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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7/02/17 15:23:32 |
Name |
종합백과 |
Subject |
홍진호 ( 부제 - 폭풍은 다시 불 것이다. ) |
저그에게 너무도 어려운 맵순서와 연이틀 벌어지는 상성상 뒤지는 테란전.
상대는 대저그전 2007년 최적의 스나이퍼와 같은 팀에 있으면서 평소 연습경기시 성적 우위에 있었다는 섹시한 테란.
경기는 물론 힘들었고, 상대는 치밀하게 준비한 모습이 보였으며, 이번에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결국 마재윤은 승리했다.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시기상 매우 생뚱맞은 글이라 할 수 있다. 불리한 맵, 위험한 상대, 과도한 스캐쥴 등 극복될 것 같지 않은 최악의 상황들을 뚫고 빛나는 결과를 보여준 '승리자' 저그를 찬양하는 기쁨에 넘치는 이 때에,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정규리그 우승과는 연이 없었고, 이긴 경기보다는 승자의 상대자로서 보다 기억에 남아있는 그 누군가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저그는 홍진호다. 마재윤 선수가 현재 스타판을 호령하고, 그 이전에 이미 랭킹 1위를 오랜기간 동안 지켰던 투신도 있었고 운영의 마술사도 있었지만, 그래도 내게 최고는 홍진호다.
정규리그 우승컵의 부재가 홍진호 선수의 약점이다. 물론... 동의한다. 준우승 10번 보다 1번의 우승이 중요하다는 홍진호 선수만큼은 아닐지라도, 결국 그 어느 누군가의 유명한 노래 제목처럼 프로세계란 1등만이 모든 영광을 차지하는 냉혹한 곳이니까. The wiinner takes it all!
경기 내적으로 홍진호 선수에 대해 비판해 볼까? 운영의 마재윤, 박태민의 유닛 컨트롤이 보다 훌륭하고, 투신이라는 박성준 선수의 후반이 홍진호 보다 낫다. 유리한 시기에 확장을 가져가지 못하고 조급해 하며, 후반에 이르면 박빙일시 무얼할지 몰라 망설이다 경기를 그르친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이번에 쓰인 리버스템플에서의 경기들을 보면서 괜시리 상념에 젖는다. 12시 2시의 유불리를 목놓아 외치던 해설진과 이를 멋지게 극복해 낸 마에스트로의 경기를 보고 마냥 기쁘지 않았던 것은 이 맵의 원판이 바로 나의 영웅을 절름발이로 키워낸 고향이기 때문이다.
한때, 아직도 그 게시판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곳이나 더 이전의 게시판들 혹은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로템을 저그도 할만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 저그맵이라는 사람들도 있었고...) 물론 그때 당시도 12시 2시는 저그에게 불리한 위치였음이 틀림없지만... 지금 로템을 밸런스가 훌륭하니 방송경기에서 다시 보자고 한다면 10에 9은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대적인 개념의 맵밸런스 맞추기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최우선시 되었던 것이 당시의 국민맵이었던 로스트템플에 대한 분석이었으며, 그로 인해
- 앞마당에서의 언덕
- 위치간 유불리
- 짧은 러쉬거리
등이 테란 상대로의 타 종족의 불리함으로 간주, 이 후 맵제작시에 철저하게 반영되었고, 최근의 경기들은 이러한 기준에 부합하는 맵들에서 치뤄졌기 때문이다.
이번에 밸런스 측면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맵은 리버스탬플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12시 2시가 걸렸을시 등의 위치운, 앞마당간 짧은 러쉬거리, 그리고 역언덕형이지만 드랍이나 뮤탈없이 막아내기 어려운 앞마당 분지지형. 현재의 기준으로 저그가 테란상대로 어려운 맵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로스트템플은 더하면 더하지 결코 못하지 않다. 최근은 정석처럼 사용되는 3헤처리는 당시 12시가 아니면 거의 쓰지 않는 빌드였다. 왜? 조이기나 뚫기, 드랍 ( 본진 마린메딕, 앞마당 2탱크 ) 등에 취약했기 때문이다. 3헤처리라는 좋은 빌드를, 그때는 사용하지 못했다. 맵이 로템이었기 때문에. 맵밸런스에 대한 개념이 잡히지 않은 맵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래, 그때는 '개념' 이 없었다.
