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적에 취미에 독서라고 썼던 중년의 전 장서가입니다. 과거엔 책을 모았다면 이젠 더 둘 데도 없고 글자도 침침해지는 나이인지라 다른 장르로 취미를 돌려보려고 하는 중입니다. 다치바나 다카시 선생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는 책처럼 뭐 자기의 독서인생을 회고하는 글은 아니고요. 제 독서 인생을 꿰뚫는 명작 소개 뭐 이런 거창한 것도 아니고, 나는 이런 기괴한 책을 읽어왔다는 참회글 같은 걸 써볼까 합니다.
제가 어릴 때 제일 좋아했던 책은 <사차원의 세계>라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흔한 오컬트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컬렉션 같은 책인데 이걸로 환생, 버뮤다 삼각지대, 초능력 같은 단어들을 배웠습니다. 이렇게 열 살 때 형성된 오컬트 취향은 이십대가 되었을 때는 신화, 전설, 판타지, 밀교, 신비주의 같은 비주류로 흘렀고요. 그때 엄청나게 책을 모으고 읽어치우고 해서 책장 상당수가 그런 책들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나이 되어서 정신 차려보니 책은 이제 안 보고 게임을 하고 있네요.
지난번에 판타지 페이퍼백을 나눔으로 몇 박스 치우는 쾌거를 이룰 정도로 20대에는 판타지를 매우 좋아했습니다. 그 당시엔 한국에서 책 사는 데 한계가 많아서 아마존에서 책 구경을 많이 했는데요. 이 책 저 책 사모으다가 이런 물건도 사게 되었습니다. The Faces of Fantasy라는 멋진 이름이 붙은 이 책 표지에 Photographs by Patti Perret Historical Introduction by Terri Windling이라고 써져 있네요. 말 그대로 판타지 작가들 사진 모음집입니다. 1990년대 중반 장르 판타지 시장이 넓어지면서 나온 물건 중 하나인 듯 보이고요. 당시 인기 있었던 작가들(일부는 고인)의 사진들을 볼 수 있습니다. 사진과 옆에 자기의 판타지관 같은 걸 피력하고 있는 짧은 에세이가 첨부되어 있습니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 책을 산 건지 지금 와서 생각하면 좀 당혹스럽네요. 물론 책은 구경하는 재미는 있어요. 제 친구들이 보고 매우 재미있어했고, 동거인도 자기가 좋아하는 작가들 얼굴을 찾아볼 정도니까요.
표지모델은 국내에도 팬이 은근히 있는 닐 가이먼이고요. 닐 가이먼 미모에 반해서 책도 좀 사모았었는데 여러 번 이사하고 하는 통에 다 사라져버렸네요.
최근에 책을 안 내어서 원성이 자자하신 그분 조지 R.R. 마틴의 사진과 글을 첨부하겠습니다. 조지 마틴은 단편이 정말 백미인데 나오지 않는 게 매우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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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중학생.. 때 음모론이나 환상쪽에 관심이 좀 생겨서 책을 좀 찾아봤었습니다.
개인적인 감상평으로는 음모론은 좀 그럴듯한 단체나 이론들을 말하니깐 그럴싸 하다고 느낀적이 많은데
오컬트쪽은 글쓴이가 자신의 경험담 위주로만 말하니 좀 신빙성이 떨어져 보인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 이상 읽지 않게 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