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글을 쓰는 오렌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인 성향부터 소개시키는게 나을 것 같아서 소개하자면 전 원래 518 유공자이신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반한나라당이었으나 10년 즈음부터 반노가 된 배경이 있는 리버럴 성향의 유저입니다. 저는 노무현을 싫어하지만 인물 자체는 인정하는 편이며, 10대 때부터 각종 신문을 읽으며 30여년 가까이 정치쪽에 관심을 둬 왔습니다.
정치인에 대해서는 욕을 하긴 하지만 전선 전악으로 구분짓지 않으며, 최대한 주류의 반대쪽 해석을 보려고 하는 반골 기질이 다소 있는 성향입니다. 이상으로 자기 소개를 마치고 본문을 시작하겠습니다. 개인의 오래된 기억을 토대로 하였기 때문에 검증할 자료가 없는 점은 양해 부탁 드립니다.
이야기가 길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기 위해선 아주 먼 과거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 점을 이해 부탁드립니다.
이야기는 거슬러 올라가 3당 합당부터 시작합니다. 3당 합당 이후 영남 민주계는 그 세력을 잃고 꼬마 민주당으로 전락하게 되고 김대중이 내민 손을 붙잡고 민주당에 합류합니다만, 그들은 김대중에게 고마워하기 보다는 잘난 본인들을 대접해주지 않는 김대중과 호남계를 원망했습니다. 왜냐면 원래 그들은 더 대단한 영남에 뿌리가 있기 때문에 평소 경쟁 관계였고 이제는 크게 앞섰던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김대중은 그들의 힘조차 소중했기 떄문에 그들의 요구를 사실상 대부분 수용하면서 김대중 핵심 인사들로부터 욕도 먹던 치욕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결국 그렇게 갖가지 힘을 전부 끌어 모아서 김대중은 대통령이 됩니다. 그 과정에서 영남 민주계에서 싹이 보이던 노무현을 해양수산부 장관을 앉히면서 노무현의 성장이 시작됩니다. (물론 명패 사건 등으로 이미 노무현은 스타성의 싹을 보였을 때였습니다.)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 보니 당 내에선 정동영이 1위 유력 주자지만, 본인의 힘든 과정을 보았을 때 그저 1위 주자라고 대권 후보로 낙점하기엔 모자란 점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김대중은 당내 경선을 기획하고 당내 경선에서 보이지 않게 2차 울산 이후 3차 광주 경선을 마련하여 노무현을 음지에서 밀어줍니다. 당시 호남쪽에선 영남 후보론이 제대로 먹히고 있었고(이회창이 충청도 출신이란 것도 작용) 울산에서 노무현이 1위를 하니 노무현으로 밀어주자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당내 경선이 대박을 치면서 노무현이 민주당의 대권 후보가 됩니다.
그러나 뿌리는 속일 수 없었어 였을까요? 노무현은 당내 대권 주자가 되자 마자 김대중도 아니고 김영삼을 찾아갑니다. 김영삼을 찾아가서는 시계를 자랑합니다. 이로 인해 호남쪽 여론은 의심의 기운이 돌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노무현이 이미 대권주자이며, 이미 보여준 부분에서 호남 차별론자가 아니라는 것은 알기 떄문에 당 내에선 잡음이 있었지만 넘어가게 되고 결국 노무현은 드라마같은 대장정을 통해 대통령이 됩니다.
