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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7/02 01:40:53
Name 눈시BBbr
Subject [일반] 서양의 전열 보병


싸우기 좋은 곳에서 두 군대가 붙습니다. 양쪽의 보병들이 횡대로 2줄에서 3줄로 서서 천천히 다가오죠. 가까이 오면 일제사격을 합니다. 상대는 그냥 맞고 있죠. 다음엔 상대편에서 일제사격을 합니다. 역시 우리편은 맞고 있습니다. 상대에게 선빵을 양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프랑스 근위 연대의 신사들이여 먼저 사격하시오"
"말씀은 고맙지만 우리는 먼저 사격하지 않겠소. 그쪽이 먼저 사격하시오"
-  퐁트누아 전투에서

이렇게 말이죠 (...) 이렇게 쏘다가 백병전으로 들어가고 밀리는 쪽이 지는 거죠.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지금 보면 황당한 방식이 (특히 유럽에서는) 표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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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로야 군인을 이길 민간인들이 얼마든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전쟁은 그렇지 않죠. 경제력이 허락하는 한 동원되는 병력이 늘어나고, 한 사람의 무력보단 많은 이들의 조직력이 더 중요해집니다. 같은 생일인 사람이 나오고 이름도 같은 사람이 나올 정도의 규모라면 훈련 안 된 민간인들은 군인을 상대할 수 없죠.
... 피마새에서 요런 말이 나온 것 같은데요 -_-a

윗선에서는 이동과 공방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지휘력이 필요했습니다. 특히 전장의 상황을 바로 알 수 있고 바로 명령을 전달할 수 있어야 했죠. 깃발부터 북, 징 같이 신호를 보내 바로 명령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했습니다. 지휘부가 몰살당하면 병력이 얼마나 많든 얼마나 잘 싸웠든 무너지는 걸 쉽게 볼 수 있죠.

병사 개개인에게 중요한 건 이걸 받으면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세뇌 수준의 훈련이었습니다.


병력이 늘어나고 개인의 용맹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진형이 만들어집니다. 전력을 효과적으로 투사할 수 있기 위해서죠. 제일 먼저 나온 건 역시 밀집대형이었습니다. 무기의 발전과도 함께 진행됐죠. 긴 창은 소수정예보단 훈련은 좀 덜 돼도 다수의 병력이 쓰기 좋은 무기였습니다.


이러면서 전쟁은 밀리냐 밀리느냐의 싸움으로 진행됩니다. 상대의 진형을 깨뜨리기 위한 시도가 계속됐고, 이게 무기와 전술의 발전으로 이어졌죠. 상대보다 더 긴 창을 쓰고 측면을 찌르는 식으로 말이죠. 기사로 대표되는 중기병의 돌격이나 유목민에게서 쉽게 볼 수 있는 스웜 전술(화살 쏘며 치고 빠지고) 역시 이런 진형을 무너뜨리기 위한 거였죠.

이 과정에서는 사상자가 그리 나오지 않습니다. 한 쪽이 무너질 때 많이 나오죠. 근거리보단 원거리 무기에서 더 많이 나오구요.


총이 등장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임진왜란 다룰 때 보면 무슨 반자동 소총 정도로 묘사되지만 -_-; 화승총의 명중률과 연사속도는 극악이었습니다. 그래도 그 화력과 활에 비해 훈련이 훨씬 덜 필요했다는 게 컸죠. 개머리판, 가늠쇠, 가늠자 등이 만들어지면서 총은 최고의 개인화기로 발전해 갑니다. 그래도 아직 부족했습니다. 기병돌격은 물론 보병과 백병전을 벌일려면 냉병기가 필요했죠. 그래서 창병과 조합해서 사용했죠.

+) 병자호란부터 개화기까지 조선군에 총병만 많지 창병을 무시했다는 말은 많이 들을 수 있죠.

이후 화승 대신 라이타처럼 격발시키는 쪽으로 발전하고, 화력은 계속 좋아졌으며 총검이라는 희대의 발명품이 나옵니다. 긴 총에 총검을 꽂아 창병처럼 쓸 수 있게 된 거죠. 이렇게 냉병기는 도태되고 총이 진정한 전장의 주인이 됩니다. 자, 그럼 여기에 걸맞는 진형은 어떤 것일까요?

