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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1/24 16:40:24
Name Milky_way[K]
Subject 별들의 전쟁 episode 0. ☆Ⅰ부 10 ~ 11장.
별들의 전쟁 ☆Ⅰ부 - ◎ 10. 검은 전사들(黑戰士)



''후퇴(後退)하라! 전군!.... 쿨럭....''

후퇴를 명령하던 제로스의 입에서 또 다시 검붉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스팀 팩의 부작용(副作用)이 온몸으로 퍼져나가자 병이 더욱 악화되고만 것이다. 그는 흘러내리는 피를 손으로 막고는 다시 한 번 소리쳤다.

''전 부대원들은 후퇴하라!! 나다 군의 추격을 따돌린 다음 루버크 산맥에서 다시 전열을 가다듬는다! 남아있는 모든 건물을 띄워서 이동시키라! 나다 군의 추격에 정면으로 맞부딪치지 말고 산맥에 도착할 때까지 게릴라전을 펼쳐서 그들의 이목을 분산시켜라!! 다시 한 번 말한다! 모두 후퇴해서 루버크 산맥에서 전열을 재정비하라!!!''

피를 흘리며 처절하게 소리치는 제로스를 보면서 미다스는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용솟음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는 다짐했다. 어차피 그에게 바치기로 맹세했던 자신의 한 목숨..
바로 지금이 그때라고!!..

''제로스님 지금 상황이 너무나 좋지 않습니다. 나다 군의 추격을 피해낼 방법이 더 이상은 없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저희 군은 회생 불가능할 정도로 너무 막대한 피해를 입고 말 것입니다.. 저에게 별군(別軍)을 내어 주십시오.. 제가 그들의 추격을 막아보겠습니다!''

미다스의 말을 들은 제로스는 말했다.

''안 돼! 자네가 나선다고 해서 그들의 추격을 막을 수 없네! 지금은 어떻게든 피해를 줄이며 후퇴하는 길 밖에 없어.. 자네의 마음은 내 고맙게 생각하지만 자네 혼자 사지(死地)로 내 몰수는 없어!''

제로스는 미다스의 생각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가 목숨을 버리면서 자신에게 퇴각할 시간을 벌어 주겠다는 것까지도... 하지만 그런 미다스의 생각을 알고 있기에 제로스는 그의 말을 일언지하(一言之下)에 거절해 버린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상황은 미다스의 말대로 제로스 측에 너무나 안 좋게 이어지고 있었다. 기세등등한 나다 군은 허물어지기 시작한 제로스 군의 요소요소에 강력한 공격을 해왔고 남아있던 건물들 역시 하나둘씩 파괴되어 가기 시작했다.
제로스 군은 지금 제대로 후퇴를 할 시간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후퇴를 하면서 나다 군의 끊임없는 공격에 회생불능(回生不能)의 피해를 받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제로스에게 자신의 생각을 단번에 간파 당한 것을 알아챈 미다스는 몇 번의 고민 끝에 극단의 결정을 내렸다. 미다스가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의 순간에도 나다 군의 공격에 피해가 누적되어 가고 있었고, 곳곳에서 병사들의 비명소리가 메아리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전멸 당할 수도 있다고 미다스는 생각했다.

'제로스님 부디 저를 용서하소서...!'

결심을 한 미다스는 단번에 제로스를 기절시켰다.
병이 심각해져 정신이 혼미하던 제로스는 미다스의 가벼운 공격에 곧바로 기절했다. 그리고 소기의 시즈탱크와 골리앗들을 집결시킨 미다스는 전장에 있는 모든 장수들에게 말했다.

''지금 제로스님의 병이 너무 심각해져있고.. 우리는 나다 군의 공격을 더 이상 막아내기 어렵네.. 그래서 나는 결심했네! 어차피 제로스님을 위해 버리기로 한 이 목숨! 지금 내놓겠네! 내가 시간을 버는 동안 그대들은 뒤돌아보지 말고 제로스님과 남은 병력을 추슬러 모두 대피 하게나!!''

