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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11/18 00:13:13
Name Daydreamer
Subject [연재] E-sports, 망하는가? #3. E-sports의 과거와 현재
E-sports, 망하는가? #3. E-sports의 과거와 현재

※ 너무 제목이 밋밋했다는 반성을 하며, 제목을 바꾸었습니다. 좀 더 많은 분들이 봐주셨
으면 하는 마음에서요.
※ 이전 편을 보시려면 아래를 클릭하세요.

#1. 인사말을 겸한 소개
#2. 현재의 E-sports의 상황


  지금까지 현재의 E-sports에 이용되는 게임들의 상황을 간단히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면
E-sports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요? 이에 대해서는 제가 전에 E-sports 세미나에서
발제한 부분과, 현재까지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1) 이론적 근거 : 왜 E-sports인가?

  이 점에 대해서는 제가 전에 E-sports 세미나에서 발제한 대로,

  1. 게임이 스포츠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
  2. 현재의 방송 게임리그들은 기존 스포츠의 형태를 따르고 있기 때문


등의 근거를 들 수 있습니다. 발제문이 상당한 양이므로 직접 인용은 하지 않겠으나, 관심
있으신 분들께서 읽어보시면 좋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발제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2) 간단히 되짚어보는 현재까지의 E-sports계의 역사

  역설적이지만 지금의 E-sports 체제가 정착된 것은 ‘그 체제가 살아남았기 때문’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방송을 통한 최초의 ‘스타리그’는 투니버스에서 방송되었던 99년 PKO,
프로게이머 코리아 오픈이었습니다. 이미 이 때 각지의 PC방들을 중심으로 서서히 1세대
프로게이머들이 알려지기 시작하고 있었고, 자생적인 게임 대회들이 개최되면서 서서히
e-sports의 토양이 갖춰지기 시작하던 때였습니다. 그랬던 것이 99 PKO 이후로, 투니버
스에서 최초의 방송 게임 리그로 대중화를 시도하였습니다(물론 그 전에도 ITV 등에서 중
계는 있어왔습니다만).
  이 때 벤처기업 형태로 게임 리그를 주관하는 주관사들이 여럿 발족되기 시작합니다. 흔
히 알려진 게임큐가 대표적인 형태이고, 투니버스와 함께 PKO를 주관하던 회사가 독립하
여 PKO라는 회사를 차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아무튼, 당시 벤처기업 붐을 타고 이러한 회
사가 여럿 창립된 바 있었는데, 운영은 완전히 주먹구구식이었다고 합니다. 중계진을 초청
해서 가보면 대회장에 덜렁 PC 두 대만 놓여 있고, “소리 들리면 영향이 있을텐데 어떻게
할거냐”라고 중계진이 물어보면 “아 그런가요?”라고 도리어 반문하기도 했었다고 하는군
요(풍문으로 들은 정보라서 확인된 건 아닙니다). 그런데, 이러한 벤처기업들은 수익모델
을 뚜렷이 가지지 못하였습니다. 입장료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당시에 방송사가 있
어서 경기 중계료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
니고. 그래서 이러한 벤처기업들이 하나 둘씩 정리되기 시작합니다.
  이때 투니버스에서 근무하던 몇몇 사람들이 독립하여 2000년 7월에 개국한 것이 다름아
닌 온게임넷, 최초의 게임 전문 채널이었습니다. 온게임넷은 ‘온게임넷 스타리그’를 성공
적으로 안착시켜서 e-sports의 불안했던 뿌리를 어느 정도 튼실히 하였습니다. 또한 2001
년에는 GeMBC, 이후 MBC게임이 출범하였으며, 이어 겜TV 등이 개국하면서 e-sports
방송계에 경쟁체제가 자리잡게 되었으며, 또한 ‘방송사가 운영하는 게임 리그’라는 개념
이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이 ‘방송사가 운영하는 게임 리그’라는 것은 아주 특이한, 아니, 기존 스포츠에서 찾아볼
수 없는 형태입니다. 이는 프로 선수가 탄생하게 되는 형태와 관계가 있으며, 제가 위에서
링크를 걸었던 e-sports 세미나 발제문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이러한 형태가 가지는 문
제점이 여럿 있는데, 그 중 하나는 협회가 개입할 여지가 적어진다는 점입니다. 기존 스포
츠에서는 방송사가 협회에게서 중계권을 구매해오는 형식을 취하므로 방송사는 일종의 계
약 당사자일 뿐입니다. 반면 게임리그에서 방송사는 주체이므로, 협회가 그 사이에서 중개
를 해 줄 여지가 적어지는 것이죠.
  이런 와중에 2001년에 임요환 선수가 등장하게 됩니다. 임요환 이전과 임요환 이후로 스
타리그를 구분하는 것이 의의가 있을 정도로 그의 첫 등장 이후 2회 연속 우승은 스타리그
의 인기를 크게 올려놓았습니다. 이후 임요환, 홍진호, 박정석, 이윤열 선수 등의 등장과
이들의 활약으로 스타리그는 중흥기를 맞게 됩니다. 2003년에는 KTF EVER배 프로리그
가 처음으로 열렸으며, 이를 계기로 철저히 개인리그 위주였던 e-sports에 ‘팀’이라는 개
념이 도입되게 됩니다.
  2005년, 그동안 중장기 비전을 연구해 온 협회는 2기 회장단을 꾸리고, 팀 중심 체제를
도입하여 신인 드래프트제 실시 등을 골자로 하는 개선안을 발표합니다. 이 결과로 인한
구조 변경에 대해서는 역시 뒤에 자세히 논하기로 하고, 이후 각 기업팀의 창단들이 이어
지고, 방송사가 프로게임단을 후원하게 된 것은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사실일 것입니다.