굳이 밀집하지 않아도 기병과 상대할 수 있을 화력이 확보돼 갔습니다. 기병의 활약은 갈수록 줄어들었고, 중기병의 충격력보단 기동력 쪽으로 무게가 확실히 기울어지죠. 한편 대포도 더 강력해지면서 밀집, 특히 종대로 밀집하면 더 위험해집니다. 고폭탄이 아니더라도 모여있으면 한 발로 쾅 (...).

화살처럼 곡사로 쓸 수 있는 것도 아닌 상황, 총의 화력을 잘 쓰려면 횡대가 좋았습니다. 거기다 여전히 큰 약점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잘 쏴도 유효사거리는 짧았고 연사력은 1분에 3발 정도였죠. 일단 전장식이라서 총알을 앞에 넣고 꼬질대로 꾹꾹 눌러준 다음에 쏴야 했습니다.

뭐 명중률이 아예 딸렸던 건 아닙니다. 코 앞에서 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면 사냥용으로 쓰이지 않았겠죠. 하지만 그건 숙련병이나 가능한 거였고, 흩어져도 화력을 집중할 정도의 능력은 없었습니다. 개개인의 전투력은 물론이고 흩어져 있어도 화력을 한 데 모을 수 있을 정도의 통신은 개발되지 않았죠. 저격수가 아예 없진 않았겠지만 말 그대로 저격 내지 적을 흔드는 용도로나 가능할 뿐이었습니다. 연사력이 그 모양인데 흩어져 있으면 기병은 물론 냉병기를 든 상대가 한두발만 피해도 저승길이죠.

여기다 많이 쏘진 않았지만 (몇 발 쏘고 백병전) 한두발 쏘는 것만으로도 시계 확보가 어려웠습니다. 흑색화약의 한계였죠. 좀만 쏘면 연기가 시야를 뒤덮었으니까요.

+) 수류탄이 조금만 있으면 바로 깨지겠습니다만... 당시의 수류탄은 그냥 폭탄 덩어리였습니다. 무겁기도 무겁고 가까이서 던져야 했으니 몸도 좋고 나라를 위해 목숨은 버린다는 군인이 필요했죠. 때문에 이들 척탄병은 정예 중의 정예로 꼽혔습니다.

활이든 총이든 새총이든 (...) 중요한 건 면 단위를 공격하는 거였습니다. 화력을 한 군데에 집중하는 거였죠. 저격수는 그냥 인간병기 수준인 거구요 (...)


당시 총의 성능과 전장의 상황, 거기에 맞는 전술로 나온 것이 바로 전열 보병입니다. 지금 보면 참 무식하지만 (...) 그 땐 그게 최선이었던 것이죠. 위에서 선빵을 양보한 것 역시 상대가 쏘고 재장전하는동안 더 가까이 가서 더 많은 화력을 투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죠. 맨 위의 영상(영화 패트리어트)에서도 쏘기는 대륙군이 먼저 쐈는데 더 많은 피해를 준 건 나중에 쏜 영국군이죠.

"제식은 전력이다" - 나폴레옹

이를 위해 필요한 것,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당당하게 적진까지 갈 수 있느냐였습니다. 적이 총구를 들이대도, 전우들이 옆에서 쓰러져도 명령에 따라 앞으로 걸어갈 수 있어야 했죠. 이를 위해 구타까지 동원된 제식훈련이 필요했죠. 지금이야 쓸모없는 뽀대 느낌이지만 -_-a 당시에는 그 무엇보다 필요한 거였습니다. 원래 군인이 그렇긴 하지만 이를 위해 목숨은 내다버린다는 인식이 필요했죠. 애국심은 기본이고 근대 민족주의로 이어집니다. 군복도 지금처럼 몸을 숨기는 게 아니라 더 당당하게 드러내기 위한 원색이 많이 쓰였죠.

특히 정예병으로 통하던 영국군의 경우 다른 나라의 3줄과 달리 2줄이었습니다. 병사들의 훈련도도 높고 간부들이 지휘를 잘 했기에 가능한 거였죠. 이들에게 붙은 별명이 Thin red line입니다. 얇은데 절대 깨지지 않은 붉은 선이었죠.

참 여러가지 부분에서 서양의 근대를 상징하죠. 이후 간단히 설명하긴 힘든 많은 요소들(기관총이나 후장식 소총이라든가)로 지금의 형태가 됩니다.


