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12/08/23 19:10:32
Name wizard
Subject 우정호
나는 KT빠돌이다.
게시판에서 참 많이도 싸웠다.

KT는 바보팀. 육성이 개판이다
-> 우정호를 봐라

KT는 이영호 원맨팀. 없으면 리그꼴지다.
-> 우정호를 봐라

KT는 토스가 구리다. 케텝토스라는 명칭도 있다.
-> 우정호를 봐라

그는 게시판에서 싸움이 났을때 내가 말할수있는 간단하고 명확한 답이었다.

--------------------------------

한때 나는 프로게이머 지망생이었다.종족은 프로토스.
나름 꽤 선전했다고 생각한다. 온라인상에서 난다긴다 하는정도는 아니였지만
어느정도 승률은 나왔고 사설서버에서도 탑랭커는 아니었지만
랭커와 붙어서 가끔 이기기도 하는 뜬금포를 가진 게이머였다.

전형적인 사파. 각종 날빌. 리버 캐리어 템플러 류의 마법유닛과 도망자 토스
지형지물 다양한 드랍과 견제로 유리한겜은 역전당했다 재역전하고
불리한 게임은 끝까지 물고늘어자 근성으로 따라잡는 스타일의 게이머였다.

--------------------------------

우정호는 화려하지 않다. 그는 전형적인 길러진 프로토스였다.
단단한 기본기 묵직한 체제전환. 정찰 후 선수비. 상대에 맞춰가는 플레이.
그는 보기엔 재미없지만 찌르고 들어가기 어려운 단단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였다.

--------------------------------

그리고 뜬금포를 터트리는 선수였다. 누구나 아니다라고 생각할때 들어가는 날빌.
아비터가 대중화 된 이후로 누구보다 부드럽게 캐리어를 꺼낼 수 있는 프로토스

그런 그는 초반에 연패했다. 우필패 소리를 들어가며 나오는 그는 나올때마다 졌다.
그리고 어느날부터 이기기 시작했다. 연습실에서의 실력이 나오며 그는 리그정상급
프로토스가 되었다.

--------------------------------

더 이상 이영호 원맨팀 케텝토스 먹티에프는 없었다.
우정호를 우산삼아 커진 김대엽은 리그 세손에 접히는 토스가 되었고.
이영호 우정호 김대엽 쓰리펀치의 위력은 콩댄스의 저주를 풀어주는 해답이 되었다.

우정호 김대엽 박재영 프영호 4토스가 돌아갔을때 리그 최고의 토스팀은 KT라고
당연히 주장했다.

--------------------------------

그렇게 KT는 날아올랐다.
이영호를 필두로 수많은 잔펀치들이 올때까지 묵묵히 버텨준 우정호는. KT팬이라면
이영호보다 더욱 고마운 존재일수 있는 선수였다.

--------------------------------

최근 프로리그를 마지막으로 본건 몇달 되었다.
신경은 쓰지 않고 있었고 우정호는 다시 일어날 것이라 생각했다.
이곳 저곳에서 듣기로 스타2에서 그랜드마스터란 얘기도 들었다.

외근을 나왔다 동생에게 카톡으로 메세지가 왔다.

"형 우정호 죽었대"

--------------------------------

슬프고 답답하고 그런 격렬한 감정의 파도가 오기보단
안타깝고 멍했다.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프로토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고 사파도 정파도 아닌. 든든한 기본기를 무기로 밸런스가 잘 잡힌 준수한 토스
내가 원하던 모습을 재현해서 KT의 토스난을 해결하고 KT의 우승난을 해결해준 선수.

무언가를 말하려 했는데 차마 말을 하기가 어려웠다.
무언가를 쓰려 했는데 무얼 쓰기가 어려웠다.

정신도. 업무에 바뻐서 시간도 나지 않았다.

--------------------------------

퇴근시간이 다 되어 "어젯 저녁 트위터"라는 게시글 하나를 보았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안타깝다.

그는 좋은 선수다.. 최소한 나에게는
강민 박정석 김택용보다 못하지 않은 선수다. 그는 살림꾼이다. 재능을 바탕으로 노력하는 선수다.
나에게 근성이란걸 보여주었다. 패배해도 이길때까지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신에대한 긍정을 바탕으로 결국엔 내가 성공한다 라는것을 증명해 보였다.

무언가를 써야할 것 같은데 너무 아쉽고 안타깝다.
무얼 써야할지 모르겠다... 솔직히 너무 답답하고 아쉽고 안타깝고 슬프고 뭐라 말할수 없이 비참하고..


멘탈을 놓쳐버린 한명의 KT팬이 우정호 선수에 대한 생각과 기록을 남겨 봅니다.
나오는데로 생각없이 써서 존칭은 생략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2/08/23 19:20
수정 아이콘
하아..

