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4/08/13 23:13:48
Name edelweis_s
Subject [픽션] 빙화(氷花) 12 + 이야기
빙화(氷花)


“이런 야심한 시각에…….”

“…….”

“내게 어인 용무신가?”

차가운 밤공기를 타고 전해지는 날카로운 음성. 그 말소리에 스민 적대감을 느끼기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는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옆에 찬 검을 조심히 쥐었다.

“알아챘나.”

수풀 사이에서 엷은 음성이 들리며 누군가가 수풀을 헤치며 모습을 드러냈다. 야심한 밤에 자기를 미행하고 있는 것을 보아 적일 공산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작에 조금의 머뭇거림이나 주저함도 보이지 않는다. 고수다. 그는 긴장하며 검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아직… 수련이 부족한 모양이군.”

수풀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넓은 삿갓을 쓰고 허리에는 장도(長刀)를 차고 있었다. 달빛에 희미하게 비치는 풍채가 늠름하기 그지없다. 삿갓을 쓴 사람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발도했다. 쉬익. 잘 연마된 도신에 달빛이 반사 되어 날카로운 빛을 쏘아낸다.

“천장… 무림맹 비음(庇蔭). 빙화(氷花) 서지훈이라고 한다.”

삿갓을 쓴 자가 밝힌 이름을 듣고 그는 흠칫 놀랐다.

“빙화…! 네 놈이 그 악명이 자자한 암살자로구나.”

그는 냉소(冷笑)를 띄우며 번개같이 검을 뽑아들었다.

“놈! 내 오늘 네 손에 죽어간 동료들의 한을 풀겠다!”

그가 고함을 지르며 삿갓을 쓴 자에게 달려갔다. 그의 날카로운 공격에 삿갓을 쓴 자는 도를 들어 방어했다. 쇠끼리 부딪히며 새된 소리를 낸다. 서로의 병기에 반사된 달빛은 양자의 얼굴을 환히 비추었다. 흐읍. 두 사람은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 것은 휴식의 뜻이 아니라 새로운 공격을 의미한다. 그는 검을 들어 삿갓 쓴 자의 목덜미를 향해 휘둘렀다. 그 속도가 대단하여 한줄기 섬광이 날아드는 듯 했다. 하지만 삿갓 쓴 자의 반응도 그에 만만찮게 빨랐다. 삿갓 쓴 자는 다시 한 번 도를 들어 방어했다. 쨍. 푸른색 불꽃이 튀며 다시 한 번 사방을 환히 비추었다.

“이 놈, 도법(刀法)이 천하제일이라더니 허명이 아니구나. 하지만 내게는 안 된다!”

“…….”

그가 고함을 치며 손을 놀렸다. 하지만 날아드는 검을 방어하기도 바쁜 것인지 아무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는 조롱하듯 비웃는다.

“크핫! 대답할 여유도 없는……?”

순간 그의 의식이 끊겨버렸다. 눈앞이 칠흑 같은 장막에 가려져 간다. 몸이 나른하다. 어어, 앞에 적이 있는데. 그는 완전히 잠들기 전에 말 한마디를 들을 수 있었다.

“대답할 필요를 못 느껴서이다.”

******

“여어 처리했나.”

“아.”

서지훈은 어둠에 몸을 숨기고 있는 자를 발견해 빙화(氷花-서지훈의 애도)를 뽑으려다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만 두었다. 순간 인기척을 느끼고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던 심장은 금방 진정되었다.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자는 투귀지신(鬪鬼之神) 박성준이었다. 자신과 같이 자객(刺客)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그는 한 자루의 검병(劍柄)에 검신(劍身)이 두 개 붙은 특이한 형태의 병기를 사용했다. 즉 검병이 가운데 위치하고 양쪽으로 날이 튀어나온 기병이다. 특이한 병기를 다루는 만큼 그 공격을 막기가 쉽지 않고 엄청난 용력(勇力)과 술(術)을 이용해 휘두르는 것이라 받아내기 조차 쉽지 않다.

“오늘도 가뿐했지?”

“으음.”

서지훈, 박성준을 제외하고도 자객은 한 명이 더 있었다. 인광(燐光) 박태민. 알고보니 박태민은 예전에 조규남 밑에서 수련을 한 적이 있는 자였다. 잠시 문업을 하다가 정사대전이 일어나고 서생 노릇만 하고 있을 수 없어 자원하여 이 일을 맡은 것이다.

“인광(燐光-박태민)은 아직인가?”