바다에서도 이건 마찬가지였습니다. 현측에 최대한 많은 대포를 설치하고 일렬로 늘어서서 쏘는 전열함이 나왔죠. 뭐 그러고도 상대 배를 격침시키는 건 거의 불가능해서 적이 좀 무력화됐다 싶으면 돌격해서 선상백병전을 벌이는 식이었습니다. 아예 화공을 하던가요.

아무튼... 지금 보면 참 바보같아도 당시엔 이유가 있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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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올해 글 잘 안 쓴 편입니다만, 앞으로도 언제 쓸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아예 pgr 끊을까 생각했는데 전 그럴 수 있는 놈이 아니라서 (...); 그저 천천히 천천히 기다려주세요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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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
13/07/02 01:47
수정 아이콘
사실 총이 나오기 이전의 전근대시대에도 백병전에 의한 사상자 보다는 원거리 투사무기에 의한 사상자 비율이 높았지요.

양차 대전이전의 고대든 근대던 전쟁의 근간은 이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굴앞에 장사없다."

결국 자신의 화력을 얼마나 잘 투사하느냐에 따라서 전쟁의 승패가 결정되는 것이지요.
Cool Gray
13/07/02 01:54
수정 아이콘
그래서 그토록 독일군이 "기동에 의한 포위 및 물리적 섬멸"을 추종했던 걸 겁니다. 상대적으로 소수인 부대가 대부대를 상대할 때 상대의 화력을 제한하고 아군의 화력을 극대화시킨다는 점에서 이만한 전술이 없었을 테니까요. 슐리펜도, 소 몰트케도 그래서 그토록 한니발에 집착했던 거겠죠. 다만, 세간에 알려진 "전격전"에 대한 인식과는 달리, 독일군은 물리적 섬멸을 꺼리지 않았고, 오히려 극대화했다는 게 근대 전격전에 대한 인식과의 차이라면 차이랄까요(잔혹해서 그렇다기보다는, 그 편이 독일군에게는 전략적으로 옳은 선택이 되었을 겁니다. 배후에 적을 두고 그걸 상대할 수 있을 만큼 독일군의 수가 여유있는 경우는 전 독일사를 통틀어서 없었으니 말이죠).
구밀복검
13/07/02 01:57
수정 아이콘
그 점에서 독일군은 그냥 빠른 소모전을 한 거지 기동전을 했다고 보긴 어렵지 않나 합니다.
Cool Gray
13/07/02 02:01
수정 아이콘
전격전이라는 게 기동에 기반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상당한 운의 연속이었다는 점에서(게다가 전격전이라는 놈의 실체는 사실상 없다시피하죠), 상당히 일리가 있는 말씀 같습니다. 소모전에 목적을 두었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동을 한 것이지 기동을 통해서 전략적 목표를 이루려다 보니 그 과정에서 소모전이 일어났다고 생각하긴 어렵거든요. 뭘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는 거죠.
구밀복검
13/07/02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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옙. 말씀하신 것처럼 소모전이냐 기동전이냐는 그 수행방식보다는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이냐..에 있느냐에 있다고 보는데, 그 점에서 독일의 전통적인 방법론은 항상 소모전적이었다고 보네요. 저글링 펼쳐 쌈싸먹기에 이은 주병력의 각개격파는 빠르기만 하지 기동전이 아니니까..
감모여재
13/07/02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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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기동전의 적절한 예로는 어떤게 있을까요???
Cool Gray
13/07/02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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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호란인가 정묘호란인가, 병자호란 같은데 하여간 그 때의 임경업 장군이 지키는 의주를 청나라가 샥 피해간 것이 대표적인 기동전의 예가 되지 않을까, 마 그리 생각합니다. 임경업이 무서워서 피해갔다기보다는 빠른 기동을 통해서 방어선을 혼란에 빠뜨리고 최종 목표인 적국의 왕 - 물론 인조를 말합니다 - 을 잡는 데 있어서 그만한 전략이 없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구밀복검
13/07/02 02:27
수정 아이콘
등애의 등산 같은 것이 있습니다.(...)
위에도 썼듯이 목적이 무엇이냐에 주안점이 있다고 봅니다. 적 <병력>을 <섬멸>시키는 게 목적이냐, 그게 아니라 <거점>을 <점령>하는 게 목적이냐.. 스1의 서든데스 형식의 경기 같은 게 기동전의 극대화겠죠.
13/07/02 02:36
수정 아이콘
한반도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기동전이라면 수양제의 군대가 고구려의 요동 방어선을 무시하고 평양으로 곧장 돌진한 것을 들 수 있겠습니다. (대실패로 끝나긴 했지만요)

