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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8/19 09:22:57
Name DEICIDE
Subject 스타크래프트소설 - '그들이 오다' 28~30화
2005년 5월 7일 밤 11시 50분
서울 여의도 MBC 본사, 중계스튜디오


  “전국에 계신…… 아니, 전 세계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게임 캐스터 정일훈입니다.”

  정일훈 캐스터가 입을 열었다. 외계인들의 카메라 앞에 선 그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지난 며칠간,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우리에게 일어났습니다. 상상할 수도 없고, 겪어본 적도 없는 일이었지만, 우리는 지금 이 순간까지 왔습니다.”

  정 캐스터는 한번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곧 이어 말했다.

  “전 세계에서 이 방송을 보고, 또는 듣고 계실 많은 분들. 잠시후 12시 정각에 시작하게 될, 지금의 이 스타크래프트 경기에 전 인류의 운명이 걸려 있습니다.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은 최선을 다해서, 오늘 경기에 출전하게 되는 다섯 젊은이를 응원해 주십시오. 저도 최선을 다 해서, 오늘의 경기를 여러분께 중계해 드리겠습니다. 옆에는 오늘 도움 말씀을 주실 김동수 해설이십니다.”
  “안녕하십니까.”

  동수는 착잡한 심정으로 인사를 했다. 경기 시작 직전에 터져버린 사고. 혼수상태인 박정석과 대신 출전한 강민. 그것도 손가락 부상을 당한 강민. 복잡한 생각들의 동수의 머릿속을 스쳐갔다.

  “김동수 해설도 한 말씀 해 주시죠.”
  “……”

  그 바람에, 정일훈 캐스터의 부탁에도 동수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다 정일훈 캐스터가 한번 더 부르자, 그제서야 말하기 시작했다.

  “김동수 해설?”
  “……예. 이런 자리에 앉게 되리라고는, 꿈에서조차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누가 이런 걸 상상이나 했을까요. 전 인류의 운명을 건 대결을 중계하다니……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심정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오늘 경기를 펼치는 다섯 선수와 함께, 모든 분들이 다 같이 싸웠으면 좋겠습니다. 그들과 함께 해 주십시오.”

  동수는 거기까지 이야기했다.

  “예, 알겠습니다. 김동수 해설도, 모두 한 마음이 되기를 원한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모두 함께, 한 마음으로 응원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마음이 필요합니다.”

  정일훈 캐스터가 마무리했다. 그리고, 어두워지던 목소리를 다시 힘차게 끌어올렸다.

  “자! 그럼 먼저 오늘 있을 경기를 설명 드리겠습니다. 오늘 있을 경기 방식과 경기 규칙입니다.”

  데스크 옆의 허공에, 화면이 나타났다. 이 화면이 실제 방송인 것이다. 그 곳에 경기 방식 등이 표시되기 시작했다.

  “먼저, 경기 방식은 스타크래프트 1 vs 1, 3전 2선승제로 치르게 됩니다. 지구 대표선수 다섯, 외계인 대표선수 다섯이 출전하여 한 선수가 한 경기씩을 하게 되며, 경기의 모든 규칙이나 진행은 이전에 진행되던 스타리그와 동일하게 진행됩니다. 한 경기의 승패는 한쪽이 전멸하거나 패배를 선언했을 때입니다. 그리고…… 으음.”

  정일훈 캐스터가 다음 말을 차마 하지 못하고 헛기침을 한번 했다. 그리고, 결심했다는 듯이 다시 말했다.

  “그리고, 경기에서 패배한 선수는 생명을 잃게 됩니다. 이것은 지구인도, 외계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바란다면, 우리 선수들 중에서 목숨을 잃는 선수가 나오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자, 김동수 해설. 맵은 어떻게 적용됩니까?”

  정일훈 캐스터는 더 말하지 못하고 김동수 해설에게 말을 넘겼다. 동수는 그것을 잘 받아서 이야기했다.

  “예, 맵은 이제까지 완전한 미정 상태였습니다. 방금 전 열한시 경 외계인들이 공지한 사항에 따르면, 매 경기가 시작될 때, 현재까지 각종 스타크래프트 대회에서 사용되어져 왔던 맵들 중, 30개에서 랜덤하게 선택되어지게 됩니다. 사실상 특정 맵을 준비해서 연습한다는게 불가능하지요. 선수 개개인의 능력과 감각, 그리고 스타급 센스를 통해서 이 난관을 헤쳐가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예, 그렇군요. 그러면, 오늘 지구 대표 선수들, 선발 엔트리를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방금 확인된 사항인데요…… 여기에, 약간의 변동이 있었습니다.”