“그런가보군.”

비음(庇蔭). 무림맹에서 이들과 같은 자객을 일컫는 명칭이었다. 비양팔조(飛揚八組)와 마찬가지로 정사대전이 일어나자 특별히 구성 된 것으로 사파의 요인을 암살하는 것이 주된 임무였다. 가끔은 포로가 된 아군을 구출하는 일도 하곤 했다. 비음이 문파의 요인을 암살한 다음에는 비양팔조가 그 문파를 덮친다. 대부분의 고수가 살해당한 문파는 무림맹 최대의 정예부대라고 할 수 있는 비양팔조에게 반항다운 반항은 해보지도 못하고 단숨에 무너진다. 애초에 비음이라는 것은 맹주 김창선이 의도 하지 않은 것이었다.

“…….”

그 때 서지훈이 맹주와의 대결에서 승리하자 맹주가 이렇게 말했다.

-일개 무사들 사이에서 썩히기엔 너무 아깝고, 그렇다고 조장직을 맡기자니 그에 걸맞는 나이와 명성이 없어 마땅치 않군.

그래서 결국 맹주가 한 제안이 이런 암살임무를 수행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감히 맹주에게 벌컥 화를 냈었다. 무인에게 더러운 수를 쓰게 할 셈이냐. 그러나 맹주는 그의 말을 크게 부정했다.

-누가 그러라고 했나. 비록 지금은 밀린다 하나 명색이 정파의 무인일세.

그리 말하면서 더러운 수를 쓴다면 오히려 자기가 용서치 않을 것이라 했다. 애초에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서지훈은 결국 암살 임무를 수행하는 비음이 되었다. 원래는 비양팔조에서 실전을 겪으며 실력도 기르고 비뚤어진 마음도 바로 잡으려 했었지만 고수들과 일 대 일로 겨루는 진검승부도 지오장에서 지겹게 했었던 대련과는 달리 배울 것이 무척 많았다. 첫 임무에서는 몸이 만신창이가 될 때까지 겨뤄서 겨우 승리했었다. 그렇지만 나날이 계속 되는 수련과 실전으로 인해 서지훈은 점점 강해졌다. 그 것은 비음의 다른 자객들도 마찬가지였다. 정파 무림맹의 비음은 천하에 그 위명을 떨치기 시작했다. 도를 이용한 공수가 완벽의 경지에 다다랐다는 빙화. 기형검을 사용하는 패도적인 공격이 돋보이는 투귀지신. 현란하고 빛과 같이 재빠른 창술이 마치 도깨비불 같다는 인광. 비음과 비양팔조가 다녀간 자리에는 사파 무사들의 시체만이 즐비했다.

“…….”

덕분에 초반 정파가 압도적으로 불리했던 전세는 이제 비등비등 한 상태였다. 무림맹 맹주 김창선의 탁월한 대처가 빛을 발한 것이다. 정파는 점령당했던 삼성류(三星流)를 되찾고 맹반격의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숨 돌리는 보통 이들과는 달리 비음과 비양팔조는 쉴 날이 없었다. 그들이 쉬고 있을 때에도 공격을 계속해 몰아쳐야 한다는 맹주의 생각 때문이었다. 덕분에 오늘도 이렇게 적의 수급을 베어야만 한 것이고.

“여어, 인광. 이제야 오는군.”

저쪽에서 어둠을 가르고 박태민이 나왔다. 날카로운 인상을 주는 얼굴은 어디에서 봐도 탁 튄다. 그들은 걸음을 옮겨 비양팔조가 머물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들이 임무를 완수했다는 소식을 전하면 다음날 아침 바로 진격해 들어갈 것이다.

“아참, 우리가 다음 갈 곳은 어디라고 했지?

갑자기 박성준이 말을 꺼냈다. 그에 박태민도 대답하지 못하고 서지훈에게 물음을 던졌다.

“아아. 아마도…… 태언장(太彦壯).”




******

에. 빙화 12가 끝을 맺었습니다. 빙화 12에서는 암살자가 되어 등장한

서지훈과 그새 변한 전세등을 설명하는 데 그쳤습니다.

도를 든 암살자. 당연히 바람의 검심에 히무라 켄신이 생각납니다.

태언장은 T1을 의미합니다. 역시 만만치 않은 곳이죠^^;;

다음부터는 진행속도를 빠르게 글을 쓸겁니다.

이제 빙화도 중반부인데 방학이 끝날 때까지는 꼭 완결을 내고 싶어서요.