그의 결의에 찬 눈빛이 빛났다.
남아있던 장수들은 모두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머금었다. 그리고 꼭 살아서 만나자는 말과 함께 그들은 제로스를 데리고 퇴각(退却)하기 시작했다.



퇴각하는 군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미다스는 미리 모아두었던 병력들에 명령을 내렸다.

''제군들! 사나이는 일생에 한번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서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우리에겐 지금 이 순간이 목숨을 내거는 순간이다! 우리의 목숨을 바쳐 제로스님과 남은 병력이 무사히 퇴각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야 한다! 죽음이 두려운 자는 떠나라! 목숨이 아까운 자도 떠나라! 나 미다스는 남아있는 전우들을 위해 지금 이곳에서 뼈를 묻겠다! 모두 나와함께 하겠는가!?''

''옛!!''

그의 모습에서 죽음도 불사르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본 병사들은 모두 자리에서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다스는 병사들이 자신의 말에 동의하자 지체 없이 명령을 내렸다. 몰아쳐 오는 상대의 병력은 눈으로 보기에도 너무나 거대했다. 정면승부는 저승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 미다스는 우선 남아 있던 탱크를 최전방으로 빼놓고 좋은 자리에 배치한 다음 남은 병사들에게 지시해서 자신들의 본대가 빠져나간 것을 그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진영을 크게 잡고 그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 빈 벙커(bunker) 등을 급조해 놓는 위장술을 펼쳐놓았다.

그리고 나다에게 직접 통신을 걸기 시작했다. 나다의 병력은 이미 자신의 탱크의 포격에서 살짝 벗어난 위치까지 다다라 있었다.

'그가 내 생각대로 걸려들어 주면 좋으련만....'



나다는 비프로스트에서 승리한 후, 전쟁을 마무리 지으려는 생각으로 도망쳐 가는 제로스 군을 모든 병력을 동원해 뒤쫓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제로스 군에서 걸려온 통신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통신을 받을까 말까 잠시 고민을 하고 있는 나다에게 랜덤대위의 보고가 귀에 들어왔다.
원래 그의 직속 보좌관은 자드(zard)대령이었지만 그는 지금 본국에 원군과 전쟁물자 등을 가지러 잠시 나가있는 상태였다.

''남동쪽에 제로스 군의 잔당으로 보이는 병력들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 시즈탱크와 벙커, 터렛으로 방어진(防禦陣)을 구축해 놓고 배수진(背水陣)을 친 듯 보입니다. 공격해 들어갈까요?''

랜덤대위의 보고를 받은 나다는 그 병력들이 제로스 군의 마지막 병력들임을 금 새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들이 필사(必死)의 항전을 하리란 것도 짐작할 수 있었다.

'제로스여.. 배수진(背水陣)을 친 것인가? 그래 좋아. 그 기세가 마음에 드는군.. 하지만 곧 그대는 내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할 것이다!'

제로스가 배수의 진을 치고 마지막 싸움을 결심하고 있다고 생각한 나다는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문다는 속담을 생각하고는 섣부른 공격으로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잠시 공격을 유보하고 제로스 측에서 걸려온 통신을 받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화면에 비치는 것은 제로스가 아닌 예전의 그 애송이가 아닌가? 나다는 또 한 번 우롱 당했다는 생각에 화를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런 나다에게 미다스는 말했다.

''나다장군이시여 저의 통신을 받아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장군에게 긴히 전할 말이 있어 이렇게 통신을 요청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저희 제로스 장군님은 몸이 많이 좋지 않으십니다...''

나다는 화가 났지만 상대의 고분고분한 태도를 보며 잠시 화를 누그러뜨리고 비아냥대며 말했다.

''제로스가 많이 안 좋은 것인가? 전장을 지휘하는 장수가 어찌 몸 관리 하나 제대로 못하고 빌빌댄단 말인가? 쯧쯧.. 그래! 내게 전할 말이 그것은 아닐 테고 무엇인가? 말해보라.''

