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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2/31 20:51:39
Name Lilliput
Subject 스타크래프트2가 나아가야 할 길은?
:: RTS 게임의 딜레마 ::

실시간 전략 게임은 전쟁을 모방한 게임입니다. 그래서 RTS 게임에서도 전력 차이에 따른 전투력 손실률을 설명하는 란체스터 법칙이 적용됩니다. 이 법칙에 따르면, 강자와 약자가 전투를 벌이면 원래 전력 차이의 제곱만큼 전력 격차가 더 커집니다. 즉, 전투를 거듭할수록 강자는 상대적으로 더욱 강해지고, 약자는 더욱 약해지지요.

란체스터 법칙이 지배하는 RTS 게임에서 수비는 최고의 전략입니다. 공격자와 수비자 모두 병력 생산량이 같고, 한 유닛으로만 맞붙는다고 가정합니다. 수비자는 병력 충원 속도가 빨라 수적 우위를 보이는 상태에서 지형적 이점까지 챙깁니다. 이런 싸움에서는 공격자가 패퇴할 수밖에 없으며, 이 차이는 전면전으로 메꾸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일합에 승부가 갈리는 게임이라면, 신중하게 한 방을 모아서 상대를 치는 것이 좋지요.

문제는 이런 게임이 별로 재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서로 치고받는 전투가 많이 일어나야 팬들은 열광합니다. 황제와 폭풍, 투신이 팬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그들의 공격성 때문이며, 전투가 많이 일어나는 경기가 명경기로 기억되었습니다. 게임 역시 전투가 많이 일어나야 게이머들로부터 찬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낭만 시대는 전투가 가장 빈번히 일어났던 시기이며, 수비형이 등장하자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는 점점 시들해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개발자는 수비자의 유리함을 어떻게 하면 거스를지 고민해야 합니다.


:: 해법 1 - 확장과 테크트리 ::

개발자들의 해답 중 하나는 확장과 테크입니다. 게이머는 확장과 테크에 투자하여 각각 병력의 양과 질을 끌어올림으로서 상대보다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병력에 들어갈 비용의 일부가 여기에 들어가야 하며, 병력 충원이 더뎌집니다. ‘공격자’는 수비자가 잠시 약해진 찬스를 놓치면 더욱 강해진 상대의 공격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확장이나 테크에 투자한 ‘수비자’를 치러 옵니다. 이때의 ‘수적 우위’는 공격자의 것이며, 수비자는 지형의 이점을 믿고 방어해야 합니다.

그런데 ‘공격자’자 굳이 공격이라는 불확실성에 기댈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도 확장을 가져가거나 테크를 올리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공격으로 상대에게 줄 피해가 미미한 상황이라면 무조건 따라하는 게 이득입니다. 하지만 ‘따라 하기’가 빈번하게 일어나면 전투는 그만큼 덜 벌어지게 되며, 게임의 재미는 떨어집니다.

다른 방법으로 전투가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원을 확장과 테크에 투자하면 상대에게 매우 높은 확률로 뚫리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 경우는 아무도 확장이나 테크를 올리려 하지 않습니다.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이 스타크래프트의 저저전입니다.

그래서 개발자는 한 쪽이 테크나 확장을 올릴 때, 어느 한쪽으로 심하게 유리하지 않도록 게임을 만들어야 합니다. 수비라인이 뚫릴 듯 말 듯 하도록 밸런스를 맞추면 더욱 좋습니다.

테크는 그 아슬아슬한 부분을 맞추는 것이 까다롭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동기 부족입니다. 양쪽 모두 테크를 올려서 대치 양상으로 가더라도 공중 유닛을 활용한 견제로 최소한의 공격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정찰 차단으로 인한 수비 유리입니다. 공격자는 수비자의 입구에 서 있는 소수 병력만으로는 수비자의 상태를 파악할 수 없습니다. 본진 안에 상위 테크 건물이 건설 중인지, 자신만큼 많은 수의 병력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특별한 정찰 수단이 없는 한 붙어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이게 함정이라면 공격자에게 무조건 손해이고, 함정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공격이 큰 피해를 주지 못하고 막힐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본진이 폐쇄적인 게임에서는 테크가 중간 단계까지는 잘 올라갑니다.