기동전이란 말이 멋있긴 하지만 충분한 병참과 파괴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집단 자살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기동"이란 그냥 빨리 움직인다는 것이 아니라 생명선을 스스로 끊어버리는 대가로 기동력과 유연성을 획득하는 것에 가깝거든요. (굳이 비유하자면 에반게리온이 전원공급 케이블을 끊어버리고 돌격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훨씬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지만 시간 내에 사도를 쓰러뜨리지 못하면....죽죠;;;;)
PizaNiko
13/07/0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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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세계대전 말기 소련군의 8월폭풍작전 같은 건 어떨까요? 종심기동을 위한 대전략이 짜여졌고, 그 전략 그대로 성공적인 작전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13/07/02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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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군의 목적은 언제나 적의 주력군의 섬멸 아니었나요.

다른 분들의 얘기에서 포인트는 '기동의 목적'에 대한 것 같습니다.
자이체프
13/07/02 01:47
수정 아이콘
제가 일등이군요라고 썼는데 다른 분이 ㅜㅜ 인터넷에 글을 쓰는건 낭비라고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여긴 예외더라고요. 암튼 좋은 글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Cool Gray
13/07/02 01:51
수정 아이콘
1.5초만에 팔랑크스 생각하고 들어왔더니 그 이야기도 있군요. 메인 스트림은 아닌 것 같지만.

전술적으로 상대방의 진형을 어떻게 깨부수는가가 어중간한 규모의 군사 운용에는 필수적인 고민이 될 텐데요(전략은 국가 단위 스케일이니 올바른 단어 선택은 아닐 것 같군요), 그걸 밥 먹듯이 해낸 게 고대의 한니발일 거고, 그래서 한니발이 명장으로 추앙받는 거겠죠. 하지만 그 정도 군략을 지닌 천재는 문자 그대로 불세출 수준이고, 그러니까 누구나 쉽게, 그리고 간단하게 쓸 수 있는 진형이 일자장사진이니(더구나 복잡한 기동보다는 상대적으로 훈련도 쉽고 말이죠) 이런 요인도 장사진이 자주 쓰이게 된 한 요인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진형이라는 게 큰 의미가 없어지는 시기가, 아마 포병의 등장 시기와 일치하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죠(뭉쳤다가 거기로 포탄이 떨어지면 그야말로 몰살이니), 맞는지 모르겠네요.
미메시스
13/07/02 01:52
수정 아이콘
포병보다는 기관총으로 알고있습니다
13/07/02 02:36
수정 아이콘
네 폭탄이 현재수준의 살상력을 가지기전에 기관총이 먼저 나왔죠..
원거리 무기 개량사에서 전술의 근본을 완전히 바꿔버린건 기관총이 가장 먼저일겁니다.
그전까지는 돌,창,활,총에 이르기까지 투사무기 자체가 근본까지 바꿔버리진 못했으니까요.
13/07/02 02:33
수정 아이콘
"진형"의 무력화는 어느 순간 갑자기 일어난 사건이라기보다는 프랑스혁명 이후의 장기적인 흐름에서 귀결된 면이 큽니다.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규모의 병력이 산개전, 장기간 기동전을 펼치기 시작하면서 정예 상비군의 규율과 반복훈련에 의존한 진형은 점점 약화되기 시작했죠.

