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01/29 06:23:31
Name 정일훈
Subject 200501301600...새로운 시작
가난한 부부가 있었습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곤궁한 삶을 행복으로 채워갔더랬습니다.
이 부부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가진 것 없는 부부에게 하늘이 내려준 선물인 양, 아이는 총명하고 건강하게 자랐습니다. 아이의 모습이 어찌나 예쁜지, 아이를 안고 가는 곳 마다 사람들은 아이의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보고 싶어 구름처럼 몰려들었습니다. 일가친척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아이의 미래를 축복했습니다.
"정말 너무 예쁜 아이야"
"게다가 천재래..."

아이는 정말, 하늘이 내려준 축복이었던 모양입니다. 아이가 태어난 후 가난한 부부에게 행운이 계속됐습니다. 하는 일 마다 크게 성공을 거두었고, 오래지 않아 부부는 그들의 이름에서 '가난'이라는 수식어를 떼어내 버렸습니다. 그들은 곧 커다란 집을 샀고, 부자들이 타고다니는 고급 자가용을 구입했으며 이제 더이상 예전처럼 고단하게 일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남.부.럽.지 않은 삶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부부를 부러워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즈음 부부는 둘째 아이를 갖게 됩니다.
"어머.. 큰 애는 저렇게 예쁘고 똑똑한데, 쟤는 왜저래?"
"아이구.. 저 집은 큰 애만 보고 살아야겠다..."
일가친척들은 수근거렸습니다.

아빠는 이내 그 이야기가 옳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예쁘고 총명한 첫 아이가 생긴후 찾아온 행운이 일그러지고 지능이 모자란 둘째가 태어나면서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첫 아이만 못한 둘째 아이에게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둘째 쟤는 왜 저래? 대체 어쩌다 저런 녀석이 태어난 거야? 에잉, 재수없게... 꼴도 보기 싫어!"

사람들의 손가락질, 아빠의 푸대접에 둘째 아이는 점점 주눅만 들어 갔습니다. 자신감이 사라질 수록, 노는 것도 공부를 하는 것도 점점 더 어려워만 져 갑니다. 이런 둘째를 보고 사람들은 '다 틀린 녀석...' 또 수근거립니다.

처음엔 나아지려니 하던 엄마는 걱정스러워지기 시작했고, 그리고 결국 심각한 상황임을 인식하게 됩니다. 큰 아이만을 편애하는 아빠와 말다툼이 잦아지더니 급기야 대화도, 사랑도 사라진 싸늘한 가정이 되어버렸습니다. 큰 아이는 자기를 예뻐해 주는 아빠편이고, 일가 친척들도 엄마와 작은 아이에게 냉담해 졌습니다.

어느날, 엄마는 큰 결심을 합니다. 둘째를 데리고 집을 나온 것입니다. 둘째에게 용기를 주고, 둘째를 한 명의 건강한 자연인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뭇 사람들의 손가락질로부터 일단 둘째를 지켜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은 까닭입니다. 엄마는 마을 밖 움막에 보금자리를 만들고 남의 집 부엌데기며 삯바느질을 하며 둘째를 키웁니다.

'엄마, 나는 바보야?"
"아냐, 너는 바보가 아니란다. 너도 크면 형보다 멋지고 능력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란다."

엄마는 매일 매일 둘째를 보듬고, 달래며 사랑을 듬뿍 쏟아주었습니다. 둘째가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아빠는 큰 아이만을 돌보아 주었기 때문에 날이 갈 수록 둘째를 키우고 가르치는 일은 어려워져만 갑니다. 그러나 엄마는 그 고단함을 버티고 이겨 냅니다. 지금은 모자라기만 한 둘째 아이가 언젠가 세상사람들의 박수를 받는 훌륭한 청년으로 자라날 수 있으리라는 확신... 아니 어쩌면 희망 때문에 말입니다.

1월 30일 일요일 오후 네시
메가 스튜디오에서 조금은 성장한 동생이 무대위에 섭니다.
직접 와서 박수 보내주세요.
여러분의 작은 성원이 미래에 또하나의 기적을 만들겁니다.