빙화는 강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프로게이머들이 스타리그 우승을 꿈꾸며 끝없이 연습하듯이

빙화의 등장인물들도 강해지려 무던히 애를 씁니다.

서지훈은 그 강해진다는 것에 대해 무척 많은 고민을 하구요.

이제 지오장에서의 수련 때에 자신의 나약함에 대해 고민하던 서지훈은 갔습니다.

암살자가 되어서는 무슨 고민을 하게 될까요. 강함이라는 것에 대해...

<전격 예고 빙화 13>

거차부(巨車釜) 최연성의 암살을 맡은 박성준.
황제(皇帝) 임요환의 암살을 맡은 박태민.
악마(惡魔) 박용욱의 암살을 맡은 서지훈.

엄청난 고수들 앞에 역경을 겪게 되는데...

신빙성 99%. 안 믿으신다면 edelweis_s 울겁니다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4/08/14 00:00
수정 아이콘
하하^^;;
그나저나 저번편이랑 연결이 하나도 안돼요;;ㅠㅠ
그 김창선님과 1:1 맞장은?
edelweis_s
04/08/14 00:12
수정 아이콘
김창선과의 1:1 맞장 생략한 겁니다. 그 후로 암살자가 되기 위한 여러 훈련도 생략. 그리고 유명해지기까지의 여러 과정도 생략. 모두 생략이죠-_-;;
blue wave
04/08/14 00:13
수정 아이콘
잼있네요..^^
정말 성의가 대단하십니다. 너무 감사하게 잘 보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암살단의 승부가 기대되는군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890 [펌] 지하철 공무원 실태...... [26] 쫌하는아이.5387 04/08/14 5387 0
6889 [픽션] 빙화(氷花) 12 + 이야기 [3] edelweis_s3089 04/08/13 3089 0
6888 가위바위보 싸움의 정의? [10] 레드썬3005 04/08/13 3005 0
6885 [대세] 삼종족의 대세를 알아보자 - 제 3 편 프로토스 [18] 헝그리복서4641 04/08/13 4641 0
6884 [대세] 삼종족의 대세를 알아보자 - 제 2 편 테란 [18] 헝그리복서4555 04/08/13 4555 0
6883 [대세] 삼종족의 대세를 알아보자 - 제 1편 저그 [16] 헝그리복서4310 04/08/13 4310 0
6882 e스포츠관련 잡담성 의견및 웹검색 결과 몇개(긴 글) [4] 마젤란 Fund3677 04/08/13 3677 0
6881 요세 카스를 하는데요..(잡담) [7] POPS3110 04/08/13 3110 0
6880 역시 ** 하면 누구누구야... [38] ZetaToss4004 04/08/13 4004 0
6879 초 잡담. [4] edelweis_s3280 04/08/13 3280 0
6878 WCG예선 4강 서지훈 Vs 전상욱 전상욱 2:0승 이재훈 Vs 김근백 이재훈 2:1승 결승 전상욱 Vs 이재훈 3,4위전 서지훈 Vs 김근백 [111] KilleR5784 04/08/13 5784 0
6877 [MSL 후기] 강민, 압박하라. [53] 이직신5369 04/08/13 5369 0
6876 어제 박용욱vs강민전 경기 평가(스포일러 아주 듬뿍;) [30] swflying5270 04/08/13 5270 0
6875 혈액형으로 사람을 판단한다고? [22] 총알이 모자라.4909 04/08/13 4909 0
6874 맵핵의 추억 [11] 소유3365 04/08/13 3365 0
6873 [잡담] 바람의 파이터 보러 갑시다.(스포일러 있을 수 있음) [13] i_random2810 04/08/13 2810 0
6871 그대의 꿈 이미 내손안에 있다 [19] 최연성같은플3005 04/08/13 3005 0
6870 pgr21 운영자분들께 건의 합니다..!!! [21] PowerToss2997 04/08/12 2997 0
6869 [픽션] 빙화(氷花) 11 [3] edelweis_s3304 04/08/12 3304 0
6868 WEG.선수선발 [42] 결명자4387 04/08/12 4387 0
6867 악마 vs 괴물 DREAM FINAL 제3탄 SK잔치 [29] 초보랜덤6279 04/08/12 6279 0
6865 업무 중 받은 스타 관련 마케팅 제안 [7] amoelsol3152 04/08/12 3152 0
6864 이제 스타농담의 시대는 간것인가.. ㅠ.ㅠ [13] 네오크로우3492 04/08/12 3492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