사실 문제의 씨앗은 이 떼부터 보였습니다. 노무현 본인의 역량은 인정하지만, 조직의 도움없이 대통령이 될 수 없었던 노무현은 당선이 되자마자 김영삼을 찾아간 것이 노무현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였음을. 노무현은 대통령이 되자마자 김대중의 뒤통수를 후려칩니다. 분명 김대중은 본인이 직접 했기에 카드 대란의 연착륙을 위한 지침을 받았지만 노무현은 그것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카드대란이 시작되면서부터 노무현은 민주당과의 결별을 준비합니다. 민주당 내 영남계는 호남 토호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민주당을 욕했고, 노무현은 열린 우리당을 지지하고 호남 사람이랑 못해먹겠다는 소리를 하며 결별을 마무리하여 그들만의 정당 열린우리당을 창당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인재풀에 허덕이던 민주당에서 최대 인적 자원인 호남계 대부분은 배제하였으니 열린우리당은 태생부터 장애를 가진 채 굴러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호남인을 배제했다는 것이 아닙니다. 본인들을 위협할만한 호남계 유력 인사를 배제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열린우리당 창당과 과반 정당 지위까지 국민들이 믿어줬지만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은 당론조차 통합되지 못한채 지역당이던 민주당에게 흡수당하고 이명박 정권을 창출하게 됩니다. (이명박이 당선 되던 시절 호남쪽에선 절대 안 된다며 민주당 유력 인사였던 정동영을 지원하지만 노무현은 이명박이 되는게 나았는지 정동영 디스만 하며 이명박 정권 창출에 도움만 줬죠. 심지어 친노 지지자들이 광우병 시위를 해도 자신이 fta를 추진했기 때문인지 이명박 편을 듭니다.)
인터넷을 통해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일까요. 비극을 선택한 노무현 이후로 당직자들은 커뮤티니 장악을 시도합니다. 일개 커뮤니티 하나가 조중동 중 하나를 능히 당해낼 파급력이 있었다는 계산 하였겠죠. 이미 08년부터 당직자들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의 무급 게시판지기들을 지원합니다. 그리곤 자신들의 성향에 맞지 않는 활동적인 유저들을 잘라내는 작업을 진행하죠. 당시만 하더라도 게시판지기들은 무급이 기본이었기 때문에 매일 수천개의 게시물들을 관리할 여력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커뮤니티에 충성적인 유저라도 생업이 있는 상황에선 몇달이면 스트레스를 받아 그만두게 되니 게지기를 맡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테라포밍은 순조롭게 진행되어 갔습니다.
노무현은 비리가 없었다는 거짓이 진실이 되고, 김희철같은 평범한 정치인은 구태가 되어갑니다. 그렇게 외곽에서부터 친노는 민주당을 파괴하고 장악하게 됩니다. 당시 민주당이 무능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똑같이 무능했으나 민주당은 구태가 되고 친노 인사는 유능한 이미지 커버링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민주당을 장악했죠. 당시엔 새누리당 욕보다 무능한 민주당 욕이 더 주력이었습니다. 왜냐면 새누리 당이 나쁘다는 건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들 아는 사실이었고, 그걸 제대로 대처 못하는 민주당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득세하는 건 그만큼 쉬웠으니까요. 그들이 민주당을 장악하려고 사력을 다해 민주당을 욕한 건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었죠. 어쨌든 민주계에선 호남 못 먹으면 끝이다. 민주계 최대 지지 인원인 호남계를 포기하면 열린우리당처럼 된다는 걸 이미 경험으로 겪었으니까요.
그렇게 민주당을 장악하자마자 새누리당을 격파하기 위해 무능한 민주당을 욕하던 목소리들은 갑자기 정반대로 변화합니다. 왜 새누리당 도움되는 일을 하려고 민주당을 욕하느냐로 변합니다. 이미 당권을 다 먹었기 때문에 민주당 욕은 민주당 주류인 친노계가 먹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변경된 것이죠. 계속해서 민주당 내 반노 및 비노를 쳐내기 바쁩니다. 새누리당 도움되는 짓을 한다고 욕하면 그들은 제거하는 건 게 눈 감추기보다 쉬운 일이니까요. 그래서 한화갑 등의 김대중 계파는 소멸합니다.