나다의 비아냥을 들은 미다스는 화가 났으나 참고 말했다.

''지금 상황이 저희에게 많이 안 좋게 돌아가고 있는 것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시니 따로 말하지 않겠습니다. 나다시여 저희 제로스 장군님이 몸을 추스르실 시간을 주십시오!''

나다는 미다스의 말에 놀라고 어이가 없었다.

''네놈이 나를 희롱(戱弄)하려는 것이냐? 지금 너희 군은 거의 모든 병력을 잃고 도망치는 것이 전부일 텐데 지금의 상황에서 승기를 거의 다 잡고 있는 나보고 너희 군에게 몸을 추릴 시간을 달라는 것이냐!? 너는 그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나다의 노기 뛴 음성을 들으며 미다스가 말했다.

''물론 지금의 상황이 저희에게 안 좋은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저희에게도 아직 싸울 힘이 다한 것은 아닙니다. 나다시여.. 만약 제로스님이 아프지 않고 건재하셨는데도 상황이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진행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귀를 기울여 보시기 바랍니다. 세상은 지금 용맹한 나다께서 병으로 누워있던 제로스님의 뒤를 쳐 승리를 거져먹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습니다! 긍지 높고 자존심(自尊心)하나는 누구도 따라올 자 없다던 고고하신 나다께서는 그런 말에 화가 나지도 않으십니까?''

나다는 물론 어느 정도 그러한 점이 마음에 걸리긴 했다. 하지만 나다는 이런 얕은 수에 넘어갈 무른 인물이 아니었다.

'크크크 보아하니 이 녀석은 나의 자존심을 건드려 아군이 몸을 추스릴 시간을 벌려는 모양이군. 후후..'

이미 상대의 생각을 꿰뚫고 있던 나다는 말했다.

''전장의 장수는 그 어떤 방법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승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미다스장군! 그대의 상관은 그대에게 그런 것도 가르치지 않고 전장에 내보냈다는 말인가? 한심하구나! 역사는 전쟁의 승자(勝者)만을 기억하지 패자를 추억(追憶)해주진 않는다! 이것을 잘 알아두길 바란다!''

미다스는 나다의 말이 '너의 얕은꾀에 내가 걸려들 줄 아느냐?'라고 말하는 것 같아 속으로 아쉬워하며 말했다.

''나다시여 .. 그 가르침 잘 기억해 두겠습니다. 그리고 그대의 뜻을 알았으니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나다는 상대가 꼬리를 말고 도망치는 듯하자 기분이 좋아서 다시 한마디 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미다스가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나다시여 그대가 제로스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저의 시체를 밟고 지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럼.. 이만.''

그렇게 말하고 화면에서 사라지는 미다스의 눈빛이 꼭 저승사자의 눈빛처럼 차가웠던 것을 본 나다는 마지막 전투가 자신들에게 많이 유리하긴 하나,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차피 승리를 눈앞에 둔 것 조금 더 조심스럽게 움직이자는 생각으로 부하들에게 적진을 조금 더 자세히 관찰하라고 말했다.



몇 시간 후, 정찰병들의 보고를 받은 나다는 또 다시 분노하고 말았다.
제로스 군의 본대는 이미 비프로스트 지역을 빠져나가 루버크(luberk) 산맥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 이었다! 나다는 자신이 미다스의 말장난에 놀아난 것임을 눈치 채고는 분노에 떨며 총공격 명령을 내렸다.

''어서 공격하라! 빠른 시간 내에 제로스를 뒤쫓아야 한다, 전군 총공격(總攻擊)!!!''

한편, 미다스는 통신을 끝내고 자신의 생각대로 그나마 잠시 시간을 벌게 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남은 병사들에게 더욱 긴장을 늦추지 말 것을 당부했다. 나다를 도발하는 것은 어쩌면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으나, 미다스는 과감히 자신의 뜻을 내비쳤고 나다는 상대의 연막작전(煙幕作戰)에 속아 더욱 조심스럽게 변해 버렸던 것이다.