KT팬분들은 다들 저만큼 허망할거라고 생각됩니다..

진짜 개인적으로 말은 못하고 있었지만, 언젠가는 지금의 허영무를 뛰어넘는 대선수가 될거라고 기대했었거든요..

우정호가 살아나면서 먹티가 KT가 되었는데.. 라이벌 T1에게 강해서 더더욱 제가 아꼈던 선수입니다..

그런데 막 포텐이 터질려고 하자마자... 신은 그를 데려갔습니다..

신한은행 프로리그 09~10 결승전 1세트에서 고인규와 경기가 기억에 남네요..

2009년 5월쯤이었나 우정호라는 KT신인이 김택용을 때려잡은 경기도 기억나고요..

그냥 다 허망하네요..
후란시느
12/08/23 20:02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우정호 선수 없었으면 KT라는 팀컬러가 이영호 선수 한 명의 것이 되었을지도 몰랐을텐데 말이죠.
겜알못
12/08/23 20:36
수정 아이콘
KT팬으로써 우정호선수는 절대 안좋아할 수가 없는 선수였죠. 저도 지금 정말 허망합니다.
12/08/23 23:04
수정 아이콘
t1팬인데 우정호선수 만큼 싫은선수가 없을정도로 진짜 잘했었는데... 복수할 기회도없이 그냥 허망하게 가버리네요.
12/08/23 23:50
수정 아이콘
소식을 듣고도 실감이 나지 않아 하루종일 멍한 상태였는데 이 글을 읽으며 기어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무슨 말을 더 해야할지도 모르겠네요.
12/08/24 10:05
수정 아이콘
아...슬퍼질까봐...안타까워질까봐
우정호 선수 관련글 안보고 있는데...
역시 괜히 읽었네요 너무 마음 아픕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8348 e-Sports 연맹, 옥션 올킬 온게임넷 스타리그 2012 출전 유보 [325] 엘더스크롤9331 12/08/24 9331 25
48347 스타리그, MSL, 프로리그... [2] liuxiang4959 12/08/24 4959 4
48346 Team Azubu 홈페이지를 소개합니다. [32] 뚫훓쀓꿿삟낅5284 12/08/24 5284 0
48344 나이스게임TV는 NLB의 정체성을 고민해야 할거 같습니다. [27] 마빠이5785 12/08/24 5785 0
48343 마모씨보다 수백배는 나쁜 전 프로게이머도 있군요.. [51] Leeka9513 12/08/24 9513 0
48341 CLG.EU VS Najin Sword 썸머 시즌 라인별 비교 [30] Leeka5634 12/08/24 5634 0
48339 GSL이 바뻐서 못나가겠다고요? 해외리그는 어쩌시려고 [28] 어강됴리7883 12/08/24 7883 0
48338 당신들이 무슨 권리로 그들의 대회 참가여부를 결정합니까.. [16] 윤하6135 12/08/24 6135 0
48337 블리자드의 선택이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22] 타테시7082 12/08/24 7082 1
48336 다음 주 배틀로얄에 iG의 상대로 Azubu Blaze가 등장합니다. [31] 실루엣게임5724 12/08/24 5724 0
48335 스타 2, 왜 케스파는 안되는가... [16] shasty6641 12/08/23 6641 3
48334 우정호가 떠난날에 이스포츠까지 죽일려는 협회 [48] 호나우당직™7318 12/08/23 7318 0
48333 케스파에게 뒤통수 맞은 MLG. 케스파에게 있어서 협약의 의미는? [58] 이카루스6390 12/08/23 6390 1
48332 새로운 스타는 어디로... 곰TV는 어디로... KeSPA 선수들은 어디로... [65] 워크초짜11617 12/08/23 11617 4
48330 팀리퀴드 메인에 우정호 선수 공식 추모글이 올라왔네요 [7] ez2boy7538 12/08/23 7538 0
48329 우정호 [6] wizard6111 12/08/23 6111 2
48327 2012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WCS) 한국 대표 선발전 - 승자조 4강 [84] kimbilly5520 12/08/23 5520 0
48326 정말 케스파가 일정 때문에 GSL출전 불가를 통보했을까요? [82] ramasal6443 12/08/23 6443 3
48325 NLB Summer 2012 4강 패자전 Hope vs Tempest #1 [84] 키토4305 12/08/23 4305 0
48323 한국e스포츠협회 소속 선수 GSL Season 4 Code A 예선 불참 공지 [107] EVERGREEN9314 12/08/23 9314 2
48322 [LOL] 우리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79] 잊혀진꿈6150 12/08/23 6150 1
48321 우정호 선수 빈소에 다녀왔습니다. [19] 내게다시7312 12/08/23 7312 0
48320 하.... 우정호 선수 결국 하늘나라로 떠나셨네요..... [17] 민머리요정6369 12/08/23 6369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