테크와 확장만으로는 게임의 재미를 끌어올리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것만으로 전투가 잘 일어나게 하려면 비슷한 러쉬 거리, 비슷한 넓이의 본진 입구 등 여러 조건이 비슷한 맵이 양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맵이 많아지면 그 게임의 롱런은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비슷한 구조의 맵에서 계속 싸우다 보면, 게이머들은 변화가 별로 없는 게임 양상에 지겨워지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확장팩을 발매함으로서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발자들은 조금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 해법 2 – 종족과 종족 특성 ::

이들이 내놓은 해답 중 하나는 종족과 종족 특성입니다. 종족 개념은 현재 RTS에서 안 쓰이는 게임이 없을 정도로 꼭 필수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종족이 많을수록, 종족의 특성이 강할수록 게임의 양상은 다양해집니다. 이것만으로 게임이 지겨워지는 시점을 제법 뒤로 밀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 개발자들은 종족 간 밸런스라는 새로운 숙제를 떠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적정 수준의 확장 및 테크 비용을 찾는 것 또한 종족이 늘어나면서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스타크래프트는 이 난제를 해결한 몇 안 되는 게임입니다. 그것도 라바 생산 시스템을 처음으로 선보이면서도, 밸런스 맞추는 것은 물론 전투도 잘 이끌어내는 먼치킨스러운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스타크래프트의 모범 답안은 세 종족에게 ‘강함에 반비례한 빠름’을 주는 것입니다.

테란은 강합니다. 하지만 느립니다.
저그는 빠릅니다. 하지만 약합니다.
프로토스는 테란과 저그의 중간 즈음에 있습니다.

종족전에서는 이 특성 때문에 ‘강한 자’와 ‘빠른 자’의 대결을 만들어냅니다.


:: 강한 자와 빠른 자 ::

강한 자의 특권은 동규모의 빠른 자와 붙으면 대부분 이긴다는 것입니다. 이 경향은 양 쪽의 부대 규모가 커질수록 더욱 심해집니다. 대신에 빠른 자는 자신이 원할 때 싸울 수 있으며, 전투 중에 자유롭게 퇴각할 수 있습니다. 유닛만이 덩그러니 남겨진 들판에서는 빠른 자가 강한 자보다 강해질 때까지 싸움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빠른 자가 싸움을 일으키는 권한을 쥐고 있지만, 이 권한을 쓰면 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 게임에서는 둘 간의 싸움이 잘 일어납니다. 스타크래프트의 승리 조건은 상대 건물을 모두 부수는 것이며, 건물은 거의 대부분 움직이지 않습니다. 강한 자가 빠른 자를 따라잡지는 못해도 빠른 자의 기지를 칠 수는 있습니다. 빠른 자가 강한 자와 같은 자원을 먹고 같이 테크를 올리면 이 공격을 막기가 어렵습니다. 빠른 자는 어떻게든 강한 자가 들이닥치기 전에 최소한 강한 자만큼 강해져야 합니다. 그 해법이 바로 초반의 빠른 확장입니다.


:: 1단계 전투 ::

1단계 전투는 빠른 자가 초반에 확장을 빨리 가져가고, 강한 자는 이를 응징하기 위해 러쉬를 올 때 발생합니다. 보통의 러쉬는 빠른 자가 비교적 수월하게 막아내는 편입니다. 강한 자는 유닛 1~2기만 있을 때는 그리 강하지 않고 빠르지도 않아서 빠른 자가 수비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집니다. 그렇다고 마음을 놓기에는 강한 자의 강수에 크게 피해를 입을 수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강수로는...

1) ‘빠름’ 끌어올리기
생산 건물을 빨리 짓거나 본진 밖에 지어서 병력 충원 속도를 끌어올립니다.

2) ‘강함’ 끌어올리기
전투 유닛에 무언가를 곁들이는 방법입니다. 여기엔 일꾼, 방어용 건물이 해당하며, 생산 건물을 많이 지어서 전투 유닛의 수를 대폭 늘리는 것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면에 강한 자가 확장을 가져가면, 빠른 자는 발 빠른 러쉬로 강한 자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1.08 패치 이후에 수비형이 등장한 이유 중 하나는 빠른 자의 이 부분을 너프했기 때문입니다. 스포닝 풀 가격, 히드라 발업 비용, 러커 변태업 비용, 드라군 생산시간의 증가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빠른 자가 물량의 힘으로 강한 자보다 강해진다면, 그 즉시 강한 자에게 싸움을 걸어 이길 수 있습니다. 빠름의 차이가 심하면 전멸도 가능하며,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더라도 추격하여 상대에게 피해를 누적시킬 수 있습니다. 강한 자는 찌르기로 별 피해를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무리하지 않고 병력을 빼는 것이 현명합니다.