정일훈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경락마사지
05/01/29 06:25
수정 아이콘
헛..정일훈 캐스터님~ 오랜만이에요^^
경락마사지
05/01/29 06:26
수정 아이콘
무슨말이지?..ㅡㅡ;;..
정일훈 캐스터님 동생분이?캐스터로?..??
인생명랑주식
05/01/29 06:30
수정 아이콘
이른아침에 정일훈님의 글을 읽게 될 줄은 몰랐네요.
저도 워크보다는 스타를 좀더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내일은 오랜만에 직접 메가스튜디오에서 그들을 보아야 겠네요.
앞으로 밝은 희망의 소식 접할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화이팅!
DeaDBirD
05/01/29 06:33
수정 아이콘
경락마사지님//형은 스타크래프트, 동생은 워크래프트에 대한 정일훈님의 멋드러진 비유이시지요..
경락마사지
05/01/29 06:38
수정 아이콘
아-_-..이런..멋있는 비유를...;;;
ㅡㅡ난감 ㅎ.전 이제 잡니다.ㅠㅠ
우울저그
05/01/29 06:40
수정 아이콘
워크래프트 3 리그 화이팅 ^^ (솔직히 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싶지만, 어떤 유닛이 어떤선수의 것인지 구분도 못해서 영 재미 붙이기가 힘들더라구요 ㅠ)
05/01/29 06:55
수정 아이콘
좋은 결과 있기를 기대합니다 ^^
아케미
05/01/29 07:18
수정 아이콘
오랜만의 정일훈님 글이 무슨 내용일까 했는데… 정말 수고 많으십니다. 이번 WEG, 비록 현장에 가지는 못하지만 TV로라도 꼭 지켜보겠습니다. 형 없이도 동생은 성공할 수 있습니다. 워3 팬들은 할 수 있습니다. 파이팅! ^^
Lenaparkzzang
05/01/29 07:18
수정 아이콘
정일훈캐스터님 언제나 응원하고 있어요~!!
바벨탑문지기
05/01/29 07:29
수정 아이콘
와~ 정일훈 캐스터님이시네요^^
반갑습니다. 비유 또한 멋지시네요

워크래프트도 정말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지요.
아무튼 이 아침에 애정어린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응원하겠습니다.
난폭토끼
05/01/29 08:12
수정 아이콘
전 이미 동생이 형보다 100만배는 좋습니다.

어머니의 마음이 이해가 갑니다.

정일훈님께서 하신

'이제, 더 이상 게이머들을 주유소 알바로 재회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라는 말씀, 잊지 않고 있습니다.

세룡군이,

중헌군이,

원일군이,

또 다른 누군가가 주유소 알바나 피씨방 알바가 되어 마주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워크래프트 3-프로즌쓰론은 스타보다 재미있는 게임이라는것, 특히 보여주는 게임에 있어선 그 이상이라는걸 많은 사람들이 알고, 그리고 많은 게이머들이 꿈과 감동, 희망을 플레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ps.워크래프트는 접근도가 상당히 낮고, 어려운 게임입니다. 스타보다는 좀 더 애정을 갖고 컴퓨터 상대로라도 몇게임쯤 해보지 않고는 진정 '보는 재미' 를 느끼기는 어려운 게임인것 같습니다.

