, 박근혜 전 대표가 왜 정치를 시작했냐 이런 질문을 받으면, 요즘도 그런 얘기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초창기에는 그렇게 얘기했어요. 초창기에는, IMF때 나라가 망하는 걸 보고 어떻게 일군 나라인데 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 얘기를 제가 인터뷰할 때도 했었고, 다른 인터뷰에서도 했었고, 요즘 그런 얘기 안할 거에요. 하도 오랜 얘기니까. 

(중략)
 어.. 저는 그게 진심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 양반이 이렇게 말하면 내가 인기가 올라갈 거라고 생각해서 말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실제로 그런 마음이 있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또,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하는 게 그 분의 성향이나 그분의 걸어온 걸음걸이를 봤을 때 그 분에게 국가는 아버지고, 아버지가 또 국가죠. 그러니까 정치가 효도인 거에요. 정치가 제사인 것이고, 사사로울 이유가 없는 거죠. 그러니까 더군다나 국가를 어떻게 운영해야 되겠다는 철학도 별로 필요가 없어요 (유시민) 그게 문제.. 아닌가요? (게스트) 그렇죠. 효도에 무슨 철학이 필요해? 아버지가 일군, 일군의 주체가 아버지였던 거죠. 아버지가 일군 나라를 이렇게 망가트리고 있네. 내가 직접 나가서 바로 세워야 되겠다. 효도고 제사인 거죠. 속성이 그러하다고 봅니다. 사사로울 이유가 없고.
그래서 한편으로는 굉장히 사사롭죠. 아버지의 유산이니까 자기가 상속하는 거잖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사로움, 우리 각하의 사사로움 같은, 그런 종류의 사사로움은 없습니다. (유시민) 좀 차원을 달리하는 사사로움? (게스트) 그렇죠. 국가가 아버지의 것이고, 내가 아버지의 딸이니까.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나가서 이 국가를 상속받아서 이 국가를 아버지가 원래 의도했던 대로 바로 세워야 되겠다. 그런데 바로 세운 그 국가의 상이 없어요. (유시민) 하여튼 바로 세우는 것만 중요하지 (게스트) 그렇죠. 그러니까 바로 세우는 상이 없는 거죠. 그 상이 없어도 근데 별로 상관이 없고, 지금은 먹혀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지금의 결핍과 스토리는 그렇게 흘러가거든요.

Ps. 제가 생각하기에 상당히 그럴 듯 하다고 본 지점은
1.        모든 유행에는 결핍이 따른다. 그 결핍이 누적되어 그에 반대되는 새로운 유행이 생긴다. 이는 정권이 바뀌는 것에도 적용된다.
2.        대중들은 정치가에게 일단 마음을 주고, 그 다음 그에 합당한 이유를 찾는다.
3.        박근혜는 사사롭지 않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굉장히 사사롭다.
4. 2011년 라디오라는 점.

Ps 2. 이번 정권에서 가장 큰 결핍(또는 과도)은 무엇이고, 그 결핍을 채워줄 만한 정치인은 누가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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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나의 빛
19/11/24 19:06
수정 아이콘
여당인데 야당같았다, 대립되는 이미지로 반사기대를 많이 받은것은 부정못하죠.
19/11/24 19:13
수정 아이콘
게스트 누구인가요??

제목을 대충 봤다가 매우 놀랐습니다. 요즘 생산된 것인줄 알고요.
사이퍼
19/11/24 19:24
수정 아이콘
김어준씨인거 같아서 검색해보니 맞는거 같네요.
김홍기
19/11/24 19:36
수정 아이콘
네 김어준씨 맞습니다
19/11/25 01:31
수정 아이콘
크크 감사합니다. 재밌군요..
19/11/24 19:21
수정 아이콘
ps 2에 대한 대답은 ps 1-2이 될 것 같습니다.

어떤 정당이나 정치인(~의 정책)이 정권의 결핍이나 과도에 대해서,
명확한 대안이나 보충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안이나 보충이 된다는 결론이 선행하고, 결론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찾게 되는 것 아닌가 합니다.

예전에 Orbef님께서 쓰셨던 글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지 정당(정치인이었던가요, 정치성향이었던가요)을 바꿀 때 뇌에서는 극심한 고통을 느낀다, 뭐 그런 연구가 있더라구요.