''후우 다행이야.. 하지만 곧 나의 작전을 알아차린 나다 군의 총공격이 있을 것이다... 크으..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제로스님이 루버크 산맥까지 가는 시간을 벌어야해!''

마음을 다잡고 있는 미다스에게 얼마 후, 나다 군이 총공격을 행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한 병사가 알려왔다.

''드디어 시작인가?''

미다스는 전장으로 나갔다. 그리고 선두에 서서 병사들을 지휘했다.
처음엔 벙커의 모습 때문에 천천히 전진을 시작했던 나다 군은 벙커하나가 깨어지고 그것이 빈 벙커였음을 알고 난 후로는 무섭게 몰아쳐 들어오기 시작했다.

미다스는 최선을 다해 적들과 싸웠지만 이미 주변의 모든 병사들과 scv들은 죽어나갔고 서서히 병력들이 자신이 있는 커맨드센터(command center)로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후우..''

미다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나다의 병력은 막강했다. 아니 처음부터 미다스는 막을 생각 따윈 하지 않았고 그 수를 하나라도 줄여보고자 노력했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그것도 포기하고 만다. 상대는 너무 강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나다의 병력들을 보면서 미다스의 두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제로스님.. 당신을 곁에서 모실 수 있어. 이 미다스는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흐흑...''

미다스의 오른손에 들린 권총(拳銃)의 총구가 서서히 자신의 머리를 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죽음에 대한 망설임이란 말인가? 권총은 뜻을 이루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지고 전장을 바라보고 있던 미다스의 눈빛은 경악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조화(造化)지?'

자신에게로 다가오던 나다 군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속수무책(束手無策)으로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황급히 커맨드센터내의 레이더를 들여다본 미다스는 금방 그 이유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육안으로는 잡히지 않던 20개의 붉은 점들이 공중에서 나다 군에게 공격해대고 있었던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을 가진 공중유닛은 현재 테란대륙에 단 하나의 유닛뿐이었다. 클로킹(clocking) 장치를 개발한 전투레이스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미다스는 대체 어디서 저 레이스(wraith)들이 날아왔는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잠시 후, 속수무책으로 공격당하던 나다 군은 전 부대를 뒤로 빼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들이 모두 시야에서 사라지자...
하늘에는 온통 검은색의 레이스 20대가 서서히 클로킹을 풀며 그 자태(姿態)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별들의 전쟁 ☆Ⅰ부 - ◎ 11. 새로운 전쟁의 기류(氣流)



루버크(luberk) 산맥으로 향하던 제로스 군의 본대는 더 이상 나아가지 않고 멈춰 서있었다. 그들은 지금 굉장히 난처한 상황에 처해있었다. 기절해 있던 제로스가 깨어난 것이다.  
그것이 무슨 난처한 상황이냐고 질문하는 이도 있겠지만, 미다스의 간곡한 부탁을 받고 후퇴 중이던 제로스 군의 여러 장군들은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할 줄 모르고 있었다...

그와 반대로 제로스는 지금 너무나도 화가 나서 미칠 것만 같았다. 비프로스트에서 후퇴명령을 내리던 중, 둔탁한 충격이 뒷덜미에 느껴졌고 그 후로 정신을 잃었는데.... 깨어나 보니 루버크 산맥의 근처까지 와있다니...
정신을 차린 후, 부하들의 보고를 받고는 제로스는 경악했다.

''어서 빨리 비프로스트로 돌아간다!! 그를 ... 그를 혼자 놔두고 갈 순 없단 말이다! 어서 빨리 기수를 돌려라!!''

자신의 무능함 때문에.. 아끼던 부하장수를 적진이나 마찬가지가 된 전장에 홀로 남겨두고 한낱 부질없는 목숨을 살리기 위해 도망쳐오다니.... 제로스는 자기 자신의 무능함과 더불어 허약한 육체에 너무나도 화가 났다.