2005년 5월 7일 밤 11시 55분
서울 여의도 MBC, 경기장 계단 앞


  “드디어 다 왔네.”

  임요환이 계단 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지구를 대표하는 프로게이머 다섯 명은 지금 경기장으로 오르는 계단 앞에 서 있었다. 그들의 뒤로는 굉장한 숫자의 외계인들이 끝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모여 있었다. 여전히 그들은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소란스러웠지만, 줄이 잘 맞추어진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여태까지 선수들이 경기를 치를 때의 관객들과는 달리, 그들 중 어느 누구도 프로게이머들이 이기기를 바라는 이는 없었다. 강렬한 몇 개의 스포트라이트가 선수들을 비추었다.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우주선, 그 주변을 맴돌고 있는 수천 대의 비행접시들, 땅 위에 우글거리는 외계인들, 그리고 6층 높이의 높고 긴 계단 앞에 서 있는 다섯 명의 선수들은 너무나도 작고 초라하게 보였다.

  “그래, 다 왔다.”

  윤열도 계단 위를 슥 올려다보며 말했다. 처음 ‘그들’이 온 날로부터 여기까지 올 때까지,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윤열은 아라를 떠올렸다. 가지 말라고, 출전하지 말라고 애원하던 그 목소리. 그 눈물. 분명히 지금 어디에선가 나를 응원해주고 있겠지. 아라와 같이, 나를 믿고 나를 응원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아라야, 지켜보렴. 모두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그리고 아라 너를 위해서, 오늘 이윤열은 최선을 다해 꼭 이길 테니까.

  요환은 자신의 눈앞에서 죽어갔던 민재를 생각하고 있었다. ‘당신은 언제나 최고입니다. 항상 최고였고, 앞으로도요.’ 민재의 목소리가 귓가에 아직도 맴도는 것만 같았다. 난 그의 목숨을 대신 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죽어가면서도 나를 믿었다. 나 자신조차 포기해버린 나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질수 없었다. 나는 패배할 수 없다, 절대로. 요환은 다시 한 번, 절대로 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진호는 시청 앞 광장에서 만났던 아가씨의 눈빛을 떠올리려 애쓰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참 인상적인 눈빛이었는데, 전체적인 모습은 떠오르면서도, 그 깊었던 눈빛은 잘 떠오르지 않았다. 스타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고, 프로게이머라는 사람은 더욱 모르던 그녀. 하지만, ‘사람’을 믿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운명이 잘 알지도 못하는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워진 상황에서도,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알고 믿어주는 사람이었다. 내가 건네준 ‘Black-Bean' 이라는 종이쪽지는 이제 그 뜻을 알았을까? 지금도 그 곳에 그대로 있을까? 경기에 출전하면 나를 알아 볼까? 이름은 뭘까? 진호는 이런 생각을 하다가 씩 미소지었다. 모든 해답은, 경기에서 승리한 다음에, 얻어낼 수 있을 것이었다. 꼭 이겨서, 그 모든 해답을 얻어낼 것이라고, 진호는 굳게 다짐했다.

  강민은 동료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병원에 누워 있을 용호와, 갑작스러운 사고로 출전하지 못하게 된 정석. 주장을 할 때 가장 옆에서 많이 도와 준 사람들이었는데, 그들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했다는 것이 생각났다. 다친 정석이 대신 출전하게 되었다. 내가 정석이보다 잘 할수 있을까? 이런 손을 가지고? 내가 마지막 경기이기도 하고, 친구들이 죽는 것을 볼 수도 없다. 그러니 내 차례까지 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 그것이 가장 좋기는 하다. 하지만, 강민은 약해지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설혹 마지막 경기인 내 차레까지 오더라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 강민은 한번 크게 숨을 몰아쉬며, 주머니에 아까 의무실에 챙겨온 무엇인가를 찔러 넣었다.