:: 2단계 전투 ::

빠른 자는 멀티 활성화에 자원을 일정 부분 투자해야 하므로 테크가 늦게 올라갑니다. 강한 자의 이 점을 노려 테크를 중간 정도로 올립니다. 이 2차 러쉬가 출발할 때 2단계 전투가 벌어집니다.

2단계부터는 빠른 자의 병력도 활동합니다. 대개 입구에서 빠른 자의 정찰조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강한 자의 공격 타이밍은 빠른 자가 테크를 중간 정도까지 올리기 전이며, 그때까지의 공백을 방어용 건물 등의 도움으로 버팁니다. 저그는 빈집과 추가 병력을 위협하며, 프로토스는 초반의 사거리와 기동성 우위를 활용한 무빙샷으로 강한 자를 상대합니다. 그러고 보면 빠른 자의 전술은 선발대를 활용하여 상대의 진출 병력을 상대적으로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여기에 당하지 않으려면, 강한 자는 대비를 충분히 하고 진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테저전에서 메딕과 파이어뱃을, 테플전에서 벌쳐의 마인과 탱크를, 저플전에서 질럿 공업 혹은 발업을 하고 진출하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간혹 공격자가 빠른 자의 선발대를 무시하는 전술을 쓸 때도 있습니다. 대개 공중 유닛을 빠르게 확보하여 상대에게 피해를 주는 형태입니다. 각종 드랍류와 커세어와 레이스의 오버로드 사냥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 3단계 전투 ::

이 시점부터는 빠른 자가 중간 테크의 유닛을 확보하면서 힘과 기동성을 얻습니다. 강한 자는 수에서 밀리기 때문에 수비해야 할 타이밍이며, 최종 테크 유닛을 확보하면서 확장도 같이 가져갑니다. 이렇게 강함을 극도로 끌어올립니다.

빠른 자는 강한 자의 진출을 억제하면서 확장을 가져갑니다. 이 확장은 나중에 있을 강한 자의 한방 러쉬를 버티게 하는 근간이 됩니다. 진출을 억제하는 방법은 뮤탈로 대표되는 빠름과 러커로 대표되는 강함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테플전에서 프로토스는 셔틀에 탄 힘센 유닛이 빠름과 강함을 모두 커버합니다. 아비터는 최종 테크 유닛이지만 주력 병력의 생산에 큰 지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중간 테크 유닛처럼 활약할 수 있습니다.

하늘을 이용한 빠른 자의 견제 유닛들은 강한 자의 약점을 파고들어 피해를 입히고, 강한 자가 방어 타워에 돈을 쓰도록 강요합니다. 이런 방법으로 빠른 자는 강한 자의 한방 러쉬 타이밍을 늦춥니다.


:: 4단계 전투 ::

강한 자가 힘을 키우고, 빠른 자의 공중 유닛의 견제에 대항할 수단을 확보하면, 진출을 시작합니다. 빠른 자가 최종 테크를 확보하면 강한 자는 병력의 질이나 양이나 기동성이나 앞서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강한 자는 그 전에 큰 피해를 줘야 합니다.

이 시기의 강한 자의 러쉬는 일명 한방 러쉬라고 불립니다. 이 한방 러쉬는 스타크래프트의 백미 중 하나입니다. 강한 자는 빠른 자의 본진으로 들이닥치기 위해 빠른 자와의 전투가 거듭 벌어집니다. 빠른 자는 엄청난 물량으로 유리한 전장을 선점하면서 이 러쉬를 버텨냅니다. 대개 빠른 자가 싸우기 유리한 전장은 병목 지점과 센터로, 학익진을 쓰기 유리합니다. 이런 곳을 저지선이라고 부릅니다. 일반적인 힘싸움 맵에서는 저지선이 총 3군데(강한 자 앞마당 – 센터 – 빠른 자 앞마당)입니다. 소로형 맵은 이보다 저지선이 더 많아 빠른 자의 버티기가 더 용이합니다.