'미다스장군... 흐흑.. 그대와 같은 젊은 장수의 목숨을 내주고 이 부질없는 허약하고 허망한 목숨을 살려서 무엇 한단 말인가..? 내 목숨을 내줘서라도 그대의 목숨을 다시 구하고야 말겠다!!!'

평소 냉철하기로 소문이 난 제로스의 너무나 흥분한 모습을 본 여러 장수들은 어찌 할 바를 모르고 고민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시간상 미다스장군의 죽음을 거의 기정사실(旣定事實)화하고 있었고, 그의 마지막 모습을.. 그리고 그 의지를 너무나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여기서 되돌아가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문제는 또 언제 다시 시작될지 모르는 나다 군의 추격(追擊)이었다.

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너무도 화가 난 제로스는 더욱더 강력히 명령했고, 장수들은 그런 그의 노여움 앞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런 제로스의 앞으로 한 병사가 달려왔다. 주위에 있던 장수들이 앞으로 뛰어드는 그를 붙잡아 끌어내려 했으나 그는 질질 끌려 나가면서 크게 소리쳤다.

''제로스 대장군님!! 저는 한낱 일반 병사에 불과하나.. 지금의 모습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감히 한마디 하려 앞으로 나섰습니다! 지금 제로스님은 너무나 흥분하고 계십니다! 냉정함을 되찾으세요! 지금의 모습은 당신의 본모습이 아닙니다! 더 이상 당신을 위해 희생하려한 미다스장군님과 지금껏 싸워온 병사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란 말입니다!!!''

그의 외침을 들은 제로스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내가 왜 이렇게 바보 같이 군단 말인가.... 그렇다. 저 병사의 말이 모두 맞는 말이다. 난 지금 어린아이처럼 투정을 부리고 있었던 거야 .. 지금은 전장이다! 제로스.. 정신 차려!... 넌 10만 제로스 진영의 사람들을 책임지고 있는 대장군(大將軍)이란 말이다!... 이대로 허물어져선 안 돼! 지금껏 죽어간 전우들을 위해서라도... 미다스장군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싸워야해! 그리고 승리해야해!!'

제로스는 그제야 냉정함을 되찾고 상황을 똑바로 볼 수 있었다.
겁도 없이 제로스에게 직언을 했던 야니상병은 여러 장수들에게 질질 끌려 나가고 있었다. 제로스는 그의 모습을 보고 옆의 장수에게 그 병사를 풀어줌과 동시에 일 계급 특진(特進)을 내리라고 명했다...
그리고 다시 전열을 재정비하고 루버크 산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루버크 산맥에 도착해 짐을 풀려고 하던 찰나에 그는 비프로스트에서 걸려온 한 통의 교신에 너무나 기뻤다.

미다스가 살아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미다스는 비프로스트 저지선(沮止線)을 사수했다고 한다. 믿기지 않았지만 제로스는 뒤이은 미다스의 회군요청을 듣고는 본대를 다시 되돌리기 시작했다.

약간은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는 미다스를 믿기로 했다.

회군하는 병력을 보며 제로스는 결국 얼마 전 야니상병의 일이 있었을 때 회군했으면 쓸데없는 시간낭비를 줄였을 거란 생각이 들어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짙은 암흑이 비프로스트를 감싸고 있었다.
미다스는 자신의 커맨드 밖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암흑보다 더욱 짙은 검은색의 레이스 20기와 드랍쉽 6기가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대체 이 온통 검은 녀석들의 정체가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왜 나를.. 아니 우리를 돕는 거지?'

미다스는 아무리 고민을 해보아도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들이 자신을 구해준 뒤 미다스는 그들이 자신에게 어떤 요구나 아니면 무슨 말이라도 붙이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처음 클로킹 레이스들이 나다 군을 내쫓고 지상에 내려앉았을 때 가장 먼저 레이스에서 내린 복면을 한 검은 전사가...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마라.''

이 말을 한 것이 전부 일뿐, 더 이상 아무것도 말하려하거나 물어오지도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무리들에게 여러 가지 명령을 하고 진영을 꾸리기 시작했다.