그런 걸 보면 본문에 등장한 이야기는 충분히 합당하고, 실제로도 매우 만연하다고 봅니다. 저도 그렇겠지요.
김홍기
19/11/24 19:40
수정 아이콘
뇌에서 극심한 고통을 느껴요?! 대단하네요 크크
정치성향은 바꾸기가 참 어렵죠. 너나 나나 다들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19/11/24 19:46
수정 아이콘
구글링해보니 Orbef님이 아니라(;;;) 치열하게 님께서 2017년 1월에 쓰신 글이네요.
링크 첨부합니다. https://cdn.pgr21.com/freedom/69790
김홍기
19/11/24 20:10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사악군
19/11/24 19:39
수정 아이콘
그럴듯하네요..
닭장군
19/11/24 19:52
수정 아이콘
그래서 대충 10년주기가 되는것 같습니다.
19/11/24 20:30
수정 아이콘
실력과 도덕의 유행이 반복된다면 다음의 대선은 실력싸움이 될건데, 이재명 유승민 두 명정도 꼽고 싶네요. 보수는 분열되있는걸 감안하면 이재명 판이라고 생각하는데 과연 당내정치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DownTeamisDown
19/11/24 20:48
수정 아이콘
이재명은 당장재판이 어떻게 되냐를 봐야해서...
만약 재판에서 1심과 같은결과로 최종 결론이 난다면 대선주자로 뛰어오를겁니다.
최근 흐름을 보면 예전보다 당내의 다른 세력에 대해서 유화적으로 다가가려는게 보여서 말이죠.
다만 재판서 유죄가되어서 피선거권 박탈이되면 다 소용없는이야기죠.
19/11/24 21:08
수정 아이콘
무슨 선거법 관련 헌법소원까지 내면서 총력전 하고 있더라고요.
김홍기
19/11/24 21:00
수정 아이콘
이재명은 꽤 다수의 여당 지지자들에게 눈밖에 나서요. 대선후보 갈수없을것 같아요.
유승민은 뭔가 실력이 있는것 같기도 한데 좀 화끈하게 보여줬으면 겠습니다
19/11/24 21:00
수정 아이콘
이날 입대했네요 허허
펠릭스30세(무직)
19/11/24 21:33
수정 아이콘
이번 정치의.피로는 역시 ㅡ좌파ㅡ 일겁니다.
페미 인종문제 교육 소득 주도 성장등등
사실 이전 민주당 ㅡdj, 노통ㅡ 정책이 좌파적이지는 않았거든요.

이번정부야 말로 남한 70년 헌정사상 최초의 좌파정권이었고 그 반동이 있겠지요.
김홍기
19/11/24 23:00
수정 아이콘
저도 좌파적인 정책들의 반동이 좀 있을 것 같긴 합니다.
근데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 등 한국형 복지 국가를 설계한 김대중 정부가 좌파정부가 아니라는 것에는 동의하가 어렵군요. 현재 2019년 기준으로 보니까 좌파정책이 아닌 것 같지만, 사실 당시에는 여당에서도 반대하던 좌파 정책들이였습니다. 돈을 생산적인데다가 써야지. 왜 공짜로 나눠주냐 하고 말에요. 보수당은 사회주의식 접근법이라고 공격했었고요. 잘 아시는 햇볕정책도 있구요.
펠릭스30세(무직)
19/11/24 23:26
수정 아이콘
햇볕정책을 뺀 이유는 아직까지 반대보다는 지지가 많은 정책이라서 그랬습니다.
19/11/24 22:38
수정 아이콘
나름 그럴듯한 비유며 분석이긴 하지만, 동의하진 못하겠군요.
돌아가신 대통령님들께서 자괴감 가지실 듯합니다.
문정부의 결핍(과도)된 부분요 ? 차라리 결핍이나 과잉이면 얼마나 좋겠슴꽈.
닭장군
19/11/24 23:50
수정 아이콘
(수정됨) 자괴감이라... 가까운 예로 노무현정부 임기내내 지지율 바닥이었습니다. 먹은 욕은 이루 말할 수도 없고요. 한줌 안되는 노사모들이나 바득바득 지켰지.
19/11/25 00:22
수정 아이콘
?????
트럼프
19/11/25 00:57
수정 아이콘
그때만 해도 언론이 그렇다면 다들 아 그렇구나 하시던 시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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