  정민은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알 수 없었다. 많은 것이 혼란스럽고, 많은 생각들이 수없이 머리를 스쳐갔다. 나 대신 다친 정석이의 쓰러져 있는 모습. 출전을 반대하던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 비웃음.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많은 결심들, 그보다 더 많이 스스로에게 자책하고 자학했던 조롱과 비판들. 자신감과 자괴감, 희망과 절망이 수도 없이 머릿속에서 교차했다. 그 속에서 들리는, 붙잡을 수 있는 분명한 목소리는 하나뿐이었다. ‘이겨라, 김정민.’

  “우리, 파이팅이나 한번 할까?”

  요환이 돌아서서 선수들에게 제안했다. 그리고, 자기가 먼저 손을 내밀며 말했다.

  “지엘(gl)."

  그러고 나서 요환은 씩 웃었다. 그러자 동료 선수들도 피식 웃었다. 지엘(gl). 굿 럭. 행운을 바란다는 스타를 시작할때면 의례적으로 해 왔던 인사가, 오늘따라 더욱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정말 오늘처럼 행운이란 것이 절실하게 필요한 날이 또 있었던가. 강민이 그 위에 손을 얹으며 화답했다.

  “굿 럭.”

  그러자 다음은 홍진호와 윤열이 차례로 손을 얹었고, 맨 마지막으로 정민이 그 위에 손을 얹었다.

  “지엘.”
  “지엘.”
  “굿 럭.”

  모두의 손이 얹히자, 요환이 숫자를 세었다.

  “하나, 둘, 셋.”

  그리고 다섯 개의 손이 하늘로 번쩍 치켜 올라가며, 밤하늘로 다섯 청년의 맑은 목소리가 퍼져나갔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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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8일 밤 0시 00분
서울 여의도 MBC 본사, 중계스튜디오


  “지금 선수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정일훈 캐스터가 외치다시피 말했다. TV 화면에는 다섯 명의 선수들이 천천히 한 걸음씩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사방에 있던 외계인의 우주선들에서 뿜어져나오는 밝은 조명들이, 그들과 그들이 가는 길을 환하게 비추었다.

  “모든 것을 짊어지고 있는, 다섯 명의 선수의 이름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천재테란 이윤열! 테란의 황제 임요환! 폭풍저그 홍진호! 정석테란 김정민! 마지막으로 몽상가 프로토스 강민! 이렇게 다섯 선수입니다!”
  “예, 선수 한 명 한 명, 모두 믿음직스러운 이름들이죠!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있고, 그 게임의 어떤 극한이 있다면 그것에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이들입니다.”

  김동수 해설도 조금 흥분한 목소리였다. 계단을 오르고 있는 프로게이머들을 보니, 자신의 가슴도 뜨거워지는 것만 같았다.

  “끄워어~!!!”
  “크르르르…… 크아아아!!”

  선수들이 계단을 한 걸음씩 오르자, MBC 본사 앞은 중계방송 소리와, 외계인들로 무척이나 시끌벅적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음은 모두 앞으로 펼쳐질 대결에 흥분하는 외계인들의 괴성이었다. 그것을 들은 정일훈 캐스터가, 다시 한 번 있는 힘을 다해 외쳤다.

  “전 세계에서 지켜보시고 계시는 모든 시청자 여러분, 이들에게 뜨거운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 주십시오! 이들에게 여러분의 응원이 필요합니다. 뜨거운 응원을 이들에게 보내 주십시오!!!”


2005년 5월 8일 밤 0시 01분
잠실종합병원 병원대기실


  “우와아아아!!! 파이팅!!!!!”
  “파이팅! 꼭 이겨라!”
  “짝짝짝짝…… 파이팅! 파이팅!”

  잠실종합병원의 대기실은 우렁찬 박수와 함성소리로 가득찼다. 대기실에 있던 대형 프로젝션 화면 앞에, 많은 수의 환자들이 가득 모여들어서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조용호도 있었다.

  “파이팅!!!”

  용호도 목청껏 파이팅을 외쳤다. 한쪽 팔 뿐이라 박수를 칠 수 없다는 게 못내 아쉬웠지만, 열심히 왼손 주먹을 흔들며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쳤다.

  “파이팅!!! 꼭 이겨라, 꼭!!!”

  용호는 있는 힘껏 소리질렀다. 아니, 거의 울부짖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 나올듯한 목소리로, 용호는 목이 쉬어라 계속해서 동료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이겨라!!! 아아아아아!!!”