미다스가 혼자 고민을 한지 몇 시간이 지났을 무렵, 제로스의 본대가 다시 비프로스트에 입성했다. 제로스는 미다스에게 처음엔 호통을 치다 나중엔 감싸 안으며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는 마음을 전했다.



제로스의 본대가 돌아오자 검은 무리들의 수장으로 보이는 자가 다시 한 번 그들을 찾아왔다. 그리고 제로스를 보며 하나의 봉투를 내놓으며 말했다.

''이것은 그대의 병을 낫게 하는 약이니 받아두시오.. 그대의 몸이 완치되고 그대들의 부대가 다시 힘을 낼 정도의 시간만 번다면 나는 이곳을 떠날 것이오. 그러니 우리의 정체를 굳이 알려들지 마시오.. 나도 친구의 부탁을 받고 일을 한 것이니 나에게 고마워할 필요도 없소.''

그런 그를 쳐다보던 제로스는 그의 말투가 꼭 용병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병... 돈을 받고 전쟁터에 나가거나 기타 여러 일을 대신 처리해주는 사람들... 하지만 지금 시대에 그런 용병들은 거의 없다고 봐야했다. 그렇다면 저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누가 저 자에게 그런 부탁을 한 것일까? 그의 머릿속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윽고 제로스는 상대가 누구인지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제로스는 옅은 웃음을 뛰며 말했다.

''하하하.. 그대의 뜻은 잘 알겠소.. 그리고 이런 진귀한 것을 주시다니.. 너무 고맙구려.. 그분에게도 나대신 고맙다고 전해주시기 바라오..''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하는 제로스를 보며 검은 전사는 복면 속의 얼굴을 찡그렸다.
그가 꼭 자신의 정체를 모두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은 전사가 나가자 제로스는 그가 전해준 봉투를 보며 나직이 말했다.

''왜 그는 나를 도우려는 거지? 후후... 머 곧.. 알게 되겠지!..''

제로스는 봉투를 열어 그 속에 있는 약을 단숨에 들이켰다. 옆에서 약간 미심쩍은 마음에 약을 먹지 말라고 말리려했던 미다스는 한숨을 들이켰다.

제로스는 약의 쓰디쓴 맛에 얼굴을 조금 찡그렸지만, 이내 자신의 몸속을 갈아 먹어가고 있던 악독한 병의 기운들이 점점 약해지는 것을 느끼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걱정하는 미다스를 안심시키고는 조용히 잠을 청했다...



제로스가 오래간만의 단잠에 빠져있을 무렵, 나다는 혼란에 빠져있는 군을 진정시키고 비프로스트의 외곽지역에서 다시 진영을 재정비하고 있었다. 피해가 컸다...
도망치면서 비프외곽에 있던 멀티지역의 스캔(scan)을 동원해 상대의 레이스 숫자가 20대 인 것을 파악한 나다는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것은 안도의 한숨이었다..
만약 당시 멀티지역에 스캔 에너지 50이 남아있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레이스들이 계속 공격을 해왔더라면.. 지금보다 배는 더 큰 피해를 입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만큼 대부분이 초반 팩토리(factory) 유닛싸움 중심인 요즘의 전쟁에서 클로킹이 개발된 레이스의 무서움이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 배틀크루저가 있긴 했지만 그것도 스캔이나 디텍터(detecter)가 가능한 유닛이 있어야만 클로킹레이스를 잡을 수 있었다. 거기다 완전 예측 불가능(不可能)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피해가 얼마나 더 커졌을지 모를 일이었다.

크게 한숨을 몰아쉰 나다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분명 제로스군은 큰 피해를 입고 뒤로 후퇴하느라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이 클로킹 레이스를 위한 고도의 훼이크 였다 고도 생각을 해보았으나, 나다는 곧 그 생각을 접었다.
그것은 '너무 억측이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다는 이내 생각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다른 세력의 도움인가?'