새누리당 악마화는 이미 끝났으나 갑자기 안철수가 뜨게 됩니다. 안철수의 정체를 몰랐던 당시 친노 민주당은 안철수를 지지합니다. 왜냐면 보통 정치 신예들은 좋은 이야기하면 친노계에 들어왔으니까요. 안철수도 아무 생각이 없었는지 박원순한테 서울시장을 물려주면서 이야기가 참 아름답게 끝나는가 싶었지만 왠걸 아무리 새누리당 악마화를 해도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안철수한테 헬프를 칩니다. 너 문재인 지지 안하면 역사의 죄인. 그리고 안철수는 온갖 협박에 울면서 대권을 문재인에게 양보하고 그 전까지 욕먹던게 아무일도 아닌냥 ‘그날’ 하루만은 친문계에게 온갖 칭찬을 듣습니다. 안철수는 그 분위기를 믿고 괜히 한국에 있으면 방해될 거 같다고 해외로 출국해버리고 칭찬을 들었는데 그게 나중에 욕먹을지 상상도 못했겠죠.
그러나 2012년은 박근혜가 당선이 됩니다.
민주당 정권 장악은 이미 새누리당 악마화 이미지 작업이 완료된 사람들 대상이라 쉬웠지만 대권을 쥐기에는 많이 부족했던 것이죠. 당장 당시 민주당은 아무런 방향성 자체가 없었으니까요. 왜냐면 당내 헤게모니 잡기에 바빴으니 어떤 방향 제시가 있을 수가 없죠. 그래서 마지막에 칭찬했으니 후안무치는 모르는지 안철수보고 들어오라고 노래를 부릅니다. 삼고초려 끝에 안철수가 들어오자 민주당은 안철수를 욕하기 시작합니다. 안철수가 정치인으로선 꽝이지만 어쨌든 이해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으니까요. 망하기 직전 당에 들어와서 지지율 올려주고 보궐도 성공시켰는데 보궐 망했다고 사퇴하란 요구가 빗발칩니다. 안철수는 학을 뗍니다. 자기 정도면 못한 건 아닌거 같은데 욕을 하도 먹으니까. 그래서 안철수는 사퇴하면서 친노에 대해 파악하고 친노와는 합칠 생각 자체를 안 하게 됩니다.
안철수가 사퇴한다고 친문계에 답이 있었을까요? 당연히 아무런 답이 없죠. 그저 헤게모니가 중요할 뿐. 그러나 성적은 성적입니다. 성적이 오를 기미는 보이지 않고 지지 이탈자가 늘어날 조짐을 보이자 다시 안철수에게 헬프를 치죠. 안철수가 받을까요? 당연히 받지 않죠. 그러자 삼고초려 한다고 문재인이 찾아갑니다. 이게 쇼라는 걸 안철수가 몰랐을까요? 그러나 그게 중요한게 아니죠. 저같이 모두를 멀리서 본 입장이 아니라면 이건 분명 ‘쇼’가 됩니다. 안철수는 입장이 있으니 처음엔 안 한다고 하다가 하도 물어보니 불가능한 각종 조건을 겁니다. 그러면 당직자들은 그런 안철수를 조롱하는 글들을 게시판에 올립니다. 자 훌륭하게 안철수를 완전히 보내면서 당권도 잡았습니다. 새누리는 못이겼어도 호남계 지원이 있으면 생존은 무리가 없으니까요.
결국 2017년엔 박근혜 악마화를 완성시켜줄 최순실이 나타났고 탄핵으로 마무리되었으며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탄핵 시위에 가장 나중에 나타난 주제에 아름다운 이별을 떠든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 역사적 심판자의 포지션을 장악한게 중요한거지. 그렇게 집권했으니 뭐가 제대로 될 수 있으면 그게 이상한거죠. 결국 이들의 집권 방책은 본인들이 소수자로서 민주당 호남계를 토호라며 작살낸 경험으로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경제학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이론을 들고 나옵니다. 소수자=진리라는 말도 안 되는 이론이지만 그게 먹혀들어갑니다. 왜냐면 반대하면 토착왜구, 일베충이니까요.