홍진호 선수 뿐만 아니라 올드 저그 게이머들은 공통적으로 테란전에 약점이 있다. 물론 충분히 강한 선수라는 인상을 심어줄만은 하지만, 어떤 벽이라고나 할까? 결승전에서 테란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시대의 강자들과 경쟁했으나 결국 조연에 그치고 말았다.
지금의 맵들은 그때에 비해 할만하다, 분명히. 어떠한 공식맵도 테란을 상대로 로템보다 밸런스가 나쁘지는 않을 거다. 그럼 왜 그때의 강자들이, 그당시는 맵때문이었다 할지라도, 지금은 오히려 더 테란전이 안좋아졌거나 극복하지 못하는 것일까? 박태민 박성준 김준영 마재윤 등이 하는 걸 왜 홍진호 조용호 박경락 등은 보여주지 못할까? 나는 그 탓을 지금 하고 싶은거다. 로템 때문이라고...
"이 모든게 다 로템 때문이다."
웃기고자 하는 의도라기 보다는, 이보다 더 딱히 그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홍진호의 폭풍이 요즘엔 미풍이 된 이유. 박경락의 경락마사지가 빛을 발하지 못하는 이유. 로템에서의 싸움의 패턴은 상대의 빈틈을 노리고 지속적으로 피해를 주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테란은 굳이 더블을 할 필요가 없었으며, 저그는 테란의 앞마당을 지속적으로 늦춰주면서 유리함을 가져가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다 보니 요즘의 수비형과 같은 형태의 경기는 잘 나오지 않았다. 끊임없는 교전. 어떻게든 테란을 진흙밭으로 끌고 들어가야 했던 저그들. 그리고 본진 플레이었기에 빛나는 컨트롤로 사기 같은 승리를 거두기도 하는 반면 뒷심이 딸려 무너지기도 했던 테란들. 경기양상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그때는 홍진호처럼 경기해야 했다. 몰아치고, 회전하고. 심지어 오버로드 뽑는 자원도 아까워 병력으로 계속 폭풍처럼 들이받아야 했다. 수비형으로 하기엔 지형상 불리함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섬이든 타스타팅 앞마당이든 대각선이 아니면 엄두도 내기 어려운 가까운 러쉬거리. 센터를 탱크로 잡고 소수 마린 메딕으로 멀티 견제하는 앞마당 먹은 이윤열류에 압살당하고, 언덕탱크는 눈깜짝할 사이에 멀티가 날아가 버리고. 그래서 주도적이 되고자 한다면, 공격할 수 밖에 없었다. 홍진호 처럼, 홍진호의 경기가 정석이었다. 모든 저그 유저들이 홍진호 처럼 되고자 했다.
갑자기 맵은 좋아졌다. 러쉬거리가 멀어지고, 앞마당 언덕이 없어지고, 멀티도 많아지고... 그런데 옛 저그들은 그 유리함을 즐길 수 없다. 자신의 성장의 기반이었던 로템에서의 기억이 배짱을 부리지 못하게 만든다. 수비적으로 하려다 조이기에 끝나고, 불꽃에 끝나고 드랍에 끝나고 질질 끌려가다 끝나고... 드론은 뽑고 싶어도, 멀티를 늘리고 싶어도... 선수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릴 것이다. 수천번의 게임을 했던 로템에서의 기억에 짓눌려서. 저그 유저에게 가장 허무한 패배는 무얼까? 앞마당의 언덕탱크, 치즈러쉬, 벙커러쉬, 불꽃 혹은 다잘하고서도 한방싸움에 밀려 올멀티 먹고도 역전패. 그런 경험들을 수없이 겪은 선수들이 비록 유리한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sd를 누를 수 있을까? 어린 시절의 안좋은 기억은 죽을때 까지 잊혀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게임에 목숨을 건 게이머들에게 그런 분한 기억들이 잊혀질까? 잊었다 생각해도 무심코 떠오르고, 그들의 메카니즘은 소규모 난전형, 러쉬거리 가깝고 언덕있는 로템형으로 완성되어 버렸다. 이 유리함을 계속 이어나가야해. 소위 째는 타이밍을 재지 못한다. 헤처리도 상대적으로 적고, 병력도 후반으로 갈수록 나오지 않는다. apm은 눈부시다. 그러나 물량은 나오지 않는다. 그들은 드론을 뽑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훌륭한 저그 선수들에게는 한가지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의 성장에 퍼펙트 테란 서지훈 선수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서지훈은 저그전에도 가급적 서플 이 후 배럭의 빌드를 사용한다. 