그의 혼란스러운 머릿속에 얼마 전 대륙회의 '중립(中立)'선언이 떠올랐다. 그 생각이 나자 대륙회의의 결정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싸움에 껴들만한 세력은 없다고 판단했다. 도저히 알 수 없는 검은 레이스 편대..... 그 생각으로 나다의 머릿속은 터져 나갈 것만 같았다.

얼마간 레이스편대 뿐만 아니라 비프로스트의 성벽 둘러싸고 있는 검은 탱크들의 모습에 위압감을 느낀 나다는 섣부른 공격을 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하지만 나다 군은 어느 정도의 병력피해가 있었지만 그것은 미비한 피해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가 미리 연락해 논 자드(Zard)대령이 이끄는 후방 지원부대가 일이 지나자 도착했다.

자드대령의 합류로 나다 군은 곧 병력을 추릴 수 있었고 방어가 철저한 비프지역의 공략을 포기하고 더욱 자원이 풍부하고 자신의 병력운영에 걸맞다고 생각한 전장인 펠레노르(Pelennor)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한편, 정찰병을 통해 나다 군이 비옥(肥沃)한 펠레노르 평원 쪽을 눈독들이고 그곳으로 병력을 이동하려한다는 사실을 눈치 챈 제로스는 아직 완쾌되지 못한 몸으로 더욱더 불어난 나다 군과 전면전을 하는 것은 시기상조(時機尙早)라 판단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그의 눈빛이 일순간 빛났다.

'후후후.. 내가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지?..'

제로스는 곧바로 부하에게 검은 전사를 방으로 불러 올 것을 명한다. 그리고 얼마 후, 검은 전사가 방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낀 제로스는 모른 척하며 일부러 아픈 기색을 하기 시작했다.



''콜록.... 우욱.... 후우... 엇! 이런.. 내가 그대가 온 것을 모르고 주책을 부렸군요.. 죄송합니다. 이 지독한 병균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후우.. 내 그대에게 한 가지 청이 있어 이렇게 불렀습니다...''

검은 전사는 자신에게 말하는 제로스의 병약한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이거 왠지 껄끄러운 일에 휘말릴 거 같은데....'

그의 생각은 정확했다.
제로스는 그에게 자신의 몸이 나을 때까지 펠레노르 평원을 사수(死守)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하지만 검은 전사는 그 말이 지닌 의미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뭐야!? 이거 자기는 손도 안대고 코풀려고 하는 격이네! 집어 쳐! 내가 뭐 좋을 게 있다고 네 놈 대신 전쟁을 하냐?'

검은 전사는 제로스의 말에 속으로는 욕을 하며 말했다.

''난 그저 그대가 나다에게 패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한번 구해준 것만으로도 고맙게 여기라구... 친구의 부탁이 아니었으면 애초부터 이 싸움에 껴들 생각조차 없었어.''

검은 전사의 대답을 들은 제로스는 말했다.

''으음.. 그렇다면 별 수 없지요... 하지만 지금의 내 상태로 그리고 우리 군의 병력 정도로 그들을 상대할 수 있을 진, 나도 모르겠소....''

이 말을 들은 검은 전사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자신이 한번 구해주었기는 하나 분명 그는 한 세력을 책임지는 대장군(大將軍)이었다. 그런 그가 이렇게 약한 모습으로 자신에게 부탁을 해오다니...

'이거 뭐야... 이 녀석 진짠가 보네.. 이거 골치 아프네...'


그 다음날, 제로스는 또 한 번 검은 전사에게 허약한 모습으로 위장하고 거짓말을 해왔고, 당황한 검은 전사는 어디론가 잠시 사라지고 돌아오더니 그의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했다.

검은 전사가 자신의 부탁을 들어준다고 하고 방을 나가자, 제로스의 얼굴엔 희미한 미소가 어렸다.

'역시 그대들의 정체는 내 예상 대로군... 허나 저들이 나를 돕는 이유를 아직은 알 수 없다.. 조금 더 경계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지금은 도와준다고 해서 꼭 아군이라고 믿을 수는 없는 전시니까 말이야...'