적잖이 많으신 분들이 이번 사태에서 충격을 받으신 듯 한데, 오래전부터 반노가 된 제 입장에서 이 사건은 다소 충격적이긴 하지만 언젠간 발생할 일이었을 뿐입니다. 왜냐면 이들은 시작부터 정정당당하게 기반을 닦아 온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고 세력을 키워왔습니다. 민주당이 호남이 기반인데 다선의원이 있는게 당연한건데 그걸 호남토호라는 라벨링을 붙였던 집단입니다. 나쁜짓을 했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란 이야기죠. 본인들 실력으로 올라간 적이 없고 소수자 라벨링으로 민주당 호남계를 작살냈고 저번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의석을 확보하자 전라도 욕을 했던 사람들입니다. 악당은 분명 새누리당인데 호남계 의원이 대다수인 국민의 당이 의석을 확보하자 새누라당 뽑은 영남 욕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으면서 노무현 찍고 국민의당 찍은 호남 욕만 했었죠. 이들은 상대 악마화에 능한 것이지 본인들이 선한게 아닙니다. 결과가 의도대로 나오지 않은 것은 유권자가 악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집단입니다.
지금 친노계 유력 인사는 죄다 죽었습니다. 안희정은 성추문으로 갔고, 안희정 차기로 밀었던 김경수는 드루킹으로 갔습니다. 남은 유력주자는 나팔수에 불과하던 조국밖에 안 남은 상황이 되었으니 지금의 민주당은 조국을 안 지킬 수 없습니다. 지금 민주당이 조국을 지키는 건 당연한 겁니다. 역사가 짧고 이룬 업적도 없는 친노계가 인재풀이 얇은 건 어쩔 수 없는데 그나마도 다 날아갔으니 급하게 조국을 키워야 하고 그래서 법무부장관을 앉히려고 하는 것이죠,.
그래서 지금의 민주당은 조국을 버릴 수 없습니다. 이낙연이 있지 않느냐? 영남이란 정체성 하나로 여기까지 왔고 또 뒷통수 많이 쳐 본 입장에서 이낙연을 밀 수 있을까요? 그래서 민주당은 조국을 버릴 수 없습니다. 10년만의 작업 끝에 본인들 세상 만들어둔 당인데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이 민주당엔 남지 않았습니다.
Ps. 문재인 자체는 제가 본 인상평은 자기한테 맡겨진 일을 묵묵히 하는 스타일입니다. 상황 판단하고 하는 양반이 아니라. 노무현 없었으면 그정도로 끝났을 것입니다. 사람 좋은 양반. 그래서 페스카마호 사건 변호도 한 것이고. 근데 대한민국 정서상 이런 인물은 대통령이 될 수 없습니다. 원래는. 그런데 그런 문재인에게 뚝심있게 밀어붙이면 된다고 지침을 준 양반이 조국입니다. 아무리 이상한 사건이 나와도 조금만 어려우면 당직자들 동원해서 게시판 점령하고 잘생겼고, 인권운동도 했고, 비리도 없는 인물이 앞에서 앞장 서면 결국 대부분의 일은 무마되게 되어 있으니까요. 그런 인물을 정치인 시키고 지금까지 만든 양반이 조국입니다. 문재인은 조국 절대 못 버립니다. 조국은 지금까지 인생 쉽게 살아왔기 때문에 이게 얼마나 큰 일인지 아직도 자각 못하고 있습니다. 조국이 스스로 사퇴하기 전에는 장관을 할텐데, 문제는 나르시즘에 빠져서 자각을 할 수가 없는게 현 민주당입니다.
Ps2. 술을 먹다가 좀 취해서 글을 씁니다. 한 3년 글을 안 썼습니다. 써봤자 논리적인 합보다는 조롱과 욕만 먹는 최근의 분위기가 싫어서 글을 안 쓰다가 분위기가 바뀐 거 같아서 간만에 글을 좀 썼습니다. 아무쪼록 졸필에도 잘 이해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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