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이불을 개면서 생각합니다. 오늘 거실은 어떤 꼬라지일까. 둘째는 화장실 욕조에 볼일을 봤을까 안 봤을까. 이 천인공노할 캣새퀴는 인간과 화장실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필 두 인간이 매 겨울마다 애용하는 욕조를 자기 화장실로 쓸 뿐. 역시나 안방 문 열고 나가면 밥 내놓으라고 항의하고 빨리 만지러 오라고 캣폴에서 부릅니다. 그리고 간밤에 분명 뒷정리 해서 깔끔하게 해놓았던 거실은 도로 아미타불. 좁은 거실에 사방팔방 고양이 발자국이 가득하고 고양이 털은 흩날리고, 베란다의 화장실에서 빠져나온 모래들이 흩뿌려져 있습니다. 자기 전엔 안 이랬는데 몇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고양이를 키우기 전에 다들 생각하죠. 털이 그렇게 날린다는데... 뭐 청소 좀 열심히 하면 되겠지. 고양이 털은 털갈이 기간에는 털이 뭉쳐서 돌아다니고 사방팔방 다 고양이 털이 흩날리죠. 하지만 털갈이 기간과 털갈이 기간이 아닐 때의 차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평소에도 언제나 털이 사방팔방 돌아다니고 잠시 한눈만 팔면 뭉친 게 어디선가 나옵니다. 고양이 털뿐만이 아닙니다.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고양이가 있는 한 깨끗한 바닥은 볼 수 없다는 걸 의미합니다. 청소하고 나서 돌아서면 바로 모래와 털, 그리고 고양이 발자국이 다시 생깁니다.
욕실이라고 다를까요? 건식 화장실을 쓰는데 청소기나 부직포 청소기로 청소하고 알코올을 뿌려 바닥을 닦습니다. 역시 털이 엄청나게 나오죠. 그리고 변기 덮개는 언제나 고양이 발자국 자국이 선명합니다. 그걸 알코올을 뿌려 닦으면서 한숨을 내쉬죠. 욕조는 고양이의 제2의 화장실입니다. 전엔 현관을 썻기 때문에 물청소를 할 수 있는 욕조를 써주시는 것만 해도 충분히 감사할 일이죠. (한숨)
고양이를 키우는 건 아무리 청소를 열심히 해도 눈 딱 감아야 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고양이는 털 공장이고 떵 공장이에요. 그냥 공장 여러 개가 24시간 계속 생산해 내고 있는 거죠. 이를테면 매일 침대 아래를 부직포로 미는데도 고양이 털은 일정 분량이 나옵니다. 심지어 그 아래 청소하려면 침대 아래를 자기 영토로 삼고 있는 고양이의 욕설도 들어야 합니다. (고양이 욕하는 거 들어보면 진짜 욕쟁이 할멈이 따로 없어요. 레알 내가 저것까지 들어가면서 침대 밑을 청소해야 할까 자괴감이 잠시 들기도 합니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집을 깨끗하게 하겠다는 인간의 생각을 버려야 마땅하지만 인간 둘 다 비염이 심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청소는 필요한 게 또 비극이라고나 할까요. 비염으로 재채기를 연신하면서 청소하는 인간은 이 망할 캣새퀴들이라고 욕을 하지만 뒤돌아서면 그 캣님들에게 바로 챠오츄르를 갖다 바치고 40만 원 들여서 건강검진을 하고 아직 병이 없음에 안심합니다.
고양이는 요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