2005년 5월 8일 밤 0시 05분
서울 여의도 MBC 본사, 경기장

  마침내 선수들이 계단을 모두 오르자, 경기장이 나타났다. 대기하고 있던 외계인들이 그들에게로 다가왔다. 그 중 하나가 킬킬대며 말했다.

  “죽을 자리로 기어들어오는구나. 환영한다.”

  요환은 경기장을 슥 둘러 보았다. 중앙에는 긴 데스크가 있었고, 그 끄트머리에 PC 2대가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경기장 오른쪽에는 선수들이 대기할 의자 4개가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데스크 너머 저쪽으로, 이제껏 보아오던 외계인들보다도 훨씬 덩치가 크고, 생김새도 다른 외계인 둘이 서 있었다. 처형을 담당할 외계인들이라는 데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요환은 잠시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나머지 놈들은 저기 가서 앉고, 첫 번째 경기를 하는 놈만 나와라.”

  외계인이 다시 지시했다. 그러자, 선수들이 잠시 머뭇거렸다. 누구 하나 움직이는 사람이 없자, 외계인이 조금 짜증스러운 어투로 다시 말했다.

  “꾸물대지 말고 어서 움직여. 자꾸 시간을 지체시키지 마라.”

  그러자 윤열이 나머지 선수들에게로 돌아섰다. 그의 눈빛이 다른 선수들 한 명 한 명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나머지 선수들은 가슴이 저릿저릿해 왔다.

  “……형들. 갔다올게.”

  그러자 요환이 윤열의 어깨를 툭, 툭, 쳤다.

  “힘내라. 이윤열. 넌 꼭 이길 거야.”
  “응. 알았어. 고마워, 형.”

   다른 선수들도 모두 한 마디씩 격려의 말을 던졌다. 그들의 격려에 윤열은 조용히 미소짓고, 뒤돌아서서 경기를 해야 할 자리로 조용히 걸어갔다. 나머지 선수들은 한참동안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윤열의 뒷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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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8일 밤 0시 10분
서울 여의도 본사, MBC 경기장

  자리에 앉은 윤열은 침착하게 마우스와 키보드를 연결했다. 선수들의 키보드와 마우스는 숙소에서 출발할때부터 외계인들이 관리해서, 경기를 시작할 때마다 내주었다. 마우스 연결이 끝난 후, 시험삼아 윤열은 옆에 놓여 있던 헤드폰을 써 보았다.

  “……”

  윤열은 깜짝 놀라 헤드폰을 벗었다. 그러자, 여전히 시끌벅적한 소음들이 그대로 들려왔다. 그리고 다시 윤열은 헤드폰을 썼다.

  “……”

  윤열은 입을 딱 벌렸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헤드폰을 쓰는 순간, 약간의 소음도 없는 완벽한 무음(無音) 상태로 들어갔다. 그리고 스타를 실행시키자, 스타 BGM과 효과음만이 들려왔다. 사운드 상태를 체크한 윤열은 헤드폰을 벗고, 천천히 손을 풀어 보았다. 그리고, 마우스 셋팅을 하기 시작했다. 10분 이상 걸리지 않게 하라는 외계인의 지시가 문득 생각났다. 바로 그 때.

  “크아아아아아아!!!!”
  “우와와아아아아!!!!”

  외계인들의 함성소리에 놀라, 윤열은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경기장 저 쪽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외계인측의 첫 선수인 모양이었다. 보통 외계인처럼 생기지 않은, 메두사처럼 촉수가닥같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외계인이었다.

  “캬아아아아아!”
  “죽여라!”
  “크아아아!”

  외계인들의 함성은 계속됐고, 이윤열도, 의자에 앉아 있던 나머지 선수들도, 외계인 선수가 등장하자 마른침을 삼켰다. 대체 저 외계인의 스타크래프트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과연 윤열에게 맞설 정도가 될 것인가? 윤열이 무난하게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벤치의 선수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 한편 그 외계인은 윤열과 눈이 마주치자, 이빨을 드러내며 잠시 크르렁거리더니, 윤열과 마주보는 반대편 PC 앞에 앉았다.

  “네!!! 방금 상대방 선수가 등장했고요, 지금 막 상대 선수의 종족이 알려졌습니다!”