일전에 어딘가에서 보았던, 저그에 비해 상성상 우위이기 때문에 정석으로 하겠다는 인터뷰때의 마인드 때문인지 몰라도, 저그는 초반의 변칙 전술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이것이 서지훈 선수의 개인 커리어에 있어서는 단점이겠지만, 연습상대로는 저그에게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초반도 강하지만 중반도 강하고, 대규모 힘싸움은 그야말로 백미다. 그러면서도 변칙이 적다. 투신 박성준 선수는 서지훈 선수의 대 홍진호 전 올림푸스 대회 파트너로 유명해졌고, 박태민 마재윤 등은 같은 팀이었거나 지금도 같은 팀에 소속되어 있다. 로템에 익숙한 초반형 저그들이 대규모 맵에서 박빙 혹은 유리할 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헤맨다면, 서지훈을 상대로 연습한 저그들은 거의 매 게임이 그러한 대규모 후반 자원형으로 치뤄졌을 것이다. 이론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연습에서 겪은 상황은 다르다. 박태민 선수가 이윤열 선수를 상대의 갖춰진 sk를 상대로 이기고 우승할 수 있었고, 박성준 선수가 최연성 선수를 넘을 수 있었으며, 마재윤 선수가 발키리에서 최연성 선수의 센터 자리잡은 탱크를 너무도 수월하게 제거할 수 있었던 것도 평소 연습에서 겪어 보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해 본다. 현재 CJ에서 박영민, 변형태, 마재윤 같은 훌륭한 선수들이 있음에도 팀의 중심은 서지훈이라는 생각은 이러한 공로에서 기인한다. 서지훈은 본인이 강할 뿐 아니라, 팀원을 강하게 한다. 그야말로 경기력과 외모 등의 개인 능력으로 뿐만 아니라, 팀으로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재가 아닐 수 없는 퍼펙트다운 존재감이다. 그런 서지훈이 홍진호와 같은 팀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아니, 지금이라도 이적을 해서 만나거나, 연습하면 어떨까? 홍진호의 자존심으로는 수긍하기 어려운 얘기일까?
다시 홍진호 선수의 얘기로 돌아가자. 나는 홍진호를 최고로 생각한다. 연이틀 최고의 선수들을 상대로 승리한 마재윤이 비교 대상자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는 로템에서의 트라우마를 안고, 지금의 맵들보다 훨씬 불리-불합리한 맵들에서 시대의 강자들인 임요환 이윤열 최연성 한동욱 등과 싸워왔다. 물론 맵이 할만했었더라도 승자는 변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현재의 저그 강자들이 그 맵에서 싸운다고 할지라도 승리하지 못할지 모른다. 만약이라는 가정이 별 의미가 없듯이, 그 당시 어렵게 싸웠던 폭풍은 그 사실 만으로도 존중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뿐이다. 수 많은 준우승들에서, 그에게 보다 공평한 기회가 제공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이 글은 그런 가운데에서도 최고의 경기를 보여주고, 간혹 이 종족은 없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암울했던 시기에도 홀로 그 오랜기간 재가 되도록 싸워온, 저그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이어오게 한 그를 찬양하기 위함이다.
그를 떠올릴때 그의 웃음보다 눈물을 떠올리는 분들에게
정규리그 우승이 없다고 많은 이들이 웃음거리고 삼을때 4대 천황전에서 황제를 상대로 승리하고 해맑게 웃던 그의 모습을 기억해 주었으면 해서
결승에선 한번도 이긴적이 없지만 그 과정에선 누구보다 강했던 누군가가 있었다고
이 후의 그 누군가의 몇번의 우승에도 그를 대신할 저그는 있을 수 없다고 억지 부리는
비록 그것이 있으나 없으나 나에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나 그가 게이머를 추억으로 되새기게 되기 전 빛나는 정규리그 트로피에 입맞춤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담아
이런 말들이 하고 싶어서, 오래전 제가 썼던 글의 제목을 끝으로 부족하지만 어렵고 어지러운 글을 끝맺고자 합니다.
폭풍강림 치국평천하
暴風降臨 治國平天下
- 언젠가 바람은 다시 불 것이다. 그 바람이 많은 이들의 염원을 담아 폭풍이 되어 대지를 뒤덮는 날, 폭풍은 나라의 어려움을 구하고 세상을 평정할 것이다.
폭풍저그 홍진호 Figh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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