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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5/20 01:09:10
Name Theses
Subject 반전을 좋아하십니까?
세상에는 한 가지 사실만 알면 뻔해지는 일이 허다합니다.
그 한 가지를 모르면 가슴졸이고 머리도 아프고 고민도 하게 되지요.
멋대로 생각하다가 번쩍! 하도록 하는것이 반전이구요.

빠른 타이밍에 앞마당 먹고 트리플넥서스까지 무난하게 돌리며 행복해 하고 있는동안 상대는 전 자원지역을 차지하며 은하철도 999의 철로를 놓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인데요.
3...2...1... 출발합니다. 다음 내리실 역은 대마젤란.......    ?!

세상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라고 합니다. '절대적'인 무엇인가는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습니다. boxer의 칼타이밍, july의 뮤탈컨트롤, oov의 scv 달려들기... 허락되었다면 축복받은 삶이고 아니면 어쩔 수 없는거지요.

그런 '상대적'인 세상에서, 정보는 곧 생명입니다.
쉼없이 날아드는 전보 속에서 마우스를 잡은 사람은 생각하고 또 생각합니다.
전황이 불리하게 진행 될수록 주어지는 정보는 계속 줄어들지요.
그리고는, 무엇이든 자신에게 알려지지 않은 정보가 있기를 바라게 됩니다.
외부와는 단절된 상황에서 출처가 내 머릿속인 정보들만의 축제가 생기죠.
'너무 배째느라 병력생산에는 소홀했을거야. 아직 한타이밍 남았어' 혹은
'병력에 올인하는 것일테니까, 이것만 버티면 나의 쇼타임이다' 등이겠지요.
그 안에서는 무조건 I am who i am...
현실과 마주쳤을때의 결과는 참담한 일이 많겠지만요.

많은 경험을 한 유저일수록 제한적인 소식들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정보는 많습니다. 그런 분들께는 '반전'이라는 단어가 통용될 일이 얼마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구요. 제게는 넘어서기 힘든 4차원의 벽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눈에 보이는대로 전개된다면 참 편하겠지요? 유리한 상황이면 유리하다고, 불리한 상황이면 불리하다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면 말이지요. (神算 - 계산에 능한 사람이 바둑도 잘 두니까... 이 종목도 비슷하겠지요)

그래도 그 벽 뒤에, 저는 모르는 반전이 있기를 바라면서 전 오늘도 두근두근
Good luck all!
5...4...3...2...1...
START!        마우스를 잡습니다.

사족 - 강 민 선수는 4차원의 벽을 뛰어넘은 사람들에게도 '반전'의 신선한 충격을 전해주는 능력을 지니셨나봅니다. 팬으로서 참 기쁘게 응원하고 있답니다. Cheers, Nal_rA!

사족2 - 맨날 지는 사람에게는 반전이 반가운 것이고 이기는 사람에게는 반갑지 않은 것일까요? ('당사자의 입장'일 때에 말입니다.)

사족3 - 사실은 어떤 소중한 사람으로부터 '반전'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만. 이번만큼은 제 판단이 옳았어도 씁쓸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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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20 01:30
수정 아이콘
옵저버 화면을 보며 경기를 판단하곤 있지만 어디까지나 수많은 VOD와 리플레이를 보고 추측에 추측을 거듭하며 그 추측이 맞았는지 다시 VOD를 돌려보고..그러기에 경기를 보면서 하는 판단이 옳을진 몰라도 실제 경기하는 입장이 되어보면 그런 판단력, 추측력, 반전을 위한 방법들이 아무짝에 쓸모없게 됩니다. 정찰을 가지 않은 이상 상대의 테크를 알기 어렵고 상대의 테크를 알고 병력이 들이닥치는 타이밍을 알더라도 막지 못할때가 많습니다.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 '저건 막아', '저건 막지 못해','이 타이밍 놓치면 져','그 타이밍에 들어갈꺼야'라고 생각한 것이 정확히 맞아들어가지만 그건 우리가 볼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많기 때문이며 그 정보가 이루어나가는 패턴을 파악하기 위해 수많은 VOD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저도 몇년전에는 나름대로 고수 소리 들으며 했습니다만, 요새는 트렌드 따라가기에도 벅차더군요. 제가 직접 경기를 하면 VOD로 파악했던 모든 빌드가 머릿속에서 떠나버립니다. 판단은 할지언정 확신은 하지 못하죠. 실제 경기를 하면서 리플레이로 확인해보면 분명 반전을 꾀할 수 있었는데도 경기중엔 정보의 부재로 반전을 이루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저같은 이를 두고 '입고수'라고 하죠. 경기 보면서 전황 파악을 아무리 잘하면 뭐하는가, 타이밍을, 반전을 꾀할 수 있는 예측을, 승리의 시나리오를 아무리 잘 짜고 잘 판단하고 잘 평가하면 뭐하는가, 실제 경기하면 하수인데.

하지만 저는 좋습니다. 사람들이 입고수라 해도 좋고 '못하면서 다 아는척 떠들어대긴'이라고 비꼬아도 좋습니다. 제가 스타를 못해도 좋습니다. 승리의 전율이 내것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저는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서 제가 보는 모든 정보를 총괄하고 판단하면서 예측하면서 그 가운데 일어나는 선수들의 반전을 보면서, 유닛들의 일사분란한 미니맵 이동을 보면서, 진형의 변화를 보면서, 전투가 주는 퍼포먼스를 보면서 기뻐하고 즐거워합니다. 이것이 저의 반전입니다. 모두가 스타의 고수일수는 없습니다. 저도 고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스타리그를 보면서 즐거워하고 전율을 느끼고 환호를 느끼는 마음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습니다. 경기를 하면 지더라도 경기를 보면서 저는 이기고 있습니다. 이것이 저의 반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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