꼭 플레이 해보시고, 얼마나 어려운 게임인지, 그들의 컨트롤이 스타에 뒤지지 않는지, 업킵관리등 관리를 통한 물량이 박지호 선수나 최연성 선수가 뿜어내는 물량 이상인지 아시길 바랍니다.
05/01/29 08:55
수정 아이콘
핑계라고 하시면 할말없지만... 경북에 살고있는저로썬 TV 로 열심히 응원하는수밖에 없겠네요.. ^^; WEG ... 몇년후 어떤대회가 되어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대회가 첫걸음이 내일이군요.. 부디 개막전 성황리에 개막되었음~ 합니다.
[S&F]-Lions71
05/01/29 09:11
수정 아이콘
정일훈 씨 라면 좋은 엄마가 될 것을 확신합니다.
하지만... 세상에서 삐뚤게 보는 것을 극복하려면
엄마로서 많은 고생을 감내하셔야 할겁니다.
부디 지치지 않고 그 열정을 잃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Daydreamer
05/01/29 09:30
수정 아이콘
믿습니다. 당신이라면 또 기적을 만들어 줄 것을.
Milky_way[K]
05/01/29 09:43
수정 아이콘
멋진 글이네요^^
팬들은 언제나 응원하고 있습니다. 좋은 결과 있기를 기대해요!!
지수냥~♬
05/01/29 10:22
수정 아이콘
눈물이 찡하네요 정말.,.

작은동생은 둘입니다. 내일이네요 작은 동생들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카나라즈
05/01/29 11:35
수정 아이콘
바로 위에 분 말씀대로 동생은 한명이 아니라 둘이죠 워3랑 카스^-^. 그러니깐 하나만 편애 하면 안되겠죠_?;
bobori1234
05/01/29 12:28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간만에 PGR에서 봅니다.

그리고 게임 시스템이나 화려함, 각종 단축키를 봐도

동생이 형보다 훨씬 예쁘고 똑똑합니다.

근데 동생을 사람들이 안봐서 그렇죠.

하여간 멋진 비유였습니다.
쏙11111
05/01/29 12:42
수정 아이콘
아..........................눈물나도록 따뜻한... 정일훈님의 워3 에 대한 사랑의 깊이를 작게나마 느낄수 있네요...

비록 제가 워3를 하지는 않지만 열심히 하는 선수들과 정일훈님 만이라도 응원하겠습니다...열심히 해주세요^^
키쿄우™
05/01/29 13:02
수정 아이콘
형을 버리고 동생을 택하신;; 엄마이신가요;
정일훈 캐스터님;; 워3도 이제 곧 스타리그 못지않게 될거입니다!
예전부터 해설 쭉 들었는데 이번에 워3리그 결승도 대박이었는데;;
아쉽게됬습니다 !! 워3Fighting !!
하얀 로냐프 강
05/01/29 13:08
수정 아이콘
워3... 정말 재밌는 게임이지만 컴퓨터 사양이 달려서 못 하는 게 제 현실이지만.. 리그 방송만큼은 정말 재밌게 봅니다. 선수 한 명 한 명이 은퇴한다 라고 말할 때 가슴이 아팠습니다. 한 마디 하고 싶은게 있는데..
워3 리그... 가만히 있는다고 성장하는게 아닙니다. 팬들의 관심이 있어야 성장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스타를 사랑하는 만큼 e-sports를 사랑하는 만큼, 워3도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안전제일
05/01/29 13:19
수정 아이콘
바로 그 무대를 보러가야겠습니다!
그 동생이 얼마나 클지 응원하는 마음으로 보러가야지요! 암요!
사는 곳이 멀어 자주 현장을 찾는 일은 불가능 하겠지만 갈수 있을때는 가야지요!
많은 분들이 오셔서 꼭 성황을 이뤘으면 합니다!

정일훈님의 그 믿음과 애정에 한명의 팬으로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05/01/29 14:38
수정 아이콘
정말 멋진 비유입니다.
아직은 완전히 자라지 못한 상태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 두명씩 작은 관심이나마 주게 되면 언젠가는 형 못지않은 동생이 되겠죠?

그 작은 관심, 언젠간 꼭 직접 찾아가서 주겠습니다.
WEG 화이팅!!
05/01/29 14:56
수정 아이콘
믿습니다.....

당신의 미친 짓이.....

세상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스타나라
05/01/29 15:31
수정 아이콘
이 글에는 PGR21님 등장 안하십니까?

추게로~
05/01/29 15:36
수정 아이콘
와우유저인 관계로 더더욱 뗄수 없는 워크래프트...
For the King!!!
05/01/29 16:09
수정 아이콘
정말로 글 잘 읽었습니다. 비유도 정말 멋지구요. 집에서라도 TV로나마 열심히 지켜보겠습니다.
物望草....藺
05/01/29 20:50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일훈님의 워3 사랑이 정말 대단한데요.