머릿속으로 고민을 계속하던 제로스는 어쨌든 검은 전사가 자신의 뜻대로 행동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반면, 제로스의 방을 나온 검은 전사는 자신의 진영 쪽으로 가며 투덜거렸다.

'젠장... 박서(boxer)녀석 이거 나를 완전 지 꼬봉처럼 부려먹네... 으으.... 돌아가면 절대 가만 안 놔두겠다!!'

그렇다! 이 검은 전사는 박서의 부탁으로 비밀리에 제로스 군을 도우기 위해 떠났던 우브였다.

박서가 우브와 스미스를 불렀던 그 날 밤, 박서는 스미스에게 미리 전투레이스와 모든 필요한 것들에 검은 칠을 해서 상대가 알아볼 수 없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고 우브에게 제로스를 도우라고 했던 것이었다.

친구의 부탁을 받고 우브는 아무도 모르게 클로킹 레이스를 타고 화물(貨物)운반용으로 위장한 드랍쉽에 scv와 가려 뽑은 정예병력 등을 데리고 전장으로 출격했고 때마침 위기에 쳐해 있던 미다스와 제로스 군을 구해낸 것이다.



어쨌든 검은 전사로 위장해 자신들을 도와준 이가 우브와 그 뒤에 있는 박서임을 단번에 알아차린 제로스는 그들이 자신을 왜 도와주는 것인지 그 이유도 떠볼 겸 슬그머니 아픈 척을 하며 어려운 부탁을 해본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그 부탁 또한 들어준다고 하다니...
머릿속이 점점 더 복잡해지는 것이었다. 무엇을 바라고 자신을 돕는단 말인가? 아무리 머리를 써 봐도 답은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교묘히 그 둘을 이용해 자신이 흘려야 할 피를 검은 전사로 하여금 대신하도록 한 것은 정말 뜻밖의 성과라고 생각했다. 검은 전사와 나다 군의 전쟁을 머릿속에 그려본 제로스는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크큭... 아주 치열한 전투가 될 것 같군... 양패구상(佯敗俱像)이라도 한다면 나에겐 최고의 결과겠지만.. 머.. 결과야 어떻게 되든 ... 나에게 손해는 없겠군... 후훗...''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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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미
05/01/24 16:56
수정 아이콘
전상욱 선수가… 너무 멋지네요!! T_T 잘 읽었습니다.
Milky_way[K]
05/01/24 17:16
수정 아이콘
아케미님 따뜻한 관심 정말 고맙습니다 ^^@~
ⓟⓤⓡⓔ근영
05/01/24 17:20
수정 아이콘
이소설 너무 재미있어요
하루에 한번씩 소설올라왔는지 보고 다니는데
어쨋든 쓰시는분 화이팅입니다~!
오픈엔드
05/01/24 20:09
수정 아이콘
이번 회도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전상욱 선수가 너무 의젓하게 나오니 살짝 적응이 안되요..ㅎ
삼성칸)사랑해
05/01/24 20:10
수정 아이콘
오늘 처음봤는데 재밌네요~
검은레이스들의 반전과 함께 !
Milky_way[K]
05/01/26 09:35
수정 아이콘
ⓟⓤⓡⓔ근영♡님//감사드려요~ 여담이지만.. 저도 엔젤스회원이라는-_-;; 어쨌든 화이팅입니다~;;
오픈엔드님// 저도 처음 소설쓸 때 약간은 유머러스하게 쓰고 싶었어요.. 근데 쓰다보니 제 생각가는 너무 동떨어지게 가더라구요;;
지금은 '등장인물 모두 멋지게!!' 를 외치며 쓰고 있어요;; (이 부분에서 앞으로 나올 악역들이 정말 걱정된다는...ㅠ_ㅜ)
삼성칸)사랑해요님//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제 아이디로 검색하시면 앞에꺼 전부 찾아보실수 있으실 거예요^^
거의 하루에 하나씩 올려서 페이지 넘기며 찾으셔두 쉽게 찾으실 거예여~
읽어주시는 분들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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