빠른 자는 확장이 많기 때문에 소모전만 벌여줘도 유리하며, 강한 자는 전투에서 이겨 빠른 자를 다음 저지선으로 밀어내야 합니다. 이 타이밍에 강한 자가 견제에 성공한다면 빠른 자의 힘을 제법 빼놓을 수 있습니다.

강한 자가 빠른 자의 앞마당까지 들이닥치면, 빠른 자는 마지막으로 결사 항쟁을 벌입니다. 강한 자가 상대의 남은 병력을 정리하면, 빠른 자의 최종 테크 유닛이 나와도 각개격파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에 빠른 자의 잔여 병력이 갓 나온 최종 테크 유닛과 합세하여 강한 자의 병력을 몰아내면 5단계 전투로 돌입합니다.


:: 5단계 전투 ::

이 단계까지 오면 빠른 자의 병력의 질은 강한 자 만큼이나 높아집니다. 대신에 본대 병력의 기동성 역시 강한 자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이 단계까지 오면 확장을 많이 가져간 쪽이 유리하기 때문에, 빠른 자는 5단계 전투에 돌입할 때부터 주도권을 쥡니다. 낭만 시대에서 이 타이밍은 강한 자에게 거대 쓰나미가 들어닥치는 때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이 문제를 피지컬을 통한 동시 견제를 통해 난관을 헤쳐나가고 있습니다.

이 5단계 전투가 주야장천 일어났던 경기로는 이영호 선수와 김윤환 선수가 투혼에서 맞붙은 대결(2010.01.01 EVER 4강 1회차 3세트)이 유명합니다.


:: 낭만 시대 5단계 전투 모델 ::

이처럼 두 종족의 빠름과 강함의 차이가 분명할 때 벌어지는 전투 양상을 낭만 시대를 기준으로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누어봤습니다. 이걸 “낭만 시대 5단계 전투 모델”이라고 명명합시다. 이 모델에서 설명한대로 게임을 만든다면 강한 자의 총 3번의 러쉬, 빠른 자의 총 2번에 걸친 반격, 양쪽 모두 한방 러쉬로 가장 뜨거워지는 4단계 등, 낭만 시대에 버금가는 박진감을 불러일으키리라 생각합니다.

이 모델로 놓고 봤을 때, 수비형 양상에서는 1, 2단계에서 전투가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10분이 조금 안 되는 기간 동안 게임이 적막에 휩싸이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앞마당 방어를 어렵게 만들어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반의 테란은 저그에게 너무 세며, 프로토스는 저그에게 별로 강하지 않습니다. 빠름과 강함의 관계를 생각할 때, 테란이 초반에 저그에게 센 정도가 줄어들어야 하며, 프로토스는 그 반대입니다. 그런데 스타크래프트는 1.5티어 유닛이 하나밖에 없고, 공격 속성과 방어 속성에 따른 데미지 감소율이 고정되어 있습니다. 밸런스와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엔 구조적인 제약이 강하게 걸려 있습니다.

그런데 스타크래프트 2에는 낭만 시대의 재현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속성에 따른 추가 데미지는 고정 비율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유닛마다 자유롭게 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1.5티어 유닛은 세 종족 모두 두 종류입니다. 확장팩이 두 번 남았으니 기존 유닛의 스킬을 삭제하거나 새로 추가하는 과감한 시도도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유닛들은 존재 자체가 삭제될 판인데 스킬쯤이야... 유저들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겁니다.


:: 테플전의 미스터리 ::

‘두 세력의 빠름과 강함이 명확할 것’
테플전은 이 명제를 반만 지키고 있습니다.

프로토스는 테란 상대로 빠른 확장을 잘 하지 않습니다. 치즈 러쉬에 밀리기 때문입니다. 프로토스의 별동대와 벌쳐 다수가 만나면 벌쳐가 이들을 싸먹고 마인을 심은 후 도망가기도 합니다. 탱크가 적게 섞인 테란과 드라군이 많은 프로토스가 붙으면, 드라군은 무빙샷으로 테란 병력을 농락합니다. 프로토스의 병력의 공백이 별로 보이지 않았고, 확장도 별로 안 먹었는데도 어느새 아비터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저그가 하이브를 올릴 때까지는 타종족보다 많은 확장을 먹어야 하는 반면, 프로토스는 테란보다 하나만 더 먹어도 할 만합니다. 다른 종족전은 최종 테크 유닛이 승패를 좌지우지하지만, 테플전은 캐리어를 제외하면 3티어 유닛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테플전은 정말 재미없어야 하겠지만, 그래도 재미있습니다. 일단 앞서 설명한 예외 상황이 제법 있긴 하지만, 기동성은 거의 대부분 프로토스의 우위가 맞습니다. 벌쳐가 지상 유닛 중에 가장 빨라봤자, 테란의 진군 속도는 시즈탱크가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5단계 전투 모델 양상이 반 정도는 나타납니다.