여담) 실은 형이 워크래프트고 동생이 스타크래프트...............(퍼버버버벅!)
아이엠포유
05/01/29 21:49
수정 아이콘
"형만 한 아우 없다"
















이번에는 그말이 통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번 Weg가 대박나도록 왕꽃호동님께 굿이라도 드려할듯 ^^
솔로처
05/01/29 22:32
수정 아이콘
너무 멋진 글이네요. 추게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진공두뇌
05/01/30 01:00
수정 아이콘
둘째아들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았습니다. 다시 애정을 지펴봅시다~

이 글에는 워크래프트 게시판으로.. 라는 리플이 달리지 않아 다행이네요.
참 다행입니다.
NeverStop
05/01/30 03:28
수정 아이콘
동생이 국산게임이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은 남습니다
낭만드랍쉽
05/01/30 09:31
수정 아이콘
11시 기차타고 올라갑니다-_-;;
차끌고가기에는 제가 길치라서.. 으흐;;
아자아자 WEG 화이팅!!! 정일훈 캐스터님 화이팅!!!
천재여우
05/01/30 13:13
수정 아이콘
셋째도 있죠.......카스........
화이링~~~
미안하다, 사망
05/01/30 14:03
수정 아이콘
아...소름끼치게 멋진 글이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652 World E-Sports Games 16인의 시인에 대한 단상의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 [3] The Siria3367 05/01/29 3367 0
10651 아직은 과거일 수 없음에 [10] Satine3792 05/01/29 3792 0
10650 주간 PGR 리뷰 - 2005/01/22 ~ 2005/01/28 [12] 아케미4569 05/01/29 4569 0
10649 200501301600...새로운 시작 [35] 정일훈3952 05/01/29 3952 0
10648 김선기선수 죄송해요 [19] 최연성같은플5252 05/01/29 5252 0
10646 I love soccer! I love Ronaldo! [22] Juventus3845 05/01/29 3845 0
10645 말아톤 - 싸늘한 시선을 용서해주는 포근한 사랑 [12] 베르커드3803 05/01/28 3803 0
10641 [알림] 1차 Ladies MSL 오프라인 예선전 공지 (세부사항추가) [25] i_terran4875 05/01/28 4875 0
10639 1경기 감상평 [42] Sea.s2_4487 05/01/28 4487 0
10638 [후기] 당골왕배 MSL 오프후기^^ [15] Eva0104097 05/01/28 4097 0
10637 별들의 전쟁 episode 0. ☆Ⅰ부 12 ~ 13장. [2] Milky_way[K]3262 05/01/28 3262 0
10636 어제 MSL 패자조 결승을 보고.. [9] 제로스3108 05/01/28 3108 0
10635 밸런스 패치...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43] hobchins3768 05/01/28 3768 0
10634 자유게시판 최저 조회 수 [12] 총알이 모자라.4186 05/01/28 4186 0
10632 생뚱맞은 궁금증... 우승한번과 준우승3번, 누가 강할까요? [45] tovis5159 05/01/28 5159 0
10631 이번 MSL 최종결승 예상 [47] 초보랜덤4012 05/01/28 4012 0
10630 긍정의 힘을 믿습니다. [9] BluSkai3742 05/01/28 3742 0
10628 전 한심하고 쓰레기같은놈입니다. [50] 요환짱이다4135 05/01/28 4135 0
10627 토론이나 반박을 할 때 주의해야 할 점 [5] Timeless4255 05/01/28 4255 0
10623 지금 호주에선 테니스 전쟁중. [22] Yang4553 05/01/27 4553 0
10622 대한민국이란 나라.. [10] 봄날3336 05/01/27 3336 0
10621 임요환 선수의 빌드 싸움 [22] 까꿍러커5112 05/01/27 5112 0
10619 Coolwen 이승원해설의 열정 [53] 박서야힘내라8066 05/01/27 8066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