기관총이나 대포 등의 화기의 발전도 그 흐름에 기여한 측면도 크긴 하지만요.
구밀복검
13/07/02 01:53
수정 아이콘
이걸 개인성의 아이러니한 상실과 연결 짓기도 하죠. 로마군의 대형 전술이 아무리 체계적이었다고 한들, 18세기에 평평한 연병장에서 리드미컬하고 일사불란한 걸음걸이를 연습한 근대 상비군처럼 기계적이진 않았으며, 근육의 힘이 발휘되며 정형화되지 않는 전투 양상이 일어나던 당시의 특성상 근대의 상비군처럼 특정하게 몇 가지로 분류된 교범적인 방법론을 반복숙달 시키는 작업이 불가능했고, 병사들에게는 전투에 있어 자유도가 있었다고. 전통 사회에서의 개인들은 자기 삶의 전문가였지만 근대 이후의 분업화된 개인들은 자급자족이 불가능한 기형적이고 불구적이며 무능력한 존재가 되었다...는 주장의 연장선이죠.
ComeAgain
13/07/02 01:56
수정 아이콘
공용화기, 은폐, 엄폐, 산개가 지금의 트렌드가 되겠지요?
김승남
13/07/02 01:59
수정 아이콘
재밌습니다!!
홍승식
13/07/02 02:14
수정 아이콘
역시 과거의 인류가 지금에 비해서 절대 뒤쳐지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 주네요.
주어진 환경 하에서 언제나 인류는 최선의 선택을 해 왔네요.
클라우제비츠
13/07/02 02:15
수정 아이콘
지금이야 보면 엄청 비효율적이긴 한데 ... 그땐 최선이었군요 전 격식으로만 봐서 허허
13/07/02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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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서도 특수한 상황에서 대열을 맞추는건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통신장비가 아예 없다던가..
대열을 정확히 갖추는 이유는 전술의 원활성에 있으니까요. 군령이 제대로 전달이 안되는데 전술을 펼칠수 있을리가 없죠.

지금도 잘 짜여진 대열은 군대의 훈련도를 상징하기는 한데 무기체계가 그걸 이미 뛰어넘어버려서 -_-
구밀복검
13/07/02 02:24
수정 아이콘
그리고 저 시기의 병과 간 밸런스, 곧 총병/포병/기병의 밸런스는 참 적절했던 것 같습니다. 총병으로는 포병대에게 얻어터질 뿐이고, 포병대는 기병대에게 프리로 노출되면 학살당하고, 기병대는 의표를 찌르지 않는 이상 정면으로 총병대를 들이치기 어렵고..

전쟁 그 자체야 잔혹하기 짝이없는 것이지만 여하간 현대의 전투에 비해 이때까지만 해도 아기자기한 맛이 있었다고 보네요. 흡사 카드게임, 팻감 싸움 같은? 그런 느낌이 있죠.
13/07/02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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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고만고만한 병력으로 고만고만하게 싸웠던 중세-근대초기까지의 전쟁은 꽤 재미있었습니다. 크크크..
30년 전쟁은 그중에서도 백미...

월드워가 그래서 공부하면서 기분 나쁘게 느껴졌던걸까요...
13/07/02 02:47
수정 아이콘
그런데 당시의 전쟁들도 아기자기했다기에는 어폐가 있는 것이, 참전자 규모로만 보면 (세계대전을 제외하고) 역사상 최대급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혁명전쟁 당시 1794년의 프랑스군은 무려 75만명(!)을 동원합니다.
13/07/02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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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프랑스 동원력이 넘사벽이라 그런거라고 해야 되는거 아닙니까? 크크크크~
육군력으로는 스페인을 능가하고 투르크와 맞먹었던 나란데~

비교대상으로 적은게 프랑스가 그나마 유럽최강국이 아닐시절이군요~
구밀복검
13/07/02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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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제가 말씀드린 건 병력의 규모보다는 병과 간 밸런스와 그에 따른 가위바위보 싸움 이야기입니다 ^^;
13/07/02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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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관점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화려한 군복들도 전열보병의 시대에는 나름 합리적인 판단에 근거해 채택되었습니다.

본문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전열의 유지를 위해서는 극한의 규율과 조직력이 필요했습니다. 여기서 화려하고 특색있는 색채의 군복과 휘장은 병사들의 소속감과 자부심을 고취시킴으로써 부대의 조직력에 기여할 수 있었지요. 지금까지도 유명한 영국군의 "붉은 코트"는 이 시대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물론 산개, 은폐, 엄폐, 후장식소총의 도입, 화기의 사정거리와 연사력 강화는 상황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예전의 화려한 군복들은 병사들을 최적의 표적으로 만들어주었고 보어 전쟁에서 보어군의 저격에 붉은 코트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으면서 군복 디자인에도 대변혁이 일어납니다.
13/07/02 02:48
수정 아이콘
다른말이지만, 김용 선생의 위대함을 알려주는것이 의천도룡기 마지막권의 무림고수 vs 원나라군대의 묘사일겁니다.
개인으로는 몽고병을 쉽게 척살하고 경공을 펼치고 내력으로 사람하나 죽이는게 일도 아닌 고수들이 잘훈련된 군대와 만나자마자
죽죽죽 밀리는 모습..