그리고 테플전에는 하는 입장이나 보는 입장이나 맘 놓을 수 없는 희대의 변수가 둘 있습니다.

‘마인과 스캐럽’

마인은 대박이 날지 역대박이 날지 모르는 유닛이며, 스캐럽은 터지냐 안 터지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립니다. 얘들이 터지느냐, 안 터지느냐, 혹은 어디서 터지느냐에 따라 승패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RTS 게임의 재미는 상성과 테크트리, 확장과 물량, 빠름과 강함의 차이 같은 것에서만 오는 것이 아닙니다. 마인과 스캐럽 같은 운적 요소, 다른 게임들의 영웅 및 레벨 업 시스템 등으로 RTS의 재미를 배가시킬 수도 있습니다. 혹은 우리가 이때까지 생각해보지 못한 방법이 어느 순간에 혜성처럼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2가 단순히 스타크래프트의 장점을 잘 계승한 게임에 그치는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기존에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재미도 즐길 수 있는 그런 게임이 되었으면 합니다. 지금은 수비형이 정착된 스타1보다 이상해진, 종족전에서의 빠른 자와 강한 자의 관계부터 다잡아야 하겠지만요.


그리고 모두들 Happy New Year~


- P.s : 이 글을 쓰는 데 연우님이 5~6년 전에 쓰신 칼럼들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쯤에서 다시 느끼는 연우님의 위엄...
- P.s 2 : 한글 문서로 7페이지가 넘어가는 글은 생전 처움 써 봅니다. PGR 시작한 지 거의 9년, 드디어 풍월을 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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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데드네버다��
11/12/31 20:58
수정 아이콘
스2는 정말 프로토스를 상대로 가져갈 수 있는 변수가 무척이나 적죠. 드랍플레이 같은 경우도 스1에 비해 훨씬 막기가 수월하고...

스1은 오늘 김정우vs김택용에서 인구수가 80 vs 140 정도로 벌어졌을 때에도, 이건 어떻게 옵져버를 잘 잡고 하이브 가서 난전하면 역전할 수도 있겠다라는 느낌이 들지만(물론 상대가 김택용이면 택도 없겠지만), 스2는 그냥 저그가 '쪼끔' 불리해지는 순간 그냥 바로 경기 꺼도 결과는 알 수 있죠. 승률은 괜찮을지 몰라도, 재미는 정말 없습니다.
지게로봇
11/12/31 21:00
수정 아이콘
스2의 밸런스의 절대화두는 저의 존재유무일듯...
블느님께서 절 어떻게 손봐주시느냐에 따라 밸런스가 확 바뀔듯....
하지만 없애지만은 말아주심이.....
그대가있던계절
11/12/31 21:04
수정 아이콘
지게로봇과 해병허리 돌리기가 있는이상 방송은 안봅니다. 제가 있는 ell 수준에서야 잘하는 사람이 이기지만 프로들은 아닌거 같네요.

나엘의 너프역사처럼 테란도 공허의 유산 쯤 가서야 너프로 인해 비슷해지려나 모르겠네요.(프로기준)
스키너
11/12/31 21:05
수정 아이콘
저는 개인적으로 테란의 의료선 드랍과 저그의 뮤탈리스크가 게임을 보는 입장에서 참 짜증나더군요. 스1에서처럼 소수(고급)유닛으로 대처가 거의 불가능하기 떄문에 상대종족의 주병력 전체가 우왕좌왕하게되고, 그걸 보는입장에서 짜증이 막 나더군요...