  윤열과 선수들의 귀에 정일훈 캐스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윤열은 고개를 돌려, 허공에 떠 있는 거대한 화면을 바라보았다. 경기 시작 전에, 외계인들은 자신들의 선수의 종족과 맵을 인간들의 중계방송으로 알려 주겠다고 했다. 화면에는 낯익은 얼굴인 정일훈 캐스터와 김동수 해설이 나와 있었다. 지금 막 상대 선수의 종족이 그들에게 전달된 모양이었다. 과연 무슨 종족일까. 정일훈 캐스터는, 조금은 밝은 표정으로 종족을 발표했다.

  “상대 종족은 프로토스(Protoss) 라고 합니다!”
  “……!”

  종족이 밝혀지자, 윤열은 이를 꽉 다물었다. 프로토스라. 프로토스. 윤열은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 그 바람에 윤열과 눈이 마주친 있던 강민은, 조금씩 고개를 끄덕였다. 이윤열이라면, 그 프로토스라는 종족을 누가 다룬다는 여부에 상관없이, 프로토스가 가장 두려워할만 한 테란이었다. 상대 종족이 프로토스라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은 아니었다.

  “후……”

  긴장하지 말아야지. 긴장하지 말아야지. 윤열은 자기 자신에게 계속해서 말했지만, 그럼에도 긴장이 되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계속해서 길게 심호흡을 했다. 이윽고 맵이 선택되어질 시간이었다.

  “예! 다음은 이윤열 선수가 싸우게 될 맵이 정해지는 순간입니다. 맵은 모두 30개의 맵 중에서, 랜덤하게 선택되어지게 됩니다. 같이 화면을 보시죠!”

  순간 두 해설진이 화면에서 사라지고, 새카만 화면이 나타났다. 그리고, 화면의 왼쪽에서는 맵의 사진이 나타나더니 빠른 속도로 바뀌고, 오른쪽에서는 그 맵의 이름이 역시 맵을 따라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었다.

  “……과연 무슨 맵이 선택될까요? 이윤열 선수는 어떤 맵이 선택되기를 바라고 있을까요? 제발, 이윤열 선수에게 행운의 여신이 미소짓기를 바랍니다!”

  정일훈 캐스터의 목소리와 함께, 여러 가지 맵들의 사진과 이름은 계속해서 빠른 속도로 바뀌어져 갔다. 윤열도 정신없이 바뀌고 있는 맵의 사진과 이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순간순간 스쳐 지나가는 맵이었지만, 이제껏 방송경기에서 보아왔던 맵들이었기에 낯설지는 않았다.

  “타타타타타…… 탁.”

  순간, 바뀌던 맵이 순간 정지했다. 윤열의 눈이 커졌다. 맵의 모양은 그에게 무척 익숙한 모양이었다. 눈을 돌려, 맵의 이름을 확인했다.

  <Neo The Lost Temple>

  윤열은, 오른 손의 주먹을 힘있게 불끈 쥐었다. 이윽고 두 해설진의 환호성 같은 것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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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
05/08/19 10:03
수정 아이콘
로템이네요..

이윤열선수의 앞마당먹으면 절대 안져...

이길수있을지... 훗..
핫타이크
05/08/19 10:50
수정 아이콘
3전 2선승제가 아니구~ 5전 3선승제 같아욤~
아케미
05/08/19 11:07
수정 아이콘
아아… 로템인데… 프로토스인데…T_T
돌아온탕아
05/08/19 12:13
수정 아이콘
이거 현재까지 나온거 다 보긴 했는데....;;; 혹시 작가분이 싫어하는 분 죽이시는거 아닙니까??? 물론 농담;;
05/08/19 12:58
수정 아이콘
1경기는 이윤열 선수 승리입니까? 로템에서 앞마당 먹으면 안진다잖아요 하하하
mw_ss_ri
05/08/19 13:27
수정 아이콘
결과를 알고있는 저로써는...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ㅠ_ㅠ??
이력서
05/08/19 13:36
수정 아이콘
mw_ss_ri//동감 -_-
또임스
05/08/19 15:05
수정 아이콘
심심한데.. 태클 -0-/
이윤열선수가 해드폰을 썼을때 완전한 무음상태로 들어갔다고했는데 외계인의 함성소리에 놀라는건 말이 안되는거같아요
정지환
05/08/19 15:26
수정 아이콘
또임스// 그 바로 전에 헤드폰을 벗고 천천히 손을 풀기 시작했다는 문구가 나오죠 -_-;
폭풍속고양이
05/08/19 19:43
수정 아이콘
아아...스포발설하고 싶어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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