전열함 하니까 갈레아차가 생각나는군요? 그래봐야 그시대 대양해전이 아니라 연안해전이면 해안포 버프받으면 필승에 가까우니..
거함거포주의가 현대에 나온말이 아니지 말입니다~
13/07/02 10:02
수정 아이콘
해안포 버프 받던 프랑스 해군을 들이쳐서 다 깨부순 넬슨의 위엄...
DogSound-_-*
13/07/02 19:37
수정 아이콘
???? 넬슨이 그런적이있던가요?
Colossus
13/07/02 03:07
수정 아이콘
군인과 민간인의 차이는 걸을때 옆사람과 발을 맞출 수 있느냐 하는 사소한 것...
피마새에는 이런 비슷한 말도 나오죠 아마.
Practice
13/07/02 03:22
수정 아이콘
햐 이렇게 재밌는 글이... 소재부터 이야기를 푸는 솜씨까지 감탄하면서 읽었습니다.
돼지불고기
13/07/02 06:26
수정 아이콘
시간이 흘러 군인들의 대열은 점차 넓게 흩어졌으나... 이번에는 적의 기관총 진지로 그냥 닥돌하는 사태가 발생하니...-_-!
13/07/02 09:35
수정 아이콘
저 웬수들이 신구교로 안나뉘었으면 심심해서 어떻게 살았을까요
전쟁도 마음껏 못하고.
마스터충달
13/07/02 09:45
수정 아이콘
현 군대에서 하는 제식 훈련이라는게 저 시대에나 필요한 구닥다리 훈련이라고 봐도 무방한 걸까요?
항상 제식한다 그럼 드는 생각이
"이렇게 일렬로 발맞춰서 종종종 걸어댕기면 싹다 긁혀 죽을텐데"
였습니다.

요즘 제식훈련은 머하러 하는건가요 진짜;;
PizaNiko
13/07/02 10:39
수정 아이콘
제식훈련은 군기관련 문제때문에... 제식은 명령 똑바로 알아듣는 교육의 일부니까 아마 없어지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앞으로 제식훈련도 점점 줄어들 예정이라고 하긴 합니다.
블루라온
13/07/02 09:47
수정 아이콘
글 잘 봤습니다. 댓글들을 보니 소개하고픈 블로그가 생각나네요. 다음 토탈워 까페에 학생의 근세전쟁사라는 제목의 게시판으로 글을 연재하신 분의
블로그 입니다. http://blog.naver.com/ggacn
설탕가루인형형
13/07/02 09:59
수정 아이콘
천천히 기다리겠습니다~
현기증 나기 전에 다시 써주세요~ ^^
swordfish
13/07/02 10:08
수정 아이콘
은근히 무시되는게 전쟁터 나가면 가장 살아 돌아오기 힘든 시대가 라인배틀 시대입니다.

몇만 씩 붙어도 손실률 60%~70%가 넘어 가는 건 대다수고 막장 스러운 전투는 80~90%도 찍습니다.
사실 이런 관점에서 나폴레옹 시대에 징집되는거보다 차라리 1차대전 서부 전선 병사로 징집되는거 더 살아올 확률이 높습니다.