개인적으로 스1 즐겨보시던 분들이 스2를 접하게 되면 가장 재미없는거같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대체 병력움직임이 왠지 모르게 엄청 답답해 보인다라는게 아닐까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저는 답답하더군요;;
래토닝
11/12/31 21:42
수정 아이콘
유닛고밀도 뭉치기 ㅡ 언덕 판정 절실합니다
11/12/31 21:43
수정 아이콘
이 글을 보고 댓글을 읽다보니 궁금해지는 점이 있는데요.
저 같은 경우 스2 경기를 챙겨보진 않고.. 정말 가끔 곰티비 라이브가 뜬다거나 임요환 선수가 나올 때만 보고 반면 스1은 꾸준히 챙겨보는 유저입니다.
제가 본 경기가 기껏해야 20~30경기 내외일텐데.. 대부분의 경기를 보면 주력병력 간의 교전 한번에 게임이 갈리는 경우가 많았..던 거 같더라구요. 게임을 잘 몰라서 교전 상황을 파악하기도 힘들기도 하지만서도 흔히 스타 1의 저프전 혹은 저테전에서 나오는 극 후반의 정신없는 난전이 스2에서도 종종 나오나요~?
리멤버
11/12/31 21:51
수정 아이콘
저도 뭉치는 현상 좀 개선해줬으면 합니다. 블리자드는 하는 사람이 더 편하기 때문에 아직 개선 의지가 없다고 했습니다만 보는게임으로 더 흥행하려면 개선이 필요해요. 뭉친병력이 이동하는 모습은 정말 안타까워요. 제가 예전에 썻던 글 링크해볼게요.
http://www.playxp.com/sc2/forum/view.php?article_id=2766172
11/12/31 22:41
수정 아이콘
뭉침 현상이 보는 게임으로의 흥행에 영향을 끼치는가...는 좀 회의적입니다. 덜 뭉친다고 안볼 사람이 보는 것도 아니고, 요즘에 와서는 화면 전환이 계속 이루어지고 인터페이스 화면을 없앤 풀화면으로 해도 한 화면에 다 안들어오고 쉴새없이 마이크로 컨트롤을 해대는 대규모 교전이 종종 나오는 마당에 비중도 크지 않고 길게 나오지도 않는 병력 이동 모습에 큰 의미를 두긴 좀 그런 거 같습니다. 뭐 좀 부풀려 보이면 좀 더 멋져보이긴 하겠죠. 하지만 그렇게 바뀐다고 해서 시청에 큰 영향을 끼칠까..엔 고개를 갸웃하게 되네요. 새로운 시청자를 위한다기 보다는 기존 시청자 일부가 느끼는 아쉬움을 해소한다는 느낌? 그 정도에 이득에 그치는 반면에 플레이 하는 입장이나 만드는 입장에선 밸런스 설계를 다시해야할 정도로 게임이 바뀔 거 같기에 제작자들이 섣불리 손을 대고 싶지 않아하는 거 같네요. 다만 제 개인적인 입장에선 뭉침현상이 특정 종족에 너무 유리하게 작용하는 거 같아 좀 불만이긴 합니다. 해병들이 똘~똘~ 뭉쳐서 다니는 거 보면 정말 화딱지가 나거든요.
11/12/31 23:12
수정 아이콘
최근 밸런스는 욕먹을 정도는 아닌거 같구요. 맨날 밸런스로 싸우는 xp에서도 dk글은 많이 줄어 들었으니...크크
게임적으로는 테프전 메카닉을 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게임이 더욱 재미있어 질것 같고, 순삭전투를 어떡해
없애냐가 관건이라고 보네요. 가장 큰 문제는 배틀넷 시스템이라고 봅니다. 1인1계정에 배틀넷 아이디 변경도 불가,
다른종족으로 하려면 패작을 하거나 멘탈을 내줘야 하는점, 공방은 승패도 안쳐주는점, 주먹만한 채팅창 등등 고칠게 많죠.
만수르
12/01/01 00:25
수정 아이콘
제가 잘못생각해서 댓글 삭제 했습니다
제 댓글에 댓글 달아주신분 죄송합니다 물조라 수정이 안됐네요
채넨들럴봉
12/01/01 00:38
수정 아이콘
스타는 정말 잘 만든거같아요ㅠ
wkdsog_kr
12/01/01 03:21
수정 아이콘
제목에 답글을 달겠습니다.