  즉, 아직도 이어지는 ‘방송사가 운영하는 게임 리그’의 형태, 협회가 운영의 하나부터 열
까지 도맡아서 진행하고 방송사는 중계권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협회는 심판을 ‘파견’하
고 경기를 ‘인정’할 뿐 대회 일정이나 진행 등은 방송사 스케줄에 따르는 형태는 의식적으
로 누군가가 정한 형태가 아니라, 다른 형태의 가능성들이 모두 사라지거나 줄어들어버렸
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점차 변화하고 있습니다. 점차 협회가 방송사들로부터 주도권을
되찾아오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이번에 발표된 프로리그 개선
안에 ‘중계권의 공개입찰’과 ‘프로리그 활성화’ 등의 방안입니다. 이 방안이 야기할 문제에
대해서는 후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이러한 움직임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인가는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즉 위에서 서술하였듯이 방송사가 주체가 아닌 계약 당사자의
입장이 되면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다른 스포츠의 프로 리그처럼 운영 체계가 바뀌
게 되는 것이죠. 또한, 프로리그 개선안에 '주 5일 프로리그 개최'와 '개인리그보다 프로리
그가 우선하는 정책', 그리고 SK T1의 '개인리그 선택출전' 등이 맞물려 현재의 판국은 그
야말로 점입가경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외의 게임들, 워크래프트3나 카운터 스트라이크, 카트라이더 등에 대해서는 이전 글
에서 서술한 바 있으므로 역사를 자세히 서술하는 것은 생략하겠습니다. 단지 이 게임들이
스타크래프트만큼 리그가 발달하지 못한 이유는

(1) 스타크래프트만큼 적절한 타이밍에 시장에 나오지 못했고
(2) 그로 인해 게임을 즐기는 유저층의 절대 숫자가 적었으며
(3) (2)로 인해 게임 리그에 대한 수요 자체가 적었고
(4) 또 2)로 인해 프로가 될 만한 실력을 가진 게이머의 숫자도 적었으며
(5) 위의 복합 요건으로 인해 리그의 인기를 증대시킬 ‘스타’가 부족했거나, 있었어도 임요
환이 스타에서 해주었던 역할을 해 주지 못했고
(6) 3)과 5)로 인해, 또한 스타크래프트에 편중된 게임계의 현실 때문에 방송시간 자체가
적었다

이러한 요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다른 게임 리그들은 크게 히트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3) e-sports의 현황

  위에서 썼듯이 저러한 과정을 거쳐 발전해 온 e-sports는 현재 스포츠로 인정받아, 공군
에서 팀을 운영할 정도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고, 기업들이 하나의 프로스포츠로 인정
하여 홍보 효과를 노리고 팀을 운영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또한 케이블 TV 시청률 상위 10
위권 안팎의 높은 시청률과 채널 충성도를 자랑하는 수많은 팬들이 있으며, ‘광안리 10만’
으로 대변되는 규모의 확대는 이미 다른 스포츠 못지 않습니다. 또한 프로게이머가 인기직
종으로 부상하여 수많은 청소년들이 프로게이머를 지망하며, 게이머가 등장하는 CF가 나
올 정도입니다.
  지금까지 장밋빛의 전망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분야에도 좋은 전망만 있지는 않습니
다. 특히 이제 막 99년부터 따지면 8년째에 접어드는 e-sports 부분은 더더욱. 그러면 어
떠한 어두운 전망들이 있을까요? e-sports를 구성하는 당사자는 선수, 게임팀과 후원사,
방송사, 협회, 그리고 수용층 즉 팬들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이어
질 본론에서는 이러한 어두운 전망들을 하나하나씩 짚어보면서 말해보고자 합니다. 순서
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줄어들 수밖에 없는 E-sports의 팬의 숫자
2. 게임산업과의 괴리 - 세계적 측면과 산업기여적 측면
3. 협회와 방송사 - 현재의 구조 및 파워게임으로 야기되는 문제들
4. 선수들, 선수들 - 선수수급의 문제와 너무 빠른 소모, 장래불안
5. E-sports 내재적인 문제



다음편 예고

  어디까지나 위에 제시한 순서는 일종의 얼개이며, 그 외에 글을 쓰다가 더 생각나거나 추
가해야 할 것이 있으면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여기에 더 들어가야 할 항목이 있다
고 생각되시면 추천하여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서슴없는 지적과 의견제시 부탁드립니다.
  막 시작하는 글에 기대된다는 말씀 해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르미
안의 네 딸들'에서 신일숙 작가가 어느 권 권두에 "잘한다 잘한다는 말은 싹수가 보인다,
기대된다는 말이다"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 뜻으로 알고 더더욱 열심히 써보겠습니
다. ^^
  다음 편은 본론의 첫번째, 줄어들 수밖에 없는 E-sports의 팬 수에 대해서 써보겠습니
다. 글의 길이에 따라서는 두 편으로 쪼갤 수도 있을듯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오늘
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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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6/11/18 00:21
수정 아이콘
계속 잘 읽을게요 ^ㅡ^ ~
붉은낙타
06/11/18 00:25
수정 아이콘
굉장히 체계적인 글이 나올 듯;; 논문인가요?? 여튼 잘 보겠습니다.
정용욱
06/11/18 04:49
수정 아이콘
가끔 피지알에 올라오는 이런 글을 보면..
온 몸이 터질 듯 참을 수 없는 사우나에서 뛰쳐나와서 잡아당기는 냉수샤워기 줄을 잡아당기는 느낌입니다~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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