사실 보기 보다 낭만적인 시스템은 아니라는 거죠.
중복입니다
13/07/02 10:16
수정 아이콘
거기다 전열보병은 전쟁나가서 죽는게 훈련보다 편하다는 소리가 있죠 훈련때 가혹행위에 구타에 갈굼에 어휴..나폴레옹시대 프랑스도 혁명의 열기가 꺼질 때쯤이면 청년들이 병역기피하려고 앞니뽑고 검지자르고 별짓 다했죠. 결국 사람사는데는 다 비슷비슷한가 봅니다.
나이트해머
13/07/02 12:25
수정 아이콘
미국 역사상 D데이 이전 히루 최대 사상자를 낸 앤티덤도, 악몽이나 다름없는 프레데릭스버그의 살인기계도, 저 유명한 게티스버그의 피켓 차지도 그정도 손실은 낸 적이 없습니다만.
swordfish
13/07/02 14:07
수정 아이콘
워털루 7만 중 5.8만 사상(프랑스군) 찾아보면 순수 사상만 30% 정도가 기본이고 보로디노도 50%를 넘깁니다.그리고 전역으로 따져 보면 이보다 더 큰 피해도 수두룩 하죠.
나이트해머
13/07/02 18:57
수정 아이콘
패군에 당연히 뒤따르는 전과확대의 영향일 뿐입니다. 영-프러시아 연합군은 매우 아슬아슬하게 이겼지만 사상자는 11만이 넘는 전체 군에서 2만 5천 정도였습니다. 오로지 패전한 군대의 피해만 놓고 따진다면 칸나에 전투 내지는 자마 전투의 예를 들어 고대의 전투는 사상자가 70퍼센트를 넘어간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Neuschwanstein
13/07/0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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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전열보병 중 한 사람이었다면 이라는 상상을 했을때 두 가지가 문제인데...

1. 현대전에 비하면 코방귀나오는 유효사정거리에 이를때까지 적에게 다가서야 하고
2. 통제가 있을때까지 총을 안쏘고 참을 수 있어야 하는데

도대체 이걸 가능하게 하려면 훈련이 얼마나 가혹했을지...
13/07/02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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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네요. 총포의 등장으로 전문적인 군사 훈련을 받은 엘리트 군인인 기사가 몰락했는데, 뒤이어 등장한 군대도 효율을 뽑기 위해 오히려 중세 기사의 개인적 수련의 영역보다 더한 집단 훈련을 받다니...
i제주감귤i
13/07/02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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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정말 흥미 진진하네요 ^^
13/07/0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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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위에 나오는 퐁트누아 전투 저때에는 머스킷 소총의 연사속도가 2발/분;;; 정도였다고 합니다.
여기서 영국군만 실탄(!)을 이용한 훈련을 해서 타 국가 군대보다 연사력이 조금 좋았다고 하더군요. 타 국가는 그냥 나무조각(안습;;) 가지고 사격연습을 했다고 하구요. 그리고 유효사거리는 80~100미터 내외였습니다. 이걸 벗어나면 쏘나마나였죠 -_-;; 명중률이 안습of캐안습이라..

그러니까 저렇게 서로 먼저 쏴라는 상황이 나온겁니다. 상대가 먼저 쏘면 재장전 할 무려 20~30초동안 이동해서 훨씬 더 근거리에서 화력투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보시면 동시에 명령에 따라 한번에 쏘는데 이 이유는 마찬가지로 진형을 깨뜨리기 위함이었어요. 한발씩 단발적으로 공격을 받는 것 보다 상대가 한꺼번에 동시에 사격해 오기 직전의 공포감이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더 크기 때문에, 동시에 사격하는게 진형을 깨기가 쉬웠죠.

그리고 1차 대전때 미국 유럽원정군의 사령관이었던 퍼싱이 라이플(현대의 단발성 반자동 소총)로 무장한 보병들한테도 -0-;;무려 전열보병 형태의 전투를 요구해 어마어마한 피해가 나서 당시 사단장이었던 맥아더가 미친 짓거리 당장 그만하라고 했던 일화는 유명하죠.
오카링
13/07/0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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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중국에선 서로 일렬로 서서 빵빵쏴대는 저런형태의 전투가 일어나지 않았죠?
설탕가루인형형
13/07/0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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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2발의 저런 머스켓티어 2천명을 상대하기 위해 머스켓티어 2천명을 양성하느니 농민 2만명 불러다가 창 하나씩 쥐어주는게 효율적일 것 같아요 -0-
13/07/03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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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서양식으로 군을 개편한 뒤에는 똑같이 저렇게 싸웠습니다. 청나라쯤 되면 워낙 나라 자체가 문제여서 군사력도 제대로 동원 못 하는 수준이었고요.
제랄드
13/07/03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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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예전에 잠시 취미 삼아 중세 배경의 소설(...)을 쓴 적이 있었던지라 중세~근대 전쟁 관련 자료를 제법 탐독했었죠. 그런데...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책 몇 권으로는 어림도 없더군요. 마침 주변에 이쪽에 통달한 분들이 계셔서 온, 오프라인을 통해 귀동냥을 좀 했었는데 무척 재미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의 아련한, 그리고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리게 해 주시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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