벨런스패치

군심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현재 자유의 날개
유령의 저격을 거대유닛에만 못 먹이게 한다면 어느정도 군심까지 끌고갈 괜찮은 벨런스가 완성될텐데
왜 꼭 저것만은 남겨둬서 테저전 후반을 망가뜨려야할까요?
요새 테저는 좀 후반가면 테란이 무조건 선긋고 버티기만 하면 무조건 이기니까 중반까지 재밌다가
후반만 가면 다시 일방적으로 흐르는것이 안타깝네요.
그나마 그 이전까지는 스2의 테저전은 브루드워의 완성도에 가까운 재미있는 양상이라서 더욱.

위에 게임양상 얘기 나왔는데 뭐 확실히 프로토스 끼면 재미없어지는 경향 심하고
특히 프테전이나 프프전은 정말 답답합니다. [프프전은 래더를 뛰다가 걸리면 정말 하기 싫어서 억지로 하거나 그냥 나갈 정도...]
근데 이건 뭐 차관같이 근본적인걸 건들지 않으면 안되니까 군심을 봐야지요
꼽사리
12/01/01 09:44
수정 아이콘
게임의 승패가 운에 따라지는걸 막기위해서...?

오히려 운의 요소를 넣어줘야 더 재미있을꺼같은데..

스캐럽도 나름 대박을위해서 운이 좋아야하는거고

언덕도 판정없어서 막는맛도안나고.
김연우
12/01/03 09:50
수정 아이콘
벨런스 자체는 이제 안정화 되었다고 보지만, 게임 양상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은 동의합니다.


뭉침 현상은 보는맛과 별개로 전투 양상에 영향이 크지요.
글에서 언급하신 란체스터 법칙에 의해 다수 병력과 소수병력의 교전 결과는 그 제곱으로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전장의 협소함 때문에 노는 병력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가령 뮤탈 100기와 뮤탈 30기가 싸우면, 100기쪽이 거의 손실없이 이깁니다.
하지만 질럿 100마리와 질럿30기가 싸우면, 질럿 100기쪽이 이기긴 이기되 손실이 조금 더 크지요. 왜냐하면 전장에 투입되지 못하고 뒤쪽에서 노는 병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스1은 이런 점이 컸습니다. 그래서 '일정 수준의 병력규모'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가량 플테전에서 존재하는 '질럿드래군 3부대'는 전장에서 시간을 끌어볼만한 마지노선입니다. 이보다 많으면 좋긴 좋지만 전장에서 버벅대기 때문에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죠.

하지만 스2는 병력들이 잘뭉칩니다. 그래서 노는 병력이 없습니다. 사실 참 좋은 거죠. 잘싸우니까요.
하지만 그만큼 병력규모에 의한 압도적인 패배가 잘 나옵니다. 노는 병력 없이 화력이 제대로 발휘되니까요.
그리고 교전이 빨리끝납니다. 화력이 제대로 발휘되니 그만큼 병력 소모되는 속도가 빠르니까요.

병력들이 얼마나 잘 뭉치는지, 가장 좁다고 할 수 있는 본진 입구에서도 추적자가 두줄로 올라갑니다. 스1에서 언덕위에 드래군 12기 정도가 버티면, 언덕아래에서 온리 드래군 3부대도 막아볼만 했습니다. 좁다보니 병력들이 축차투입되다가 각개격파되거든요. 하지만 스2에서는 그냥 잘만 올라오고 잘만 싸웁니다. 참 효율적으로 잘싸우거든요.



AI를 강제로 나쁘게 하는 것은 퇴보이고, 그렇다고 병력이 너무 잘싸워서 생기는 경기 양상의 단순화를 묵과하는 것도 안된다고 봅니다.
따라서 병력의 충돌 크기를 좀 키우고 이동속도를 줄여서 노는 병력을 만들어야지,

한방싸움에서 이긴 쪽이 그대로 승리하는 경우도 줄일 수 있고
교전시간이 지나치게 짧은 점도 줄일 수 있다고 봅니다.


딴것보다 저 요소 때문에 지금 대규모 교전에서 컨트롤하는 재미가 크게 떨어진다고 보거든요. 진형 잘 갖추고 EMP나 환류 등의 사전 작업 잘하는게 중요하지, 정작 교전 들어가면 컨트롤할 요소가 적어요. 그래서 테저전만 제일 재밌더군요. 해병 산개하고, 맹독충 일점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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